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고수홍 기자] 성실함과 약자에 대한 배려로 거대 그룹을 이룩했다는 평가를 받아 온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의 신뢰에 봉합될 수 없는 금이 갔다.
지난해 대보그룹은 계열사 7개(▲대보건설 ▲대보실업대 ▲대보유통 ▲대보정보통신 ▲서원밸리 ▲보령물산 ▲대보D&S)의 연매출이 도합 1조 원으로, 준(準)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최 회장은 아침 7시 이전에 출근할 정도로 성실함이 몸에 밴 사람으로 첫 휴게소 운영 당시 맨손으로 변기의 찌든 때를 닦은 것으로 유명하다.
대보그룹은 여러 가지 사회공헌활동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기업으로 알려져 왔다. 그동안 서원밸리CC를 지역 주민에 개방해 `그린콘서트`를 개최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이밖에도 북한과 다문화 가정을 지원하기 위한 행사, 양로원 정기 후원을 비롯해 모교인 대천고등학교에 학습형 기숙사를 건립해주는 등 사회공헌에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세간의 존경을 받아 왔던 최 회장이 최근 검찰에 전격 구속됐다. 수백억 원대의 회사 자금을 횡령했다는 혐의다. 건실한 충청도 청년이 서울로 무작정 상경해 남다른 사업 수완으로 이룬 오늘날의 대보그룹이지만 그 이면에 존재했던 `그늘`이 씁쓸함을 남기고 있다.
`성실의 아이콘` 최등규 회장 횡령 혐의로 구속
공공 부문 입찰 위한 정관계 로비 의혹 밝혀지나
서울중앙지검찰청 첨단범죄수사1부는 대보정보통신 등 계열사의 자금 수백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 15일 대보그룹 최등규 회장을 구속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9월 15일 최 회장이 대보그룹 계열사인 대보정보통신 자금 수십억 원을 빼돌린 혐의를 포착하고 내부 회계 자료 등을 분석하기 위해 대보그룹 본사와 대보정보통신, 최 회장 자택 등을 압수 수색했다. 압수 수색 두 달 후인 지난달 12일, 최 회장은 50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검찰에 소환됐고 이 후 약 한 달 만인 지난 15일 200억 원대 횡령 혐의로 구속됐다.
최 회장을 소환해 조사한 검찰은 수년 동안 대보그룹과 계열사 임직원 수십 명의 계좌를 통해 비자금이 조성된 것으로 파악했다. 최 회장에 대해서는 2009년부터 공사비를 과대 계상하거나 거래 내역을 허위로 꾸민 뒤 대금을 돌려받는 수법으로 200억 원대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적용할 예정이라고 관계자는 전했다.
검찰은 비자금 창구로 지목된 대보정보통신이 관급 공사를 많이 수주한 점으로 미뤄 횡령한 돈이 로비 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구체적 용처를 추적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그동안 제기돼 왔던 갖가지 의혹들에 대한 진실 여부가 밝혀질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 10월 8일 열린 한국도로공사(사장 김학송・이하 도로공사) 국정감사(이하 국감)에서 도마 위에 오르며 세간의 관심을 증폭시켰다. 국감 당시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중 3명이 도로공사와 대보정보통신의 유착 관계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3명의 위원은 이노근 의원(새누리당ㆍ서울 노원갑)과 이장우 의원(새누리당ㆍ대전 동구), 이언주 의원(새정치민주연합・광명을)이었다. 이들은 ▲휴게소 등 고속도로 편의시설 입찰에 자회사 동원 ▲고속도로 정보시스템시장 독점 ▲도로공사 고위급 출신의 대보정보통신 재취업 문제 등을 유착 근거로 제시했다.
이날 국감에서 유착 관계의 핵심으로 떠오른 대보정보통신은 고속도로 정보시스템 유지ㆍ보수 사업권의 82.5%를 차지하고 있어 사실상 독점 체제를 확립하고 있다. 도로공사 사업 수주로 최근 4년 동안 총 1469억 원 규모의 실적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기록한 연간 매출액은 1310억 원이었다.
