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남북조(南北朝)시대에 북제(北齊)의 창시자 고환(高歡은 선비족화(鮮卑族化)한 한족(漢族)이다. 선비족의 군사들은 난폭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데다 용감했기에 북제 고환은 강한 군사력을 배경으로 자신의 왕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고환에게는 아들이 여럿 있었고 이들의 재주를 시험하고 싶은 마음에 어느 날 모인 아들들에게 뒤얽힌 삼실 뭉치 한 타래씩을 던져 주고는 이를 추려 내어 보라고 요구하였다.
다른 아들들은 이를 곧이곧대로 한 올 한 올 정리하느라 진땀을 빼었다. 반면에 양(洋)이라는 아들은 잘 벼려진 칼 한 자루를 가지고 와서는 헝클어져 넘겨진 삼실 한 타래를 한칼에 베어버리고는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있는 고환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어지러운 것은 베어 버려야 합니다.(亂者須斬)
위의 고사에서 유래한 사자성어가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쾌도난마(快刀亂麻)이다. 2014년 한 해도 마무리되었다. 이맘때면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정리하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또 다른 한 해를 맞이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일 것이다.
그런 필자에게도 정비사업과 관련하여 어지럽게 다가오는 문제가 있다. 바로 종전자산 감정평가 시 기준 시점이다. 문제는 법령상 사업시행인가 고시일을 종전자산 감정평가의 시점으로 하도록 기재되어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경미한 변경 수준이 아닌 중대한 변경에 따른 사업시행 변경인가를 받는 경우 사업시행 변경인가 고시일을 기준으로 평가를 할 수 있느냐는 것으로서 이에 대하여 주무 부서와 법원, 법제처의 판단이 달라 마치 흐트러진 실타래처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보여 주고 있었다. 간략하게 상황을 정리하여 보겠다.
① 문제의 제기
이 사태의 시초는 종로구의 한 연립주택이 재건축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조합원 3명이 해당 조합과 종로구청을 상대로 하여 관리처분계획 취소의 소를 제기하면서 본격화하게 되었다. 해당 조합에서는 2005년 최초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2006년 관리처분인가를 득하였다. 그러나 상황 변화로 인하여 세 차례의 사업시행계획을 변경하게 되었고 마지막 사업계획 변경은 2011년에 이루어졌다.
이 사이 세대수는 약 10% 증가하였고 총면적은 12% 증가하였다. 용적률은 34.8%나 늘어나게 되었다. 2005년 최초 사업시행인가 고시일을 기준으로 하여 평가되고 이를 기준으로 최종 관리처분인가가 2012년 7월 고시되자 원고들은 종전자산 감정평가 산정의 위법 등 3가지 사유를 들어 소송을 제기하게 이르렀으며 2013년 12월 법원에서는 원고들의 손을 들어주어 사업시행 변경인가 고시일을 기준으로 새로이 평가할 수 있다고 판결하였다.
② 문제의 내면 - 부동산 시황의 변화와 도정법 제48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제48조에서는 종전자산 평가의 기준 시점을 사업시행인가의 고시가 있는 날로 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최초 인가일인지 변경인가일도 포함하는 지의 해석이 불명확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동산시장의 침체로 인하여 실수요자들의 선호도도 중대형에서 중소형으로 변하게 되었다. 이 때문에 조합에서는 중대형을 아예 없애거나 대폭 축소하고 중소형을 최대한 늘리는 계획으로 변경하는 것이 다반사가 되었다. 따라서 시장 변화에 따라 예전에 중대형 평형의 종전자산 가격 강세가 이제 중소형 평형 종전자산 가격 강세로 변화하게 되었다. 이 때문에 기준 시점의 변화 여부에 따라 개별 조합원들의 자산 평가액도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게 되었다.
③ 문제의 해결 노력ㆍ입법화 시도
이러한 사태에 대하여 파장이 커지자 2013년 12월께 민홍철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을 비롯한 15명의 의원들이 도정법 개정안을 발의하였고 이 과정 중에 필자를 포함한 뜻있는 몇 명 평가사들이 상세 경위나 현장에서의 문제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던바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입법화 시도는 2014년 실패하게 되었는데 2014년 4월 당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검토 보고서에는 이에 대한 사유가 다음과 같이 기재되어 있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에서는 첫째, 시점이 달라지면 종전자산의 가치가 달라지고 이에 따라 조합원 간 분쟁과 혼란이 예상된다는 점. 둘째, 종전자산 평가액은 총수입이나 사업비 등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사업성 개선과 타당성 향상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들고 있고 서울시도 이에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기술되어 있다. 전문위원 역시 분쟁 발생 방지와 혼란을 막기 위해 개정을 해서는 안 된다고 의견을 피력한바 있다.
