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옷 다른 느낌… 새 시공자 찾아 나선 화제의 현장 2選
미분양 리스크 탓에 건설사들이 몸을 사리기 시작한지 벌써 몇 해나 지났다. 이 때문에 일선 현장들에선 시공자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된지 오래. 하지만 이러한 위험 부담에도 불구하고 시공자 교체 카드를 꺼낸 구역들이 있어 눈길이 간다. 이들은 구역 소재지가 서울이란 점을 빼면 여러 면에서 차이가 많다. 하나는 강북에 위치하고 다른 하나는 강남권에 자리하고 있다. 전자는 재개발로, 후자는 재건축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시공자와의 관계를 정리하게 된 배경도 다르다. 새 시공자 선정이란 `같은 옷`을 입었는데도 전혀 `다른 느낌`이 나는 두 현장을 본보 기자들이 찾았다. 주인공은 강동구 고덕주공6단지 재건축과 성동구 행당6구역 재개발이다.
편집자 주
[아유경제=고수홍 기자] 서울 강동구 고덕주공 재건축 단지들(고덕주공2~7단지, 고덕시영) 가운데서도 고덕주공6단지는 상징성이 큰 곳이다. 과거 시공자 선정 당시 건설사가 제안한 `무상지분율 174%`라는 파격적인 조건 덕분에 `지분제` 시대의 문을 연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수많은 재건축 단지 가운데서도 고덕주공의 위상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고덕주공6단지가 시공자를 뽑던 2010년은 고덕주공 재건축 단지들의 시공권을 차지하기 위한 건설사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던 해였다. 1단지부터 7단지까지, 넓게 분포돼 있는 단지와 수도권 도시들(성남, 하남, 구리, 광주, 남양주 등) 및 강남 진입이 용이한 점 등 주거 단지로 최고 가치를 지녔다는 받아 왔던 고덕주공은 점점 그 가치가 높아졌다. 이 단지들을 차지하기 위한 건설사들의 경쟁 역시 치열했고 그 가운데서도 고덕주공6단지는 인근 단지들 가운데 최고 제의를 받으며 정점에 섰다.
당시 시공자가 제시한 무상지분율을 놓고 업계에서는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 산업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도 했지만 일부에서는 너무 현실에 동떨어진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에 시공자는 보란 듯이 공증까지 받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후 고덕주공6단지 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이 서울시(시장 박원순) 건축심의부터 2013년 1월 사업시행인가까지 사업을 일사천리로 진행하면서 `대박` 단지의 탄생이 현실화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사업시행인가 후 실질적인 사업시행을 앞에 둔 상황에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파격적인 무상지분율이 결국 사업의 발목을 잡고만 것이다.
건설 경기가 점점 더 악화되면서 책정한 무상지분율을 두고 조합과 시공자 사이에 말이 많아졌다. 조합은 무상지분율을 조정해서라도 신속히 사업을 진행하고자 했으나 시공자는 고덕지구 타 사업장들이 모두 `도급제`로 바뀌고 있는 것을 고려해 도급제로 변경을 요구하며 사업비와 운영비 지원을 끊었고 조합은 고사 직전에 이르렀다. 2013년 말에는 시공자의 재무 상황이 급격히 악화돼 자본금을 90% 감자하는 등 사업 실행 능력도 의심스러운 상황에 처함에 따라 조합도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새로운 시공자를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에 조합은 지난해 8월 정기총회에서 시공자와의 계약을 해지키로 결의했고 현재 새로운 시공자를 찾고 있다. 이전 시공자가 이에 불응해 최근까지 법정 공방도 한 차례 있었으며 총회 효력 정지 가처분 결정에서 법원이 조합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조합은 현재 사업 재개를 위한 정비에 만전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26일 열린 시공자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에서는 메이저 건설사 5개 업체가 참여해 아직 이 단지에 대한 관심이 식지 않았다는 것도 증명됐다.
