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 문학 > 출간소식 / 등록일 : 2013-08-28 09:12:35 / 공유일 : 2017-12-21 03:53:59
기숙사 206호 (전자책)
repoter : 안무월 ( dsb@hanmail.net )


기숙사 206호 
예시원 소설집 (전자책) / 한국문학방송 刊

  젊은 시절에는 가족의 소중함이나 가족주의를 말하는 사람들을 소심한 남자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하지만 나도 이젠 그 소심한 남자의 무리에 진입하고 있는 것 같다. 요즘 서서히 마누라 없이는 못사는 공처가가 돼 가는 것 같아 때론 앙탈을 부릴 때도 있지만 그게 또 행복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마누라와 함께 간 여행지에서 농담 삼아 주고받은 이바구를 시로 만든 게 있다. 요즘 나는 이렇게 산다. 작가로 활동할 수 있게 많이 도와 준 아내에게 감사한다. 그리고 여전히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시면서 자식들에게 모범을 보이시는 양가 부모님들께도 감사를 드린다.
 공부는 약간 거시기하지만 큰 탈 없이 건강하게 학교생활 잘 하고 있는 두 아이들에게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자주 참석은 못해도 우정이 변치 않는 고등학교 학우회, 대학교 학우회 친구들에게도 감사한다. 무엇보다도 평범하지 못한 직장생활을 해 왔음에도 뭣한 말로 ‘확’ 자르지 않고 여기까지 잘 오게 해 준 직장 선배들에게도 감사를 드린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감사, 해가 뜨면 뜨는 대로 감사,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감사, 음식을 먹을 때면 고생한 농민들과 유통시키고 조리하느라 수고한 분들께 감사, 뭐 그렇게 큰 부자는 못 되었어도 집장만도 하고 아이들 공부시키는  데 마음고생을 덜 하게 해준 직장에도 감사를 드린다.
  사나이 대장부로 태어나 이만큼 누릴 만큼 누려봤으니 참으로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람이 태어나서 언제 하늘로 돌아갈지는 지상의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지금까지 후회되는 인생은 살지 않은 것 같다. 다만 때로 비틀대고 방황하긴 했지만 그건 젊은 청춘의 특권이기도 했다.
  아! 위대한 자연을 벗 삼아 호연지기를 누리며 가질 것은 다 가져봤으니 이 어찌 감사한 일이 아닐까. 내 그릇이 정해진 만큼은 가져본 것이 아닐까 싶다. 더 욕심 부리면 소쿠리에 담아도 철철 넘치든지 뒤집어지기만 할 것이다. 그건 내 남 없이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참으로 행복한 사람들을 많이 봤다. 이 세상 마지막 하직하는 날 유언으로 ‘참으로 고맙게도 한 세상 멋지게 잘 살다간다. 후회 없는 생을 산 것 같다’는 말을 남기며 편안하게 웃으며 눈을 감는 사람들을 볼 때 정말 부러움을 느꼈다.
  “사람은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니라 잠시 헤어지는 것뿐이다. 다음에 다시 만날 때까지… 이 세상에는 쓸데없는 것 따위는 하나도 없다.”
  아직 죽음을 말할 나이가 되진 않았지만 지금껏 살아온 지난날을 뒤돌아봤을 때 참으로 열심히 살아온 것 같다. 비틀대며 방황했던 시절도 아름다웠고 세상을 향해 고함지르며 주먹을 내지른 것도 아름다웠다. 수모와 굴욕의 집단적인 ‘이지메’조차도 견뎌냈으니 얼마나 아름다운가.
  ‘참을 인(認)자 세 개면 살인도 면한다’고 했던가. 내 경우엔 참을 인(認)자 세 개로 자살도 면한 것 같다. 아니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더 단단해진 것 같다. 비록 직장에서 연봉제 급여를 받는 처지라 사원에서 대리, 과장, 차장을 거치면서 단본 십 원도 임금인상 없고, 부하직원도 없이 ‘마이가리’ 또는 ‘가라’라고 부르는 명예뿐인 가짜 승진이었지만 그래도 그것 또한 감사한 일이었다.
  어차피 종이 쪽 뿐인 승진이면 이번엔 내가 스스로 나를 승진시켜 봤다. 친구들이 나를 부를 땐 항상 ‘예 부장’ ‘예 부장’ 이라고 부른다. 내가 부장이 아니고 차장이라고 하는 데도 매번 그렇게 불러준다. 아마도 내가 무척 힘겹게 직장 생활하는 걸 보고 위로해준 것 같은데 아예 그러지 말고 명함에다 큼직하게 ‘부장’이라고 한번 박아봤다.
  사나이 대장부로 태어나 명함 한 장은 세상에 내 밀었으니 이 얼마나 위대하고 감사한 일인가. 그래도 남에게 아쉬운 소리한 적 없이 돈 빌리러 다니질 않았고 꼬박 꼬박 밥 먹고 살게 해 주었으니 직장에 감사하고 있다. 사실 매번 승진 때마다 온갖 굴욕적인 테클 걸기로 10년씩이나 누락되면서 남보다 늦게야 되긴 했지만 회사로부터 받은 건 딸랑 명함 한 통 뿐이었다.
  차장 때까지는 회사에서 명함을 만들어줬지만 이번엔 내가 자비로 ‘부장’ 명함을 만들었다. 친구들이 “이제야 제대로 됐네”라며 너스레를 떨어댄다. 그날 모처럼 흐뭇하게 우리가 이십대에 마시던 스타일대로 닭발에다 어묵 국물을 놓고 소주 한잔 진하게 했다.
  비록 구멍가게지만 친구 녀석들은 용꼬리가 싫다며 뛰쳐나가 나름대로 사회에서 밑바닥부터 개척하며 버젓한 사장 명함을 가지고 다닌다. 어떤 놈은 기천만원에서 몇 십 억대까지 돈이 오가는 공사를 할 때도 있다. 그러다 어떤 때는 거지꼴로 나타나서 소주한잔 사달라고 하더니 어느 순간 기사회생해서 또 호탕하게 웃는다. 참 모두들 재미있게 살아가고 있다.
  그 녀석들이 승진시켜줬고 달아준 명함이 바로 ‘예 부장’이다. 중소기업 사장들이 연합으로 시켜준 승진이다.
허허허…
하하하…
- 예시원, <여는 글>중에서

         - 차    례 -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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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6 발행. 122쪽. 정가 5천원(전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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