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서승아 기자] 전셋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고 이마저도 월세로 전환되는 사례가 늘면서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전체 임차 가구의 47.8%가 소득 1/4 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하고 있다. 게다가 미혼 남녀 38.5%는 주택 마련 부담 때문에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임차료가 저렴하면서 장기간 임대를 보장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의 필요성이 절실한 상황이다.2018년까지 임대주택 8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던 서울시(시장 박원순)가 부족한 공공임대주택 수요를 채우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박원순표 임대주택 모델을 내놓았다.
지난 3일 발표된 `임대주택 8만 호 공급 세부계획`이 그 주인공이다. 이는 2018년까지 공공임대주택 6만 호와 서울형 민간 임대주택 2만 호를 공급한다는 방안이다. 이번 방안의 핵심은 공공주택뿐만 아니라 민간주택을 적극 활용해 전월세시장 안정화를 꾀한다는 점이다.하지만 이러한 정책은 본격 추진되기도 전에 논란에 빠졌다.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업계는 박 시장의 임대주택 정책이 `공염불`로 끝날 것이란 냉소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산으로 가는 공공임대주택制… 朴시장 公約이라 강행?
지을 땅도 없고… 예산도 없고… 실수요자 혜택도 `글쎄`
서울시가 발표한 임대주택 8만 호 공급(안)의 내용 중 준공공임대주택 제도에 민간 참여를 적극 유도한다는 점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준공공임대주택 제도가 시행 1년을 맞았지만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그간 시장의 외면을 받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1월부터 10월까지 전국에서 공급된 준공공임대주택는 451가구, 서울시는 63가구에 그쳤다.
서울시가 SH공사 등을 통해 짓는 건설형 임대주택은 2018년까지 1만6969호가 예정돼 있지만 고덕강일ㆍ항동ㆍ천황ㆍ마곡지구와 위례신도시 등에 보금자리주택이 계획대로 공급되면 서울에 공급할 땅이 거의 없게 된다. 현재 서울시가 소유한 땅이 점점 줄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개발 가능한 택지도 부족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SH공사가 택지를 개발해 임대주택을 짓는 것은 향후 수년 안에 끝날 가능성이 크다"며 "이후에는 자투리 부지를 통한 100여 가구 수준의 임대아파트 공급만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기존 민간 임대사업자들을 준공공임대사업자로 유도해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이 가장 실효성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을 활용하기로 한 점은 상당히 특이한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시는 새로 짓기보다는 빈집을 포함한 기존 주택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또 SH공사가 집주인과 전세 계약을 맺은 기존 주택을 저렴하게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내년에 7000가구를 공급한다. 또한 앞으로 4년 동안 빈집 1만2000가구에 대해 임차료를 주변 시세의 90%로 낮추고 집주인과 세입자에게 최대 25만 원의 중개 수수료를 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효과가 있으려면 공급량이 수요를 뒷받침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우선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 지금 예산으로는 실질적으로 몇 가구밖에 혜택을 보지 못한다. 게다가 공공이 지원하는 임대주택이라 하기에는 수혜 정도가 낮다. 임차료가 주변 시세의 90% 수준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월차임 70만 원 세입자는 월 7만 원의 혜택을, 월차임 20만 원인 세입자는 월 2만 원의 혜택을 받게 된다. 그러나 시장은 일시적ㆍ제한적 지원이 아니라 영구적인 세금 감면 등 보다 현실적이고 광범위한 지원을 필요로 한다.국토교통부(장관 서승환ㆍ이하 국토부)는 지난 9월 발표된 9ㆍ1대책에서 「택지개발촉진법(이하 택촉법)」폐지하기로 했다. 대규모 신도시 개발을 피해 주택 과잉 공급을 막기 위해서다.
택촉법은 특정 지역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ㆍ사장 이재영)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매수해 개발할 수 있도록 허용한 법이다. 국토부 장관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이 특정 지역을 택지개발지구로 지정하면 이 땅에 적용되는 「도시ㆍ군계획시설의 결정ㆍ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을 포함한 관련 법령의 효력이 정지된다.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을 뒷받침하는 법인 셈이다. 택촉법 폐지로 신도시 신규 개발 사업이 중단되면 건설형 임대주택 공급도 줄어든다. 국토부에 따르면 택지개발지구나 신도시에서 아파트를 지을 때 최소 20%는 임대주택으로 지어야 한다. 1만 가구 규모 신도시를 조성할 때 최소 2000가구는 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택촉법 폐지로 인해 이 같은 임대주택 공급 방식은 요원해졌다.
