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유준상 기자] 대한민국의 대표 항공사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항공(대표이사 조양호)이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른바 `땅콩 회항` 파문이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조현아 전 부사장의 사법 처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사건의 파장이 총수 일가는 물론 한진 그룹 및 기타 계열사에까지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대한항공은 스스로 자처한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뒤에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특히 오너 일가의 권위 의식이 사건의 파장을 가벼이 판단, 초기 대응부터 삐거덕거린 이번 사건은 그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의 깊은 나락으로 대한항공을 밀어 넣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건은 파문의 장본인인 조현아 전 부사장은 물론 아버지인 조양호 한진 그룹 회장과 대한항공이 지금껏 쌓아 올린 명성을 곤두박질치게 만들었다. 나아가 조 회장 일가의 권위주의와 그로 인해 망가진 대한항공의 노사 문화도 도마에 오르고 있어 사건의 파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나는 오너의 딸, 승무원은 나의 노예, 160톤 여객기는 장난감?!
만연한 권위의식에 업계 "社내에 뿌리박힌 부조리… 개혁 절실"
`비행기도 돌리게 한 그 맛`
요즘 한창 유행어가 돼 버린 이 문구는 땅콩(마카다미아) 하나를 문제 삼아 수백 명을 태운 비행기를 돌리게 한 조현아 전 부사장을 비꼬는 말이다. 말 그대로 땅콩 하나가 거대한 비행기, 나아가 대기업을 추락시킨 형국이다. 이 때문에 조 전 부사장은 사법 처리 수순을 밟고 있다. 대한항공의 미래를 짊어질 것으로 평가받던 얼마 전과는 상황이 천양지차다.
특히 대한항공의 `얼굴` 격인 그녀의 이번 행동은 최근 「항공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옴에 따라 기득권이 법 위에 있냐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일등석에 탑승했던 목격자 박모 씨는 최근 국토교통부(장관 서승환ㆍ이하 국토부) 조사에서 조 전 부사장이 `비행기 회항` 지시를 한 사실과 객실에 들릴 정도로 큰소리로 박모 사무장과 승무원을 나무랐다고 증언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내용이 사실일 경우 「항공안전 및 보안에 관한 법률(이하 항공법)」 제23조의 `기장 등의 업무를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방해하는 행위`, ` 폭언, 고성방가 등 소란행위`에 위배되며, 오너 자녀로서의 권위를 이용해 기장에 비행기를 돌리게끔 명령한 것은 같은 법 제42조ㆍ제43조의 `직무집행방해죄`에 해당된다고 지적한다. 이로 인해 당사자인 조 전 부사장의 소환 조사가 이뤄진 가운데 검찰이 `폭행`과 `회항 지시`에 대한 진위 여부 등 핵심 의혹 입증으로 혐의가 확인될 경우 구속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언이다. 이에 한 관계자는 "마카다미아를 담는 사내 규칙을 간과한 직원보다 항공법을 모르는 조 전 부사장이 더 심각한 수준 아니냐. 이는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가진 재벌 3세로서의 뿌리 깊은 권위의식이 문제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이 오너 일가라는 사실은 이번 사건의 파장이 길어지는 데 있어 `기름`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이 사건 이후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홈페이지 등에는 그동안 조 전 부사장을 비롯한 대한항공 오너 일가에 의해 이뤄진 `갑의 횡포`를 성토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지난 9일에는 자신이 조종하는 비행기에 오너 일가를 태운 경험이 있다고 밝힌 한 기장이 `오너 일가를 태운 비행에 스트레스가 많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게재한 글에 따르면 글쓴이는 소수의 오너 일가 등 재벌에 의해 지배되는 폐쇄적인 구조가 사내에 만연해 있음을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일단 비행기에 오너 일가를 태우게 되면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그냥 넘어가지 못해 승무원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비행이 끝나고 나면 책임을 총괄하는 객실 사무장의 경우 탈진으로 쓰러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러한 사내 문화에 외부적인 제재 등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오너 일가가 `권위`를 앞세워 이익만 누리고 `책임`은 사원들에게 전가시키는 행태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유경제 박재필 발행인은 "이러한 견해가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전체의 의견을 반영한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이러한 비판이 봇물처럼 터진 시기가 결정적으로 `땅콩리턴` 사건에 대해 대한항공 사 측이 사과문을 발표한 직후라는 점을 감안할 때 소위 `그들만의 리그`가 존재한다는 중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견해를 표했다.
