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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필 발행인] 투자(投資)와 투기(投機)의 차이
repoter : 박재필 발행인 ( chemicalline@naver.com ) 등록일 : 2015-03-06 11:11:43 · 공유일 : 2015-03-06 20:01:56


재개발ㆍ재건축과 같은 정비사업이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 몰리게 된 데에는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 상황이 지속되면서 주택 경기가 급락한 것도 한 이유겠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끊임없이 시도되고 있는 `규제`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정비사업에 대한 이러한 규제는 `집값 안정`이라는 이름을 달고 취해졌다. 정비구역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자 이를 제어하기 위해 정비사업에 대한 규제를 펼치기 시작했던 것이다.


사실 정비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던 부동산 활황기 때에는 정비구역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재산 증식 수단이었다. 정비구역에 주택을 사 놓기만 하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니 빚을 내서라도 주택을 구입했다. 파는 사람보다 사겠다는 사람이 많아지니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했지만 워낙 천정부지로 치솟다 보니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아졌고, 자연스레 정비사업에 대해 `부동산 투기의 진원지`라는 부정적 인식도 덧씌워졌다. 그리고 이런 부정적 인식은 정비사업이 침체기를 넘어 고사 상태에 이른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부동산에 대해 `투자`와 `투기`를 딱 잘라서 명쾌하게 구분하는 것은 어렵다. 대개의 사람들이 적은 비용으로 많은 이익을 올리고자 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자녀 교육을 둘러싼 `치맛바람`을 비난하면서도 스스로는 자녀를 고액의 유명 학원을 보내기 위해 맞벌이를 불사하고, 고위층 자녀들의 병역 기피를 비난하면서도 자기 아이들 군대 보내지 않는 방법을 찾느라 머리 싸매는 게 대개의 사람들이다. 그래서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며 `내가 하면 투자이고, 남이 하면 투기`라는 말도 생겼지 않은가.


주식에 문외한인 사람이라도 누구나 아는 `주식 투자의 대가`가 워런 버핏이다. 버핏이 구분해 놓은 `투자`와 `투기`의 차이는 정비사업을 비롯한 부동산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버핏은 "투자로는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투기로는 어렵다"고 했다.


버핏은 투자를 `결과물이 있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는 "내가 가진 돈을 기업에게 빌려주어 기업이 열심히 일을 한 후 실적을 내어 순이익을 달성하고 다시 나에게 돌려주는 방식이 투자"라고 설명한다. 즉, 내 돈을 기업에게 빌려주면(주식 매수) 기업은 열심히 기업 활동을 해서 결과물(순이익)을 만들어내고, 그 순이익에서 나에게 빌려간 돈을 다시 돌려주는데, 이때 원금에 주가 상승에 따른 이익이 포함되어 돌려받게 된다.


반면 버핏은 투기에는 결과물이 없다고 말한다. 내 돈을 기업에게 빌려주었지만 기업은 일도 하지 않고 아무런 순이익도 달성하지 않았는데 나에게 원금+이익분(주가 상승에 따른 이익)을 돌려준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기업은 분명 열심히 일을 하지 않았고, 당연히 순이익도 발생하지 않았다. 기업이 한 일이란 투자자들에게 받은 돈으로 기업가치를 부풀려 주가를 상승시켰을 뿐이다. 그리고 여기서 투기 세력들은 수익을 얻게 된다. 그러나 아무런 순이익도 없는 상황에서 주가만 일시 상승했기 때문에 결국 얼마 후 주가는 다시 바닥을 치게 된다. 그래서 투기는 일부 투기 세력만 수익을 얻을 뿐 대부분의 일반 투자자들은 엄청난 손해를 보게 만든다.


이처럼 투자와 투기는 단 한 글자 차이지만 실제로는 엄청나게 다르다. 부동산이라고 해서 주식과 다르지 않다.


인터넷 지식백과를 찾아보니 부동산 투자와 투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구분하고 있다.


