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하늘 아래서 무엇을 사유하고 바라 그리워하고 어떻게 숨쉬고 처신하며 지내왔는가를 곰곰이 추스르다 보면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모두가 최후의식 가운데 다시금 감격스럽기만 합니다.
세상에 태어나 80년을 바라보고, 문단에서 60년을 건너다보며 시방 나는 감사함과 감탄을 떨림으로 안고 내 시간을 소중히 마쳐가고 있습니다.
나는 16년 전의 해를 커다랗게 떠올립니다. 그러니까 당시 시전집을 출간하고 난 후 3년마다 시집을 내자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켜내어 지금 이 자리에 증보판 시전집을 상재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하여 기울어져오는 내 마지막 즈음에 이르면서 찬연한 불꽃의 의미도 다시 알아차리고 보이지 않던 사소한 것들도 고뇌 중에 하나씩 챙겨 마주하고 깊이로 들여다 보아옵니다.
시는 나에게 있어서 언제나 그때마다 삶의 방식이며 구원이요, 삶의 의미, 가치, 그리고 희망의 방향타입니다. 나의 실존을 가누어 눈을 뜨고 맥박을 실감하며 생활 속에서 뜨거운 눈물과 노래도 배우고 읊조릴 줄도 알았습니다. 누구에게나 자기에게 마련된 오묘한 역량은 어느 누구도 아닌 오직 자신만이 이루어내는 비의 중에 노력의 결정이요 성실의 보답이라 확신합니다.
현대시를 두고 시를 만든다는 쪽으로 기울여보는 것보다는 제 절실한 체험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진실의 편에 나는 섭니다. 그리고 시론적인 온갖 물의보다는 실제 창작의 결과를 내세워보려고 그동안 안간힘을 다 해온 과정이었음을 여기 표백합니다.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들 이르는데 이제 와서는 자꾸만 뒤를 훔쳐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날껏 지내온 날과 내가 마냥 아슬하기만 그지없습니다. 거기 내 사념의 굽이가 더더구나 아득합니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릴수록 의식의 안팎이 자꾸만 아득해져오고 머언 풍경으로 점점이 떠나갑니다. 그것을 무슨 회한 이라 하고 싶지만은 않습니다. 다만 나대로의 굽이 가운데 편린이요, 자성이요, 독백(?)일 따름이라 가름하고 싶을 따름입니다.
― 최은하, <서문(序文)> 중에서
시(문학)를 쓴다는 것, 그리고 오직 나대로의 40년이란 역정(歷程) ᅳ.
시 작품 그 자체가 한 편마다 문제요 답안이겠지만 나로서 는 정신을 차리려 안간힘이었다. 그러니까 바른 깊이의 문학정신, 그 자세로 하여 삶의 태도를 제대로 지키려 열중해 온 실존의 외곬이었고 오늘까지 최후의식으로써의 어김없는 지냄이다.
그리고 그 정신과 자세는 내 신앙과도 갈래점이나 갈래길이 아닌 하나로서의 통로요, 구심점이었다. 내 나름으로 후회없이 내달려온 길의 이 마당에서 시(문학)는 깨우침이요 숨결, 푯대였고 방법론, 그리고 구원이었다.
그런데 내가 태어나 말을 배우면서부터 이 시각까지 발설한 말의 씨(앗)들은 지금 우주 공간의 어디 만큼을 메아리져 가고 있을까? 바라보이는 시야, 조용하려고 하면 할수록 사무쳐오기만 하는 감회, 그리고 다시금 헤아려 짚어보지 않을 수 없는 영롱한 의식의 편린들 …… 이 모든 게 멀고 가까이 그저 하염없을 따름이다. 끝내 내 원망의 손길이나 고리, 그리고 매듭은 「그리운 중심을 감격으로 다 해가고 싶다」는 한 마디의 자백이다. 그러나 세상에 이 감격은 어지럽기만 하고 중심은 의혹에 싸여 언제나 가물거리고 흔들린다. 그래서 나의 건실한 슬픔은 그 때마다 하늘끝머리로 파문져 가다가 되돌아와서 또 다시 새로운 언어의 집을 짓는다.