지난 8일 A언론사를 통해 대한항공이 발표한 공식 사과문에는 ▲사무장이 변명과 거짓으로 적당히 둘러댔다는 점을 들어 조 부사장이 그의 자질을 문제 삼았고, 기장이 하기 조치했다는 내용 ▲대한항공 전 임원들은 항공기 탑승 시 기내 서비스와 안전에 대한 점검 의무가 있기 때문에 조현아 부사장은 기내 서비스와 기내식을 책임지고 있는 임원으로서 문제 제기 및 지적은 당연한 일이라는 사 측의 반응 등 변명 수준에 불과한 의견들만 명시돼 있다. 이 때문에 정작 자신들의 잘못에 대한 포인트는 외면하고 노조 측의 감정을 자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사건 관계자들은 "사과문의 내용만 살펴보면 조 전 부사장의 행동에는 잘못이 없고, 이번 사건과 관련된 책임을 `갑``인 조 전 부사장이 아닌 `을`인 기장에게 전가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이는 그들이 사과할 기회와 진정성을 스스로 날려 버린 꼴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이어 사 측이 이러한 반응을 보이는 원인에 대해서는 "사 측 스스로 잘못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할 의지가 없거나, 사과문을 낸 홍보실마저 기득권 세력에 의해 완벽히 통제당하고 있는 것"이라며 "어떠한 경우든지 비판을 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일하고 진정성 없는 후속 조치로 의혹 `일파만파`
수사 과정서 드러난 `그들만의 리그`… `칼피아` 논란 가중
대한항공 사 측의 망동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지난 11일 검찰이 대한항공 본사를 압수 수색하는 과정에서 모 상무가 사건과 관련한 증거 인멸을 주도한 정황이 포착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초기부터 유의 깊게 관찰한 결과 조 전 부사장의 최측근인 상무를 비롯한 2명이 이 사건과 관련 있는 승무원들을 회유하고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는 심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박 사무장 등에 따르면 해당 상무가 `땅콩리턴`의 최초 보고서 이메일을 삭제 지시했으며, 국토부 조사 후 작성한 사실확인서를 10여 차례 다시 작성하도록 했다고 밝혀 이 같은 증거 인멸 의혹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국토부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불미스런 의혹이 연달아 불거짐에 따라 `대한항공이 이미 손을 쓴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박 사무장이 A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에 의하면 국토부 조사 출석 요구를 국토부가 아닌 대한항공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8일 출석 당시 대한항공 고위급 임원이 배석한 것으로 알려져 `칼피아(KAL+마피아ㆍ항공마피아)` 논란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박 사무장 출석 당시 국토부 조사 담당자 6명 중 대한항공 출신 항공안전감독관이 2명이나 배정돼 있었다는 발언은 이 같은 논란을 더욱 가중시켰다.
실제로 지난 1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노근 의원에 따르면 국토부 항공안전감독관 17명 가운데 대한항공 출신이 15명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대한항공의 `손`이 이미 정부기관에까지 뻗쳤다는 의혹이 잇따라 나옴에 따라 그동안 대한항공이 쌓아 왔던 이미지를 회복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진 그룹을 집어삼킨 땅콩… 이미지ㆍ주가ㆍ시가총액 `Down`
조 회장 세 자녀 `자질론` 불거져… 경영권 승계 차질 불가피
`땅콩리턴`의 피해는 막심하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조 전 부사장의 권위의식과 인성 등 자질 문제가 구설에 오르면서 이른바 한진 그룹 `3세들(▲조현아 전 부사장 ▲조원태 한진칼 대표이사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자질론이 대두됐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물론 그룹 차원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이 사건의 여파로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주가는 급격하게 하락했다. 지난 18일 한국거래소에 의하면 조 전 부사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지난 12일부터 18일까지 대한항공은 5%, 한진칼은 5.47%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일주일 새 두 회사의 시가총액이 2359억 원(대한항공 1467억 원ㆍ한진칼 892억 원) 감소한 것이다.
