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고수홍 기자] 현금청산 대상자는 조합원 지위를 상실한 시점까지의 정비사업비를 분담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그동안 정비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조합과 현금청산 대상자 간 유사 분쟁이 빗발쳤지만 현금청산 대상자에게 분담 의무가 없다는 것에 대법원(이하 대법)이 손을 들어줌에 따라 향후 있을 유사 분쟁에도 파급효과가 클 전망이다.
大法 "조합원 지위 상실 이전 얻은 이익 소급 반환 의무 없다"
대법은 현금청산 대상자(원고)들과의 소송에서 패소한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1-2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 정비사업조합(피고ㆍ이하 조합)이 제기한 원심에 대한 상고를 지난달 24일 모두 기각했다.
조합은 현금청산 대상자가 된 시점 이전에 발생한 정비사업비를 분담해야 한다고 일부 조합원들에게 이를 요구했다가 해당 조합원들에게 피소한바 있다. 재판부는 원심(2012누37472 판결)에서 나온 서울고등법원(이하 서울고법)의 판시를 지지하며 조합의 상고를 기각했다.
2013년 8월 16일 있었던 원심에서 서울고법은 대법의 앞선 판례(2009다32850과 2009다32867, 2009다81203 판결)를 들어 현금청산 대상자가 되면 조합원이었던 시점까지 발생한 사업비를 분담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은 2009다32850과 2009다32867 사건의 선고 때 "조합과 조합원 사이의 법률관계는 근거 법령이나 정관의 규정, 조합원총회 결의 또는 조합과 조합원 사이 약정에 따라 규율되는 것으로써 규정이나 결의 또는 조합과 조합원이 결의 또는 약정으로 특별히 정한 바가 없는 이상 조합원이 그 지위를 상실했다 하더라도 조합원 지위에서 얻은 이익을 소급해 반환할 의무는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은 2009다81203 사건의 선고에서는 옛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12년 2월 1일 법률 제11293호로 개정되기 이전의 것ㆍ이하 도정법)」 제47조를 인용해 현금청산 대상자의 조합원 지위 박탈 여부를 명확히 한바 있다.
서울고법은 이 같은 옛 대법 판례를 빌려 조합 정관에 조합원 지위를 상실하기 전에 발생한 사업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규정을 총회 의결로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현금청산 대상자에게 사업비를 분담시켜야 한다는 조합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조합은 이 같은 서울고법 판결에 불응해 상고했지만 대법 역시 조합의 상고이유가 옛 도정법에 담긴 현금청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있고 원심 판결이 정당하다며 기각을 결정했다.
관련 분쟁 종지부 찍나?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듯
하급심서 `오락가락` 서울행정법원 판결로 `반전` 大法 판결로 `정리`
이번 대법 판결은 향후 유사 분쟁에서 일종의 `기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하급 법원들의 엇갈린 판결 속에서 2011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이하 서울중앙지법) 판결 이후 `분담 의무가 있다`는 기류가 흘렀다. 서울중앙지법은 2011년 9월 서울 동작구 상도대림아파트 재건축 조합이 일부 현금청산 대상자들을 상대로 제소한 2011가합14706 사건 재판에서 "옛 도정법 제47조에 따라 분양신청을 하지 아니하거나 분양신청을 철회한 토지등소유자에게 주어지는 현금청산은 조합이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 정비사업에 동의하고도 분양신청을 하지 아니한 조합원들에게 토지ㆍ건축물 및 그 밖의 권리의 자산 가치를 평가해 그에 상응하는 청산금을 지급하고 이에 대응해 조합원들 소유의 토지ㆍ건축물 등 권리를 취득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므로 현금청산금을 산정함에 있어서는 현금청산 사유가 발생해 조합원의 지위를 상실할 때까지 발생한 조합의 사업비용 중 원고들이 조합원으로서 부담했어야 할 금원도 고려돼야 할 것이다"란 판결을 내렸고 이후 진행된 서울고법 항소심과 대법원 상고가 모두 기각되며 피고들은 평균 1000만 원에 해당하는 사업 분담금을 조합에 지급하라는 법원의 지시를 받았다.
당시 처음부터 조합 설립에 반대하지 않고 뒤늦게 현금청산을 받으려는 조합원들에게 일부 책임이 있다는 것이 인정되는 분위기였지만 서울행정법원이 이를 뒤집는 판결을 내놓으면서 분위기를 바꿔 놓았다.