"종전자산 감정평가 기준 시점에 대한 법제처와 국토부의 견해차로 골머리… 쾌도난마의 지혜가 필요하다"
④ 사태의 진전ㆍ법제처 법령해석(2014년 7월)
부천시가 법제처에 법령해석을 요청한 결과 법제처에서는 사업시행계획의 주요 변경이 있는 경우 사업시행 변경인가 고시일로 시점을 변경하여야 한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그러한 해석을 내린 주된 이유는 `감정평가는 관리처분계획 수립을 그 목적으로 하는 것이기에 관리처분계획 수립 시점과 가장 근접하고 최종적으로 변경된 계획을 기반으로 하여 평가를 하고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라 하였다.
⑤ 국토부의 입장ㆍ민원 답변(2014년 11월)
최초 사업시행인가 고시일을 기준으로 해야 할 것으로 판단되며, 법제처의 법령해석은 현재 국토부에서 검토 중이라고 답변하였다.이쯤 되면 고환이 아들들에게 던져준 삼실 뭉치나 다름이 없게 되었다. 조합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것이다. 필자의 입장에서는 국토부나 서울시에서 단순히 혼란이 예상된다거나 분쟁이 발생할 것이라는 답변은 궁색하다고 생각이 된다. 이 관점에서만 보면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측에서 입법 발의한 서울시의 `공공관리제도`나 `일몰제`의 확대는 어떻게 이해될 수 있겠는가? 또한 조합원 입장에서 보면 전체적인 평가 금액도 중요하지만 내 가액이 적정하게 평가되었는지가 더 큰 관심사일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하여 국토부의 `난자수참` 아니 `쾌도난마`의 지혜를 기대해 보기로 한다.
중국의 남북조(南北朝)시대에 북제(北齊)의 창시자 고환(高歡은 선비족화(鮮卑族化)한 한족(漢族)이다. 선비족의 군사들은 난폭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데다 용감했기에 북제 고환은 강한 군사력을 배경으로 자신의 왕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고환에게는 아들이 여럿 있었고 이들의 재주를 시험하고 싶은 마음에 어느 날 모인 아들들에게 뒤얽힌 삼실 뭉치 한 타래씩을 던져 주고는 이를 추려 내어 보라고 요구하였다.
다른 아들들은 이를 곧이곧대로 한 올 한 올 정리하느라 진땀을 빼었다. 반면에 양(洋)이라는 아들은 잘 벼려진 칼 한 자루를 가지고 와서는 헝클어져 넘겨진 삼실 한 타래를 한칼에 베어버리고는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있는 고환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어지러운 것은 베어 버려야 합니다.(亂者須斬)
위의 고사에서 유래한 사자성어가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쾌도난마(快刀亂麻)이다. 2014년 한 해도 마무리되었다. 이맘때면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정리하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또 다른 한 해를 맞이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일 것이다.
그런 필자에게도 정비사업과 관련하여 어지럽게 다가오는 문제가 있다. 바로 종전자산 감정평가 시 기준 시점이다. 문제는 법령상 사업시행인가 고시일을 종전자산 감정평가의 시점으로 하도록 기재되어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경미한 변경 수준이 아닌 중대한 변경에 따른 사업시행 변경인가를 받는 경우 사업시행 변경인가 고시일을 기준으로 평가를 할 수 있느냐는 것으로서 이에 대하여 주무 부서와 법원, 법제처의 판단이 달라 마치 흐트러진 실타래처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보여 주고 있었다. 간략하게 상황을 정리하여 보겠다.
① 문제의 제기
이 사태의 시초는 종로구의 한 연립주택이 재건축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조합원 3명이 해당 조합과 종로구청을 상대로 하여 관리처분계획 취소의 소를 제기하면서 본격화하게 되었다. 해당 조합에서는 2005년 최초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2006년 관리처분인가를 득하였다. 그러나 상황 변화로 인하여 세 차례의 사업시행계획을 변경하게 되었고 마지막 사업계획 변경은 2011년에 이루어졌다.