이 때문에 `세습`과 `권위`에 의존하는 한진 그룹 지배구조에 개선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로 이 사건이 터지기 직전 한진 그룹의 경영권이 한진칼에 집중되는 등 한진 그룹 내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부산하게 이뤄지는 듯 했다. 하지만 자세한 내막을 들여다보면 한진칼이 대한항공의 주식을 사들이고 현물출자 과정에서 조 회장이 자신을 비롯해 세 자녀 등 기존 지배 주체들이 가진 대한항공 주식의 대부분을 한진칼 주식으로 이동시키는 것에 불과했다는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한진그룹 3남매의 지배력은 여전하며 `왕좌`가 조 회장으로부터 이들 3명 중 1명에게 세습될 가능성은 그대로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이어 이제껏 조 회장이 한진칼의 지분을 3세들에게 거의 동일하게 배분(▲조현아 131만3097주ㆍ2.48% ▲조원태 131만4532주ㆍ2.48% ▲조현민 131만716주ㆍ2.47%)시켜 왔으나 나이가 어린 조 전무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험이 많은 조 전 부사장과 조 대표 중 1명이 조 회장의 지배 지분(15%)을 증여받을 것으로 예상해 왔다.
그런데 이번 사태로 조 전 부사장이 대한항공의 모든 보직에서 물러남에 따라, 조 대표가 차기 후계자 후보로 주목받고 있는 실정이다. 조 대표는 현재 ▲대한항공 그룹경영지원실 실장 ▲대한항공 경영전략 및 영업부문 총괄부사장 ▲대한항공 화물사업본부 본부장과 함께 한진칼 대표이사와 한진그룹 48개 계열사 중 12개 계열사의 등기이사를 겸임하고 있어 이 사건 전부터 누나 조 전 부사장과 후계자 자리를 놓고 자웅을 겨룰 정도로 자주 거론되던 인물이다.
하지만 `피는 못 속인다`고 했던가. 전문가들은 이번 조 전 부사장의 행태로 드러난 권위의식이 과거 조 대표에게서도 발견된 적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14일 한 매체는 조 대표가 2005년 난폭 운전을 하는 것을 보고 이를 나무란 70대 할머니에게 폭언과 함께 폭행까지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조 대표에 의해 폭행을 당한 할머니는 손주로 추정되는 아기를 안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비교적 최근인 2012년에도 인하대 운영 부조리를 비판하는 시민 단체에 원색적인 발언을 한 사실이 이슈화되면서 조 대표의 인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조 전 부사장과 조 대표 모두 한진 그룹이 설립한 `정석인하학원`의 이사 명단에 등재돼 있지만 실질적인 역할은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비난을 사고 있다. 지난 16일 정석인하학원 한 관계자는 "정석인하학원 이사 명단에 ▲조양호 한진 그룹 회장 ▲지창훈 대한항공 사장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조원태 한진칼 대표이사 등 15명이 등재돼 있다"며 "하지만 지난 4~6월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과 조 대표는 3개월 동안 한 차례도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이들이 겉치레로 이사직을 겸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한항공 사 측은 조 대표의 이 같은 실상을 과거 젊은 시절의 실수로 감싸려 하고 있지만 조 대표에게 이목과 검증 요구가 집중되는 이 시기에 `조 대표 감싸기`는 조 전 부사장이 벌려 놓은 과오로 인해 외려 한진 그룹 3세들에 대한 부정적 여론만 확산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아유경제=유준상 기자] 대한민국의 대표 항공사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항공(대표이사 조양호)이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른바 `땅콩 회항` 파문이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조현아 전 부사장의 사법 처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사건의 파장이 총수 일가는 물론 한진 그룹 및 기타 계열사에까지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대한항공은 스스로 자처한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뒤에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특히 오너 일가의 권위 의식이 사건의 파장을 가벼이 판단, 초기 대응부터 삐거덕거린 이번 사건은 그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의 깊은 나락으로 대한항공을 밀어 넣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건은 파문의 장본인인 조현아 전 부사장은 물론 아버지인 조양호 한진 그룹 회장과 대한항공이 지금껏 쌓아 올린 명성을 곤두박질치게 만들었다. 나아가 조 회장 일가의 권위주의와 그로 인해 망가진 대한항공의 노사 문화도 도마에 오르고 있어 사건의 파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나는 오너의 딸, 승무원은 나의 노예, 160톤 여객기는 장난감?!
