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부동산 / 등록일 : 2016-11-11 15:28:57 / 공유일 : 2016-11-11 20:02:22
HUG의 ‘잘못된 포옹’에 정비사업은 숨이 막힌다!
repoter : 민수진 기자 ( vkdnejekdl@naver.com )


최근 정부가 미분양 대책의 일환으로 `미분양관리지역` 카드를 꺼내 들어 신규 분양을 앞둔 건설사와 재개발ㆍ재건축 조합들의 수심이 깊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 정책에 따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도 일찌감치 행동에 나선 상태다. HUG는 지난달(10월) 17일부터 `미분양관리지역 분양보증 예비심사제도`를 시행했다. 이는 미분양관리지역에서 분양 대상 주택사업 등을 실시하고자 하는 경우 대지 매입 전에 반드시 HUG 예비심사를 받도록 한 제도다. 미분양관리지역에서 예비심사를 받지 않으면 분양보증 심사가 거절된다.

다만 ▲임대사업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에 따른 정비사업 ▲사업계획승인(건축허가 포함)을 받은 이후 매입하는 대지 등은 미분양관리지역 분양보증 예비심사제도의 제외 대상이다.

유관 업계는 이름 자체에 `미분양`이란 단어가 달려 있어 그에 따른 이미지 실추가 예상되는 데다 나빠진 인식이 해당 사업에 피해를 줄 여지가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신규 분양을 앞둔 건설사들은 분양보증을 독점한 HUG의 `갑질` 횡포라는 주장을 펴며, 미분양관리지역 지정 부작용을 조속히 보완하지 않는다면 시장(市場)에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선 형국이다.

`미분양 꼬리표` 자체가 불이익인데…
업계 "HUG의 시장 숨통 조이기 횡포"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된다면 추후 해제되더라도 `부당한 꼬리표` 탓에 해당 사업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전반의 판단이다.

실제로 건설업계 한쪽에서는 미분양관리지역 테두리 안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업 결과가 우려스럽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업성이 좋더라도 미분양관리지역이란 꼬리표 때문에 실수요ㆍ투자수요 등이 현저히 떨어지는 등 선입견에 부딪혀 사업이 정체되거나 미뤄지고 있다"면서 "특히 미분양 리스크가 심한 지방의 경우 수요자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줘 되레 미분양 물량이 늘어날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고 토로했다.

미분양관리지역은 단기적, 일방적인 지표로만 분양시장을 판단하며 부동산시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영산대학교 부동산연구소 심형석 교수의 의견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지난 8일 심 교수는 "매달 미분양관리지역이 공표되는 것은 단기적으로만 지역 부동산시장을 판단할 수 있고, 지정과 해제가 반복되면서 시장에 혼란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면서 "미분양관리지역 지정을 정부의 공급 축소 정책의 일환으로 판단해 건설사들이 물량 밀어내기에 나설 경우 역으로 분양시장이 과열될 우려도 내재돼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시중은행 중도금대출 조건 등이 까다로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분양관리지역`이 갖는 부정적 이미지는 대출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란 게 건설업계의 주장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시중은행은 분양 지역이나 건설사의 신용 등과 관계없이 모든 중도금대출을 해줄 수 없는 입장이라 미분양관리지역의 경우 피해가 불가피하다"면서 "당사의 경우에도 시중은행과 HUG의 압박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미분양관리지역 사업장의 시공자는 물론, 조합(원)들의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직접 공급 물량 조절에 나서는 정책을 마련한 만큼 미분양은 소진될 수 있으나, 시장 거래가 활성화할지는 의문"이라며 "HUG가 분양보증을 전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분양 관리까지 나선다는 것은 사실상 업계의 숨통을 조이겠다는 것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 건설사 입장에선 이 제도가 미분양관리지역이 아닌 곳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유인으로 작용할 테고 이는 시장 양극화, 나아가 주택시장 침체를 야기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분양관리지역 26곳은 이미 `비상`
조합들 "사업 피해 우려로 잠 못 이뤄"



`미분양관리지역`은 이미 일선 현장에 `잠 못 이루는 밤`이란 원치 않는 선물을 안겨줬다. 이번 조치로 시장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정부의 설명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지난 3일 HUG는 2차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전국 26곳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지난달(10월) 14일 선정한 1차 24곳에서 전북 전주시와 경북 경주시 등을 추가한 것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수도권은 ▲인천 연수ㆍ중구 ▲경기 고양ㆍ남양주시ㆍ광주ㆍ시흥ㆍ안성ㆍ평택 등 8곳, 지방은 ▲광주 북구 ▲울산 북구 ▲충남 공주ㆍ아산시 ▲충북 제천ㆍ청주시 ▲전남 나주시 ▲전북 군산ㆍ전주시 ▲경남 김해ㆍ창원시ㆍ고성군 ▲경북 영천ㆍ포항ㆍ경주시, 예천ㆍ칠곡군 ▲강원 춘천시 등 18곳으로 구분된다.

