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 책 / 등록일 : 2014-02-24 13:02:37 / 공유일 : 2014-03-07 18:48:41
2013 연간대표수필선집
repoter : 안무월 ( dsb@hanmail.net )


2013 연간대표수필선집 
월간 [수필문학] 2013ㄴ녀 12월 특대호 

  수필은 사유의 문학이다. 작가의 인생관을 일정한 체험의 바탕 위에 그려내는 창작 과정이다. 그래서 우리는 수필을 단순한 기록이라고 부르지 않고 문학의 한 장르라고 부른다. 다시 말해 수필은 체험을 바탕으로 그리되 체험 그대로가 아닌, 체험을 해체하여 이를 새롭게 재구성하여 창작한 것이 엄밀한 의미의 수필문학이다.
  오늘날 우리 수필은 많은 사람들이 문학수필과 생활수필을 구별 없이 인식하고 평가하는 편견을 갖고 있다. 일반 독자는 물론 다른 장르의 문인들도 그런 우를 범하고 있다.
  문인들이 쓰는 수필이 재미가 없다는 말을 많이 듣고 서점가에서도 인기가 없는 건 사실이다. 그것은 수필작가들이 대부분 평범한 신변의 소재를 아무런 기복이 없이 사건 중심으로 나열해가기 때문에 긴장과 위기, 고뇌나 반전이 없어서 그렇다. 한 마디로 무미건조하고 천편일률적인 글들이 많다는 점은 부인할 수가 없다.
  문학수필이 재미가 있으려면 문학적 수사력이나 상상이 동원되어야 한다. 수필이 진솔한 자기 체험의 고백이라는 기조로 인하여 지나치게 미화되고 수식되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펴는 작가도 있지만 수필도 엄연한 창작문학이다. 다시 말해 수필이 문학의 경지에 오르려면 체험 위에 또 다른 인생을 그려내는 상상력이 동원 되어야 한다. 수필을 팩트 그대로 옮기는 게 아닐진대 픽션과 같은 형상화를 도모할 수 있을 때 담담하고 격조 높은 문학성의 진미와 재미를 독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세상만사는 변화 없이 발전할 수가 없다. 문학도 마찬가지다. 문학은 변신이라는 실험을 통해 발전해 왔다. 더불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예술은 다양성이라는 전제 앞에 발전되기 마련이다. 지나온 문예사조를 보더라도 고전 문학에서 낭만주의문학으로 자연주의 경향에서 리얼리즘계열로 또 거기서 슈어리얼리즘이 튕겨져 나오고 이것이 다다이즘, 모더니즘으로 거기서 또 포스트모더니즘으로 이렇게 끝없는 변신을 거듭해왔다. 그러면서 문학은 한걸음씩 발전해왔다.
  이제 우리 수필도 변해야 한다. 이는 시대적 요구다. 하나의 사조가 바뀔 때마다 앞선 사람이 나오기 마련이다. 소위 그 시대의 실험작을 쓰는 작가들이다. 실험작은 어느 시대나 당대의 문인들로부터 심한 저항을 받거나 외면 받기 마련이었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
  사람은 누구나 한 자리에 머물기를 좋아 한다. 소위 정처를 정하면 떠나기 싫은 것이 인성이다. 저마다 고향이 있고, 죽어 태어난 곳으로 머리를 둔다는 얘기가 다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느닷없이 지금껏 지켜오던 한 사조를 벗어난 새로운 형식의 글이 등장하면 우선 그 형태부터가 낯설다. 그 시대의 문학답지가 않으니 매서운 비판이 따른다. 이건 어느 장르에서나 거쳐 온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실험작이 있었기 때문에 문학은 그 형태를 부단히 바꿔가면서 다채로운 문학세계를 펼쳐 보일 수가 있었다. 디지털 시대에 모든 것이 변하는데 수필만 변하지 않고 있다. 지금 우리 수필작단엔 그런 제자리걸음의 작품들이 한 달에도 수백 편 씩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들의 글을 크게 대별해서 보면 첫째 신변잡담 류의 수필, 둘째 지식나열식의 수필, 셋째 자기과시의 수필, 이렇게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다.
  그래서 이 사람의 글이 저 사람의 글 같고, 저 사람의 글이 이 사람 글 같은 소위 자신의 트레이드마크가 형성되지 못한 글들이 이 나라 수필작단에 횡행하고 있다. 그래서 이름 석 자만 가리면 그 글이 곧 그 글이다. 이 말은 곧 우리 수필이 그만큼 매너리즘에 빠져 있다는 얘기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이러한 말들이 왜 나오는가. 별로 대단하지도 않는 일상의 경험을 무슨 특별한 사연이라도 있듯이 포장을 해서 내놓는다. 인터넷에 들어가 검색 단추 두어 번만 두드리면 금방 얻을 수 있는 정보나 지식을 마치 자기만이 아는 지식인양 노래하고 있다.
  우선 형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내용의 대폭적인 변환이 있어야 한다. 수필도 이제 사적인 고백이나 감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서 수필에서의 재미, 흥미유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수필이 인접장르의 내용을 상당부분 수용할 포용성을 갖춰야한다.
  소설, 그 중에서도 미스터리적 수법, 판타지적 수법, 우화적인 내용 등이 있듯이 수필도 독자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새로운 형식과 내용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
  요즘은 수필도 세분화 되어 일반에세이, 에로틱에세이, 논설, 트위트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워크, 콩트 수필, 전문성을 띈 장르수필 등이 다양하게 나오는 시대이다. 거짓말, 허구, 상상력이란 단어가 있지만 문학은 그 바탕이 상상력에서 나온다. 상상력은 낡은 것을 새롭게 만든다. 수필에서 상상력이 배제 된다면 그것은 문학이라 할 수가 없다. 더불어 사회가 선진화 될수록 수필의 유형도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 수필가들은 자기 목소리는 높이면서 상대방의 목소리에는 귀 기울이지 않는다. 내 작품이 훌륭하다고 생각하면 남의 작품도 인정을 해야 한다. 이처럼 수필이 다양한 교류를 통하여 퓨전 수필로 형상화 되면 수필문학이 발전하고 새로운 수필시대가 펼쳐질 것이다.
  금년에는 97명의 작품을 선정했다. 수필가가 3천여 명이라는 문단 통계에 따르자면 10의 1의 숫자도 안 되지만 작품 발표지를 따지면 지방의 동인지로부터 중앙의 전문지, 종합지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 등단한 지 10년 내외의 작가, 그리고 문학회 이사급을 주도하고 비교적 글을 잘 쓰는 신진도 몇몇 포함되어 있다.
  이들 작품을 통해 볼 때 수필에 있어서 상상력과 은유의 수사법이 동원되고 재미있는 수필을 위한 실험수필을 시도하는 등 변신의 노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반면 더러는 무관심 또는 마지못해 작품을 낸 회원도 있다. 문학과 예술은 열정이 있어야 한다. 그에 미친 자 만이 성취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대표선집은 필자든 필자가 아니든 수필가라면 한 번쯤 읽고 지성의 거울로 삼아야 한다. 원고를 주신 필자에게 감사를 드리고 우리 수필계가 발전하고 수필을 우습게 보는 풍토를 불식하는데 공헌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수필가가 수필을 읽고 관심을 갖지 않으면 누가 하랴. 큰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작품을 읽으면 그 진미는 글자마다 배어나와 우리의 가슴을 적셔 주리라 믿는다.
― 연간집발간편집위원회, 책머리글 <수필문학의 비상을 꿈꾸며>