만연한 권위의식에 업계 "社내에 뿌리박힌 부조리… 개혁 절실"
`비행기도 돌리게 한 그 맛`
요즘 한창 유행어가 돼 버린 이 문구는 땅콩(마카다미아) 하나를 문제 삼아 수백 명을 태운 비행기를 돌리게 한 조현아 전 부사장을 비꼬는 말이다. 말 그대로 땅콩 하나가 거대한 비행기, 나아가 대기업을 추락시킨 형국이다. 이 때문에 조 전 부사장은 사법 처리 수순을 밟고 있다. 대한항공의 미래를 짊어질 것으로 평가받던 얼마 전과는 상황이 천양지차다.
특히 대한항공의 `얼굴` 격인 그녀의 이번 행동은 최근 「항공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옴에 따라 기득권이 법 위에 있냐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일등석에 탑승했던 목격자 박모 씨는 최근 국토교통부(장관 서승환ㆍ이하 국토부) 조사에서 조 전 부사장이 `비행기 회항` 지시를 한 사실과 객실에 들릴 정도로 큰소리로 박모 사무장과 승무원을 나무랐다고 증언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내용이 사실일 경우 「항공안전 및 보안에 관한 법률(이하 항공법)」 제23조의 `기장 등의 업무를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방해하는 행위`, ` 폭언, 고성방가 등 소란행위`에 위배되며, 오너 자녀로서의 권위를 이용해 기장에 비행기를 돌리게끔 명령한 것은 같은 법 제42조ㆍ제43조의 `직무집행방해죄`에 해당된다고 지적한다. 이로 인해 당사자인 조 전 부사장의 소환 조사가 이뤄진 가운데 검찰이 `폭행`과 `회항 지시`에 대한 진위 여부 등 핵심 의혹 입증으로 혐의가 확인될 경우 구속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언이다. 이에 한 관계자는 "마카다미아를 담는 사내 규칙을 간과한 직원보다 항공법을 모르는 조 전 부사장이 더 심각한 수준 아니냐. 이는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가진 재벌 3세로서의 뿌리 깊은 권위의식이 문제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이 오너 일가라는 사실은 이번 사건의 파장이 길어지는 데 있어 `기름`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이 사건 이후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홈페이지 등에는 그동안 조 전 부사장을 비롯한 대한항공 오너 일가에 의해 이뤄진 `갑의 횡포`를 성토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지난 9일에는 자신이 조종하는 비행기에 오너 일가를 태운 경험이 있다고 밝힌 한 기장이 `오너 일가를 태운 비행에 스트레스가 많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게재한 글에 따르면 글쓴이는 소수의 오너 일가 등 재벌에 의해 지배되는 폐쇄적인 구조가 사내에 만연해 있음을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일단 비행기에 오너 일가를 태우게 되면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그냥 넘어가지 못해 승무원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비행이 끝나고 나면 책임을 총괄하는 객실 사무장의 경우 탈진으로 쓰러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러한 사내 문화에 외부적인 제재 등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오너 일가가 `권위`를 앞세워 이익만 누리고 `책임`은 사원들에게 전가시키는 행태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유경제 박재필 발행인은 "이러한 견해가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전체의 의견을 반영한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이러한 비판이 봇물처럼 터진 시기가 결정적으로 `땅콩리턴` 사건에 대해 대한항공 사 측이 사과문을 발표한 직후라는 점을 감안할 때 소위 `그들만의 리그`가 존재한다는 중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견해를 표했다.
