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부동산 / 등록일 : 2016-11-11 14:37:24 / 공유일 : 2016-11-11 20:02:14
‘건축물 내진설계ㆍ시공의 패러다임적 전환 모색’ 토론회 열려
경주 지진 이후 달라진 안전 인식… 다양한 의견 교환 및 현안 논의의 場으로서 의의
repoter : 서승아 기자 ( nellstay87@naver.com )


경주에서 발생한 강진과 계속되는 여진으로 건축물 안전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이전과는 달라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되짚어 보는 뜻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국토교통부와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이 공동 주최한 `건축물의 설계와 시공 관련 제도 현황, 개선 방안에 대한 토론회`가 지난달(10월) 28일 오후 2시 30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렸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전현희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지난 9월 12일 경북 경주시에서 5.8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1978년 우리나라에서 지진 관측이 시작된 이후 가장 강력한 규모의 지진이다. 지금까지도 크고 작은 규모의 여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 의원은 "일각에서는 건축허가 때 제출한 설계대로 시공이 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구조설계와 시공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는 따져 봐야 안다는 것이다. 시공 과정을 면밀히 살필 수 있는 감리제도의 근본적 혁신이 필요한 대목"이라며 "현실화한 지진 앞에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건축물 안전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이번 토론회는 적나라한 문제 제기와 함께 다양한 대안이 제시될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실효성 있는 개선 방안이 도출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오후 2시부터 진행된 토론회는 황일람 서울시 상황대응실장, 신영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 박홍근 서울대 교수(대한건축학회), 김영훈 대한건축사협회 법제위원장 등의 발제가 약 2시간 동안 이뤄졌다.

주제 발표가 예정된 시간보다 지연되면서 휴식 후 진행된 토론이 부실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토론에 참석한 패널들이 간결하면서도 명료하게 각자의 제언들을 정리해 생각보다 폐회 예정 시각을 많이 넘기지 않았다.

■ 황일람 서울시 상황대응실장

"중앙정부 차원의 예산 지원 조속히 이뤄져야"



이날 첫 번째 주제 발표를 맡은 황일람 서울시 상황대응실장은 서울시 내진 현황을 살피고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황 실장은 "서울은 우리나라 인구의 20%가 상주하고 있고, 전체 인구의 67%(약 3400만 명ㆍ2015년 기준) 정도가 활동하는 지역이며 내진설계 법제화 이전에 설치된 시설물이 많아 현재 30년 이상 노후한 건물이 39%, 도로 시설물 30%, 하수도 50% 등 도시 노후화 정도가 심각한 수준으로 도시 시설물 안전 확보를 위해 재정적 투입이 필요한 상황이다"고 강조했다.

이에 황 실장은 서울시의 내진 보강 수준이 심각함에도 재정적 한계로 인해 내진 보강 강화에 한계가 드러나고 있음을 재차 강조하며 중앙정부 차원의 예산 지원을 촉구했다.

황 실장은 "서울시 민간 건축물의 내진 보강 수준은 27% 정도로 공공시설물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하지만 민간 건축물은 법적으로 내진설계 의무화를 규정하는 것 외에는 내진 보강을 강제할 방법이 없고 건물주 인식 변화를 위해 내진 보강 시 인센티브 등에 대한 교육ㆍ홍보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자치구를 제외한 서울시 소관 시설물 내진 보강 사업만으로도 5년간(2016~2020년) 총 3098억 원의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는데 도시철도를 제외한 나머지 시설물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국비 지원이 전무한 상태다. 국민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인 시설물 내진 보강을 위해 중앙정부 차원의 예산 지원이 조속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며 "아울러 지진 조기경보시스템 구축은 지진 발생 초기 국민들에게 지진 발생 상황을 신속히 알려 지진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비토록 하는 것으로 지진 조기경보시스템을 통일된 기준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신영철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

"3박자 갖춰져야 건축물 패러다임 전환 가능"



바통을 이어받은 신영철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은 `건축물 안전 확보를 위한 제언`을 주제로 두 번째 발제를 이끌었다.

신 단장은 "모든 건축물은 공공재로 권한이 있는 만큼 책임을 부여하고 사람(기술자, 노동자)이 우선하는 정책이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주장의 연장선상에서 신 단장은 건설업계에 만연한 노동 착취와 부패된 하도급 문화 등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국내 건설 기성액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3%, 2015년 한해 200조 원을 돌파한 데 반해 건설업 취업자 수는 전체의 7%(180만 명/2600만 명)에 불과하고 2008년 이후 갑자기 감소하는 등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게다가 건설업 사망자 비율은 타 업종에 비해 높고 안전사고율도 증가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신 단장은 "신행주대교ㆍ성수대교ㆍ삼풍백화점 붕괴 등으로 부패가 안전을 위협한다는 점이 드러난바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설계ㆍ감리제도 내실화, 건설 인력 고용 안정, 현장 중심의 품질 확보, 시설물 안전관리 체계, 제도 개선 및 건설 산업 육성 등을 이뤄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 단장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을 위해 세 가지 대안을 제시해 이목을 끌었다. ▲모든 건축물의 허가권자의 적극적 개입 ▲허가권자에게 가장 큰 책임 부여→부실 설계 및 감리에 대해 책임 부과→부실 설계 원천 차단→내진설계 유도 ▲사람(기술자ㆍ노동자)을 우선하는 인식 전환과 행동 등이 이에 해당된다.