특히 도로공사가 최근까지 대보정보통신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양측의 유착 관계를 더욱 의심케 했다. 대보정보통신은 1996년 도로공사가 100% 출자해 설립한 고속도로정보통신공단이 전신이다. 정부의 민영화 정책으로 대보그룹은 이 회사의 지분 51%를 2002년 매입하면서 경영권을 가져왔다. 도로공사는 최근까지 대보정보통신의 지분 18%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자산을 매각해 부채를 감축하라는 정부의 지시로 최근 매각했다.
이와 더불어 도로공사 고위직 출신 인사들이 퇴직 후 대보정보통신에 취업한 점도 유착 의혹을 가중시키는 사안으로 지적됐다. 이언주 의원은 2001년부터 2013년까지 총 4명의 도로공사 고위직 인사가 퇴직 후 대보정보통신에 자리를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4명 중 본부장 출신이 1명, 부사장 출신이 1명, 감사 출신이 2명으로 이 가운데에는 억대의 연봉을 받았거나 부사장으로 재직한 인사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이들이 대부분 실무 분야가 아닌 감사직을 수행하며 `전관예우` 식의 대우를 받은 것으로 봤을 때 대보정보통신의 독점 체제가 유착으로 인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강하게 내비쳤다.
도로공사 측은 이에 대해 대보정보통신 지분 보유를 이유로 상대 회사 측이 자사 출신 임직원을 감사로 채용했다는 답변을 내놓았지만 이 같은 의심을 해소시키지는 못했다. 이 의원은 질의 후 해당 사항에 대해 위원회에 감사원 청구를 의뢰했다.
대보그룹 계열사 동원 입찰 비리 의혹 ↑
`대보정보통신-대보건설-대보실업`으로 이어지는 비리 고리?
이장우 의원은 대보그룹이 휴게소 운영사업자 입찰에서 자회사를 대거 동원해 가격을 차등 적용하는 방식으로 운영권을 따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대보그룹은 2012년 남양주~여주고속도로 사이 12개 휴게소 운영사업자 입찰에서 5개 자회사를 동원시켜 운영권을 따냈다. 입찰에 참여했던 업체가 총 12개였는데 그 중 5개가 대보그룹 자회사(대보유통, 보령물산, 대보실업, 서원레져, 대보건설)로 파악됐다. 해당 운영권은 대보유통에게 돌아갔다.
이 의원은 또 같은 해에 있었던 괴산~마산고속도로 사이 3개 휴게소에 대한 운영사업자 입찰에서도 대보그룹이 자회사를 동원해 운영권을 거머쥐었다고 주장했다. 이 입찰에서 대보그룹 자회사 5개 업체는 ▲보령물 69억3100만 원 ▲대보유통 69억5300만 원 ▲대보건설 69억7400만 원 ▲대보실업 70억2000만 원 ▲서원레져 70억5400만 원의 입찰 금액을 써 냈다.
이 의원은 대보그룹이 이런 방식으로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16개)와 내부 주요소(17개)의 운영권을 따낸 것으로 보고 사전 공모 의혹과 함께 위원회에 검찰수사를 정식 제안했다. 대보그룹의 휴게소 관련 매출은 최근 5년 동안 3000억 원에 달했다.
이에 대해 대보그룹 관계자는 "이번 사건과 관련된 사항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으로 아직 답변할 상황이 못 된다"며 "검찰 수사를 지켜보고 추후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고 있는 대보그룹 계열사들은 대부분 관급 공사(公社) 사업을 수주해 실적을 올리고 있어 국민들의 공분을 살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대보정보통신은 국가에서 발주하는 공공 부문 사업을 다수 영위하고 있다. 이 회사는 국토교통부 등 정부 7곳, 도로공사 등 공사 29곳, 서울시 등 지자체 20곳, 서울경찰청 등 군ㆍ경 기관 6곳의 시스템통합(SI) 및 시스템운영(SM)을 맡고 있다.