서울행정법원은 2013년 11월 서울 영등포구 신길11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 조합이 제기한 소송에서 처음으로 조합 정관에 분담 의무 규정을 명시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법원 판결의 요점은 ▲조합 정관에서 현금청산 대상자가 정비사업비를 분담한다는 규정을 명확히 하지 않았고 ▲현금청산 대상자들에 사업비를 분담하겠다는 의사를 통지했을 뿐 총회 등을 통해 해당 사항을 의결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또 ▲임시총회를 열어 정관 개정을 했지만 사업비 부과를 의결하지 않았고 ▲옛 도정법 제61조제1항에 따라 사업에서 발생한 수입 차액을 부과금으로 징수할 수 있지만 한창 진행 중인 사업에서는 발생한 수입을 객관적으로 산정하기 곤란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더불어 ▲조합 주장과 같이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발생한 사업비에 대해 자산 비율대로 부과금을 산정한다면 앞으로 사업 진행 과정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이익이 부과금 산정에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으로 봤다.
서울행정법원은 최종 판결에서 "옛 도정법 제61조제1항은 정비사업이 종료된 후에 전체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사업비와 수입 차액을 부과금으로 징수할 수 있다는 규정일 뿐 이를 특정 시점에 현금청산자가 된 사람에 대한 징수 근거 규정으로 보기 어렵다"고 재해석한 뒤 "이런 사정을 종합해 보면 현금청산 사유가 발생하기 전 발생한 경비로 인해 얻은 이익 또는 비용 중 일정 부분을 조합원 지위 상실 시 반환해야 함을 정관이나 결의 또는 약정 등으로 `미리` 규정해 두고 이를 근거로 현금청산 대상자에게 사업비를 분담시키는 것은 별개로 하더라도 조합 주장과 같이 이미 현금청산자가 된 토지등소유자들이 전혀 관여할 수 없었던 상태에서 이뤄진 조합 내부 결의에 따라 갑자기 소급해 사업비를 부담하도록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의 이 같은 판결은 유사 소송(답실리16구역부평5구역 등)에서 많은 하급 법원들이 참고하면서 현금청산(대상)자 측이 승소하기 시작했다. 또 대법이 북아현1-2 재개발 조합이 제기한 상고를 기각하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대법이 상고를 기각함에 따라 `현금청산자는 조합원이었던 시절의 사업비를 분담할 의무가 없다`는 쪽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조합과 현금청산자 사이의 사업비에 대한 분담 갈등은 재개발재건축사업 추진에 있어 가장 뜨거운 논란거리 중 하나였다. 조합들은 사업비 부담을 덜기 위해 현금청산(대상)자에게 분담을 요구해 왔고 현금청산자들은 이에 대응해 소송 등을 통해 사업비 분담은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업계 반응은…
"조합의 불합리한 사업비 분담 요구에 `제동` 걸었다"
"현금청산에 대한 새 기준… 재건축에도 영향 줄 듯"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조합 설립에 동의했다가 뒤늦게 마음을 바꾼 소수 현금청산자들로 인한 사업 지연 등 피해가 발생해 분담이 불가피하다는 조합들 주장에도 일리가 있지만 사업 이익에 대한 고려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지는 분담 요구는 무리가 있다는 데 대체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분위기다.
일부 조합들이 사업비 분담을 고려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 이후 현금청산자들에게 과도한 청산금을 요구한 것이 문제가 된 사례도 있었다. 한 정비업체 관계자는 "사업 성과를 높이기 위해 사업비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로 법원 판결을 악용, 현금청산자들에게 과도한 분담 요구를 한 조합도 상당수였다"며 "사업비를 이유로 조합을 압박하는 시공자들도 문제였고 현금청산자들 가운데서는 일반분양으로 돌아서가나 어쩔 수 없이 분담금을 지불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소개한 신길11구역 사건도 조합이 현금청산자들(8명)을 상대로 많게는 약 4000만 원의 분담금을 청구한 것이 발단이 됐다. 한 소식통은 "신길11구역 소송에 대한 법원 판결은 대법까지 상고돼 그 적법성이 인정되긴 했지만 사업비 분담 부분은 대법 판결 대상이 아니었다"며 "사업비 분담 분쟁에 대한 대법 판결은 이번이 최초"라고 말했다.
