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부동산 / 등록일 : 2024-01-02 09:35:00 / 공유일 : 2024-01-02 13:01:47
[아유경제_기자수첩] 2023년 수습기자 생활을 돌아보며
repoter : 권서아 기자 ( seoseulgi9@gmail.com )


[아유경제=권서아 기자] "초심 잃지 말고 좋은 기자로 성장해 달라"

한 취재원이 건네준 말이었다. 올해로 수습기자 생활 3개월 차를 맞았다. 그리고 새해 아침이 밝았다. 그와 함께한 해를 맞이하며 그간 만족스러운 기사가 있었는지 스스로 되물었다. 없었다.

200여 건의 기사를 생성했으나 보람 진 기사가 없었다는 사실은 자성해야 할 일이다. 어쩌면 `초심`이란 단어가 어렵게 느껴진다. 퇴근길과 출근길 내 기사를 정독했는데 그때마다 허점만 눈에 들어올 뿐이었다.

이 글을 보는 독자는 작년 한 해를 만족스럽게 보냈는지 궁금하다. 만족이란 타이틀은 거두절미하고 `취재원`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기사 작성에 있어 취재원은 필수가결하다. 본인 역시 제보자이자 취재원으로 역할을 했었다. 국회의원 비위를 대형 언론사 두 군데 제보를 했으나 그때마다 큰 결심이 필요했다. 입을 떼는 과정조차 쉽지 않았다. 기사화되는 과정과 공론화되는 과정을 떠올리면 부담감이 배로 됐다. 그렇기에 그간 큰 용기를 내 작은 기자에게 취재원이 돼준 이들에게 고맙다는 생각이다.

내가 만난 취재원들도 작년을 만족스럽게 보내지 못했다. 본인은 그간 애정을 가지고 3건의 기사 아이템을 보도해 왔다. 전세사기와 불법 사금융, 조합 비리였다. 모두 돈이 얽힌 문제였다.

취재원을 취재하는 과정은 녹록지만은 않았다. 한 번은 취재원을 놓치기도, 취재원의 마음에 들지 않는 기사를 작성하기도 했다. 또 한 번은 취재원의 간절한 바람만을 기사에 실을 수도 없었다. 모든 상황을 거두절미하고 객관적 사실만을 전달해야 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과정에서 취재원의 비축을 샀을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든다.

다만 취재원의 이야기를 한 사람에게라도 더 알렸다는 사실은 죄책감에서 머무르지 않게 해 준다. 기사화함으로써 변화한 건 없으나 "초심 잃지 말고 좋은 기자로 성장해 달라"는 한 교수의 말은 꺼지지 않을 불씨 같은 역할이 돼줬다.

실제로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취재원의 하소연을 들어준 적도 있다. 이마저도 기사에 녹여내지 못했다. 누군가는 취재원의 제보를 취사선택하는 기자의 선택을 `기자의 눈`이라고도 부른다. 취재원의 제보가 10건이 들어와도 그중 선택과 집중을 택하는 건 기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시야를 넓히는 과정에서 취재원은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줬다.

마무리하자면 작년, 나의 기자 생활과 취재원의 일상생활은 혹독한 겨울을 맞았었다. 하지만 새해가 다시 밝았다. 아직 전세사기와 불법 사금융, 조합 비리를 막을 특단의 조치는 나오지 않았다. 다만 개정된 법 시행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법이 시행돼도 사각지대는 당연히 있을 것이다. 취재원에게서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 누군가는 기사 한 편으로 더 나은 일상을 보낼 수 있도록 `내일은 덜 부끄러운 기사`를 작성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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