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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_오피니언] 추진위 구성 요건 법적 성격과 행정 자의적 판단의 한계
repoter : 김래현 변호사 ( koreaareyou@naver.com ) 등록일 : 2025-10-20 17:29:56 · 공유일 : 2025-10-20 20:00:50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상 추진위구성승인 절차는 도시정비사업의 출발점이자, 주민 의사형성의 합법성과 투명성을 담보하는 핵심 제도이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의 2013누10153 판결은 추진위 구성 요건을 둘러싼 행정기관의 자의적 해석과 처분이 어떻게 법리에 반하는지를 명확히 한 의미 있는 판결이다. 특히 추진위원 수 산정과 동의 철회 효력 판단을 둘러싼 쟁점을 정밀하게 다룸으로써, 향후 도시정비사업 관련 인가 및 승인 과정에서 행정청이 지켜야 할 법적 한계를 제시했다.

사안의 발단은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추진하는 A 추진위가 의정부시장에게 추진위구성승인을 신청했으나, 시장이 이를 반려한 데서 비롯됐다. 시장은 추진위원이 100인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신청을 반려했고, 이에 A 추진위는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고, 피고인 시장이 항소했으나 항소심 역시 이를 기각했다. 이 판결은 추진위 구성 요건의 법적 성격, 그리고 동의 철회 의사표시의 효력 발생 시점이라는 두 가지 법리를 중심으로 판단했다.

우선 법원은 추진위원 수와 관련해 도시정비법 제13조제2항 및 동법 시행령, 그리고 국토해양부 고시 제2010-633호로 제정된 「정비사업 조합 설립추진위원회 운영규정」의 법적 효력을 엄밀히 해석했다. 재판부는 해당 고시가 단순한 행정규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도시정비법 제15조제2항의 위임에 근거해 제정된 법규명령으로서 대외적 구속력을 가진다고 명확히 판시했다. 즉, 추진위 운영규정은 법령의 구체적 위임을 받은 보충적 규정으로 추진위 구성 요건을 실질적으로 규율하는 법규로 본 것이다. 이로써 재판부는 `토지등소유자의 10분의 1 이상, 다만 100인을 초과할 경우 100인`이라는 기준이 단순한 운영의 편의 규정이 아니라 설립 승인의 요건임을 분명히 했다.

또한 법원은 도시정비법 개정의 경위를 분석하면서 2009년 2월 6일 개정된 법률 제9444호 이후부터는 추진위 구성과 운영에 관한 투명성과 공정성이 강화됐음을 강조했다. 개정 전에는 단순히 `5인 이상의 위원`으로 추진위를 구성하면 족했으나, 개정 후에는 `운영규정에 대한 토지등소유자 과반수의 동의`를 필수로 요구함으로써, 실질적인 자치성과 대표성을 확보하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법원은 "운영규정에서 정한 추진위원의 자격 및 선정방식은 설립 승인의 요건에 해당하며, 이를 충족하지 않은 신청은 반려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는 과거 대법원 2008두3742 판결이 추진위 운영규정의 작성 시점을 설립 승인 이후로 봤던 입장과 달리, 개정된 도시정비법하에서는 앞으로 적용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한편, 시장이 반려 사유로 제시한 `추진위원 100인 미달` 주장에 대해서는 법원이 사실관계를 면밀히 검토했다. 재판부는 동의 철회의 효력 발생 시점을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28조제6항에 근거해 `철회서가 상대방에게 도달하거나, 시장이 상대방에게 통지한 때`로 명확히 판단했다. 그 결과, 승인 신청 이전에 제출된 철회서 중 일부는 재철회로 무효화됐거나, 도달 시점이 신청 이후였기 때문에 유효하지 않다고 봤다. 또 추진위원 중 1명(B)이 부동산을 매도했으나, 같은 구역 내의 다른 부동산을 새로 취득한 뒤 다시 동의서를 제출한 사실을 근거로 추진위원 자격이 유지된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이와 같은 세부적 사실판단을 통해 실질적으로 추진위원 100인 요건이 충족됐다고 인정했다.

결국 이 사건은 행정청의 형식적 판단과 법원의 실질적 해석이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행정청은 추진위원 수의 단순한 수치와 철회 여부만을 근거로 처분을 내렸으나, 법원은 도시정비법의 입법 취지와 개정 경위, 그리고 동의 철회의 법적 효력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처분의 위법성을 인정했다. 이는 행정청이 도시정비사업의 공정성을 이유로 과도하게 자의적 해석을 하는 경우, 법원이 이를 제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판례다.

이번 판결은 도시정비사업 실무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남긴다. 첫째, 추진위구성승인 단계에서 행정청이 판단할 수 있는 범위는 `법률과 위임명령에서 정한 요건`에 한정된다는 점이다. 행정청이 그 요건을 자의적으로 확대하거나 축소할 경우, 이는 명백한 재량권 일탈ㆍ남용에 해당한다. 둘째, 추진위원의 자격 및 동의 여부는 형식이 아닌 실질로 판단해야 한다. 단순히 명부상의 철회나 변경만으로 자격을 부정할 수 없으며, 실제 권리ㆍ의무관계와 동의 의사 유무가 핵심이다. 셋째, 추진위 승인 단계에서의 법규 해석은 이후 조합설립인가나 사업시행인가 절차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지방자치단체는 법령 개정의 취지에 맞는 일관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나아가 이 판결은 `법규명령으로서의 행정규칙` 개념을 재확인한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도시정비법과 같은 행정입법의 위임체계에서 고시가 단순한 내부 규정이 아니라 법적 구속력을 가질 수 있음을 명확히 함으로써, 실무상 불명확했던 추진위 요건의 법적 근거를 분명히 했다. 이는 행정청과 조합 간의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하고, 도시정비사업 추진의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서울고등법원 2013누10153 판결은 추진위의 구성 요건을 둘러싼 법적 해석을 정립한 판례로서, 행정청의 자의적 판단을 법리가 제어한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추진위구성승인 절차는 단순한 형식 요건이 아니라, 토지등소유자의 집단적 의사를 공정하게 반영하는 법적 장치라는 점을 다시금 일깨운다. 향후 도시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각 조합ㆍ지자체는 본 판결이 제시한 "법령에 근거하지 않은 행정의 재량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원칙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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