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 책 / 등록일 : 2021-01-22 23:47:52 / 공유일 : 2021-11-06 11:47:32
[책] 누가 들꽃을 이름 없다 하리 (전자책)
repoter : 에디터 ( poet@hanmail.net )


누가 들꽃을 이름 없다 하리
김여울 수필집 (전자책) / 한국문학방송 刊  

 

  세상을 살다보면 누군가는 어릿광대 노릇을 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입니다. 소인이 바로 그 어릿광대임을 자처하는 사람입니다. 지지리도 못나고 어설픈 삶을 살았다는 생각에서입니다. 잠시 세상을 잘못 읽은 바람에 달리던 열차에서 도중하차했던 일. 아, 그 무렵 소인을 내려놓고 멀어져가던 열차의 꽁무니를 바라보며, 이게 아닌데 하고 생각했을 적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렇다고 새삼 놓쳐버린 지난날들에 대한 안타까움에 부질없이 발을 구르는 따위의 후회는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후회를 한다고 해서 어느덧 저만치 흘러가버린 시간을 불러 세울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스스로를 어릿광대라고 생각하고 있는 소인에게도 한 때는 남 못지않게 꿈 많았던 순백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많은 꿈들을 엮어가기 위해 어릿광대가 처음으로 세상을 읽기 시작할 무렵이었습니다. 어릿광대는 메마르고 척박하기 그지없는 땅에서 싹을 틔운 한 줄기의 여린 콩 넝쿨을 발견했습니다. 콩 넝쿨은 날마다 잔가지를 치며 열심히 뻗어나갔습니다. 그렇게 자꾸자꾸 뻗어 나가다보면 땅 끝 어딘가에 반드시 넝쿨이 타고 오를 눈먼 나뭇가지가 하나쯤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콩 넝쿨의 기대에 보답이라도 하듯 수많은 날들이 밤마다 이슬을 머금은 영롱한 별빛을 반짝이며 다가와 입맞춤을 했습니다. 수많은 날들이 찰랑이는 아침 햇살로 콩 넝쿨을 어루만지며 쓰다듬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콩 넝쿨이 원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진정 콩 넝쿨이 필요로 하는 것은 이슬을 머금은 영롱한 별빛도 찰랑이는 아침 햇살의 싱그러움도 아닌 한낱 눈먼 나뭇가지를 만나는 것이었습니다. 콩 넝쿨이 꽃을 피우기 위해선 타고 오를 나뭇가지를 찾아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숱한 인고의 날들을 땅바닥을 기면서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오직 하나, 어딘가 있을 나뭇가지를 타고 올라 눈이 부시도록 찬란한 눈물빛깔의 꽃망울들을 터트리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가도 끝내 타고 오를 나뭇가지를 찾지 못한 콩 넝쿨은 그만 질펀한 땅바닥 위에 꽃망울을 터트리고 말았습니다.
  꽃들은 곧 열매를 맺었습니다.
  어릿광대는 그 중 하나를 뚝 따서 열었습니다. 꼬투리를 여는 순간 잘 영근 무지갯빛 꿈이 불쑥 얼굴을 내밀 것이라는 상상을 하면서…. 그러나 튕겨져 나온 것은 뜻밖에도 한 움큼의 허허로운 바람이었습니다.
  어릿광대가 하는 일은 늘 그랬습니다. 겨우 건져 올렸다고 해서 열어보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쭉정이뿐인 삶. 그게 바로 어릿광대의 자화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릿광대는 결코 실망하지 않았습니다. 이 세상 어딘 가엔 반드시 어릿광대가 다가오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그리운 눈망울들이 있으리라 믿기 때문입니다. 그 눈망울들을 만나면 제대로 꿈꾸는 법을 들려줄 생각입니다. 무지개를 잡는 법도 이야기해줄 생각입니다. 때로는 꽃을 피우고도 쭉정이 밖에 거두지 못했던 어릿광대의 전설도 간혹 한 번씩 풀어놓을 참입니다.
  끝으로 2부와 4부의 단상들은 2십여 년 전 현직에 있을 때 경향신문 오피니언 난에 연재했던 교단일기의 일부를 발췌 구성했음을 밝혀둡니다. 새삼 다시 읽어보니 금방이라도 손에 잡힐 듯한 그 시절의 추억이 눈에 어른거려 만감이 교차합니다. 어느덧 멋진 청춘, 제 인생의 앞가림을 착실히 하고 있을 교단일기의 주인공이었던 그때 그 아이들 지금 어디서 무엇이 되어있을지 무척도 궁금합니다.
  이쯤해서 책 머리말이란 것 줄일 생각입니다. 
  오래 전 아주 오래 전에 이미 한물갔다고 치부해버린 어릿광대의 구닥다리 같은 시나위가락에 관심을 가져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 머리말 <어릿광대 이야기> 


  - 차    례 -   

머리말 

제1부 실반지
아우를 그리며 
실반지 
그때 그 시절 아이들 
가래떡과 하모니카 
한 꼭지의 눈물빛깔 
유년의 오솔길 
눈물의 향수 파티 
오동꽃 필 무렵 
빛바랜 사진첩 
봄날 강둑길에서 
박제가 된 아버지의 꿈 
초임지에서 생긴 일 
잊혀진 것에 대한 그리움 
그래도 유년은 행복했네 
호루라기에 대한 단상 
세 꼭지의 삽화 

제2부 엿 먹는 아이들
낙화와 어릿광대 
바람개비를 날리는 아이들 
보람아, 그건 네 거야 
얘들아, 지금 뭘 하고 있니? 
엿 먹는 아이들 
유행어 해프닝 
토라지며 크는 아이들 
토함산에서 
풍요시대 보릿고개 이야기 
학교에서 푸대접 받는 우리 한글 
학원으로 간 여름방학 
외로움을 타는 아이 
부끄러움을 안겨 준 꿈나무 
아홉 살 나리의 지문 날인 
우리 아이들의 꿈 

제3부 유년의 풍속도
사람 사는 냄새 
바늘귀를 꿰다가 
너무도 짧은 고별 
스무 살 고개의 안개꽃 
만추의 길목에서 
성북동 매미 
남루를 벗으면 
누가 들꽃을 이름 없다 하리 
어느 어릿광대의 독백 
덜어내니 하늘이었네 
그대의 사모곡 
슬픈 동화 같은 이야기 
유년의 풍속도 
이방인의 추억 
밥 
사람의 손 

제4부 단역배우는 싫어요
아웃사이더 
너무 사랑스러워 얄미운 너 
단역배우는 싫어요 
4학년이 되면 
감동이 식은 운동회 날의 상품 
작은 기적 
교단에 남아있는 일제 잔재 
먼지만 쌓인 시청각 기자재 
선생님, 머리가 아파요 
스승의 날 유감 
양주 한 병이 뭐길래 
웃을 수 없는 웃음 
우리 교실의 전설 
존경하는 교장선생님께 
책 뒷자리에 

 

 

[2021.01.20 발행. 310쪽. 정가 5천원(전자책)]

※ 이 책은 콘텐츠몰.com 에서 바로 구매 및 열람이 가능합니다. 콘텐츠몰 바로가기 (클릭)

◑ 전자책 미리보기(클릭)

무료유료
신고하기 공유받기O 신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