업계에서는 고덕주공6단지가 새 시공자 입찰에서 `확정지분제`가 아닌 `도급제`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을 두고 지분제 시대의 종언을 얘기하곤 한다. 무엇보다 과거에 제시받았던 파격적인 혜택을 기억하고 있는 조합원들이 상대적으로 낮춰질 가능성이 큰 계약 조건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인터뷰/ 고덕주공6단지 정기춘 조합장
"시공자 교체, 사업 정상화 위한 결단… 내달 28일 `운명의 날`"
"지금은 다 같이 힘 합쳐 사업을 정상 궤도로 올려놓아야 할 때"
- 최근 새 시공자를 찾아 나선 이유는/
시공자와 가계약을 체결했던 2010년 8월 이후 약 5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조합과 시공자, 건설업계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이전 시공자가 건설 경기가 악화되자 도급제로 변경을 요청하여 갈등이 야기됐다. 사업시행인가까지 사업이 빠르게 추진됐지만 인가가 났던 시점인 2013년 1월부터 시공자와의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사업시행인가가 떨어지면서 조합원 분양신청 등 현실적인 일이 시작되다 보니 시공자 쪽도 사업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우리 조합 입장에서는 무상지분율에 대해 공증까지 받아 놓은 마당에 갑작스럽게 도급제를 요구하는 시공자의 주장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서로 입장이 판이한 상황에서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시공자 측은 사업비, 조합 운영비 등을 제때 지급하지 않았다. 대치 국면이 길어지면서 조합의 존폐 여부가 걱정될 정도로 운영비가 지급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시공자 교체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법정 다툼은 다음 문제였다. 조합이 살고 사업이 굴러가는 게 먼저 아니겠나.
- 힘든 시간을 보낸 것 같은데/
시공자와 가계약 해지를 결정하기까지 조합에 내분이 생기면서 더욱 큰 홍역을 치렀다. 시공자가 약속 이행이 어려울 것 같다는 모습을 보일 때만 해도 조합원들 사이에선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도급제를 주장하는 시공자와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조합원들 사이에 낀 집행부 입장이 갈수록 난처해졌고 운영비까지 지급되지 않으면서 제 구실을 하기가 어려워졌다. 우여곡절 끝에 2013년 7월 새 집행부가 들어섰고 그때 조합장(현 정기춘 조합장)도 바뀌게 됐다. 당시에 이 같은 상황을 더 이상 방치했다간 `식물조합`으로 전락해 사업 자체가 파탄 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이견을 좁힐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골몰했다. 이사회에서 협상(안)을 만들어 시공자 측에 서로의 입장을 조율해 보려는 등 방법을 찾아봤지만 대의원회에서 확정지분제를 고수하면서 입장 차를 좁히는 데 실패하고 결국 계약을 해지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시공자 쪽에서도 도급제만을 고집할 뿐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계약 해지는 불가피한 일이 됐다. 하지만 계약 해지 이후 시공자-조합 간 법정 공방이 발생하고 말았다. 안건 심의를 위한 대의원회를 앞두고 시공자가 `여론몰이`에 나서면서 내분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시공자와 결탁한 대의원 일부가 계약 해지까지 이르게 된 것에 대해 집행부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조합원들을 선동, (시공자 유지 쪽으로) 사태를 수습하려 했다. 그런데 일부 소수 대의원들의 거부로 총회가 무산되자 보다 못한 조합원들이 직접 총회 소집ㆍ상정을 요구하면서 지난해 8월 총회가 열리게 됐고 그 자리에서 계약 해지가 결정됐다. 그 사이 조합은 반 파탄 상태에 있었다. 2013년 5월부터 운영비 지원이 끊기면서 지난해 4월부턴 직원 없이 혼자 조합을 운영해 왔다. 지난해 5월부터 임금도 못 받고 있으니 벌써 9개월째다.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이고 사업 진행에 있어 변수가 있다면/
당분간 조합을 정상화하는 일에 집중할 계획이다. 주민들부터 현재 조합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된 이유를 직시하고 자발적으로 나서서 상황을 수습하려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전망이 밝다고 본다. 이전 시공자가 법원에 제소한 가처분 소송 판결에서 조합이 승소하긴 했지만 항고 여지가 남아 있기 때문에 이 문제가 아직 완벽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조합 내적으로도 계약 해지에 불응한 일부 대의원 및 이사들에 대한 처분도 결정해야 한다. 다행히 지난달(2014년 12월) 26일 개최한 현장설명회에 5개 건설사(▲GS건설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대우건설 ▲효성)가 참여하면서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 다음 달 4일 입찰을 마감하고 같은 달 28일 총회에서 새로운 시공자를 결정할 예정이다. 곧 새 시공자가 선정될 테고 불미스러웠던 일도 하나씩 정리하고 있으니 정상 궤도에 오를 날도 머지않았다고 생각한다.