대보정보통신의 지주회사인 대보건설 역시 매출의 90% 이상을 공공사업으로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비자금의 대부분이 국민의 세금이었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번 최 회장의 비자금 조성의 전면에 대보정보통신이 있다면 그 이면에는 핵심 계열사인 대보실업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1981년 설립된 대보실업은 대보그룹의 모태가 된 회사로 또 다른 핵심 계열사인 대보건설의 지분 90%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검찰은 비자금 조성에 동원된 계열사로 대보실업과 대보건설이 유력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보실업은 대보건설의 지주회사이고 대보건설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대보정보통신의 지분 51%를 소유하고 있는 최대 주주다. 이 같은 종속 구조 속에서 대보실업과 대보건설이 이번 사건에 `머리`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과 도로공사의 오랜 인연도 유착 관계로 이어졌을 수 있다"며 "최 회장은 1980년대 벌
어들였던 수입으로 1990년대 IMF 외환위기 때 고속도로 휴게소 매물로 나온 것을 다수 매입했고 2002년에는 현대 보정보통신을 인수하는 등 남다른 인연을 맺어 왔다"고 말했다.
대보그룹의 `위법 퍼레이드` 담합, 조작, 부실시공, 환경오염…
이번 횡령 사건이 대보그룹의 첫 불법행위는 아니다. 대보건설은 그동안 ▲담합 ▲노동자 부당 대우 ▲부실시공 ▲환경 규제 불이행 등 각종 위법행위를 자행해 왔다.
인천광역시 도시철도건설본부가 2009년 1월 발주한 인천지하철 2호선 공사 입찰에 참여했던 대보건설은 당시 대형 건설사의 낙찰을 위한 들러리를 섰다는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받고 조달청으로부터 공공 공사 입찰 제한(6개월) 조치를 받은바 있다. 지난 3월에도 같은 혐의로 대구도시철도 3호선 공사 담합 사건에 연루돼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또 한국토지주택공사(LH・사장 이재영)가 2006년~2008년 발주한 판교신도시 등 8개 지구의 아파트 건설공사에서 담합행위로 인해 부정당업자로 지정당하고 1년간 공공 공사 입찰 제한이라는 중징계가 내려진 적이 있다.
국방부가 발주한 임대형 민자사업(BTL)에서는 부실시공 의혹을 받고 있다. 대보건설이 지난해 12월 준공한 육군 이천 간부 아파트(비승아파트)에서 최근 외벽이 갈라지고 누수 현상이 발생해 부실시공 의혹이 불거졌다. 실제로 아파트 9개 동에서 4층 외벽을 중심으로 30~80㎝ 길이의 균열이 발견됐으며 일부 세대에서는 내벽에서도 균열이 발생했다고 전해졌다. 입주자들의 민원이 잇따르자 국방부는 조사에 착수했고 시공 과정에서 철근이 일부 누락된 정황이 곳곳에서 발견됐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하지만 이후 대보건설의 대응에도 문제점이 발견됐다. 소식통에 따르면 대보건설은 국방부의 철근 누락 의혹 해명 자료 요구에 증명사진 중 10여 장의 사진을 위조해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출된 첨부 사진 중 한 사진은 시공 날짜와 아파트 동명, 층수 등이 변조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 규제 준수에도 무덤덤하다는 지적이 높다. 대보건설은 서울 강서구 가양동 51-3 일대 자동차 매매 단지 신축 공사 당시 폐기물 무단 적치, 오폐수 무단 방류 등을 자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도 `발끈` 재계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격"
대보건설의 부당한 처우에 분노한 노동자들은 지난달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 위치한 대보건설 사옥 앞에서 규탄 대회를 열고 임금 정상화와 노동 적정 시간(8시간) 보장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대보건설은 노조와의 교섭 자리에서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 빈축을 샀다.
이 같은 행태에 비춰 봤을 때 대보그룹이 받아 쌓아 온 이미지는 `만들어진 허상`에 불과하다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외려 대보건설에게 돌아간 공공 발주 사업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아유경제 박재필 발행인은 "대보건설의 불공정 행위를 비롯해 이번 검찰 조사에서 도로공사와의 유착 관계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관공서 사업을 위주로 해 왔던 대보그룹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며 "휴게소 변기의 묶은 때를 맨손으로 닦아 낼 정도로 청렴한 모습을 보여준 최 회장이었기에 이번 사건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아유경제=고수홍 기자] 성실함과 약자에 대한 배려로 거대 그룹을 이룩했다는 평가를 받아 온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의 신뢰에 봉합될 수 없는 금이 갔다.