이 사이 세대수는 약 10% 증가하였고 총면적은 12% 증가하였다. 용적률은 34.8%나 늘어나게 되었다. 2005년 최초 사업시행인가 고시일을 기준으로 하여 평가되고 이를 기준으로 최종 관리처분인가가 2012년 7월 고시되자 원고들은 종전자산 감정평가 산정의 위법 등 3가지 사유를 들어 소송을 제기하게 이르렀으며 2013년 12월 법원에서는 원고들의 손을 들어주어 사업시행 변경인가 고시일을 기준으로 새로이 평가할 수 있다고 판결하였다.
② 문제의 내면 - 부동산 시황의 변화와 도정법 제48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제48조에서는 종전자산 평가의 기준 시점을 사업시행인가의 고시가 있는 날로 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최초 인가일인지 변경인가일도 포함하는 지의 해석이 불명확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동산시장의 침체로 인하여 실수요자들의 선호도도 중대형에서 중소형으로 변하게 되었다. 이 때문에 조합에서는 중대형을 아예 없애거나 대폭 축소하고 중소형을 최대한 늘리는 계획으로 변경하는 것이 다반사가 되었다. 따라서 시장 변화에 따라 예전에 중대형 평형의 종전자산 가격 강세가 이제 중소형 평형 종전자산 가격 강세로 변화하게 되었다. 이 때문에 기준 시점의 변화 여부에 따라 개별 조합원들의 자산 평가액도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게 되었다.
③ 문제의 해결 노력ㆍ입법화 시도
이러한 사태에 대하여 파장이 커지자 2013년 12월께 민홍철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을 비롯한 15명의 의원들이 도정법 개정안을 발의하였고 이 과정 중에 필자를 포함한 뜻있는 몇 명 평가사들이 상세 경위나 현장에서의 문제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던바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입법화 시도는 2014년 실패하게 되었는데 2014년 4월 당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검토 보고서에는 이에 대한 사유가 다음과 같이 기재되어 있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에서는 첫째, 시점이 달라지면 종전자산의 가치가 달라지고 이에 따라 조합원 간 분쟁과 혼란이 예상된다는 점. 둘째, 종전자산 평가액은 총수입이나 사업비 등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사업성 개선과 타당성 향상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들고 있고 서울시도 이에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기술되어 있다. 전문위원 역시 분쟁 발생 방지와 혼란을 막기 위해 개정을 해서는 안 된다고 의견을 피력한바 있다.
"종전자산 감정평가 기준 시점에 대한 법제처와 국토부의 견해차로 골머리… 쾌도난마의 지혜가 필요하다"
④ 사태의 진전ㆍ법제처 법령해석(2014년 7월)
부천시가 법제처에 법령해석을 요청한 결과 법제처에서는 사업시행계획의 주요 변경이 있는 경우 사업시행 변경인가 고시일로 시점을 변경하여야 한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그러한 해석을 내린 주된 이유는 `감정평가는 관리처분계획 수립을 그 목적으로 하는 것이기에 관리처분계획 수립 시점과 가장 근접하고 최종적으로 변경된 계획을 기반으로 하여 평가를 하고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라 하였다.
⑤ 국토부의 입장ㆍ민원 답변(2014년 11월)
최초 사업시행인가 고시일을 기준으로 해야 할 것으로 판단되며, 법제처의 법령해석은 현재 국토부에서 검토 중이라고 답변하였다.이쯤 되면 고환이 아들들에게 던져준 삼실 뭉치나 다름이 없게 되었다. 조합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것이다. 필자의 입장에서는 국토부나 서울시에서 단순히 혼란이 예상된다거나 분쟁이 발생할 것이라는 답변은 궁색하다고 생각이 된다. 이 관점에서만 보면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측에서 입법 발의한 서울시의 `공공관리제도`나 `일몰제`의 확대는 어떻게 이해될 수 있겠는가? 또한 조합원 입장에서 보면 전체적인 평가 금액도 중요하지만 내 가액이 적정하게 평가되었는지가 더 큰 관심사일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하여 국토부의 `난자수참` 아니 `쾌도난마`의 지혜를 기대해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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