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 문학 > 수상소식 / 등록일 : 2020-04-28 21:25:57 / 공유일 : 2020-04-29 10:09:02
제1회 'DSB 유튜브 인기상'에 박얼서 시인 당선
repoter : 안무월 ( dsb@hmb.kr )
DSB 한국문학방송에서 시행 및 공모한 제1회 'DSB 유튜브 인기상'에 박얼서 시인이 당선됐다. 당선 작품은 시 ‘인생극장 길 따라 생각 따라’이다. 이 상의 당선작은 한국문학방송이 문학 작품(시)을 동영상으로 제작해서 유튜브에 올린 작품들을 대상으로 일정 기간의 조회수 기준으로 선정됐다.

박얼서 시인은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문단에 데뷔하였으며, 한국문인협회 전자문학위원, 전북시인협회 회원, '문예가족' 동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울문학 작가상, 문예춘추 릴케문학상, 국무총리 표창 등을 수상하였고, 저서로 수필집 『협죽도(夾竹桃)를 만나다』 『새벽을 쓰고, 아침을 전하다』, 시집 『예순 여행』 『오늘이 일생이다』 『인생극장 길 따라 생각 따라』 등이 있다.
 
<제1회 'DSB 유튜브 인기상' 당선작>

* 인생극장 길 따라 생각 따라 *  /  박얼서
 
<1>
대학로의 밤은 옛 그때처럼 뜨거웠다
젊음의 열기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작은 오케스트라로 군림하던 저 통기타
발랄한 음률에 추억까지 펼쳐 놓는다
 
내가~ 말없는~ 방랑자라면~
이 세상에~ 돌이~ 되겠소~
내가~ 님 찾는~ 떠돌이라면~
이 세상~ 끝까지~ 가겠소~
 
발길을 옮긴 이곳의 밤은 더 이슥해져 있었다
거리가 온통 술에 취해 비틀거렸다
 
좁은 골목길에 취객들을 비집으며
긴급출동 순찰차가 지나가고
누군가는 길바닥에 쓰러지고
응급차가 숨차게 달려오고
내 발길이 야식집을 지나고, 노래방을 지나고
호객행위 아줌마를 뿌리치는 동안
 
이내 곧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다
여명에 아침에 햇살에 하늘에 구름까지도
세월의 시계는 잘 돌아가고 있다
아무런 고장 없이 작동 중이다
아침 햇살이 눈총처럼 쏟아지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히 숨어버린 간밤의 소란들
 
밤새껏 분주하던 삶의 그림자들
야식집도 호객행위도
감쪽 같이 사라졌다
 
그래서 누군가 말했나 보다
'역사는 매일 반복된다고 '
 
<2>
사람들은 일 찾아 사람 찾아 어디론가 바쁘고
나는 나를 찾아 나홀로 길을 걷는다
 
낯선 동네 입구를 지나다가
문득 커피 자판기를 만나는 일이라든지
불쑥 사나운 개가 짖어대는 일이라든지
누가 나를 이유없이 훑어보고
째려보는 일들까지도
 
길은 나에게 늘 친숙한 채 반기면서도
길은 나에게 늘 낯선 상대다
 
<3>
걷다 보면
갑작스레 소나기를 만나 당황할 때도 있지만
 
걷다 보면
반가운 시골 오일장을 만날 때도 있다
 
걷다 보면
절경의 송림정에 올라
몸을 풀어놓는 낮잠의 행운도 있고
 
걷다 보면
얽히고설켰던 의문점 그 하나가
예상외로 쉽게 풀릴 때도 있다
 
걷다 보면
수 년째 탈고를 미룬 채로
덮어두었던 시제(詩題) 그 한 줄의 꼬리가
번뜩 손에 잡히기도 한다
 
<4>
오지에 들어서면 작은 베낭은 오아시스다
생수와 음료 비스켓 초코렛 배터리까지
다 챙겼는데도 왠지 발길은 가볍다
 
길 양편의 산맥들이 내 발길을 응원한다
강물이 세월과 함께 그 흐름을 지켜왔다면
산은 역시 높은 이상을 상징함이다
 
드높은 기상으로
우뚝 솟은 뚝심 그대로
푸르름에서 엄동설산의 풍상까지도
아무 말없이 견뎌낸 세월둥이들
 
이게 다 우리의 강(江)이요
우리의 산(山)이요
우리의 길(道)이다
오늘의 시간 위에 내 발길을 얹는다
바라보는 눈길도 함께 얹는다
기암의 준봉들을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주체할 수 없는 호연지기다
 
<5>
걷다 보면
낯선 풍경인데도 아련한 향수 한 점
어렴풋이 다가서기도 한다
 
도로와 철길이
큰 강줄기를 가운데 품은 채
나란히 굽어 휘어지는 풍광 앞에서
잠시 발길을 멈춘다
 
이런 명소야말로
위치와 각도만 잘 맞춰주면
강물과 철길에
도로와 내 발길까지 함께한
공존의 길이다
 
<6>
걷다 보면
잘 정돈된 가로수길, 꽃길도 있고
빈촌의 골목길, 돌담길도 만나고
오르막 산길도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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