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 책 / 등록일 : 2014-02-24 15:17:31 / 공유일 : 2014-03-07 18:47:21
창백한 날의 자화상
repoter : 안무월 ( dsb@hanmail.net )


창백한 날의 자화상 
진종문 시집 / 진실한사람들 刊

  시를 쓴다는 것이 때때로 두렵다. 시라고 써 내놓으면 그 시가 나를 우습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내게서 태어나 내 자식이 된 이 녀석이 자신이 못생겼다고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것이다. 대체로 부모는 자기 자식이 귀엽다. 나도 그렇다. 그런데 이 녀석이 스스로 자신을 부끄러워 하니 이를 어쩌란 말인가. 아니야, 그 정도면 잘 생긴 거야, 하고 염치불구하고 계속 낳아야 하는가, 아니면 낳기를 그만 중단해야 하는가. 이 기로에서 나는 그래도 시를 쓰는 편에 선다. 정직하게 말하면 못 견디게 낳고 싶어서이다. 자손을 번식하고 싶은 욕구라 할까, 그것이 내 안에서 용솟음치고 있는 것이다.
  내가 낳은 자식이라도 품 안엣 적 자식이다. 젖을 먹을 때 어머니 품으로 달려들지 장성하면 밖으로 나가려든다. 할 수 없다. 내보내야 한다. 그리고 멀찍이 서서 남들에게 욕이나 먹지 않기를 늘 기도하며 바라봐야 한다. 내 자식이라는 인륜을 끊을 수는 없지만 이제는 다른 사람의 자식으로 내놓을 수밖에 없다. "제발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자식이 되어라. 그 사람들의 품에 안기어 소중히 여김을 받아라." 낳은 부모의 책임은 생각지 않고 자식이 사랑 받기만 기대하는 이 어리석음과 무책임, 이런 마음으로 이 시집을 내놓는다.
  나도 떡으로만 살 수 없어 시를 쓰고 이렇게 세상에도 내놓는다. 사람은 떡으로만 살아서 안 된다고 올곧게 주장하는 사람들이 읽어주셨으면 한다. 그 마음 밭에 예쁜 싹이 나고 꽃이 핀다면 더 무얼 바라겠는가. 그것이 나에게는 더없는 보람이고 결실이다. 독자 모두의 심령에 평화와 안식이 깃들기 바란다.
전종문, 시인의 말(책머리글) <심령에 평화와 안식이 깃들기를 바라며> 중에서


     - 차    례 -

시인의 말

제1부 차별하지 않는 꿈 
새 해
늦어지는 봄
진눈깨비

봄이 오네
그 해변의 새벽
입춘(立春)에 핀 꽃
제비꽃
차별하지 않는 꿈
완충지대

제2부 여름 풍경
산과 나
여름 풍경
오늘은 좋은 날
파 도
바 람
산의 교훈
얄밉다
빛과 어둠
땀 냄새
쓸데없는 걱정

제3부 해가 진다고 그 밤이겠는가
가을이 오면 미치겠다고
9월엔
가을에 도지는 병
찬란한 아침
해가 진다고 그 밤이겠는가
고요한 밤
하 늘
가을 비
진정한 행복

한 마리 황새의 사색
늦가을

제4부 공원 벤치
눈 내리는 날
푸른 꿈
겨울 바다
바람에게도 길이 있는가
눈이 내리는 날에는
겨울에 내리는 비
세월 속의 인생
공원 벤치
달력에 매달린 세월
다니다 보면
끄트머리

제5부 내가 눈을 감는 것은
같이 산다는 것
창백한 날의 자화상
냉 전
고 독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해가 설핏하면
조금은 시끄러운 곳
어머니의 꽃밭
내가 눈을 감는 것은
껍데기
어머니 마음
왜 비가 내리는가
며느리가 고맙다
딸에게 거는 전화

제6부 엑스트라
콩팥에서 살 한 점 떼어내고
아픔에 대하여
책이 쌓이는데
망각이라는 이름의 열차
KTX를 타고
엑스트라
낮 달
세월의 무게
그때가 좋았다
설악산으로 가는 걸음아
향적봉에 오르면
올레길
고산(孤山)의 숨소리
활화산

제7부 세상을 깔고 누워
진실과의 대화
비둘기 세 마리
부지깽이의 향변
세상을 깔고 누워
그래도, 살긴 살아야 하나요?
물의 길
그 자리
악 취
떡 같은 인생
좌우지간
언제까지
아가야, 이제 그만 촛불을 끄자
폭우

[2014.02.10 초판발행. 139쪽. 정가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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