앞서 선정됐던 고양시와 남양주시의 경우 11ㆍ3 대책에 포함된 공공택지는 (가칭) 청약과열지역이라 제외했다. 이는 남양주시가 미분양관리지역에 포함되면서 완판 열풍이 불었던 다산신도시가 낭패를 본 후 업계에서 미분양관리지역 선정 기준의 모호함을 지적하자 이를 불식시키기 위한 HUG의 임시방편인 것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미분양관리지역 지정으로 분양 예정 단지들이 분양 시기를 결정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유관 업계에 따르면 HUG의 분양보증 독점에 미분양관리지역의 대규모 택지지구가 아닌 경우 분양 계획 자체를 접은 소형 단지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의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인 송도국제도시와 영종하늘도시는 미분양 여부를 떠나 택지지구인 만큼 조직적ㆍ순차적 분양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제도로 인해 공급 지연이 불가피해져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물론 공급 조절이란 장점도 있으나 수요자들에게 부정적 낙인이 찍힐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역내 온도 차와 더불어 시장 위축을 가져올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인천 지역 분양 단지의 청약 성적이 큰 차이를 보였던 사실은 이 같은 전망에 무게를 실어준다. 이에 대해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인천 연수구에서 분양에 나선 2개 단지 가운데 1개 단지는 1순위 마감을 기록한 반면 다른 단지는 2순위에서도 미달돼 미분양을 기록했다"고 귀띔했다.

지난 8일 전주시의 한 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전주시가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됐다. 현재 우리 조합은 중도금대출 등을 마무리 짓고 착공에 들어가 이에 따른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미분양관리지역의 사업장이기에 이미지가 실추되고 사업 지연이 우려되는 등의 문제로 주변 조합들이 잠을 못 이룰 정도로 시름이 깊다는 이야기를 들은바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조합 입장에선 미분양관리지역 안에서 사업을 하는 터라 절차상 차질을 빚을 경우 사업 지연으로 인한 추가부담금이 발생하는데, 이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이 떠안게 돼 자칫하면 조합-조합원 간 갈등을 조장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우려가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날 광주 북구의 한 재개발 조합장은 "사업계획을 세우던 중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됐다. 내년 3~4월께 관리처분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라 아직 일반분양 단계까지 시간이 있으나,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며 "시공자 등 협력사들과 함께 미분양관리지역 지정에 따른 후폭풍 등을 검토하고 대비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市場은 아우성인데 HUG는 `무사태평`
HUG 측 "예비심사 대상도 아닌데…"
업계 "인식ㆍ제도 개선 시급… 민관이 함께 `묘수` 찾아야"

이토록 고민에 빠진 일선 현장과 달리 HUG는 이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어 비난을 사고 있다. 지난 8일 HUG 미분양관리지역 담당자는 관리지역 내 사업장 피해에 대해 "도시정비법에 따른 정비사업을 하는 곳들은 미분양관리지역 분양보증 예비심사 대상에서 제외되는데 (왜 호들갑이냐)"라고 말했다.

이 담당자는 최근 업계에서 문의가 빗발치고 있는 미분양관리지역 지정 기준에 대해서도 "주택사업자들이 가장 불만인 것은 HUG가 시ㆍ군ㆍ구의 넓은 단위로 미분양관리지역을 지정해 미분양이 있는 곳이란 부정적인 지역으로 인식된다는 점일 것이다"며 "이에 대해 HUG는 현재 실무적으로 세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일선 현장 관계자들이 밤잠을 설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공무원 사회에 만연한 무사안일주의가 엿보이는 부분이라는 지적이다.

HUG 측의 태연자약한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이 담당자는 `미분양 꼬리표`와 그에 따른 피해에 대해서도 "해당 지역 안에서도 각 단지마다 분양성에 차이가 있으며, 시중은행에서도 개별 단지의 분양성 등을 점검한 이후 심사하기 때문에 꼭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됐다는 이유만으로 대출을 받기 어려운 것은 아니다"고 말했는데, 이를 접한 업계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분노를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이 같은 HUG 측 인식은 현재 현장에서 요구하고 있는 제도 개선이 당분간 요원할 것이란 점을 예측하게 한다. 실제로 이 담당자도 "미분양관리지역 지정 기준에 대해 검토하고 있으나 현행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잘라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미분양관리지역 내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장의 이미지 실추에 따른 사업 피해와 건설업계의 중도금대출에 대한 고충 등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봤을 때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미분양관리지역은 분양 물량을 함께 고려하고, 분기별로 지정하며, 공급 축소에 따른 부작용을 면밀히 파악해 나가야 한다. 나아가 미분양 과다 발생에 따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분양 물량에 대한 규제보다는 분양가에 초점을 맞춘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민관이 협력해야 할 문제다. 훗날 더 큰 피해를 낳지 않도록 미분양관리지역 사업장들의 우려를 해소하고, 건설업계의 숨통을 트이게 해줄 `묘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는 나아가 시장의 불확실성 하나를 제거하는 방안이 되기 때문에 시간을 끌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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