아득히 ㅡ
ㅡ 최은하, <머리말> 중에서
- 차 례 -
서문(序文)
머리말
제1시집 『너와의 최후를 하여』
제2시집 『보안등(保安燈)』
제3시집 『태초의 바람』
제4시집 『왕십리 안개』
제5시집 『바람의 肖像』
제6시집 『꽃과 사랑의 그림자』
제7시집 『안개, 바람소리 꽃뱀 울음』
제8시집 『그리운 중심』
제9시집 『오랜 기다림의 꽃』
제10시집 『천년의 바람』
제11시집 『드디어 때가 이르니』
제12시집 『가을 햇살 한 줌』
제13시집 『하루 해 물녘에』
번역시
영역시(英譯詩)
중역시(中譯詩)
부록 (해설·평설·시인론·작품론·서평) 시인론 - 「왕십리 안개」 / 『최은하, 또는 안개속의 구심력(求心力)』_元亨甲
시세계 - 「바람의 초상」 / 『솔개와 바람의 형이상(形而上)』_최동호
서평 - 「바람의 肖像」/ 『본원적 생명 세계에의 꿈과 시적 변용』_박민수
시인론 - 「빛의 소리」 / 『삶과 신앙의 궤적』_朴利道
서평 - 「빛의 소리」 / 『시 정신과 신앙심의 조화』_신규호
서평 - 「꽃과 사랑의 그림자」 / 『편재(偏在) 現前)과 초월의지』_鄭光修
서평 - 「꽃과 사랑의 그림자」 / 『강한 애정의 순응력』_曺秉武
시인론_「꽃과 사랑의 그림자」 / 『자아성찰의 정직성과 내면화의 길』_김종회
서평 - 「그리움은 바람꽃으로 피어」 / 『묵시적 이미지의 병치(竝置)와 구원의 시적 시사(詩的 示唆)』_朴鎭煥
서평 - 「그리움은 바람꽃으로 피어」 / 『자아(自我) 구원의 시학』_李秀和
시인론 - 「그리움은 바람꽃으로 피어」 / 『삶의 허무, 꽃바람으로의 변용』_蔡洙永
시인론 - 「안개, 바람소리 꽃뱀 울음」 / 『언어의 경제, 그리고 실존적 깊이의 증명』_朴敏壽
시인론 - 「안개, 바람소리 꽃뱀 울음」 /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_유승우
서평 - 「안개, 바람소리 꽃뱀 울음」 / 『기독교적 실존의식의 시적 형상화』_申奎浩
서평 - 「그리운 중심」 / 『미리내의 존재 양상(樣相)』_黃松文
서평 - 「그리운 중심」 / 『 엄연한 공백-진실 그 탐색의 노정과 환희』_이승복
최은하 시인론 - 지상에서 천상으로 가는 길_정순진
시집 『오랜 기다림의 꽃』의 세계(작품론) - 현존재 추구와 구원의식의 미적 승화_한성우
시집 『오랜 기다림의 꽃』에 대한 단상 - 최은하 시인론_황도제
시선집 『마침내 아득하리라』(평설) - 실존적 한계상황의 직시와 신앙의 미학적 승화_한성우
詩選集 『마침내 아득하리라』(평설) - 그리움의 강과 바람과 빈집_황송문
시집 『천년의 바람』의 미학(작품론) - 생명에의 변주(變奏)와 바람의 시학_엄창섭
시집 『천년의 바람』의 세계(평설) - 바람의 말씨로 그린 공명의 그림_김문경
시집 『드디어 때가 이르니』(신간 리뷰) - 자연 소통을 통한 생명의 교감_조병무
시집 『드디어 때가 이르니』의 세계(평설) - 시간이라는 화두에 담긴 자기성찰_김성조
4인 시선집 『별과 꽃과 그리움』 중 최은하 시 - 인간존재에 대한 치열한 의식_한성우
평설 - 신앙시의 새 지평 확장 / 최은하의 「숲으로 가리」를 중심으로_허소라
한국기독교문학의 좌장(대담) - 별을 안고도 별을 그리워하는 시인_김순진, 지성찬
최은하 시전집
13권 합본·증보판 / 믿음의 문학사 刊
이 하늘 아래서 무엇을 사유하고 바라 그리워하고 어떻게 숨쉬고 처신하며 지내왔는가를 곰곰이 추스르다 보면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모두가 최후의식 가운데 다시금 감격스럽기만 합니다.
