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부동산 / 등록일 : 2020-02-03 11:23:27 / 공유일 : 2020-02-03 13:01:45
[아유경제_기자수첩] ‘외상센터 손익계산’ 제2의 이국종ㆍ故윤한덕 없어야
repoter : 조은비 기자 ( qlvkbam@naver.com )


[아유경제=조은비 기자] "피는 도로 위에 뿌려져 스몄다. 구조구급대가 아무리 빨리 사고 현장으로 달려가도 환자는 살지 못했다. 병원과 병원을 전전하다 중증외상센터로 오는 환자들의 평균 이송 시간은 245분, 그 사이에 살 수 있는 환자들이 죽어나갔다. 선진국 기준으로 모두 `예방 가능한 사망`이었다" 이국종 의사의 책 `골든아워`에 나온 내용이다.

이 교수는 2011년 아데만 여명의 작전 당시 소말리아 해적에 총상을 입었던 석해균 선장과 2017년 북한군 귀순 병사 오청성의 수술을 맡아 치료한 의사로 잘 알려져 있다. 또한 `골든아워`를 역설하며 전국 17곳에 권역외상센터를 설립하고 닥터헬기 도입과 국가가 이를 지원하도록 하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지난 13일 MBC `뉴스데스크`는 유희석 아주대의료원장이 이국종 교수에게 욕설을 한 녹취록을 공개했다. 유 원장은 "때려쳐, 이 XX야. 인간 같지도 않은 XX말이야. 나랑 한 판 붙을래 너?"라고 소리쳤고, 이에 이 교수는 "아닙니다. 그런 거"라고 답했다. 해당 녹취록은 수년 전 외상센터와 병원 내 다른 과와의 협진 문제를 두고 나눈 대화의 일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권역외상센터의 실태 및 개선점이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교수는 병원 측이 신규 채용을 위한 예산을 지원받고도 채용을 늘리지 않아 인력난을 겪고 있으며, 닥터 헬기가 도입됐지만 소음 민원 등을 이유로 들며 못 들어오게 하고, 병상을 많이 배정해주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이에 관해 아주대 측이 "내부 공사로 인해 전체적으로 병실이 부족했던 시기에 잠시 그랬던 것"이라고 해명하자 이 교수는 "무슨 그따위 거짓말을 하냐"며 강력히 반발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결국 사직을 택했다. 아주대병원 측에 따르면 이 교수가 지난 1월 28일 전자 결재 시스템을 통해 센터장 보직 사임원을 제출했다.

앞서 세상을 떠난 故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이 떠오른다. 그는 2019년 2월 4일 모두가 고향에 내려간 설 연휴기간 동안 응급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병원을 지켰다.

국립중앙의료원 관계자는 "이날도 윤한덕 센터장이 전국 각지에서 생기는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재난응급의료상황실을 점검하려고 퇴근을 미룬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사명감으로 환자를 돌보려던 그는 과로사로 세상을 떠나게 됐다.

보건복지부는 인력난을 호소하는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아주대병원뿐만 아니라 다른 병원들도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중증외상환자를 기피하고 외상센터를 제대로 지원하고 있지는 않은지 외상센터의 손익 계산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한다.

이번 연구요역 결과 권역외상센터의 손익이 개선된 것으로 나올 경우 병원들이 수익을 이유로 외상센터의 지원을 부족하게 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만약 외상센터의 손실률이 큰 것으로 나타나면 이에 따른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권역외상센터와 닥터헬기는 다친 국민들을 한 명이라도 더 살리고자 하는 취지로 도입됐다. 충분한 지원으로 `살리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야 마땅하지만 오히려 그간 `손실`을 문제로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해 온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정부의 손익 계산이 정확히 이뤄진다면 적어도 사람을 살리고자 했던 의사가 `이번 생은 망했다`며 체념하는 안타까운 일은 발생하지 않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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