경제 > 부동산 / 등록일 : 2020-07-08 14:09:11 / 공유일 : 2020-07-08 20:01:46
[아유경제_기획] 서울시, 모든 도시정비사업 초기 단계부터 개입한다?… 조합들 ‘휘청’
repoter : 서승아 기자 ( nellstay87@naver.com )


[아유경제=서승아 기자] 최근 `서울시 도시ㆍ건축혁신계획` 발표에 도시정비업계가 흔들리고 있다. 서울시 내 모든 도시정비사업을 시가 사업 초기 단계부터 개입해 공공성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검토한다는 소식 때문이다.

서울시, 도시ㆍ건축혁신계획 시범사업 발표… 시 "내년에는 더욱 확대할 것"

서울시는 지난 6월 25일 도시ㆍ건축혁신계획 시범사업지로 선정한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과 금호동3가 1 일대 재개발의 기본구상 수립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도시ㆍ건축혁신계획은 `천편일률적 성냥갑 아파트를 탈피한다`는 취지로 도시정비사업 초기부터 공공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진행하는 것으로 서울시가 지난해 3월 발표한 사업이다. 서울시는 도시ㆍ건축혁신계획의 장점으로 `용적률 확보`와 `사업 기간 단축`을 꼽았다. 주민이 원하는 용적률을 최대한 반영해줌으로써 층수를 확보할 수 있고, 주민들끼리만 만든 설계안이 심의 과정에서 반려되는 것과 같은 상황은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계획 수립 단계부터 공공이 함께 참여해 정비계획 결정을 위한 심의에 드는 기간이 기존 20개월가량에서 10개월 안팎으로 절반 정도까지 단축돼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적용해 진행된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과 금호동3가 1 일대 재개발은 사업지별로 시ㆍ구 주관 부서, 공공기획자문단, 공공건축가 등 전문가가 한 팀을 이뤄 여러 차례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조합과 주민들이 제시한 다양한 의견도 기본구상에 담겼다.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은 주변과 단절되고 폐쇄적인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열린 주거단지`로 변신한다. 건물일체형 태양광, 전기차 전용주차장 등을 도입해 민간 재건축 최초로 `친환경 제로에너지` 단지로 조성된다.

한강변 응봉산 자락에 있는 금호동3가 1 일대 재개발은 남북 보행 녹지축을 중심으로 구릉지에 순응하는 건축디자인을 도입한다. 금남시장으로 가는 가파른 계단 길에 경사형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2곳 모두 서울시, 전문가, 주민이 함께 기본구상을 마련한 만큼 연내 정비계획 결정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상계주공5단지는 보통 지구단위계획 수립부터 정비계획 결정까지 최소 2년 이상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사업 기간이 약 4분의 1로 단축되는 것"이라며 "향후 구체적인 건축계획은 현상설계 공모를 통해 결정되고 공공기획의 기본 콘셉트를 바탕으로 창조적이고 예술적인 건축 아이디어를 유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도시ㆍ건축혁신계획 시범사업지는 이번 2곳과 더불어 공평15ㆍ16지구 재개발, 흑석11구역 재개발 등 총 4곳으로 현재 건축심의를 통과한 상태다. 서울시는 올해 18개 이상 지역을 추가로 선정했다. 이 중 5개 지역은 이미 사업지 선정을 마쳤고, 내년에는 규모를 더 늘려 확대할 계획이다.

서울시 "모든 도시정비사업에 적용 목표"… 전문가 "재건축 진행 적신호 켜진 셈"

문제는 이 같은 도시ㆍ건축혁신계획을 민간 도시정비사업으로 확대하겠다고 서울시가 나서 도시정비업계의 시름이 늘어가고 있다.

이달 7일 서울시 관계자는 "모든 도시정비사업에 도시ㆍ건축혁신계획을 적용하겠다는 것은 (단순한 발언이 아닌) 실제 목표가 맞다. 다만 강제라기보다는 용적률 확보와 시간 단축 등 인센티브를 줘서 유도할 계획이다"라며 "자치구를 통해 사업 대상지 신청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서울시는 압구정, 여의도, 목동 등에도 도시ㆍ건축혁신계획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시ㆍ건축혁신계획은 서울시가 설정한 바람직한 도시정비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서울시가 직접 지원하겠다는 것이지만, 역으로는 민간의 독자적 도시정비사업 진행은 앞으로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사업성을 먼저 생각하는 조합원들과 공공성을 내세우는 서울시의 입장에 차이가 크면 사업 진행이 난항에 빠질 가능성이 더욱 크기 때문이다.

또한 용적률 관련 내용이 인센티브에 해당한다는 서울시의 관점에도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서울시는 지상 최고 35층이라는 박원순 서울시장 체제의 기본 전제가 있는 만큼 그 이상을 주장하는 일부 재건축 추진 단지들과는 좁혀지지 않는 틈이 있다.

이를 방증하듯 도시ㆍ건축혁신계획이 적용된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 기본구상의 용적률도 215~225% 수준이다. 최근 5억4000만 원에 도달한 상계주공5단지 실거래가와 재건축 추가분담금까지 계산할 경우 용적률이 인센티브가 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아울러 도시정비업계는 도시ㆍ건축혁신계획이 서울시의 의사를 민간 도시정비사업에 적용하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번 시범사업 대상지인 상계주공5단지는 1987년 완공됐다. 서울시와 재건축을 두고 갈등을 겪고 있는 압구정현대아파트(1976년), 잠실주공5단지(1978년), 은마아파트(1979년) 등보다 최장 10년 이상 젊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건축 연한, 안전도, 거주 편의성 등 재건축 시 고려할 수 있는 실질적 사항은 외면한 채 서울시의 말을 잘 들어주는 재건축을 밀어주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처럼 서울시가 도시ㆍ건축혁신계획을 모든 도시정비사업에 적용하겠다고 밝혀 조합들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서울시가 합리적인 후속 조치를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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