끝내 내 원망의 손길이나 고리, 그리고 매듭은 「그리운 중심을 감격으로 다 해가고 싶다」는 한 마디의 자백이다. 그러나 세상에 이 감격은 어지럽기만 하고 중심은 의혹에 싸여 언제나 가물거리고 흔들린다. 그래서 나의 건실한 슬픔은 그 때마다 하늘끝머리로 파문져 가다가 되돌아와서 또 다시 새로운 언어의 집을 짓는다.
세상에 태어나 80년을 바라보고, 문단에서 60년을 건너다보며 시방 나는 감사함과 감탄을 떨림으로 안고 내 시간을 소중히 마쳐가고 있습니다.
나는 16년 전의 해를 커다랗게 떠올립니다. 그러니까 당시 시전집을 출간하고 난 후 3년마다 시집을 내자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켜내어 지금 이 자리에 증보판 시전집을 상재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하여 기울어져오는 내 마지막 즈음에 이르면서 찬연한 불꽃의 의미도 다시 알아차리고 보이지 않던 사소한 것들도 고뇌 중에 하나씩 챙겨 마주하고 깊이로 들여다 보아옵니다.
시는 나에게 있어서 언제나 그때마다 삶의 방식이며 구원이요, 삶의 의미, 가치, 그리고 희망의 방향타입니다. 나의 실존을 가누어 눈을 뜨고 맥박을 실감하며 생활 속에서 뜨거운 눈물과 노래도 배우고 읊조릴 줄도 알았습니다. 누구에게나 자기에게 마련된 오묘한 역량은 어느 누구도 아닌 오직 자신만이 이루어내는 비의 중에 노력의 결정이요 성실의 보답이라 확신합니다.
현대시를 두고 시를 만든다는 쪽으로 기울여보는 것보다는 제 절실한 체험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진실의 편에 나는 섭니다. 그리고 시론적인 온갖 물의보다는 실제 창작의 결과를 내세워보려고 그동안 안간힘을 다 해온 과정이었음을 여기 표백합니다.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들 이르는데 이제 와서는 자꾸만 뒤를 훔쳐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날껏 지내온 날과 내가 마냥 아슬하기만 그지없습니다. 거기 내 사념의 굽이가 더더구나 아득합니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릴수록 의식의 안팎이 자꾸만 아득해져오고 머언 풍경으로 점점이 떠나갑니다. 그것을 무슨 회한 이라 하고 싶지만은 않습니다. 다만 나대로의 굽이 가운데 편린이요, 자성이요, 독백(?)일 따름이라 가름하고 싶을 따름입니다.
― 최은하, <서문(序文)> 중에서
시(문학)를 쓴다는 것, 그리고 오직 나대로의 40년이란 역정(歷程) ᅳ.
시 작품 그 자체가 한 편마다 문제요 답안이겠지만 나로서 는 정신을 차리려 안간힘이었다. 그러니까 바른 깊이의 문학정신, 그 자세로 하여 삶의 태도를 제대로 지키려 열중해 온 실존의 외곬이었고 오늘까지 최후의식으로써의 어김없는 지냄이다.
그리고 그 정신과 자세는 내 신앙과도 갈래점이나 갈래길이 아닌 하나로서의 통로요, 구심점이었다. 내 나름으로 후회없이 내달려온 길의 이 마당에서 시(문학)는 깨우침이요 숨결, 푯대였고 방법론, 그리고 구원이었다.
그런데 내가 태어나 말을 배우면서부터 이 시각까지 발설한 말의 씨(앗)들은 지금 우주 공간의 어디 만큼을 메아리져 가고 있을까? 바라보이는 시야, 조용하려고 하면 할수록 사무쳐오기만 하는 감회, 그리고 다시금 헤아려 짚어보지 않을 수 없는 영롱한 의식의 편린들 …… 이 모든 게 멀고 가까이 그저 하염없을 따름이다.