지난 8일 A언론사를 통해 대한항공이 발표한 공식 사과문에는 ▲사무장이 변명과 거짓으로 적당히 둘러댔다는 점을 들어 조 부사장이 그의 자질을 문제 삼았고, 기장이 하기 조치했다는 내용 ▲대한항공 전 임원들은 항공기 탑승 시 기내 서비스와 안전에 대한 점검 의무가 있기 때문에 조현아 부사장은 기내 서비스와 기내식을 책임지고 있는 임원으로서 문제 제기 및 지적은 당연한 일이라는 사 측의 반응 등 변명 수준에 불과한 의견들만 명시돼 있다. 이 때문에 정작 자신들의 잘못에 대한 포인트는 외면하고 노조 측의 감정을 자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사건 관계자들은 "사과문의 내용만 살펴보면 조 전 부사장의 행동에는 잘못이 없고, 이번 사건과 관련된 책임을 `갑``인 조 전 부사장이 아닌 `을`인 기장에게 전가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이는 그들이 사과할 기회와 진정성을 스스로 날려 버린 꼴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이어 사 측이 이러한 반응을 보이는 원인에 대해서는 "사 측 스스로 잘못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할 의지가 없거나, 사과문을 낸 홍보실마저 기득권 세력에 의해 완벽히 통제당하고 있는 것"이라며 "어떠한 경우든지 비판을 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일하고 진정성 없는 후속 조치로 의혹 `일파만파`
수사 과정서 드러난 `그들만의 리그`… `칼피아` 논란 가중
대한항공 사 측의 망동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지난 11일 검찰이 대한항공 본사를 압수 수색하는 과정에서 모 상무가 사건과 관련한 증거 인멸을 주도한 정황이 포착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초기부터 유의 깊게 관찰한 결과 조 전 부사장의 최측근인 상무를 비롯한 2명이 이 사건과 관련 있는 승무원들을 회유하고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는 심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박 사무장 등에 따르면 해당 상무가 `땅콩리턴`의 최초 보고서 이메일을 삭제 지시했으며, 국토부 조사 후 작성한 사실확인서를 10여 차례 다시 작성하도록 했다고 밝혀 이 같은 증거 인멸 의혹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국토부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불미스런 의혹이 연달아 불거짐에 따라 `대한항공이 이미 손을 쓴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박 사무장이 A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에 의하면 국토부 조사 출석 요구를 국토부가 아닌 대한항공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8일 출석 당시 대한항공 고위급 임원이 배석한 것으로 알려져 `칼피아(KAL+마피아ㆍ항공마피아)` 논란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박 사무장 출석 당시 국토부 조사 담당자 6명 중 대한항공 출신 항공안전감독관이 2명이나 배정돼 있었다는 발언은 이 같은 논란을 더욱 가중시켰다.
실제로 지난 1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노근 의원에 따르면 국토부 항공안전감독관 17명 가운데 대한항공 출신이 15명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대한항공의 `손`이 이미 정부기관에까지 뻗쳤다는 의혹이 잇따라 나옴에 따라 그동안 대한항공이 쌓아 왔던 이미지를 회복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진 그룹을 집어삼킨 땅콩… 이미지ㆍ주가ㆍ시가총액 `Down`
조 회장 세 자녀 `자질론` 불거져… 경영권 승계 차질 불가피
`땅콩리턴`의 피해는 막심하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조 전 부사장의 권위의식과 인성 등 자질 문제가 구설에 오르면서 이른바 한진 그룹 `3세들(▲조현아 전 부사장 ▲조원태 한진칼 대표이사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자질론이 대두됐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물론 그룹 차원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이 사건의 여파로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주가는 급격하게 하락했다. 지난 18일 한국거래소에 의하면 조 전 부사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지난 12일부터 18일까지 대한항공은 5%, 한진칼은 5.47%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일주일 새 두 회사의 시가총액이 2359억 원(대한항공 1467억 원ㆍ한진칼 892억 원) 감소한 것이다.