`8만` 숫자 맞추기에 `급급` 주택 품질 확보는 `뒷전`
제2의 도시형생활주택 전락 우려… `주차지옥`도 해결 요원
이번 임대주택 8만 호 공급 방안과 관련해 제기되는 또 다른 문제는 공급되는 임대주택의 품질이 확보되느냐 하는 점이다. 방안에 따르면 서울시는 획일적 대규모 임대주택 건설 대신 공동체형 주택, 나눔카 주택, 빈집 활용 공동체 주택 등 `다품종` 임대주택을 집중 공급할 계획이다. 하지만 박 시장의 공약으로서 그의 임기 중 최대한 지켜야만 한다는 부담감 탓에 서울시는 `8만`이란 숫자 맞추기에만 급급한 모양새다. 자연스레 주택의 품질 제고는 의미 있는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다는 지적이 높다.
이 때문에 이번 정책도 실패작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등장하는 형국이다. 실질적이고 시장 수요에 부합하는 지원책이 빠진 탓에 초기 과잉 공급의 부작용을 낳았던 도시형생활주택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대표적인 예다. 서울시가 2009년 도시형생활주택을 늘리기 위해 2% 저금리로 금융 혜택을 부여하자 이듬해부터 인허가가 최대 10만 건에 달했다. 그 결과 현재는 임대 수요가 없는 지역의 경우 `빈집`으로 남겨진 도시형생활주택이 넘쳐난다. 전문가들은 이번 서울시의 준공공임대주택 제도도 연립주택이나 다가구주택 등 3인 이상 가구가 거주할 수 있는 주택보다 1인 가구를 위한 원룸 위주의 공급이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 서울시의 준공공임대주택 제도 지원 방안은 소규모 임대사업자뿐 아니라 대규모 회사형 사업자까지 제도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서울시 바람은 `서울시만의 짝사랑`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번 방안에 SH공사에서 매입하는 공공원룸임대주택의 주차장 설치 기준 완화 내용이 담겨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행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따르면 주택단지의 경우 가구당 주차 대수 1대, 원룸형 주택은 가구당 0.6대(30㎡ 미만 0.5대) 이상이 되도록 주차장을 설치해야 한다. 서울시는 이보다 기준을 완화해 가구당 0.3대(30㎡ 미만 0.25대)규모로 설치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이는 행복주택 주차장 건설 기준인 가구당 0.35~0.7대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실거주자가 대학생ㆍ사회 초년생인 탓에 자동차 보유 비율이 평균 14.4%에 불과한 실정을 반영한 것이라 하지만 여전히 주차난으로 인한 주거의 질 저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건축주가 공사와 공공원룸주택으로 공급하기 위한 매입 계약 체결 이후 계약을 파기해도 별 다른 제재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공공원룸주택 기준에 맞게 주차장 비율을 완화한 형태로 건물을 짓고 계약 파기 후 임의대로 도시형생활주택을 분양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형태로 단기간에 공급이 증가하면 주차시설 부족 등 열악한 주거환경 때문에 수요자에게 외면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전월세난 해소는커녕 수익형 부동산시장에도 애물단지로 전락하게 돼 또 다른 사회문제가 될 수도 있다. 면적은 비슷하지만 가구당 최소 0.8대를 주차할 수 있는 서울 국민임대주택 단지도 극심한 주차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서울시는 이 같은 추세에 역행하고 있는 꼴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공원룸주택 매입 시 건축 예정인 것, 짓고 있는 것, 준공된 것이 대상"이라며 "준공된 주택은 소유권 이전만 하면 되고 건축 예정이거나 짓고 있는 것은 일단 매입 협의를 하고 나머지 절차를 마무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설계 기준대로 지은 주택을 서민 주거를 위해 매입하고자 하지만 건축주 입장에서는 영리성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계약을 파기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여야 연내 처리 합의했지만… 업계 "정책 실효성 확보 위한 `골든타임` 놓쳤다"
한편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데 필요한 예산 부족과 관련한 해법으로 서울시가 택한 방법도 도마에 올랐다. 빚을 내 사업을 추진하려는 모양인데 이는 결국 박 시장이 그렇게 중요시하는 서민 복지에 부메랑이 돼 날아올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 9일 5년 전 발행한 지방채를 차환(새로 꿔서 먼저 꾼 것을 갚음)하기 위해 또다시 3000억 원의 지방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2014년 서울시 채무 잔액(추정)은 3조2193억 원으로 2013년보다 2766억 원이 늘었다. 2015년도에 공공임대주택사업을 위해 국민주택기금에서 1000억 원을 차입하는 등의 이유로 이 금액이 3조3170억 원이 될 것이란 추산도 등장한 상태다.