부동산 투자와 투기의 개념 규정은 어려우나, 투자ㆍ투기의 구별 기준은 다음 사항이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보아 건물에 금전을 투입하는 행위는 투자이고, 미성숙 토지에 금전을 투입하는 것은 투기라 할 수 있으며 ▲이용 의사가 있으면 투자이고, 없으면 투기이며 ▲양이 많으면 투기인 경우가 많다.


투자 행위는 ①실수요자의 행위이며 ②아파트ㆍ점포ㆍ빌딩 등 수익성 용도의 자산 중 경제부담력과 관리 가능한 양(量)에 금전을 투입한다. ③이용ㆍ관리할 의사가 있으며 ④예측 가능한(기대하는) 정당한 이익이 목적이다. ⑤시장가격이 형성되며 그것으로 거래한다. ⑥충분한 기간 동안 소유한다. ⑦단기적인 투기 거래보다는 윤리적으로 고상하고 금융적으로 득이 된다. ⑧시장을 조사하여 안전성ㆍ합리성을 추구하며 ⑨대상 부동산이 자기나 타인에게 기여한다.


반면 투기 행위는 ①가수요자의 행위가 많고 ②땅값이 낮은 미성숙지 등을 필요량 이상으로 구입한다. 따라서 ③이용ㆍ관리할 의사가 없다. ④예측 불허하는(불합리한 기대 심리) 양도 차익이 목적이며, ⑤투기 가격으로 거래한다. ⑥보유 기간이 짧다. ⑦전매로 이익을 실현시킨다. ⑧시장 조사를 하지만 모험적ㆍ도박적 금전 투입을 감행한다. ⑨대상 부동산이 소유될 뿐 자기나 타인에게 기여하지 못한다.


이러한 투자와 투기의 구분을 정비사업에 대입해 보자. 자신이 거주하고 싶은 지역이 있다. 지금 당장은 주거 여건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지만 정비사업이 완료되면 쾌적한 환경으로 바뀌게 되는 곳이다. 정비사업 완료 후 새 아파트를 구입하려면 지금 시점보다 비싸진다. 따라서 장기적인 안목에서 구입을 결정하고, 정비사업 진행 과정에서는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협조를 아끼지 않는다. 순조롭게 정비사업이 진행되면 사업 기간이 단축돼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분담금도 줄어들어 더 많은 이익을 보게 된다. 투자에 성공한 것이다.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재개발ㆍ재건축 구역에 집을 사면 시세 차익을 많이 남길 수 있다는 말에 솔깃해 한다. 현재의 가격이 개발 후의 가치보다 비쌀 정도로 올랐음에도 개의치 않고 `묻지마` 식으로 집을 산다. 정비사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으며, 오직 집값이 올랐는가, 아닌가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시세 차익을 보지 못할 것 같으면 조합이 잘못해서 그렇다며 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방해한다. 잦은 분쟁으로 장기간 사업이 지연되면서 분담금만 늘어나고 선량한 조합원들에게도 피해를 입힌다.


정비사업 현장을 취재하다 보면 이른바 조합 반대 세력 대부분은 구역 내에 오랫동안 거주했거나 소유한 원주민이 아니라, 정비사업 진행 과정에 `투자` 명목으로 뒤늦게 집을 구입했던 사람들이었다. 스스로가 결정했다가 실패한 투자의 책임을 조합에 떠넘기는 셈이다. 문제는 이런 일부 사람들로 인해 대다수 조합원들이 더 큰 피해를 본다는 데 있다.


`투자는 둘 다 이기는 게임이고, 투기는 둘 중 한 사람은 지는 게임`이라는 말이 있다. 안전한 투자란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투자는 일정 부분 리스크를 안고 있다. 투기라면 더욱 그렇다. 정비사업 현장에 건전한 투자자가 많아지는 것은 정비사업의 원활한 진행에 도움이 되지만, 투기는 그렇지 않다. 그리고 내가 한 것이 투자인지 투기인지는 본인이 더 잘 알고 있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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