- 조합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많은 조합원들이 상황이 이렇게 된 것에 책임을 느끼고 사업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런 상황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조합 일을 남의 일처럼 생각하는 조합원들이 더러 있다. 기본적으로 재건축사업은 조합원들이 이끌어 가고 그들의 의중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관심을 갖지 않으면 정보가 없으니 거짓된 이야기에도 휘둘릴 수밖에 없고 무엇이 진실인지 가늠할 수가 없게 된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무엇이 옳은 일인지 직시할 수 있도록 조합 일에 관심을 갖고 총회 참석과 의견 발의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 아파트는 현재 887가구에서 재건축 시 1700가구로 늘어나는 등 사업성이 매우 좋기 때문에 향후 이러한 이점을 잘 살린다면 분양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조합 정상화를 위해서는 모든 조합원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사업 지연으로 집값이 많이 떨어지고 시설도 낡아 주거환경이 많이 열악한데 모두 힘을 모아 재건축사업을 성공으로 이끌었으면 좋겠다. 도급제가 우리 사업에 큰 손해를 끼칠 것으로 우려하는 조합원들이 더러 있다. 하지만 도급제라고 해서 무조건 거부감을 갖기보다는 새로운 시공자를 뽑게 된 현재 상태에서 최대한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선택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갖고 조합원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모아줬으면 한다.
같은 옷 다른 느낌… 새 시공자 찾아 나선 화제의 현장 2選
미분양 리스크 탓에 건설사들이 몸을 사리기 시작한지 벌써 몇 해나 지났다. 이 때문에 일선 현장들에선 시공자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된지 오래. 하지만 이러한 위험 부담에도 불구하고 시공자 교체 카드를 꺼낸 구역들이 있어 눈길이 간다. 이들은 구역 소재지가 서울이란 점을 빼면 여러 면에서 차이가 많다. 하나는 강북에 위치하고 다른 하나는 강남권에 자리하고 있다. 전자는 재개발로, 후자는 재건축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시공자와의 관계를 정리하게 된 배경도 다르다. 새 시공자 선정이란 `같은 옷`을 입었는데도 전혀 `다른 느낌`이 나는 두 현장을 본보 기자들이 찾았다. 주인공은 강동구 고덕주공6단지 재건축과 성동구 행당6구역 재개발이다.
편집자 주
[아유경제=고수홍 기자] 서울 강동구 고덕주공 재건축 단지들(고덕주공2~7단지, 고덕시영) 가운데서도 고덕주공6단지는 상징성이 큰 곳이다. 과거 시공자 선정 당시 건설사가 제안한 `무상지분율 174%`라는 파격적인 조건 덕분에 `지분제` 시대의 문을 연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수많은 재건축 단지 가운데서도 고덕주공의 위상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고덕주공6단지가 시공자를 뽑던 2010년은 고덕주공 재건축 단지들의 시공권을 차지하기 위한 건설사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던 해였다. 1단지부터 7단지까지, 넓게 분포돼 있는 단지와 수도권 도시들(성남, 하남, 구리, 광주, 남양주 등) 및 강남 진입이 용이한 점 등 주거 단지로 최고 가치를 지녔다는 받아 왔던 고덕주공은 점점 그 가치가 높아졌다. 이 단지들을 차지하기 위한 건설사들의 경쟁 역시 치열했고 그 가운데서도 고덕주공6단지는 인근 단지들 가운데 최고 제의를 받으며 정점에 섰다.