아득히 ㅡ
ㅡ 최은하, <머리말> 중에서
- 차 례 -
서문(序文)
머리말
제1시집 『너와의 최후를 하여』
제2시집 『보안등(保安燈)』
제3시집 『태초의 바람』
제4시집 『왕십리 안개』
제5시집 『바람의 肖像』
제6시집 『꽃과 사랑의 그림자』
제7시집 『안개, 바람소리 꽃뱀 울음』
제8시집 『그리운 중심』
제9시집 『오랜 기다림의 꽃』
제10시집 『천년의 바람』
제11시집 『드디어 때가 이르니』
제12시집 『가을 햇살 한 줌』
제13시집 『하루 해 물녘에』
번역시
영역시(英譯詩)
중역시(中譯詩)
부록 (해설·평설·시인론·작품론·서평)
시인론 - 「왕십리 안개」 / 『최은하, 또는 안개속의 구심력(求心力)』_元亨甲
시세계 - 「바람의 초상」 / 『솔개와 바람의 형이상(形而上)』_최동호
서평 - 「바람의 肖像」/ 『본원적 생명 세계에의 꿈과 시적 변용』_박민수
시인론 - 「빛의 소리」 / 『삶과 신앙의 궤적』_朴利道
서평 - 「빛의 소리」 / 『시 정신과 신앙심의 조화』_신규호
서평 - 「꽃과 사랑의 그림자」 / 『편재(偏在) 現前)과 초월의지』_鄭光修
서평 - 「꽃과 사랑의 그림자」 / 『강한 애정의 순응력』_曺秉武
시인론_「꽃과 사랑의 그림자」 / 『자아성찰의 정직성과 내면화의 길』_김종회
서평 - 「그리움은 바람꽃으로 피어」 / 『묵시적 이미지의 병치(竝置)와 구원의 시적 시사(詩的 示唆)』_朴鎭煥
서평 - 「그리움은 바람꽃으로 피어」 / 『자아(自我) 구원의 시학』_李秀和
시인론 - 「그리움은 바람꽃으로 피어」 / 『삶의 허무, 꽃바람으로의 변용』_蔡洙永
시인론 - 「안개, 바람소리 꽃뱀 울음」 / 『언어의 경제, 그리고 실존적 깊이의 증명』_朴敏壽
시인론 - 「안개, 바람소리 꽃뱀 울음」 /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_유승우
서평 - 「안개, 바람소리 꽃뱀 울음」 / 『기독교적 실존의식의 시적 형상화』_申奎浩
서평 - 「그리운 중심」 / 『미리내의 존재 양상(樣相)』_黃松文
서평 - 「그리운 중심」 / 『 엄연한 공백-진실 그 탐색의 노정과 환희』_이승복
최은하 시인론 - 지상에서 천상으로 가는 길_정순진
시집 『오랜 기다림의 꽃』의 세계(작품론) - 현존재 추구와 구원의식의 미적 승화_한성우
시집 『오랜 기다림의 꽃』에 대한 단상 - 최은하 시인론_황도제
시선집 『마침내 아득하리라』(평설) - 실존적 한계상황의 직시와 신앙의 미학적 승화_한성우
詩選集 『마침내 아득하리라』(평설) - 그리움의 강과 바람과 빈집_황송문
시집 『천년의 바람』의 미학(작품론) - 생명에의 변주(變奏)와 바람의 시학_엄창섭
시집 『천년의 바람』의 세계(평설) - 바람의 말씨로 그린 공명의 그림_김문경
시집 『드디어 때가 이르니』(신간 리뷰) - 자연 소통을 통한 생명의 교감_조병무
시집 『드디어 때가 이르니』의 세계(평설) - 시간이라는 화두에 담긴 자기성찰_김성조
4인 시선집 『별과 꽃과 그리움』 중 최은하 시 - 인간존재에 대한 치열한 의식_한성우
평설 - 신앙시의 새 지평 확장 / 최은하의 「숲으로 가리」를 중심으로_허소라
한국기독교문학의 좌장(대담) - 별을 안고도 별을 그리워하는 시인_김순진, 지성찬
연보(年譜)
시 작품 찾아보기
[2014.11.20 발행. 1525쪽. 정가 9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