지난해 대보그룹은 계열사 7개(▲대보건설 ▲대보실업대 ▲대보유통 ▲대보정보통신 ▲서원밸리 ▲보령물산 ▲대보D&S)의 연매출이 도합 1조 원으로, 준(準)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최 회장은 아침 7시 이전에 출근할 정도로 성실함이 몸에 밴 사람으로 첫 휴게소 운영 당시 맨손으로 변기의 찌든 때를 닦은 것으로 유명하다.
대보그룹은 여러 가지 사회공헌활동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기업으로 알려져 왔다. 그동안 서원밸리CC를 지역 주민에 개방해 `그린콘서트`를 개최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이밖에도 북한과 다문화 가정을 지원하기 위한 행사, 양로원 정기 후원을 비롯해 모교인 대천고등학교에 학습형 기숙사를 건립해주는 등 사회공헌에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세간의 존경을 받아 왔던 최 회장이 최근 검찰에 전격 구속됐다. 수백억 원대의 회사 자금을 횡령했다는 혐의다. 건실한 충청도 청년이 서울로 무작정 상경해 남다른 사업 수완으로 이룬 오늘날의 대보그룹이지만 그 이면에 존재했던 `그늘`이 씁쓸함을 남기고 있다.
`성실의 아이콘` 최등규 회장 횡령 혐의로 구속
공공 부문 입찰 위한 정관계 로비 의혹 밝혀지나
서울중앙지검찰청 첨단범죄수사1부는 대보정보통신 등 계열사의 자금 수백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 15일 대보그룹 최등규 회장을 구속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9월 15일 최 회장이 대보그룹 계열사인 대보정보통신 자금 수십억 원을 빼돌린 혐의를 포착하고 내부 회계 자료 등을 분석하기 위해 대보그룹 본사와 대보정보통신, 최 회장 자택 등을 압수 수색했다. 압수 수색 두 달 후인 지난달 12일, 최 회장은 50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검찰에 소환됐고 이 후 약 한 달 만인 지난 15일 200억 원대 횡령 혐의로 구속됐다.
최 회장을 소환해 조사한 검찰은 수년 동안 대보그룹과 계열사 임직원 수십 명의 계좌를 통해 비자금이 조성된 것으로 파악했다. 최 회장에 대해서는 2009년부터 공사비를 과대 계상하거나 거래 내역을 허위로 꾸민 뒤 대금을 돌려받는 수법으로 200억 원대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적용할 예정이라고 관계자는 전했다.
검찰은 비자금 창구로 지목된 대보정보통신이 관급 공사를 많이 수주한 점으로 미뤄 횡령한 돈이 로비 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구체적 용처를 추적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그동안 제기돼 왔던 갖가지 의혹들에 대한 진실 여부가 밝혀질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 10월 8일 열린 한국도로공사(사장 김학송・이하 도로공사) 국정감사(이하 국감)에서 도마 위에 오르며 세간의 관심을 증폭시켰다. 국감 당시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중 3명이 도로공사와 대보정보통신의 유착 관계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3명의 위원은 이노근 의원(새누리당ㆍ서울 노원갑)과 이장우 의원(새누리당ㆍ대전 동구), 이언주 의원(새정치민주연합・광명을)이었다. 이들은 ▲휴게소 등 고속도로 편의시설 입찰에 자회사 동원 ▲고속도로 정보시스템시장 독점 ▲도로공사 고위급 출신의 대보정보통신 재취업 문제 등을 유착 근거로 제시했다.
이날 국감에서 유착 관계의 핵심으로 떠오른 대보정보통신은 고속도로 정보시스템 유지ㆍ보수 사업권의 82.5%를 차지하고 있어 사실상 독점 체제를 확립하고 있다. 도로공사 사업 수주로 최근 4년 동안 총 1469억 원 규모의 실적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기록한 연간 매출액은 1310억 원이었다.
