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 책 / 등록일 : 2014-04-05 19:11:39 / 공유일 : 2014-04-08 11:21:53
무얼 하고 계시나
repoter : 안무월 ( dsb@hanmail.net )


무얼 하고 계시나 
김영일 시집 / 월간문학 출판부

  초록이 무성했던 산과 들에 형형색색 단풍잎이 물들고 있습니다. 비정한 계절풍이 정든 잎을 흔들어 놓습니다. 그래도 미련 때문에 단풍잎은 한들한들 춤춥니다. 이제 곧 떠나갈 운명 앞에 빨갛게 흐느껴 웁니다. 어차피 떠나갈 텐데 그것도 못 참아 자꾸 성가십니다. 짓궂은 바람 탓에 더 이상 그 투정 못 받아 주겠다고 합니다.
  울긋불긋 화장한 얼굴을 미련없이 지웁니다. 못다 지운 한이 슬그머니 뒤따라 옵니다. 그래도 바람은 냉정하게 낙엽을 휩쓸고 갑니다. 나목(裸木) 밑에 쌓인 낙엽들이 서걱서걱 속삭입니다. 마약과 같은 봄을 향해 미몽(迷夢)은 긴긴 겨울밤을 휩싸 안을 것입니다.
  시어는 일상어와 어떻게 다른지 흔히 인식하는 잘못된 생각을 먼저 바로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고정관념입니다. 이것은 습작기의 학생들에게 많이 퍼져 있습니다. 예쁘고 고운 말만을 엮어서 아름다운 시를 만들려고 합니다. 이 생각은 아주 잘못된 것입니다.
  시어가 곱고 예뻐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고운 옷을 잘 차려입고 멋드러지게 화장한 젊은 여인만 아름답다는 것과 같습니다. 어찌 그런 여인만 아름답다고 하겠습니까? 부엌에서 밥을 짓고 있는 어머니의 수수한 모습이 아름답지 않습니까? 새벽에 거리에서 열심히 청소하는 환경미화원의 모습도 아름답지 않습니까?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모습도 있습니다.
  아름다움이란 이처럼 무한합니다. 그 아름다움들은 곱게 치장해서 생기는 게 아닙니다. 있는 그대로의 생활이 그 자리에 있을 때 우러나는 것입니다. 환경에 맞는 생활이 없으면서 요란한 치장을 한 젊은 여인의 모습은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멉니다.
  시어에 특별한 제한이 있지는 않습니다. 일상어는 알맞은 자리에 놓이기만 하면 어느 것이나 자격이 있습니다. 시어는 일상어와 비교할 때 그 종류가 다르기보다는 말을 쓰는 방법이 조금 더 섬세하고 치밀한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희로애락을 바탕에 깔고, 대중성과 예술적 가치에 접근하고, 고뇌로 가득 차면서도 정적인 문제에 비중을 두는 것입니다. 이 가을, 길섶의 코스모스가 산들바람에 한들거립니다. 저녁 노을과 함께 낙엽 지는 가로수길을 따라 걸어가는 나그네의 뒷 모습이 쓸쓸하기만 합니다. 가슴 한구석에 서늘한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김영일, 책머리글 <시인의 말>


      - 차    례 -

제1부_그리움 먼 곳에
구름 벗
목련꽃 
말벗
바람의 친구
회심(會心)
여인의 향기
이슬꽃

이별
선과 악
꿈 속의 여인
님은 먼 곳에
꽃잎 지는 밤
새벽길
석별
가슴꽃

제2부_님의 향기
인생길
변심
무리수(無理數)
수련
무죄
아마도
풋사랑
무얼 하고 계시나
그리운 사람
봄이 오는 소리
박꽃 여인
소낙비
코스모스
망향
고백
천상의 여인

제3부_삶의 여정
애증의 길
찔레꽃과 장미
여행
변명
청성산
금정산(金井山)
해운대 온천
구름같이 떠난
청산
내 고향
잊을 수 없네
효자 비문
해거름
봄이 오면
골목대장

제4부_보랏빛 추억
버들강아지
그 이름
봄날
가을 잎새처럼
진달래꽃
여행길
그리워합니다
홍도(洪島)
인연의 꽃
벚꽃
두견새
매화나무
망부석
봄바람
자연의 소리

제5부_밤에 핀 꽃
목례화(目禮花)
그 시절
신천지
덧없는 세월
여운들
계절꽃
삶의 여정
긴 여름
유채꽃
무정한 세월
낙엽
고향의 봄

제6부_유적지를 찾아서
포석정(鮑石亭)
골굴암
백률사(栢栗寺)
동학의 성지
반월성(半月城)과 안압지
선덕여왕릉
계림(鷄林)숲
첨성대
봉황대
오릉
천마총(天馬塚)
운문사
대왕암

해설 | '생'과 '세월'의 함수(函數)와 시적 진실_김송배

[2014.01.30 초판발행. 151쪽. 정가 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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