대법의 이번 판결은 이 같은 조합의 불합리한 사업비 분담 요구에 제동을 걸고 이와 함께 재개발ㆍ재건축사업에서 발생하는 현금청산에 대한 기준이 협소하나마 제시됨으로써 그간 명확치 않았던 기준이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제시한 서울행정법원 판결 사유 6가지(조합 정관에 현금청산자가 정비사업비를 분담한다는 규정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는 점 등)가 현금청산에 대한 기준이 될 공산이 크다. 특히 이 `기준`은 조합이 현금청산자에게 사업비 분담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면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조합은 이를 현금청산자 발생 전에 미리 정관이나 결의 또는 약정 등으로 사업비 분담을 규정해 둔 경우 등에 한해 사업비를 분담시킬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지만 이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판결문을 살펴보면 "조합이 현금청산자에 대해 당사자소송(한쪽 당사자를 피고로 하는 형태)이나 상계의 항변(상호 간 채무가 있을 때 채무가 큰 쪽이 상대의 채무만큼 삭감하는 것) 형태를 취하는 것을 주장할 수 있는 지 많은 의문이 제기된다"며 조합의 소송 형태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조합이 일방적으로 현금청산자에게 소송을 거는 것이 법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정비사업 관련 분쟁을 전문으로 하는 한 변호사는 "현금청산 관계는 `공법`상 권리 의무 관계임이 명백하기 때문에 조합 정관에서 임의로 공법상 권리 의무 관계를 설정할 수 없다"며 "사업비를 분담한다 하더라도 당해 정관 규정이 유효해야 하고(조합원 2/3 이상 동의 요건 충족) 설계비, 공사비, 용역비, 법무비, 철거비, 총회 개최 비용 등 현금청산자와 상관없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은 제외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에 따른 분담 금액을 산정할 때 현금청산자 때문에 늘어난 사업비에 한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이런 비용은 없거나 분리하기가 어렵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정비사업을 함으로써 발생하는 이익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도 계상돼야 하지만 사업이 끝날 때까지 이를 산정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인정할 때 현금청산자에 대한 분담은 형평에 맞지 않는 억지 요구라고 보고, 자동으로 조합원이 되는 재개발과 성격이 조금 다르지만 재건축의 경우에도 재개발과 성격이 비슷하기 때문에 재건축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금청산에 관한 분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유경제=고수홍 기자] 현금청산 대상자는 조합원 지위를 상실한 시점까지의 정비사업비를 분담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그동안 정비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조합과 현금청산 대상자 간 유사 분쟁이 빗발쳤지만 현금청산 대상자에게 분담 의무가 없다는 것에 대법원(이하 대법)이 손을 들어줌에 따라 향후 있을 유사 분쟁에도 파급효과가 클 전망이다.
大法 "조합원 지위 상실 이전 얻은 이익 소급 반환 의무 없다"
대법은 현금청산 대상자(원고)들과의 소송에서 패소한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1-2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 정비사업조합(피고ㆍ이하 조합)이 제기한 원심에 대한 상고를 지난달 24일 모두 기각했다.
조합은 현금청산 대상자가 된 시점 이전에 발생한 정비사업비를 분담해야 한다고 일부 조합원들에게 이를 요구했다가 해당 조합원들에게 피소한바 있다. 재판부는 원심(2012누37472 판결)에서 나온 서울고등법원(이하 서울고법)의 판시를 지지하며 조합의 상고를 기각했다.
2013년 8월 16일 있었던 원심에서 서울고법은 대법의 앞선 판례(2009다32850과 2009다32867, 2009다81203 판결)를 들어 현금청산 대상자가 되면 조합원이었던 시점까지 발생한 사업비를 분담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은 2009다32850과 2009다32867 사건의 선고 때 "조합과 조합원 사이의 법률관계는 근거 법령이나 정관의 규정, 조합원총회 결의 또는 조합과 조합원 사이 약정에 따라 규율되는 것으로써 규정이나 결의 또는 조합과 조합원이 결의 또는 약정으로 특별히 정한 바가 없는 이상 조합원이 그 지위를 상실했다 하더라도 조합원 지위에서 얻은 이익을 소급해 반환할 의무는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은 2009다81203 사건의 선고에서는 옛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12년 2월 1일 법률 제11293호로 개정되기 이전의 것ㆍ이하 도정법)」 제47조를 인용해 현금청산 대상자의 조합원 지위 박탈 여부를 명확히 한바 있다.