특히 도로공사가 최근까지 대보정보통신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양측의 유착 관계를 더욱 의심케 했다. 대보정보통신은 1996년 도로공사가 100% 출자해 설립한 고속도로정보통신공단이 전신이다. 정부의 민영화 정책으로 대보그룹은 이 회사의 지분 51%를 2002년 매입하면서 경영권을 가져왔다. 도로공사는 최근까지 대보정보통신의 지분 18%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자산을 매각해 부채를 감축하라는 정부의 지시로 최근 매각했다.
이와 더불어 도로공사 고위직 출신 인사들이 퇴직 후 대보정보통신에 취업한 점도 유착 의혹을 가중시키는 사안으로 지적됐다. 이언주 의원은 2001년부터 2013년까지 총 4명의 도로공사 고위직 인사가 퇴직 후 대보정보통신에 자리를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4명 중 본부장 출신이 1명, 부사장 출신이 1명, 감사 출신이 2명으로 이 가운데에는 억대의 연봉을 받았거나 부사장으로 재직한 인사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이들이 대부분 실무 분야가 아닌 감사직을 수행하며 `전관예우` 식의 대우를 받은 것으로 봤을 때 대보정보통신의 독점 체제가 유착으로 인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강하게 내비쳤다.
도로공사 측은 이에 대해 대보정보통신 지분 보유를 이유로 상대 회사 측이 자사 출신 임직원을 감사로 채용했다는 답변을 내놓았지만 이 같은 의심을 해소시키지는 못했다. 이 의원은 질의 후 해당 사항에 대해 위원회에 감사원 청구를 의뢰했다.
대보그룹 계열사 동원 입찰 비리 의혹 ↑
`대보정보통신-대보건설-대보실업`으로 이어지는 비리 고리?
이장우 의원은 대보그룹이 휴게소 운영사업자 입찰에서 자회사를 대거 동원해 가격을 차등 적용하는 방식으로 운영권을 따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대보그룹은 2012년 남양주~여주고속도로 사이 12개 휴게소 운영사업자 입찰에서 5개 자회사를 동원시켜 운영권을 따냈다. 입찰에 참여했던 업체가 총 12개였는데 그 중 5개가 대보그룹 자회사(대보유통, 보령물산, 대보실업, 서원레져, 대보건설)로 파악됐다. 해당 운영권은 대보유통에게 돌아갔다.
이 의원은 또 같은 해에 있었던 괴산~마산고속도로 사이 3개 휴게소에 대한 운영사업자 입찰에서도 대보그룹이 자회사를 동원해 운영권을 거머쥐었다고 주장했다. 이 입찰에서 대보그룹 자회사 5개 업체는 ▲보령물 69억3100만 원 ▲대보유통 69억5300만 원 ▲대보건설 69억7400만 원 ▲대보실업 70억2000만 원 ▲서원레져 70억5400만 원의 입찰 금액을 써 냈다.
이 의원은 대보그룹이 이런 방식으로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16개)와 내부 주요소(17개)의 운영권을 따낸 것으로 보고 사전 공모 의혹과 함께 위원회에 검찰수사를 정식 제안했다. 대보그룹의 휴게소 관련 매출은 최근 5년 동안 3000억 원에 달했다.
이에 대해 대보그룹 관계자는 "이번 사건과 관련된 사항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으로 아직 답변할 상황이 못 된다"며 "검찰 수사를 지켜보고 추후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고 있는 대보그룹 계열사들은 대부분 관급 공사(公社) 사업을 수주해 실적을 올리고 있어 국민들의 공분을 살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대보정보통신은 국가에서 발주하는 공공 부문 사업을 다수 영위하고 있다. 이 회사는 국토교통부 등 정부 7곳, 도로공사 등 공사 29곳, 서울시 등 지자체 20곳, 서울경찰청 등 군ㆍ경 기관 6곳의 시스템통합(SI) 및 시스템운영(SM)을 맡고 있다.
