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 책 / 등록일 : 2014-01-16 16:45:56 / 공유일 : 2014-03-07 19:00:15
물총새 사랑법
repoter : 안무월 ( dsb@hanmail.net )


물총새 사랑법 
배찬희 시집 / 오감도 刊

  배찬희 시인이/ 하늘무늬 같은/ 구름밭의 꽃구름을/ 징소리를 울리며/ 저 남극이나/ 북극/ 소리들이 들릴 수 있는/ 하늘로/ 날리고 있다.// 이제 들리고 있으리/ 청, 청, 청,/ 하늘과 바다가/ 울리는 소리// 그어느 해였던가/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된/ 배찬희 시인의 시관이/ 하나같이 변함이 없었다.// 청 청 하늘이 울리고/ 시인의 산맥이 문을 열고 있다.// 물총새 사랑법이란/ 작품을 구름을 더듬듯/ 손으로 더듬어 본다.// 오직 그대만의 암컷으로만/ 살고 싶었다./ 7월의 하늘 나뭇잎같이/ 은하수 밖에서 구름잎을 흔들며/ 하늘이 열리는 곳마다/ 시인들의 시인들의 하늘도 열리리/ 배찬희 시인의 새 하늘이 열리라.// 묻거든 대답하라/ 배찬희 시인의 시의 하늘은 언제나/ 크고 높고 바다같이 깊더라고/ 바다나무엔 별들이 열리고/ 하늘나무엔 바다가 열려 익고/ 있더라고.// 배찬희 시인의 하늘나무엔/ 바다도 하늘도/ 그리고 구름도 모두 그날같이 열려/ 하늘같이 익고 있더라고/ 시인에게 전해 주소서
황금찬, <시집 앞머리에>
 
  詩가 주는 무게보다는 詩가 주는 즐거움이 더 컸던, 스물의 나이를 짤랑이던 시절 덜컥 등단을 했다. 비록 무게는 없지만 무게는 살면서 연륜으로 채워지리라 믿으며, 나의 비늘빛 광채를 보고 당선작으로 뽑아준다는 심사평을 증명이라도 하듯 오랫동안 내 가벼움 때문에 詩를 떠나 살았다. 좀 더 솔직히 밀하자면 졸업, 취업, 결혼, 출산, 육아…… 등 급변하는 내 20~30대는 詩를 돌아 볼 여유도 여력도 없었다.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독서를 할 때도 내 마음은 맹물로 채워진 포만감처럼 늘 쓰리고 아렸지만, 그래도 세월은 쏜살같아 스무 해가 훌쩍 흘러가버렸다. 세월의 강에 나를 태우고 나도 함께 무작정 흐른 줄 알았던 시간들 속에, 그래도 여기저기 숨어있던 詩에 대한 열망들이 올망졸망 싹을 틔워 나는 부끄럽고 서툰 생각들을 20년이 지나 처음으로 묶을 수 있었다. 그 때 내 욕심만큼 작품이 따라가지 못해 『시 산문집』을 내면서 못내 때웠다.
  특별히 십 년이니, 이십 년이니 하는 숫자에 큰 의미를 두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다시 십 년이 지나고 보니 또 무언가 정리하고픈 마음에서 그동안 써 온 詩를 정리해 보았다. 이 작업을 하며, 詩를 선별하면서 새삼 삽십 년 전 등단 심사평이 생각났다. 삼십 년이 흐른 지금 내 詩는 나이가 준 연륜으로, 그 무게가 얼마나 많이 늘었을 까……. 살펴보니 여전히 나는 깃털만큼의 무게로 팔랑거리고 짤랑거리던 스무 살 그 시절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아 얼굴이 붉어진다.
  하지만 아래 시처럼 나는 팔랑거릴 때 가장 나답다. 〈팔랑거리지 않으려 척추 꼿꼿이 세워 보지만, 나는 나폴- 나풀거릴 때, 가장 나답다. -단풍 일부-〉 그래서 용기를 냈고 詩를 분류하면서 그동안 써 온 내 시의 대부분이 크게 꽃과, 사랑으로 나누어진다는 것을 알았다. 이는 내가 진정 바라는 바, 꽃처럼 아름답게 사랑하며 살고 싶은 마음일 게다. 물론 삶이 장미꽃을 뿌려놓은 대로만은 아니라는 거, 이미 알고 있지만 그래도 나는 아직 꿈꾼다. 꽃처럼 아름답게, 사랑하며 사는 인생을.
  나 아직은 체온 따뜻하고, 내 곁에서 바라봐 주는 눈길 곱기에 비록 이름모들 들꽃과 잡초 무성한 오솔길이어도 충분히 행복하다. 가끔 뾰족 고개 드는 미움이나 가 시밭길까지도, 내 노래가 되고 내 詩가 되기에…….
배찬희, 책머리글 <자서>


    - 차    례 -

1 물총새 사랑법
물총새 사랑법 
봄은 
그리움도 죄 
몰라도 좋아요 
진달래 
삼월 
바보새 
연鳶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내게로 왔다 
앵초 
신 처용가 
그리움 준 죄값 
가을 연서連書 
가을 완성 
금낭화 
아카시아 
꽃의 독백 

2 뫼비우스 띠
뫼비우스 띠 
하, 사랑이 참 어렵다 
다름, 혹은 같음
천생연분 1
천생연분 2
사월 
눈물
마음
꽃신
가을엔
맞불-선운사 꽃무릇 보고 
칠월
낙화
초록
삼복三伏에 수를 놓다 
그녀의 치마 속 
지리산의 봄 
뫼비우스 띠를 자르며 
옹이

3 두려움 없는 사랑
두려움 없는 사랑 
통곡의 벽 
연비-문신 
기적 
질투는…… 
이브의 사과謝過 
그래도 사랑이 좋다 
죄 
중독 
병病 
이미 나는 없었다 
연蓮의 독백 
가을 산
해바라기 
영산홍 
불새 
복수초福壽草 
愛人 1 
愛人 2 
소금 

4 핏줄
나, 이렇게 살고 싶습니다 
첫사랑-간장을 뜨다가 
해빙기 
핏줄 
물방개 놀이 
폭설을 기다리며 
별 
단풍 
만추
십이월 
무엇이 될까? 
나 죽거든……
신 사랑가 1 - 나보다 네가 더 
신 사랑가 2 - 영겁에서 내생까지 
신 사랑가 3 - 궁수 과녁 
신 사랑가 4 - 이렇게…… 
신 사랑가 5 - 해와 달 
신 사랑가 6 - 바늘의 노래 
신 사랑가 8 - 탈 
신 사랑가 7 - 대숲에 이는 바람 

2014.01.10 발행. 152쪽. 정가 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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