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부동산 / 등록일 : 2016-11-11 15:42:15 / 공유일 : 2016-11-11 20:02:25
이름은 ‘HUG’인데… 다가갈 수 없는 ‘주택도시보증공사’
repoter : 유준상 기자 ( Lostem_bass@naver.com )


분양보증은 최근 부동산시장의 `뜨거운 감자`다. 정부가 지난해 4월 분양가상한제 폐지 이후 무서운 기세로 치솟고 있는 분양가를 제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고 있어서다. 얼마 전 4500만 원/3.3㎡에 달하는 분양가를 책정하려던 강남구 개포주공3단지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보증을 네 차례나 퇴짜 놓아 이를 4137만 원으로 끌어내린 게 대표적인 예다.

그런데 최근 고분양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분양보증 단계에서 제동이 걸리는 사례가 있어 눈길이 쏠린다. 이달 초 HUG는 송파구 풍납우성(재건축)의 분양보증서 발급을 보류했다.

이에 본보는 억울한 상황을 호소하고 대안을 요구하기 위해 직접 HUG 본사(부산)로 찾아 나선 풍납우성 재건축 조합원들을 밀착 취재해 봤다. 아울러 정부 눈치나 살피며 일선 현장을 괴롭히고 있는 HUG의 태도에 문제는 없는지 등을 살펴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봤다. - 편집자 주

일언반구 없이 분양보증 지연시킨 HUG… 부산으로 향한 풍납우성 재건축 조합원들의 분노

이달 1일 이른 아침 풍납우성 재건축 조합 임원 등 관계자 20여 명이 집결했다. 오전 8시께 한 대형 버스는 이들을 태우고 부산 남구에 위치한 HUG 본사를 향해 달렸다.

사건의 발단은 다음과 같다. 풍납우성은 2009년 12월 조합 설립, 2014년 4월 사업시행인가 등을 거쳐 지난해 11월 관리처분인가를 받는 등 순탄한 행보를 보여 왔다. 지난 10월 6일에는 멸실 신고를 마치고 이달 초 착공 신고서까지 접수시켰다.

하지만 그 다음 절차가 HUG의 발목 잡기로 지연되고 있다. 조합 측은 지난달(10월) 13일 HUG에 시공보증서와 함께 분양보증서 발급을 신청했다. 그런데 통상적으로 신청일로부터 5~7일이면 발급되는 분양보증서가 그달이 다가도록 발급되지 않았다. 더욱 조합원들의 화를 돋운 건 그 기간 내 HUG로부터 어떠한 연락이나 통보도 받지 못했다는 점이라고 조합 관계자는 전했다.

풍납우성 김태식 사무장은 "지난달 18일 시공보증이 나왔는데 분양보증은 감감무소식이다. 정상적으로 추진됐을 경우 충분히 보증을 받을 수 있었던 그달 24일 HUG에서 갑작스레 토지 조사 부분에 대한 보완 사항을 조합 측에 요구해 왔다. 하지만 토지 조사 부분은 분양보증을 며칠씩이나 지연시킬 만큼 중요 요소가 아니다. 시간이 한참 흘렀는데도 단순히 확인만 하면 될 일을 갖고 10여 일을 허비한 셈이다. 하루가 다르게 추가부담금이 쌓여 가고 있는 조합원 입장에서는 피가 마르는 대목이다. 이번 HUG 본사 방문은 HUG에 그 이유를 듣고 적절한 조치를 약속 받기 위해서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풍납우성 분양보증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현대산업개발 윤여찬 부장은 "현재 HUG에서 독점적으로 분양보증서를 발급하도록 돼 있는 구조라 HUG가 보증서를 발급해주지 않으면 분양 지연을 막을 방도가 없다. 중요한 점은 풍납우성이 고분양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분양보증 요건에 따르면 분양가를 주변 시세의 10% 범위를 벗어나지 않게 해야 하는데 풍납우성의 경우 일반분양가가 3.3㎡당 평균 2605만 원 수준으로, 이미 준공된 인근 `잠실파크리오`(옛 잠실시영ㆍ송파구 신천동)나 지난해 분양한 `송파헬리오시티`(가락시영 재건축)보다도 외려 시세가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풍납우성이 입은 피해는 심각하다. 통상 일주일 내 보증서가 발급되는 점을 고려해 이달 1일 분양공고를 내고 4일 본보기 집을 개관하려 한 당초 조합 측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특히 이달 중에도 분양 시기를 놓친다면 분양시장 비수기인 겨울로 접어드는 데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가 `규제 완화`에서 `규제 강화`로 바뀌고 있어 그에 따른 사업 불확실성 증대는 사업 지연으로 인한 표면적인 피해보다 더 클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간담회 현장]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풍납우성 "조속히 발급해 달라" vs HUG "11ㆍ3 대책 발표 후에"
조합원들 "큰집 잔치에 작은집 돼지 잡는 격… 피가 마른다"… 지난 9일 기준 `미발급`