대보정보통신의 지주회사인 대보건설 역시 매출의 90% 이상을 공공사업으로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비자금의 대부분이 국민의 세금이었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번 최 회장의 비자금 조성의 전면에 대보정보통신이 있다면 그 이면에는 핵심 계열사인 대보실업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1981년 설립된 대보실업은 대보그룹의 모태가 된 회사로 또 다른 핵심 계열사인 대보건설의 지분 90%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검찰은 비자금 조성에 동원된 계열사로 대보실업과 대보건설이 유력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보실업은 대보건설의 지주회사이고 대보건설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대보정보통신의 지분 51%를 소유하고 있는 최대 주주다. 이 같은 종속 구조 속에서 대보실업과 대보건설이 이번 사건에 `머리`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과 도로공사의 오랜 인연도 유착 관계로 이어졌을 수 있다"며 "최 회장은 1980년대 벌
어들였던 수입으로 1990년대 IMF 외환위기 때 고속도로 휴게소 매물로 나온 것을 다수 매입했고 2002년에는 현대 보정보통신을 인수하는 등 남다른 인연을 맺어 왔다"고 말했다.
대보그룹의 `위법 퍼레이드` 담합, 조작, 부실시공, 환경오염…
이번 횡령 사건이 대보그룹의 첫 불법행위는 아니다. 대보건설은 그동안 ▲담합 ▲노동자 부당 대우 ▲부실시공 ▲환경 규제 불이행 등 각종 위법행위를 자행해 왔다.
인천광역시 도시철도건설본부가 2009년 1월 발주한 인천지하철 2호선 공사 입찰에 참여했던 대보건설은 당시 대형 건설사의 낙찰을 위한 들러리를 섰다는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받고 조달청으로부터 공공 공사 입찰 제한(6개월) 조치를 받은바 있다. 지난 3월에도 같은 혐의로 대구도시철도 3호선 공사 담합 사건에 연루돼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또 한국토지주택공사(LH・사장 이재영)가 2006년~2008년 발주한 판교신도시 등 8개 지구의 아파트 건설공사에서 담합행위로 인해 부정당업자로 지정당하고 1년간 공공 공사 입찰 제한이라는 중징계가 내려진 적이 있다.
국방부가 발주한 임대형 민자사업(BTL)에서는 부실시공 의혹을 받고 있다. 대보건설이 지난해 12월 준공한 육군 이천 간부 아파트(비승아파트)에서 최근 외벽이 갈라지고 누수 현상이 발생해 부실시공 의혹이 불거졌다. 실제로 아파트 9개 동에서 4층 외벽을 중심으로 30~80㎝ 길이의 균열이 발견됐으며 일부 세대에서는 내벽에서도 균열이 발생했다고 전해졌다. 입주자들의 민원이 잇따르자 국방부는 조사에 착수했고 시공 과정에서 철근이 일부 누락된 정황이 곳곳에서 발견됐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하지만 이후 대보건설의 대응에도 문제점이 발견됐다. 소식통에 따르면 대보건설은 국방부의 철근 누락 의혹 해명 자료 요구에 증명사진 중 10여 장의 사진을 위조해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출된 첨부 사진 중 한 사진은 시공 날짜와 아파트 동명, 층수 등이 변조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 규제 준수에도 무덤덤하다는 지적이 높다. 대보건설은 서울 강서구 가양동 51-3 일대 자동차 매매 단지 신축 공사 당시 폐기물 무단 적치, 오폐수 무단 방류 등을 자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도 `발끈` 재계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격"
대보건설의 부당한 처우에 분노한 노동자들은 지난달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 위치한 대보건설 사옥 앞에서 규탄 대회를 열고 임금 정상화와 노동 적정 시간(8시간) 보장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대보건설은 노조와의 교섭 자리에서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 빈축을 샀다.
이 같은 행태에 비춰 봤을 때 대보그룹이 받아 쌓아 온 이미지는 `만들어진 허상`에 불과하다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외려 대보건설에게 돌아간 공공 발주 사업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아유경제 박재필 발행인은 "대보건설의 불공정 행위를 비롯해 이번 검찰 조사에서 도로공사와의 유착 관계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관공서 사업을 위주로 해 왔던 대보그룹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며 "휴게소 변기의 묶은 때를 맨손으로 닦아 낼 정도로 청렴한 모습을 보여준 최 회장이었기에 이번 사건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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