재개발 임대주택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제50조에 따라 사업시행자로부터 재개발 아파트를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 서울시는 그간 별도의 국민주택기금 융자 없이 국비 지원을 포함한 예산만으로 주택을 매입해 왔다. 하지만 최근 정비사업 실태조사 등을 통해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은 정비구역들이 생기면서 매입 자금 요청이 쇄도해 자금이 부족한 상황에 이르자 국민주택기금 차입을 결정하게 됐다는 전언이다.
이자비용 때문에 발생할 임대료 인상 부담도 피할 수 없게 됐다. 통상 국민주택기금 융자가 투입돼 지어진 임대주택의 임대료는 사업시행자의 이자 지불에 쓰이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성호 의원에 따르면 서울시 임대주택 임대료 체납액은 올해 7월 기준 88억 원으로 2010년 46억 원 대비 92%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체 세대수 역시 같은 기간 1만5714가구에서 2만3060가구로 47% 증가했고, 연체율도 13.4%에서 15.4%로 늘었다. 정 의원은 "국민임대주택이나 재개발 임대주택의 임대료 연체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저소득층에 대한 분할 납부를 유도하거나 주거 안정을 위한 서울시의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늘어가는 부채와 허울뿐인 허상인 임대주택 세부 공급계획을 내놓은 서울시가 어떤 묘안을 꺼낼 수 있을지에 시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아유경제=서승아 기자] 전셋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고 이마저도 월세로 전환되는 사례가 늘면서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전체 임차 가구의 47.8%가 소득 1/4 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하고 있다. 게다가 미혼 남녀 38.5%는 주택 마련 부담 때문에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임차료가 저렴하면서 장기간 임대를 보장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의 필요성이 절실한 상황이다.2018년까지 임대주택 8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던 서울시(시장 박원순)가 부족한 공공임대주택 수요를 채우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박원순표 임대주택 모델을 내놓았다.
지난 3일 발표된 `임대주택 8만 호 공급 세부계획`이 그 주인공이다. 이는 2018년까지 공공임대주택 6만 호와 서울형 민간 임대주택 2만 호를 공급한다는 방안이다. 이번 방안의 핵심은 공공주택뿐만 아니라 민간주택을 적극 활용해 전월세시장 안정화를 꾀한다는 점이다.하지만 이러한 정책은 본격 추진되기도 전에 논란에 빠졌다.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업계는 박 시장의 임대주택 정책이 `공염불`로 끝날 것이란 냉소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산으로 가는 공공임대주택制… 朴시장 公約이라 강행?
지을 땅도 없고… 예산도 없고… 실수요자 혜택도 `글쎄`
서울시가 발표한 임대주택 8만 호 공급(안)의 내용 중 준공공임대주택 제도에 민간 참여를 적극 유도한다는 점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준공공임대주택 제도가 시행 1년을 맞았지만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그간 시장의 외면을 받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1월부터 10월까지 전국에서 공급된 준공공임대주택는 451가구, 서울시는 63가구에 그쳤다.