당시 시공자가 제시한 무상지분율을 놓고 업계에서는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 산업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도 했지만 일부에서는 너무 현실에 동떨어진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에 시공자는 보란 듯이 공증까지 받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후 고덕주공6단지 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이 서울시(시장 박원순) 건축심의부터 2013년 1월 사업시행인가까지 사업을 일사천리로 진행하면서 `대박` 단지의 탄생이 현실화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사업시행인가 후 실질적인 사업시행을 앞에 둔 상황에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파격적인 무상지분율이 결국 사업의 발목을 잡고만 것이다.
건설 경기가 점점 더 악화되면서 책정한 무상지분율을 두고 조합과 시공자 사이에 말이 많아졌다. 조합은 무상지분율을 조정해서라도 신속히 사업을 진행하고자 했으나 시공자는 고덕지구 타 사업장들이 모두 `도급제`로 바뀌고 있는 것을 고려해 도급제로 변경을 요구하며 사업비와 운영비 지원을 끊었고 조합은 고사 직전에 이르렀다. 2013년 말에는 시공자의 재무 상황이 급격히 악화돼 자본금을 90% 감자하는 등 사업 실행 능력도 의심스러운 상황에 처함에 따라 조합도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새로운 시공자를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에 조합은 지난해 8월 정기총회에서 시공자와의 계약을 해지키로 결의했고 현재 새로운 시공자를 찾고 있다. 이전 시공자가 이에 불응해 최근까지 법정 공방도 한 차례 있었으며 총회 효력 정지 가처분 결정에서 법원이 조합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조합은 현재 사업 재개를 위한 정비에 만전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26일 열린 시공자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에서는 메이저 건설사 5개 업체가 참여해 아직 이 단지에 대한 관심이 식지 않았다는 것도 증명됐다.
업계에서는 고덕주공6단지가 새 시공자 입찰에서 `확정지분제`가 아닌 `도급제`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을 두고 지분제 시대의 종언을 얘기하곤 한다. 무엇보다 과거에 제시받았던 파격적인 혜택을 기억하고 있는 조합원들이 상대적으로 낮춰질 가능성이 큰 계약 조건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인터뷰/ 고덕주공6단지 정기춘 조합장
"시공자 교체, 사업 정상화 위한 결단… 내달 28일 `운명의 날`"
"지금은 다 같이 힘 합쳐 사업을 정상 궤도로 올려놓아야 할 때"
- 최근 새 시공자를 찾아 나선 이유는/
시공자와 가계약을 체결했던 2010년 8월 이후 약 5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조합과 시공자, 건설업계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이전 시공자가 건설 경기가 악화되자 도급제로 변경을 요청하여 갈등이 야기됐다. 사업시행인가까지 사업이 빠르게 추진됐지만 인가가 났던 시점인 2013년 1월부터 시공자와의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사업시행인가가 떨어지면서 조합원 분양신청 등 현실적인 일이 시작되다 보니 시공자 쪽도 사업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우리 조합 입장에서는 무상지분율에 대해 공증까지 받아 놓은 마당에 갑작스럽게 도급제를 요구하는 시공자의 주장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서로 입장이 판이한 상황에서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시공자 측은 사업비, 조합 운영비 등을 제때 지급하지 않았다. 대치 국면이 길어지면서 조합의 존폐 여부가 걱정될 정도로 운영비가 지급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시공자 교체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법정 다툼은 다음 문제였다. 조합이 살고 사업이 굴러가는 게 먼저 아니겠나.