버스는 5시간 반을 달려 부산 남구 문현동에 위치한 HUG 본사에 도착했다. 이윽고 풍납우성 조합 대표자들은 HUG 본사 회의실에서 심사 담당자들과 마주했다. 형식은 간담회였지만 의제를 놓고 서로 의견 개진을 하면서는 열띤 공방이 이뤄졌다.

조합은 우선적으로 분양보증 발급 지연 사유를 설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HUG 분양보증을 총괄하는 임윤순 심사평가처장은 "이달 3일 발표되는 `주택시장 안정적 관리 방안`의 내용에 따라 제도가 바뀌기 때문이다. 분양보증을 먼저 발급한 후 갑자기 제도가 바뀔 경우 혼선이 생길 여지가 커 외려 일반분양 입주자들이 피해를 보는 부분이 생긴다. HUG는 정부 기관으로서 제도 변경으로 인한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풍납우성뿐만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20여 곳의 보증 발급을 제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은 변명에 불과하다는 게 풍납우성 조합 대표자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이들은 특히 HUG가 풍납우성과 비슷한 시기에 분양보증을 신청했던 정비구역들의 분양보증을 허가한 사례를 들며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사 A씨는 "마포구 `신촌숲아이파크`(신수1구역 재건축)은 지난달 10일 발급이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럼 적어도 그달 3일 분양보증 접수가 됐다는 이야기다. 영등포구 `신길뉴타운아이파크`(신길14구역 재개발) 역시 지난달 19일 발급이 이뤄졌다. 우리와 비슷하게 넣은 것이지 않느냐. 심지어 용산구 `용산롯데캐슬센터포레`(효창5구역 재개발)는 같은 달 26일 발급된 것으로 확인이 됐는데, 계산해 보면 우리 접수일(10월 13일)보다 최소 5~7일 늦은 것인데 이게 말이 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HUG 측은 절차상 시공보증을 먼저 받아야만 하는 상황에서 시공보증과 분양보증을 동시에 접수시킨 풍납우성의 경우 분양보증이 뒤로 밀렸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HUG 서울동부지사 김성원 팀장은 "지사에서 현장의 보증서를 직접 발급하는 담당자로서 여러분들께서 오해하고 있는 부분을 말씀드리겠다. 관련 법상 시공보증을 먼저 받은 후 착공 신고서를 제출해야 분양보증을 받을 수 있다"면서 "그런데 풍납우성은 지난 10월 13일 분양보증을 접수시킨 것은 맞지만 그달 17일 시공보증이 먼저 발급됐다. 그 이후 부동산 정책이 발표되는 시기에 분양보증 처리 기간이 맞물리면서 보증이 일시적으로 지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합 측은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대의원 B씨는 "그렇지 않다. 지난달 17일 시공보증이 먼저 나왔다고 해도 통상적인 과정상 분양보증을 발급할 수 있는 시간과 여력이 충분했다. 또한 공사 측에서 요구한 (법정) 요건을 모두 갖췄다. 하지만 공사 측은 보완 사항을 유선, 서신 등으로 전달해주지도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공사 입장에서 정책적 과도기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나 아직 발표되지도 않은 정책의 소급 적용 가능성을 염두에 둔 처사는 `너희는 기다리고 있다가 폭탄(부동산 규제)이나 맞아라`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나아가 분양보증 요건을 모두 충족한 풍납우성이 단순히 강남3구(강남ㆍ서초ㆍ송파구) 중 한 곳에 속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보증을 내주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사 C씨는 "강남3구 중에서도 3.3㎡당 4000만~5000만 원에 육박하는 반포ㆍ잠원 지역 등은 정부의 눈치를 볼 수 있다. 하지만 풍납우성을 이들과 비교하면 안 된다. `착한 분양가`로 알려진 가락시영은 지난해 3.3㎡당 2626만 원에 분양됐다. 우린 심지어 1년 뒤인데도 이보다 낮은 3.3㎡당 2605만 원에 분양가를 책정했는데 이런 점을 반영하지 않은 채 단순히 강남 3구라는 이유만으로 규제 대상이 돼 버려 가슴이 아프다. 이는 `큰집 잔치에 작은집 돼지 잡는 꼴(아무 이해관계도 없는 일에 억울하게 희생당함)`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고 하소연했다.