서울시가 SH공사 등을 통해 짓는 건설형 임대주택은 2018년까지 1만6969호가 예정돼 있지만 고덕강일ㆍ항동ㆍ천황ㆍ마곡지구와 위례신도시 등에 보금자리주택이 계획대로 공급되면 서울에 공급할 땅이 거의 없게 된다. 현재 서울시가 소유한 땅이 점점 줄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개발 가능한 택지도 부족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SH공사가 택지를 개발해 임대주택을 짓는 것은 향후 수년 안에 끝날 가능성이 크다"며 "이후에는 자투리 부지를 통한 100여 가구 수준의 임대아파트 공급만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기존 민간 임대사업자들을 준공공임대사업자로 유도해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이 가장 실효성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을 활용하기로 한 점은 상당히 특이한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시는 새로 짓기보다는 빈집을 포함한 기존 주택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또 SH공사가 집주인과 전세 계약을 맺은 기존 주택을 저렴하게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내년에 7000가구를 공급한다. 또한 앞으로 4년 동안 빈집 1만2000가구에 대해 임차료를 주변 시세의 90%로 낮추고 집주인과 세입자에게 최대 25만 원의 중개 수수료를 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효과가 있으려면 공급량이 수요를 뒷받침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우선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 지금 예산으로는 실질적으로 몇 가구밖에 혜택을 보지 못한다. 게다가 공공이 지원하는 임대주택이라 하기에는 수혜 정도가 낮다. 임차료가 주변 시세의 90% 수준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월차임 70만 원 세입자는 월 7만 원의 혜택을, 월차임 20만 원인 세입자는 월 2만 원의 혜택을 받게 된다. 그러나 시장은 일시적ㆍ제한적 지원이 아니라 영구적인 세금 감면 등 보다 현실적이고 광범위한 지원을 필요로 한다.국토교통부(장관 서승환ㆍ이하 국토부)는 지난 9월 발표된 9ㆍ1대책에서 「택지개발촉진법(이하 택촉법)」폐지하기로 했다. 대규모 신도시 개발을 피해 주택 과잉 공급을 막기 위해서다.
택촉법은 특정 지역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ㆍ사장 이재영)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매수해 개발할 수 있도록 허용한 법이다. 국토부 장관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이 특정 지역을 택지개발지구로 지정하면 이 땅에 적용되는 「도시ㆍ군계획시설의 결정ㆍ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을 포함한 관련 법령의 효력이 정지된다.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을 뒷받침하는 법인 셈이다. 택촉법 폐지로 신도시 신규 개발 사업이 중단되면 건설형 임대주택 공급도 줄어든다. 국토부에 따르면 택지개발지구나 신도시에서 아파트를 지을 때 최소 20%는 임대주택으로 지어야 한다. 1만 가구 규모 신도시를 조성할 때 최소 2000가구는 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택촉법 폐지로 인해 이 같은 임대주택 공급 방식은 요원해졌다.
`8만` 숫자 맞추기에 `급급` 주택 품질 확보는 `뒷전`
제2의 도시형생활주택 전락 우려… `주차지옥`도 해결 요원
이번 임대주택 8만 호 공급 방안과 관련해 제기되는 또 다른 문제는 공급되는 임대주택의 품질이 확보되느냐 하는 점이다. 방안에 따르면 서울시는 획일적 대규모 임대주택 건설 대신 공동체형 주택, 나눔카 주택, 빈집 활용 공동체 주택 등 `다품종` 임대주택을 집중 공급할 계획이다. 하지만 박 시장의 공약으로서 그의 임기 중 최대한 지켜야만 한다는 부담감 탓에 서울시는 `8만`이란 숫자 맞추기에만 급급한 모양새다. 자연스레 주택의 품질 제고는 의미 있는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다는 지적이 높다.