- 힘든 시간을 보낸 것 같은데/
시공자와 가계약 해지를 결정하기까지 조합에 내분이 생기면서 더욱 큰 홍역을 치렀다. 시공자가 약속 이행이 어려울 것 같다는 모습을 보일 때만 해도 조합원들 사이에선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도급제를 주장하는 시공자와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조합원들 사이에 낀 집행부 입장이 갈수록 난처해졌고 운영비까지 지급되지 않으면서 제 구실을 하기가 어려워졌다. 우여곡절 끝에 2013년 7월 새 집행부가 들어섰고 그때 조합장(현 정기춘 조합장)도 바뀌게 됐다. 당시에 이 같은 상황을 더 이상 방치했다간 `식물조합`으로 전락해 사업 자체가 파탄 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이견을 좁힐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골몰했다. 이사회에서 협상(안)을 만들어 시공자 측에 서로의 입장을 조율해 보려는 등 방법을 찾아봤지만 대의원회에서 확정지분제를 고수하면서 입장 차를 좁히는 데 실패하고 결국 계약을 해지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시공자 쪽에서도 도급제만을 고집할 뿐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계약 해지는 불가피한 일이 됐다. 하지만 계약 해지 이후 시공자-조합 간 법정 공방이 발생하고 말았다. 안건 심의를 위한 대의원회를 앞두고 시공자가 `여론몰이`에 나서면서 내분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시공자와 결탁한 대의원 일부가 계약 해지까지 이르게 된 것에 대해 집행부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조합원들을 선동, (시공자 유지 쪽으로) 사태를 수습하려 했다. 그런데 일부 소수 대의원들의 거부로 총회가 무산되자 보다 못한 조합원들이 직접 총회 소집ㆍ상정을 요구하면서 지난해 8월 총회가 열리게 됐고 그 자리에서 계약 해지가 결정됐다. 그 사이 조합은 반 파탄 상태에 있었다. 2013년 5월부터 운영비 지원이 끊기면서 지난해 4월부턴 직원 없이 혼자 조합을 운영해 왔다. 지난해 5월부터 임금도 못 받고 있으니 벌써 9개월째다.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이고 사업 진행에 있어 변수가 있다면/
당분간 조합을 정상화하는 일에 집중할 계획이다. 주민들부터 현재 조합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된 이유를 직시하고 자발적으로 나서서 상황을 수습하려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전망이 밝다고 본다. 이전 시공자가 법원에 제소한 가처분 소송 판결에서 조합이 승소하긴 했지만 항고 여지가 남아 있기 때문에 이 문제가 아직 완벽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조합 내적으로도 계약 해지에 불응한 일부 대의원 및 이사들에 대한 처분도 결정해야 한다. 다행히 지난달(2014년 12월) 26일 개최한 현장설명회에 5개 건설사(▲GS건설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대우건설 ▲효성)가 참여하면서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 다음 달 4일 입찰을 마감하고 같은 달 28일 총회에서 새로운 시공자를 결정할 예정이다. 곧 새 시공자가 선정될 테고 불미스러웠던 일도 하나씩 정리하고 있으니 정상 궤도에 오를 날도 머지않았다고 생각한다.
- 조합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많은 조합원들이 상황이 이렇게 된 것에 책임을 느끼고 사업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런 상황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조합 일을 남의 일처럼 생각하는 조합원들이 더러 있다. 기본적으로 재건축사업은 조합원들이 이끌어 가고 그들의 의중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관심을 갖지 않으면 정보가 없으니 거짓된 이야기에도 휘둘릴 수밖에 없고 무엇이 진실인지 가늠할 수가 없게 된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무엇이 옳은 일인지 직시할 수 있도록 조합 일에 관심을 갖고 총회 참석과 의견 발의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 아파트는 현재 887가구에서 재건축 시 1700가구로 늘어나는 등 사업성이 매우 좋기 때문에 향후 이러한 이점을 잘 살린다면 분양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조합 정상화를 위해서는 모든 조합원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사업 지연으로 집값이 많이 떨어지고 시설도 낡아 주거환경이 많이 열악한데 모두 힘을 모아 재건축사업을 성공으로 이끌었으면 좋겠다. 도급제가 우리 사업에 큰 손해를 끼칠 것으로 우려하는 조합원들이 더러 있다. 하지만 도급제라고 해서 무조건 거부감을 갖기보다는 새로운 시공자를 뽑게 된 현재 상태에서 최대한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선택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갖고 조합원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모아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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