        - 차    례 -

1부 나의 작은 수필나무
초록 밥상_강석호
함양(咸陽) 오도재(悟道崎) _강남구
살아 있네_강정희
칡넝쿨_고동주
장독대_구영례
가을비 내린 날에_김광영
자화상_김기준
불타는 청춘_김길자
새봄 그리고 봄비_김덕림
6월이 오면_김동식
오래된 미래_김미원
잡역인들 어떠하랴_김민섭
나의 작은 수필나무_김상분
향기 있는 삶_김상환
내가 매일 오고 싶은 청량산_김성배
눈길을 걸으며_김영의
칼레의 시민_김은경
말의 공해_의순
성공된 삶_김진수
생명력의 신비_김종화
용감한 사람들_김종원
은행나무 감상법_김채영

2부 현장체험  
모란을 바라보며_김태규
연풍처럼_김학순
비가 전하는 사랑의 변주곡_김학인
김한호_5·18과 은행나무
김창현_클래식이여 안녕!
김형애_비에 젖는 몽마언덕
김훈동_뭘 배우고 가나
류홍석_봄을 예고하는 전주곡
리철훈_아버지의 판단
문희봉_지혜로운 여자, 가슴 따스한 남자
박소현_달려라 장 여사
박순혜_밥과의 전쟁
박양근_대구벌 오디세 이
박영곤_재미동포 아가씨
박종성_오고 가는 길
박종숙_부활꽃
박종철_마무리 시간
박현안_현장 체험
서경희_가을바람에 읊나니
서부길_탁구와 이 열치 열
서양순_추억의 기차박수
서영자_빚 청산
서정자_자르다
서태원_도나우 강의 진주를 품은 동유럽의 파리

3부 봄바람에 실어서 
석판득_순서도 소통이다
손미경_디딤돌
송경미_지각(知覺)없는 사람
송연희_기다리는 여자
신건자_감투
신극주_찹쌀 현미밥
솔섬에 가다_신성자
손가락으로 세상을 열다_신운희
그리고 봄_안규금
지난 시절 가계부를 보며_안숙
초현실주의 미술의 이해_양태석
함께함이 전부인걸_오경자
따오기 이야기_오우현
봄바람에 실어서_원준연
큰 나무보다 숲으로_유혜자
고함(高喊)_음춘야
껍데기가 모이는 곳_이농무
손자의 윤기(倫氣)_이방수
인생 낙수(落穩)_이병수
안녕하신지_이복희
아직도 만년필_이삼헌
새벽의 선물_이상윤

4부 나비되어 찾아간다  
수입 (輸入) 사위_이순수
고야의 개_이순형
신록에 투영된 학창시절_이우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 세 가지_이웅재
산 넘어 산_이은희
지하철 이야기_이자야
황금덩이_이정심
마중물_이진이
빈자리_임지택
산행일기(山行 曰記)_장정식
박반장댁 며느님_전병삼
정경수_안나푸르나의 어린이들
정경희_프라하, 11월 5일의 거리
정목일_백자(白瓷)의 태깔
정순인_나비 되어 찾아간다
정인호_대물림하기
정하원_친구의 남방셔츠
조정제_얼굴 내분
조한순_주말농장의 낮 더위
조형숙_꿈, 아 그 꿈이
주종덕_보도사진 유감
최학용_엄마 사진
최홍식_눈(眼), 눈(雪) 그리고 눈(嫩)
하길남_운명이라는 이름의 전차
하창식_타임머신
허근_지렁이 이야기
허학수_물 같은 인생
호병규_걸으며 생각하며, 생각하며 걸으며
황장진_갈맷빛 솔밭 쪽빛 바다, 월송정

[2013.12.25 발행. 313쪽. 정가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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