이 때문에 `세습`과 `권위`에 의존하는 한진 그룹 지배구조에 개선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로 이 사건이 터지기 직전 한진 그룹의 경영권이 한진칼에 집중되는 등 한진 그룹 내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부산하게 이뤄지는 듯 했다. 하지만 자세한 내막을 들여다보면 한진칼이 대한항공의 주식을 사들이고 현물출자 과정에서 조 회장이 자신을 비롯해 세 자녀 등 기존 지배 주체들이 가진 대한항공 주식의 대부분을 한진칼 주식으로 이동시키는 것에 불과했다는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한진그룹 3남매의 지배력은 여전하며 `왕좌`가 조 회장으로부터 이들 3명 중 1명에게 세습될 가능성은 그대로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이어 이제껏 조 회장이 한진칼의 지분을 3세들에게 거의 동일하게 배분(▲조현아 131만3097주ㆍ2.48% ▲조원태 131만4532주ㆍ2.48% ▲조현민 131만716주ㆍ2.47%)시켜 왔으나 나이가 어린 조 전무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험이 많은 조 전 부사장과 조 대표 중 1명이 조 회장의 지배 지분(15%)을 증여받을 것으로 예상해 왔다.
그런데 이번 사태로 조 전 부사장이 대한항공의 모든 보직에서 물러남에 따라, 조 대표가 차기 후계자 후보로 주목받고 있는 실정이다. 조 대표는 현재 ▲대한항공 그룹경영지원실 실장 ▲대한항공 경영전략 및 영업부문 총괄부사장 ▲대한항공 화물사업본부 본부장과 함께 한진칼 대표이사와 한진그룹 48개 계열사 중 12개 계열사의 등기이사를 겸임하고 있어 이 사건 전부터 누나 조 전 부사장과 후계자 자리를 놓고 자웅을 겨룰 정도로 자주 거론되던 인물이다.
하지만 `피는 못 속인다`고 했던가. 전문가들은 이번 조 전 부사장의 행태로 드러난 권위의식이 과거 조 대표에게서도 발견된 적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14일 한 매체는 조 대표가 2005년 난폭 운전을 하는 것을 보고 이를 나무란 70대 할머니에게 폭언과 함께 폭행까지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조 대표에 의해 폭행을 당한 할머니는 손주로 추정되는 아기를 안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비교적 최근인 2012년에도 인하대 운영 부조리를 비판하는 시민 단체에 원색적인 발언을 한 사실이 이슈화되면서 조 대표의 인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조 전 부사장과 조 대표 모두 한진 그룹이 설립한 `정석인하학원`의 이사 명단에 등재돼 있지만 실질적인 역할은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비난을 사고 있다. 지난 16일 정석인하학원 한 관계자는 "정석인하학원 이사 명단에 ▲조양호 한진 그룹 회장 ▲지창훈 대한항공 사장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조원태 한진칼 대표이사 등 15명이 등재돼 있다"며 "하지만 지난 4~6월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과 조 대표는 3개월 동안 한 차례도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이들이 겉치레로 이사직을 겸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한항공 사 측은 조 대표의 이 같은 실상을 과거 젊은 시절의 실수로 감싸려 하고 있지만 조 대표에게 이목과 검증 요구가 집중되는 이 시기에 `조 대표 감싸기`는 조 전 부사장이 벌려 놓은 과오로 인해 외려 한진 그룹 3세들에 대한 부정적 여론만 확산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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