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쭉꽃이 피었는가 했더니 불과 며칠 못 가 스러지고 말았다. 필만큼 피어 있다가 저절로 낙화하는 자연스러운 모양새가 아니었다.
혹 약을 쳤던가. 간밤에 모진 비바람이 불었던가. 연일 올라가는 자외선 지수인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꽃잎이 뭉그러진, 눈비나 우박에 강타당한 듯한 처참한 모습, 그것이 바로 오늘의 우리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사람들은 노란색 청색 분홍색 등의 주로 원색 점퍼를 떨쳐입고 무심히 그 앞을 지나간다.
나는 철쭉꽃의 참상을 바라보며 마침 한 사람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리고 용기를 내서 말을 걸었다.
“이 꽃이 왜 이렇죠? 전에도 이렇게 시들었나요?”
그 사람은 내 얼굴을 훑어보더니 그냥 가버렸다. 나는 조금 부끄럽고 또 무안했다. 감수성을 잃은 시대. 정서가 아예 증발해버린 쪼그라진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려왔다. 꽃이 피어나자마자 비정상적으로 스러졌어도 관심 밖일 수밖에 없는 동토가 펼쳐진 것인가.
메마르고 거친 마음 밭에 부단히 물을 주어 촉촉함을 살피고자 한다. 이 한 권의 책이 감히 한 바가지 생명수이기를 바란다.
- 文苑 변영희, 책머리글 <작가의 말>
- 차 례 -
작가의 말
제1부 거울 연못의 나무 그림자
떠나는 마음
감로수
번데기의 추억
작은 욕망
노을이 아름다운 집
LA공항에서 만난 소녀
행복
거울 연못의 나무 그림자
영희야 뭐 하니?
3분 삼매
유혹
제2부 띠배에 실은 소원
여우비
시인이 되고 싶어
왕유와 함께 한 여름
겨울 밤
사람 나무 그 사람
띠배에 실은 소원
겨울로 가는 나무
밤 도깨비
스물 한 살의 노트
가을 들판에 서서
제3부 비우기
즐거운 나의 집
사랑의 위자료
행복의 집
진솔하고 재미있는 글
꽃씨
향기로운 밤의 추억
영혼의 아름다움
사과꽃
비우기
닥터의 얼굴
제4부 나그네 길을 묻다
오랜 숲
장가계를 향하여
춘천 가는 길
꿈꾸는 여인
나그네 길을 묻다 (전편)
나그네 길을 묻다 (후편)
도라지 할머니
아라와 눈사람
고독은 우리의 운명
아름다운 사슬
거울 연못의 나무 그림자
변영희 수필집 (전자책) / 한국문학방송 刊
철쭉꽃이 피었는가 했더니 불과 며칠 못 가 스러지고 말았다. 필만큼 피어 있다가 저절로 낙화하는 자연스러운 모양새가 아니었다.
혹 약을 쳤던가. 간밤에 모진 비바람이 불었던가. 연일 올라가는 자외선 지수인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꽃잎이 뭉그러진, 눈비나 우박에 강타당한 듯한 처참한 모습, 그것이 바로 오늘의 우리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사람들은 노란색 청색 분홍색 등의 주로 원색 점퍼를 떨쳐입고 무심히 그 앞을 지나간다.
나는 철쭉꽃의 참상을 바라보며 마침 한 사람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리고 용기를 내서 말을 걸었다.
“이 꽃이 왜 이렇죠? 전에도 이렇게 시들었나요?”
그 사람은 내 얼굴을 훑어보더니 그냥 가버렸다. 나는 조금 부끄럽고 또 무안했다. 감수성을 잃은 시대. 정서가 아예 증발해버린 쪼그라진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려왔다. 꽃이 피어나자마자 비정상적으로 스러졌어도 관심 밖일 수밖에 없는 동토가 펼쳐진 것인가.
메마르고 거친 마음 밭에 부단히 물을 주어 촉촉함을 살피고자 한다. 이 한 권의 책이 감히 한 바가지 생명수이기를 바란다.
- 文苑 변영희, 책머리글 <작가의 말>
- 차 례 -
작가의 말
제1부 거울 연못의 나무 그림자
떠나는 마음
감로수
번데기의 추억
작은 욕망
노을이 아름다운 집
LA공항에서 만난 소녀
행복
거울 연못의 나무 그림자
영희야 뭐 하니?
3분 삼매
유혹
제2부 띠배에 실은 소원
여우비
시인이 되고 싶어
왕유와 함께 한 여름
겨울 밤
사람 나무 그 사람
띠배에 실은 소원
겨울로 가는 나무
밤 도깨비
스물 한 살의 노트
가을 들판에 서서
제3부 비우기
즐거운 나의 집
사랑의 위자료
행복의 집
진솔하고 재미있는 글
꽃씨
향기로운 밤의 추억
영혼의 아름다움
사과꽃
비우기
닥터의 얼굴
제4부 나그네 길을 묻다
오랜 숲
장가계를 향하여
춘천 가는 길
꿈꾸는 여인
나그네 길을 묻다 (전편)
나그네 길을 묻다 (후편)
도라지 할머니
아라와 눈사람
고독은 우리의 운명
아름다운 사슬
[2015.06.05 발행. 163쪽. 정가 5천원(전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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