서울고법은 이 같은 옛 대법 판례를 빌려 조합 정관에 조합원 지위를 상실하기 전에 발생한 사업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규정을 총회 의결로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현금청산 대상자에게 사업비를 분담시켜야 한다는 조합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조합은 이 같은 서울고법 판결에 불응해 상고했지만 대법 역시 조합의 상고이유가 옛 도정법에 담긴 현금청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있고 원심 판결이 정당하다며 기각을 결정했다.
관련 분쟁 종지부 찍나?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듯
하급심서 `오락가락` 서울행정법원 판결로 `반전` 大法 판결로 `정리`
이번 대법 판결은 향후 유사 분쟁에서 일종의 `기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하급 법원들의 엇갈린 판결 속에서 2011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이하 서울중앙지법) 판결 이후 `분담 의무가 있다`는 기류가 흘렀다. 서울중앙지법은 2011년 9월 서울 동작구 상도대림아파트 재건축 조합이 일부 현금청산 대상자들을 상대로 제소한 2011가합14706 사건 재판에서 "옛 도정법 제47조에 따라 분양신청을 하지 아니하거나 분양신청을 철회한 토지등소유자에게 주어지는 현금청산은 조합이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 정비사업에 동의하고도 분양신청을 하지 아니한 조합원들에게 토지ㆍ건축물 및 그 밖의 권리의 자산 가치를 평가해 그에 상응하는 청산금을 지급하고 이에 대응해 조합원들 소유의 토지ㆍ건축물 등 권리를 취득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므로 현금청산금을 산정함에 있어서는 현금청산 사유가 발생해 조합원의 지위를 상실할 때까지 발생한 조합의 사업비용 중 원고들이 조합원으로서 부담했어야 할 금원도 고려돼야 할 것이다"란 판결을 내렸고 이후 진행된 서울고법 항소심과 대법원 상고가 모두 기각되며 피고들은 평균 1000만 원에 해당하는 사업 분담금을 조합에 지급하라는 법원의 지시를 받았다.
당시 처음부터 조합 설립에 반대하지 않고 뒤늦게 현금청산을 받으려는 조합원들에게 일부 책임이 있다는 것이 인정되는 분위기였지만 서울행정법원이 이를 뒤집는 판결을 내놓으면서 분위기를 바꿔 놓았다.
서울행정법원은 2013년 11월 서울 영등포구 신길11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 조합이 제기한 소송에서 처음으로 조합 정관에 분담 의무 규정을 명시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법원 판결의 요점은 ▲조합 정관에서 현금청산 대상자가 정비사업비를 분담한다는 규정을 명확히 하지 않았고 ▲현금청산 대상자들에 사업비를 분담하겠다는 의사를 통지했을 뿐 총회 등을 통해 해당 사항을 의결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또 ▲임시총회를 열어 정관 개정을 했지만 사업비 부과를 의결하지 않았고 ▲옛 도정법 제61조제1항에 따라 사업에서 발생한 수입 차액을 부과금으로 징수할 수 있지만 한창 진행 중인 사업에서는 발생한 수입을 객관적으로 산정하기 곤란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더불어 ▲조합 주장과 같이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발생한 사업비에 대해 자산 비율대로 부과금을 산정한다면 앞으로 사업 진행 과정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이익이 부과금 산정에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으로 봤다.
서울행정법원은 최종 판결에서 "옛 도정법 제61조제1항은 정비사업이 종료된 후에 전체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사업비와 수입 차액을 부과금으로 징수할 수 있다는 규정일 뿐 이를 특정 시점에 현금청산자가 된 사람에 대한 징수 근거 규정으로 보기 어렵다"고 재해석한 뒤 "이런 사정을 종합해 보면 현금청산 사유가 발생하기 전 발생한 경비로 인해 얻은 이익 또는 비용 중 일정 부분을 조합원 지위 상실 시 반환해야 함을 정관이나 결의 또는 약정 등으로 `미리` 규정해 두고 이를 근거로 현금청산 대상자에게 사업비를 분담시키는 것은 별개로 하더라도 조합 주장과 같이 이미 현금청산자가 된 토지등소유자들이 전혀 관여할 수 없었던 상태에서 이뤄진 조합 내부 결의에 따라 갑자기 소급해 사업비를 부담하도록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의 이 같은 판결은 유사 소송(답실리16구역부평5구역 등)에서 많은 하급 법원들이 참고하면서 현금청산(대상)자 측이 승소하기 시작했다. 또 대법이 북아현1-2 재개발 조합이 제기한 상고를 기각하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대법이 상고를 기각함에 따라 `현금청산자는 조합원이었던 시절의 사업비를 분담할 의무가 없다`는 쪽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조합과 현금청산자 사이의 사업비에 대한 분담 갈등은 재개발재건축사업 추진에 있어 가장 뜨거운 논란거리 중 하나였다. 조합들은 사업비 부담을 덜기 위해 현금청산(대상)자에게 분담을 요구해 왔고 현금청산자들은 이에 대응해 소송 등을 통해 사업비 분담은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업계 반응은…
"조합의 불합리한 사업비 분담 요구에 `제동` 걸었다"
"현금청산에 대한 새 기준… 재건축에도 영향 줄 듯"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조합 설립에 동의했다가 뒤늦게 마음을 바꾼 소수 현금청산자들로 인한 사업 지연 등 피해가 발생해 분담이 불가피하다는 조합들 주장에도 일리가 있지만 사업 이익에 대한 고려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지는 분담 요구는 무리가 있다는 데 대체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분위기다.