풍납우성 재건축 조합 이상호 조합장은 "막대한 사전 홍보비용이 투입되고 당초 계획했던 11월 1일 일반분양 입주자모집공고는 불가능한 일정이 돼 버렸다. 11월에 분양하지 못하면 우리는 (분양 비수기를 피해) 내년 봄은 돼야 분양에 나설 수 있게 되는데, 이때는 금리나 정부 정책 등이 지금과 얼마만큼 달라질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에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심정"이라며 "HUG가 이를 고려해 적절한 대안을 마련하고 신속히 조치를 취해줬으면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집회 신고를 하고 다시 찾아올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이에 대해 임윤순 HUG 심사평가처장은 "저희도 풍납우성의 사정을 충분히 알고 있다. 하지만 정책 이후 보증 업무에 들어가야 하는 순서는 바꿀 수 없다. 다만 정책 발표 후 풍납우성 보증을 지사에서 최우선해 발급하도록 지시하겠다"고 답했다.



HUG 행보는 `모순` 넘어 `위법`?!… "지시 없는 자의적 판단은 `직권남용`"

한편 HUG 측 해명을 접한 유관 업계는 모순을 넘어 위법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11ㆍ3 대책은 명시적인 법안이나 구체적인 시행령 등이 아니라 정부 정책의 대략적인 가이드라인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를 이유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요청하는 분양보증을 지연시키는 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반적인 의견으로 나타났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부 정책이 발표되기도 전에 소급 적용 또는 시장 혼란을 이유로 이전까지 별 문제없이 진행되던 일에 제동이 걸린다면 누가 사업을 하겠는가"라고 되물으며 "이번 풍납우성 사태는 HUG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선의의 피해자만 양산하는 꼴인 만큼 전향적인 자세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한 정비사업 전문가는 "HUG는 `분양보증서를 발급하더라도 갑자기 새 정책이 발표ㆍ적용되면 혼선이 생기게 되고, 풍납우성 일반분양 입주자들이 피해를 본다`고 발급 지연 사유를 댔는데, 그럼 조합원들이 피해를 보는 것은 괜찮다는 말인지 묻고 싶다"며 "분양보증 단계에서 HUG의 정권 눈치 살피기 탓에 피해를 입은 단지가 전국적으로 20여 곳에 이른다. 하루하루가 돈인 정비사업의 특성상 사업 지연과 분양 시기를 놓친 데 따른 조합원들의 피해를 HUG가 배상해줄 것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HUG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지연되고 있는 곳은 5~6곳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다른 한쪽에서는 HUG가 자의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근거 자체가 모호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간담회 당일 HUG 측은 "이번 결정은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 및 정부 산하기관으로부터 통보를 받고 행한 것은 아니다"고 밝힌바 있다. 정부 지침이 없는 상황에서 국토부 장관의 감독을 받는 HUG가 적법한 요건을 갖춘 분양보증을 자의적으로 일정 기간 동안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이 명시된 법제는 어디에도 없어 이를 `직무유기` 또는 `직권남용`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나아가 HUG의 자의적인 분양보증 지연은 `정권 눈치 보기`라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한국주택문화연구원 노우창 기획1실장은 "「주택도시기금법」 제1조에 따르면 주택도시보증공사 설립의 목적은 `주거 복지 증진과 도시재생 활성화를 지원함으로써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HUG가 정부 눈치를 보느라 대국민 서비스와 삶의 질 향상이란 가장 중요한 목적을 망각한 것 같아 안타깝다. `포옹`이란 뜻을 담고 있는 HUG로 이름을 지은 데는 나름대로의 철학을 담고 있을 텐데 그 이름에 걸맞지 않게 국민의 고통을 외면할 경우 `따뜻한 포옹`으로서의 HUG가 아니라 `거머리처럼 들러붙는다`는 의미의 HUG로 인식되며 외면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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