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뉴스

생활/문화 > 패션/뷰티
기사원문 바로가기
칼럼-이란과 이스라엘의 상징색과 천연염색
repoter : 허북구 ( todayf@naver.com ) 등록일 : 2026-05-26 17:20:03 · 공유일 : 2026-05-28 17:44:29
[허북구 한국명인명장연구소 대표] 인간 문명의 상징인 색은 오래전부터 자연에서 얻은 색을 옷감과 건축, 종교와 권력 속에 담아 왔다. 
 
특히 중동 지역은 세계 천연염색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공간이었다. 건조한 기후와 활발한 교역, 오랜 종교 문화가 결합되면서 색은 신앙과 민족, 국가 정체성을 표현하는 상징으로 발전했다. 
 
이란과 이스라엘 역시 그러한 색채 문화를 잘 보여주는 나라들이다. 이란의 전통 색채 문화에서 가장 상징적인 색 가운데 하나는 녹색이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녹색은 생명과 낙원, 평화와 신앙을 상징하는 색으로 여겨져 왔다. 
 
코란에서는 낙원의 사람들에게 녹색 비단 옷이 주어진다는 표현이 등장하며, 건조한 사막 환경 속에서 녹색은 물과 생명의 상징으로 인식되었다. 
 
후대 이슬람 문화에서는 녹색이 예언자 무함마드와 연결되는 상징색으로 자리 잡으면서 종교적 경건함과 권위를 나타내는 색이 되었다.
 
이란의 천연염색에서도 녹색은 특별한 의미를 지녔다. 그러나 천연염색에서 녹색은 결코 쉽게 얻을 수 있는 색이 아니었다. 
 
전통 장인들은 먼저 인디고(Indigofera tinctoria)로 푸른색을 염색한 뒤 석류 껍질이나 황색 식물염료를 덧입혀 녹색을 만들었다(허북구. 이란의 천연염색과 페르시아 양탄자. 패션저널 2023.12.15.)
 
여기에 꼭두서니(Rubia tinctorum)와 같은 염료식물도 함께 활용되며 중동 특유의 깊은 색감을 형성했다. 
 
즉 녹색은 단순한 색이 아니라 여러 번의 염색과 기술, 경험이 축적되어야 완성되는 색이었다. 그래서 전통 페르시아 카펫의 녹색은 장인의 숙련도를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로 여겨졌다.
 
반면 이스라엘과 유대 문화에서 상징성이 강한 색은 청색 계열이다. 특히 성서에 등장하는 ‘테켈레트(Tekhelet)’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테켈레트는 고대 유대교에서 신성한 청색 염료를 뜻하는데, 지중해 연안의 바다고둥류인 무렉스(Murex) 계열에서 얻은 색소로 보는 견해가 가장 유력하다. 
 
고대 히브리인들은 이 청색 염료를 제사장의 의복과 성막 장식 등에 사용하였다.
 
성경 민수기에는 옷 끝 술에 청색 실을 달라는 내용이 등장하는데, 이는 인간이 하늘과 신을 기억하며 살아야 한다는 의미와 연결된다. 
 
그래서 청색은 단순한 색이 아니라 신성함과 계율, 영적 질서를 상징하는 색으로 인식되었다. 오늘날 이스라엘 국기의 파란색 줄무늬 역시 이러한 유대 전통과 연결되어 있다는 해석이 많다.
 
이란과 이스라엘 모두 천연염색을 통해 자신들의 종교와 문화를 색 속에 담아 왔으나 상징하는 방향은 다소 다르다. 
 
이란의 녹색이 생명과 낙원, 공동체적 신앙을 상징했다면, 유대 문화의 청색은 하늘과 계율, 신과 인간의 관계를 상징하는 색에 가까웠다.
 
또한 두 문화 모두 색을 단순한 미적 요소로 보지 않고, 염료를 얻는 과정 자체가 노동과 기술, 교역과 권력의 역사와 연결되어 있었다. 
 
인디고와 꼭두서니, 석류 껍질 같은 식물 염료는 실크로드와 중동 교역망을 통해 이동했고, 바다고둥에서 얻는 청색 염료는 매우 귀한 사치품으로 취급되었다. 
 
따라서 색은 자연 속에서 얻어졌지만, 그 안에는 경제와 종교, 정치와 문명이 함께 스며 있었던 셈이다.
 
오늘날 화학염료의 시대가 되었지만, 중동의 전통 천연염색 문화는 여전히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천연염색 특유의 깊고 자연스러운 색감은 현대 산업 제품이 쉽게 재현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여겨진다. 
 
환경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러한 전통 염색 문화의 가치 역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색은 단순한 빛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자연을 어떻게 이해했고, 신앙과 권력, 공동체의 의미를 어떻게 표현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문명의 언어이다. 
 
이란의 녹색과 이스라엘의 청색은 서로 다른 역사와 종교 속에서 형성되었지만, 모두 인간이 자연의 색 속에 정신과 문화를 담아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무료유료
스크랩하기 공유받기O 신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