일부 조합들이 사업비 분담을 고려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 이후 현금청산자들에게 과도한 청산금을 요구한 것이 문제가 된 사례도 있었다. 한 정비업체 관계자는 "사업 성과를 높이기 위해 사업비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로 법원 판결을 악용, 현금청산자들에게 과도한 분담 요구를 한 조합도 상당수였다"며 "사업비를 이유로 조합을 압박하는 시공자들도 문제였고 현금청산자들 가운데서는 일반분양으로 돌아서가나 어쩔 수 없이 분담금을 지불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소개한 신길11구역 사건도 조합이 현금청산자들(8명)을 상대로 많게는 약 4000만 원의 분담금을 청구한 것이 발단이 됐다. 한 소식통은 "신길11구역 소송에 대한 법원 판결은 대법까지 상고돼 그 적법성이 인정되긴 했지만 사업비 분담 부분은 대법 판결 대상이 아니었다"며 "사업비 분담 분쟁에 대한 대법 판결은 이번이 최초"라고 말했다.
대법의 이번 판결은 이 같은 조합의 불합리한 사업비 분담 요구에 제동을 걸고 이와 함께 재개발ㆍ재건축사업에서 발생하는 현금청산에 대한 기준이 협소하나마 제시됨으로써 그간 명확치 않았던 기준이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제시한 서울행정법원 판결 사유 6가지(조합 정관에 현금청산자가 정비사업비를 분담한다는 규정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는 점 등)가 현금청산에 대한 기준이 될 공산이 크다. 특히 이 `기준`은 조합이 현금청산자에게 사업비 분담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면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조합은 이를 현금청산자 발생 전에 미리 정관이나 결의 또는 약정 등으로 사업비 분담을 규정해 둔 경우 등에 한해 사업비를 분담시킬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지만 이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판결문을 살펴보면 "조합이 현금청산자에 대해 당사자소송(한쪽 당사자를 피고로 하는 형태)이나 상계의 항변(상호 간 채무가 있을 때 채무가 큰 쪽이 상대의 채무만큼 삭감하는 것) 형태를 취하는 것을 주장할 수 있는 지 많은 의문이 제기된다"며 조합의 소송 형태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조합이 일방적으로 현금청산자에게 소송을 거는 것이 법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정비사업 관련 분쟁을 전문으로 하는 한 변호사는 "현금청산 관계는 `공법`상 권리 의무 관계임이 명백하기 때문에 조합 정관에서 임의로 공법상 권리 의무 관계를 설정할 수 없다"며 "사업비를 분담한다 하더라도 당해 정관 규정이 유효해야 하고(조합원 2/3 이상 동의 요건 충족) 설계비, 공사비, 용역비, 법무비, 철거비, 총회 개최 비용 등 현금청산자와 상관없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은 제외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에 따른 분담 금액을 산정할 때 현금청산자 때문에 늘어난 사업비에 한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이런 비용은 없거나 분리하기가 어렵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정비사업을 함으로써 발생하는 이익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도 계상돼야 하지만 사업이 끝날 때까지 이를 산정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인정할 때 현금청산자에 대한 분담은 형평에 맞지 않는 억지 요구라고 보고, 자동으로 조합원이 되는 재개발과 성격이 조금 다르지만 재건축의 경우에도 재개발과 성격이 비슷하기 때문에 재건축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금청산에 관한 분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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