이 때문에 이번 정책도 실패작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등장하는 형국이다. 실질적이고 시장 수요에 부합하는 지원책이 빠진 탓에 초기 과잉 공급의 부작용을 낳았던 도시형생활주택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대표적인 예다. 서울시가 2009년 도시형생활주택을 늘리기 위해 2% 저금리로 금융 혜택을 부여하자 이듬해부터 인허가가 최대 10만 건에 달했다. 그 결과 현재는 임대 수요가 없는 지역의 경우 `빈집`으로 남겨진 도시형생활주택이 넘쳐난다. 전문가들은 이번 서울시의 준공공임대주택 제도도 연립주택이나 다가구주택 등 3인 이상 가구가 거주할 수 있는 주택보다 1인 가구를 위한 원룸 위주의 공급이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 서울시의 준공공임대주택 제도 지원 방안은 소규모 임대사업자뿐 아니라 대규모 회사형 사업자까지 제도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서울시 바람은 `서울시만의 짝사랑`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번 방안에 SH공사에서 매입하는 공공원룸임대주택의 주차장 설치 기준 완화 내용이 담겨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행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따르면 주택단지의 경우 가구당 주차 대수 1대, 원룸형 주택은 가구당 0.6대(30㎡ 미만 0.5대) 이상이 되도록 주차장을 설치해야 한다. 서울시는 이보다 기준을 완화해 가구당 0.3대(30㎡ 미만 0.25대)규모로 설치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이는 행복주택 주차장 건설 기준인 가구당 0.35~0.7대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실거주자가 대학생ㆍ사회 초년생인 탓에 자동차 보유 비율이 평균 14.4%에 불과한 실정을 반영한 것이라 하지만 여전히 주차난으로 인한 주거의 질 저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건축주가 공사와 공공원룸주택으로 공급하기 위한 매입 계약 체결 이후 계약을 파기해도 별 다른 제재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공공원룸주택 기준에 맞게 주차장 비율을 완화한 형태로 건물을 짓고 계약 파기 후 임의대로 도시형생활주택을 분양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형태로 단기간에 공급이 증가하면 주차시설 부족 등 열악한 주거환경 때문에 수요자에게 외면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전월세난 해소는커녕 수익형 부동산시장에도 애물단지로 전락하게 돼 또 다른 사회문제가 될 수도 있다. 면적은 비슷하지만 가구당 최소 0.8대를 주차할 수 있는 서울 국민임대주택 단지도 극심한 주차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서울시는 이 같은 추세에 역행하고 있는 꼴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공원룸주택 매입 시 건축 예정인 것, 짓고 있는 것, 준공된 것이 대상"이라며 "준공된 주택은 소유권 이전만 하면 되고 건축 예정이거나 짓고 있는 것은 일단 매입 협의를 하고 나머지 절차를 마무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설계 기준대로 지은 주택을 서민 주거를 위해 매입하고자 하지만 건축주 입장에서는 영리성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계약을 파기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여야 연내 처리 합의했지만… 업계 "정책 실효성 확보 위한 `골든타임` 놓쳤다"
한편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데 필요한 예산 부족과 관련한 해법으로 서울시가 택한 방법도 도마에 올랐다. 빚을 내 사업을 추진하려는 모양인데 이는 결국 박 시장이 그렇게 중요시하는 서민 복지에 부메랑이 돼 날아올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 9일 5년 전 발행한 지방채를 차환(새로 꿔서 먼저 꾼 것을 갚음)하기 위해 또다시 3000억 원의 지방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2014년 서울시 채무 잔액(추정)은 3조2193억 원으로 2013년보다 2766억 원이 늘었다. 2015년도에 공공임대주택사업을 위해 국민주택기금에서 1000억 원을 차입하는 등의 이유로 이 금액이 3조3170억 원이 될 것이란 추산도 등장한 상태다.
재개발 임대주택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제50조에 따라 사업시행자로부터 재개발 아파트를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 서울시는 그간 별도의 국민주택기금 융자 없이 국비 지원을 포함한 예산만으로 주택을 매입해 왔다. 하지만 최근 정비사업 실태조사 등을 통해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은 정비구역들이 생기면서 매입 자금 요청이 쇄도해 자금이 부족한 상황에 이르자 국민주택기금 차입을 결정하게 됐다는 전언이다.
이자비용 때문에 발생할 임대료 인상 부담도 피할 수 없게 됐다. 통상 국민주택기금 융자가 투입돼 지어진 임대주택의 임대료는 사업시행자의 이자 지불에 쓰이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성호 의원에 따르면 서울시 임대주택 임대료 체납액은 올해 7월 기준 88억 원으로 2010년 46억 원 대비 92%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체 세대수 역시 같은 기간 1만5714가구에서 2만3060가구로 47% 증가했고, 연체율도 13.4%에서 15.4%로 늘었다. 정 의원은 "국민임대주택이나 재개발 임대주택의 임대료 연체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저소득층에 대한 분할 납부를 유도하거나 주거 안정을 위한 서울시의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늘어가는 부채와 허울뿐인 허상인 임대주택 세부 공급계획을 내놓은 서울시가 어떤 묘안을 꺼낼 수 있을지에 시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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