■ 박홍근 서울대 교수

"내진설계가 모든 건물에 정확히 적용돼야"



세 번째 발표자로 나선 박홍근 서울대 교수(대한건축학회)는 `내진설계의 적정성 확보`에 초점을 맞춰 발제를 진행했다.

먼저 박 교수는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기 때문에 대비가 필요하다. 경주 지진 당시 주구조체뿐만 아니라 비구조재와 한옥 및 문화재도 피해를 입었다. 지진은 불예측성이 큰 만큼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는 내진 대책이 필요하다"고 내진설계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박 교수는 "특히 저층 건물의 위험이 큰 이유는 내진설계가 부실해서다. 모든 건축물에 내진설계 적용과 안전 확인을 의무화해야 한다"며 "특히 건축물 내진설계를 비전문가가 수행하고 법적 책임을 지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밖에 없다. 게다가 국내 저층 건물의 내진설계 현황은 일본 내진설계 위조 사례와 다를 바 없어 더 경악스럽다"고 우리의 어두운 현실을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박 교수는 ▲비구조재에 대한 내진설계 적용 확대 ▲`최소 3층 이상 건축물`로 구조 전문가 의무 참여 범위 확대 ▲지역건축안전센터의 설치 및 운영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또한 그는 "「건축법」의 개정 또는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내진설계가 모든 건물에 정확히 적용되도록 실행ㆍ검증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김영훈 대한건축사협회 법제위원장

"안전불감증 만연 사회… 건축구조기술사 확보 절실"



마지막 주자로 단상에 오른 김영훈 대한건축사협회 법제위원장은 `건축 과정의 내실화 제고 방안`에 방점을 두고 발표를 진행해 나갔다.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건축물과 관련된 `안전불감증`이 현재 진행형인 데다 `자연재해는 (별 탈 없이) 지나가겠지`하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다"며 "경주 지진 피해의 대부분도 건축물의 유지 관리 미흡 및 부실시공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하지만 건축구조기술사 자격증 소지자는 941명, 구조기술사 업무 수행자는 860명, 구조기술사사무소는 396곳에 불과하다"며 "연간 약 12만 건 이상의 허가 대상 건축물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건축구조기술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이다"고 강조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김 위원장은 ▲건축 공사 감리자의 독립성 확보 및 대가 현실화 ▲건축물 유지관리 제도 강화 ▲시공자의 업무 책임성 강화 및 무면허 근절 등을 제시했다.

■ 토론회

다양한 의견 제시 이뤄져…
官 "지역건축센터 건립 추진" 民 "내진설계 강화 따른 건축비 상승 대비해야"



주제 발표에 이어 진행된 토론에는 부산대 건설융합학부 오상훈 교수를 좌장으로 해 ▲국토교통부(엄정희 과장) ▲서울시(황일람 과장) ▲대한건축학회(박홍근 서울대 교수) ▲대한건축사협회(김영훈 위원장)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김성호 부회장) ▲한국건설기술연구원(유영찬 소장) ▲한국지진공학회(유은종 교수) ▲대한건설협회(최재균 실장) ▲감리업계(희림) ▲건설업계(현대건설) ▲시민 단체(신영철 경실련 단장) 등이 참석해 갑론을박을 이어 갔다.

엄정희 국토교통부 건축정책과장은 "허가권자의 구조 안전 확인서, 설계도서 검토 전문성 제고를 위해 각 지자체가 건축사, 건축구조기술사 등을 채용해 설계도서 검토 및 공사 현장 점검 등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역건축센터 설립을 추진 중이다"며 "오는 12월 센터 설립 근거 등을 담은 「건축법」 개정안 발의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패널들은 감리제도의 운영 개선과 내진설계 강화에 따른 공사비 상승 등과 관련해서 다양한 의견을 쏟아 냈다.

최재균 대한건설협회 실장은 "내진설계 강화로 내진 성능 향상, 안전성 확보가 가능한 반면 설계 공사비의 과잉 논란이 우려되는 만큼 내진설계 강화로 인한 공사비 상승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영진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DCM/QC본부 소장은 "건축설계사도 구조설계에 대한 지식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훈 대한건축사협회 법제위원장은 "건축사는 넘쳐나는데 감리자는 적은 게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토론회 말미에 오승환 교수는 "오늘 토론회는 국내 건축물의 내진 현황을 파악하고 내진설계의 적정성과 시공 과정의 내실화 등에 대해 발표와 토론이 이뤄졌다"며 "지진에 대한 관심이 높은 지금 내진설계에 대한 패러다임을 제시한 의미 있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한편 전현희 의원은 지난 3일 토론회의 후속 조치로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분양업자는 건축물의 분양 광고에 내진설계ㆍ공법을 포함해야 하고 건축물 분양 광고를 접하는 국민에게 건축물 안전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사전에 고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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