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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_오피니언] 신뢰관계 파탄 시 위임계약 해지의 새로운 판단 기준
대법원 2025다219495 판결문 분석을 통한 계약 실무 가이드
repoter : 김래현 변호사 ( koreaareyou@naver.com ) 등록일 : 2026-04-20 17:05:11 · 공유일 : 2026-04-20 20:00:47


1. 서론

최근 대법원이 선고한 2025다219495 판결은 위임계약에서 신뢰관계 파탄을 이유로 한 해지의 법리를 명확히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 사건은 지역주택조합(이하 조합)과 업무대행회사 간의 분쟁에서 출발했지만, 그 판시 내용은 일반적인 위임계약 전반에 적용될 수 있는 중요한 법리를 담고 있다. 특히 계약서에서 정한 해지사유가 없더라도 신뢰관계 파탄이라는 본질적 요소를 통해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의미가 크다.

2. 본문

1) 사건의 개요와 쟁점

이 사건은 조합과 업무대행사 간의 업무대행계약 해지를 둘러싼 분쟁이다. 핵심 쟁점은 계약서에 명시된 해지사유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신뢰관계 파탄을 이유로 한 계약 해지가 유효한지 여부였다.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업무대행사의 피용자가 홍보관 건립공사와 관련해 계약금액을 부풀리고 9000만 원의 리베이트를 수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조합은 신뢰관계가 파탄됐다며 업무대행계약을 해지했고, 업무대행회사는 이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다.

2) 대법원의 핵심 판단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위임계약 해지에 관한 중요한 법리를 두 단계로 제시했다. 첫째, 약정 우선의 원칙으로 「민법」 제689조는 임의규정이므로 당사자 간 약정이 있다면 그 약정이 우선 적용된다. 따라서 계약서에서 해지사유와 절차를 별도로 정했다면, 원칙적으로 그 약정에 따라야 한다. 둘째는 신뢰관계 파탄에 따른 예외 경우로, 위임계약의 본질적 특성인 '특별한 신뢰관계'가 파탄상태에 이르러 계약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정도에 이르렀다면, 약정된 해지사유가 없어도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3) 신뢰관계 파탄의 판단 기준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이 제시한 신뢰관계 파탄의 판단 기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계약상 의무 위반

단순한 의무 위반이 아닌 신뢰관계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중대한 위반

■ 부당한 행위

계약 당사자로서 해서는 안 되는 배신적 행위

■ 파탄상태 도달

일시적 갈등이 아닌 회복 불가능한 수준의 신뢰 상실

■ 계약 유지의 곤란성

더 이상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기대할 수 없는 상태

본 사건에서는 업무대행사 피용자의 리베이트 수수가 선관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하고, 이로 인해 조합이 더 이상 업무대행사를 신뢰할 수 없게 됐다고 판단했다.

4) 실무상 시사점

■ 위임계약 작성 시 고려사항

이번 판결은 위임계약 작성 시 해지사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더라도, 신뢰관계 파탄이라는 근본적 해지사유는 배제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계약 당사자들은 신뢰관계 유지를 위한 구체적인 의무와 그 위반 시의 효과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 입증 책임과 판단

신뢰관계 파탄을 이유로 계약 해지를 주장하는 당사자는 단순한 불만이나 갈등을 넘어 객관적으로 신뢰관계가 회복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입증해야 한다. 이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입증 부담을 의미한다.

■ 손해배상과의 관계

신뢰관계 파탄을 이유로 계약이 해지되더라도, 그로 인한 손해배상 문제는 별개다. 본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업무대행수수료 지급 의무와 리베이트로 인한 손해배상을 분리해서 판단했다.

5) 향후 전망과 과제

이번 판결은 위임계약에서 신뢰관계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특히 복잡하고 장기적인 위임 관계에서 당사자 간 신뢰 유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다만, `신뢰관계 파탄`이라는 개념이 다소 추상적이어서 구체적인 판단 기준에 대한 추가적인 판례 축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신뢰관계 파탄과 일반적인 계약 위반의 경계선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도 필요하다.

3. 결론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위임계약에서 신뢰관계가 단순한 감정적 문제가 아닌 법적 판단의 핵심 요소임을 명확히 했다. 계약서에 아무리 구체적인 조항을 두더라도, 위임계약의 본질인 신뢰관계가 파탄되면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는 법리는 향후 위임계약 실무에 중요한 지침이 될 것이다. 특히 전문서비스업이나 대리 업무를 수행하는 업체들은 단순히 계약상 의무만 이행하는 것을 넘어 지속적인 신뢰관계 구축에 더욱 신경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계약 당사자들은 신뢰관계 파탄을 방지하고 분쟁 발생 시 합리적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절차를 계약서에 미리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판결이 제시한 법리가 향후 위임계약 관계에서 더 공정하고 합리적인 분쟁 해결의 기준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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