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 책 / 등록일 : 2014-03-19 16:54:22 / 공유일 : 2014-03-22 02:20:35
몸이 말을 건다
repoter : 안무월 ( dsb@hanmail.net )


몸이 말을 건다 
장영숙 에세이집 / 문학관books 刊

  불혹의 끝자락에 운명처럼 조우하여 늦깎이로 겁 없이 뛰어든 문학의 세계.
  그리고 어느 새 하늘의 이치를 안다는 지천명을 훌쩍 넘긴 나이. 
  되돌아보니, 치열하게 살아온 지난 내 삶의 면면들이 모두 한결 같이 한 편의 수필처럼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팔 남매의 종갓집 맏며느리로, 가부장적이고 깐깐하기 이를 데 없는 한 남자의 아내로, 그리고 두 아이의 엄마로, 게다가 미래 꿈나무들의 교육을 책임진 교육자로 1인 多역을 살아내느라 앞만 보고 숨 가쁘게 달려 온 삶이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삶에 겨워 돌보지 못한 내 마음밭은 날이 갈수록 메말라 갔습니다. 주변의 돌, 나무, 꽃, 삼라만상, 그 어느 것도 허虛해진 마음속을 채워주진 못했습니다. 그때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를 만나듯 수필을 만났습니다. 수필은 아무것도 품을 수 없어 잡초조차 자랄 수 없는 황무지가 돼버린 삭막한 내 마음밭 깊숙한 곳까지 단비가 되어 촉촉이 스며 들었습니다. 
  묵정밭처럼 오래도록 버려졌던 빛바랜 꿈이 단비를 머금고 서서히 발아하기 시작, 조금씩 자라나 파랗게 싹을 퇴우고 꽃을 피우더니 세찬 비바람 다 견뎌내고 드디어 첫 열매를 맺었습니다. 
  더러 군데군데 흠집투성이의 볼품없는 열매지만 첫 수확이기에 더없이 의미 깊고 감격스럽습니다. 소박하지만 첫 수확의 기쁨을 함께 누리고자 합니다. 
  슬플 때나 기쁠 때나 혹은 외로울 때나 틈틈이 써온 진솔한 내 삶의 이야기를 선별하여 감히 '에세이'란 이름표를 붙여 세상에 내놓습니다. 
  이제 시작이기에 과한 욕심은 부리지 않았습니다. 그저 한 편 한 편 진심을 담았습니다. 다소 설익어 거친 필력일지라도 '첫 작품'이라는 말로 위안 삼으려 합니다. 활자화된 소소한 내 일상들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신 듯 가슴에 온기를, 행복을, 그리고 보통사람들의 삶의 향기를 느끼게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기꺼이 족하겠습니다.
장영숙, 책머리글 <책을 내면서> 중에서

  작품소재를 문학적으로 승화시키지 못했을 때는 한계에 부딪치게 되지만, 장영숙의 작품은 소재마다 가공과정이 잘 이뤄지고 있어 정서적인 면으로도 안정을 취하며 신비적 이미지까지 더해주고 있다.
  단순히 지난 시간을 기록하거나 회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학성을 추구하는 작가로서 문학적 작품이 되기 위해 비상을 도모하는 실력을 발휘한다.
  감수성의 차이에서 작가의 예술성과 성품이 드러나고 있다. 감수성이 메마르면 살아있어도 사는 게 아님을 느끼게 한다. ‘세상의 모든 것은 경이롭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함을 가르쳐 주고 있어, 정신적 젊음과 육체적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까지 제시해 주고 있다.
  작품마다 감성의 응집체와 철학이 녹아있어 문장이 생동감 있게 살아있는 것이 특징이다.
윤재천(전 중앙대 교수. 한국수필학회장), 해설 <감수성의 미학, 삶을 해부하며 작품에 몰입하는> 중에서


        - 차    례 - 

책을 내면서

제1장 얼굴반찬이 그립다
몸이 말을 건다
낙화암에 꽃비 내리고
얼굴반찬이 그립다
다시래기
웃어보소
장바구니에 담아온 행복
가슴에 피는 꽃
화려한 일탈
커피 한 잔
누가 내 밥을 가져가나

제2장 노래하는 벤치
갈치 한 토막
절구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花草는 나에게
노래하는 벤치
하모니카 할아버지
몸을 낮추고, 눈을 크게 뜨고
돌 다방 이야기
못난이 항아리
덤 & 손덤
만남, 그 특별하고 아름다운

제3장 四거리와 思거리 사이에서
사랑草 꽃피는 까닭은
소나기 마을에서 그려보는 첫사랑
가슴으로 부르는 노래
四거리와 思거리 사이에서
둥지 밖 세상을 꿈꾸다
찰떡궁합 K여사와 L여사
하회탈, 꽃을 피우다
반짇고리
삼성산 메아리

제4장 대박을 꿈꾸다
그래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
농담 한마디 때문에
대박을 꿈꾸다
하루를 저당 잡힌 남자
할미꽃 왕국에 봄이 오다
낙엽이 전해준 가을편지
내 마음은 호수요
맞지 않는 옷
마음에 새긴 흔적

제5장 그해 2월은 잔인했다
흉몽 홀릭
나의 살던 고향은
그해 2월은 잔인했다
학의천의 가을
천 년의 숨결, 가슴에 품다
어머니의 눈물
雨요일, 대공원에서
세밑 단상斷想

제6장 짧은 글 긴 여운
- 아포리즘 수필 그리고
두통
고향집이 늙어간다
봄은 숲에서 온다
목소리를 돌려주오
시골 아낙
잃어버린 기억 저 너머
독백
바람의 입맞춤
퍼즐 맞추기
비, 그리고 능소화
꿈꾸는 어름사니
수릿날 풍경
연병장 통신
바람 부는 날 억새밭에는

해설 | 감수성의 미학, 삶을 해부하며 작품에 몰입하는_윤재천

[2014.01.25 발행. 296쪽. 정가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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