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부동산 / 등록일 : 2023-12-29 15:59:46 / 공유일 : 2023-12-29 20:01:49
[아유경제_기자수첩] ‘제3자 변제’가 흐리는 본질
repoter : 송예은 기자 ( yeeunsong1@gmail.com )


[아유경제=송예은 기자] 책임인가 입막음인가.

정부는 지난 28일 일본 기업을 상대로 추가로 대법원에서 손해배상 확정 판결을 받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도 기존과 마찬가지로 `제3자 변제` 해법에 따라 배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판결에 대해서도 지난 3월 발표했던 (제3자 변제 관련) 강제징용 확정 판결 관련 정부 입장에 따라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이 원고분들께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부가 3월 발표한 제3자 변제 해법은 행정안전부 산하 재단이 민간 기여를 통해 재원을 마련,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 대신 배상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대법원 3부는 이날 오전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홍모 씨 등의 유가족들이 미쓰비시중공업과 히타치조센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일본 기업이 피해자 1인당 5000만 원~1억5000만 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일본 기업으로부터 한국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한 강제징용 피해자가 추가로 늘어나게 됐다.

이날 최종 승소한 인원(피해자 수 기준)은 미쓰비시중공업 징용공ㆍ근로정신대 피해자 총 16명과 히타치조센 피해자 1명 등 17명이다. 히타치조센을 상대로는 처음으로 배상 확정판결이 나왔다.

정부는 2018년 대법원에서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 15명 가운데 해법을 거부한 4명을 제외하고 11명에게 제3자 변제 해법에 따라 배상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한 상태다.

그러다 지난 21일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 강제징용 피해자 11명이 추가로 배상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날 선고 결과까지 포함하면 정부가 제3자 변제를 적용해야 할 대상은 총 43명이다.

여기에 현재 대법원에 계류돼 있는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만 4건으로 전해졌다. 1, 2심 계류 소송까지 포함하면 피해자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확정판결을 받는 피해자들에게는 제3자 변제 수용 의사를 묻는 절차를 계속해 나갈 것으로 예상되나 현 상황에선 배상금 지급을 위한 재원이 부족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단은 대일 청구권 자금 수혜 기업 중 하나인 포스코의 출연금 40억 원 등으로 기금을 마련했지만, 추가로 승소를 확정하는 피해자들에게까지 배상금을 지급하기에는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재원은 민간의 자발적 기여 등을 통해 마련하고, 앞으로 재단 목적사업과 관련한 가용 재원을 확충할 수 있도록 필요한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반면 일본 기업은 여전히 재단 출연에 동참하지 않는 상황이다. 일본 외무성은 지난 21일과 마찬가지로 이날 판결에 대해서도 김장현 주일 한국대사관 정무공사를 초치해 유감을 표하고 항의했다.

1938월 4월 1일, 일본은 일본 점령지를 대상으로 인적ㆍ물적 자원을 모두 동원하라는 `국가총동원법`을 공표했다. 일본의 국가총동원법은 크게 노무 동원, 병력 동원, 군 위안부 세 가지 형태로 진행됐다. 일본 정부가 공개한 `조선총독부통계연보`에 따르면, 강제 징용된 조선인은 중복 인원 포함 782만 7355명이지만 실질적으로 1946년 전까지 강제 노역에 동원된 조선인들의 규모를 명확하게 알기는 어렵다.

조선인들이 강제 노역에 집단으로 동원된 지역 중 하나인 일본 나가사키 현 하시마 섬은 `군함도`로 불리며 꽤 많이 알려진 곳인데, 조사에 따르면 조선인 500~800여 명이 군함도로 끌려간 것으로 조사된다. 해저 1000m 탄광 갱도로 내려가 평균 45도가 넘는 고온과 95% 습도, 유독가스 속에서 석탄을 채굴했다. 칼을 찬 일본인 헌병의 감시 하에 하루 12시간~16시간 일하면서 사료ㆍ비료에나 쓰일 만한 찌꺼기로 겨우 끼니를 때웠다. 잠은 3평 남짓한 목조건물에 웅크려 자야 했고, 암석에 의한 부상ㆍ피부병ㆍ과로ㆍ굶주림 등 몸이 아파도 방치됐다.

이런 역사와 판결이 있음에도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은 반성과 사과를 하기는커녕 오히려 항의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매 정권마다 나치의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반성을 표하는 독일과 상반된 모습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본을 향한 사과 요구보다 국가 차원에서 배상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가족이 타인으로부터 피해를 입었음에도 타인에게 사과를 요구하기보다 내 선에서 가족을 달래는 것으로 그친다면, 그게 정말 가족이라고 할 수 있으며 위로가 되는지도 의문이다. 분명하게 존재하는 역사를 두고도 외면하는 것이 정말 대한민국의 외교인가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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