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서승아 기자] 시행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서울시 공공관리제도가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그동안 숱한 비판과 문제 제기에도 꿋꿋하게 버텨 왔지만 이번엔 다르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각종 이권에 개입하며 뒷돈을 챙긴 재개발ㆍ재건축 조합장들이 줄줄이 구속되면서 시가 제도의 도입 및 유지 명분으로 강조해 왔던 `투명성`에 금이 갔기 때문이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는 공공관리제의 적용을 받는 대표 단지인 데다 조합장이 업체 선정 과정에서 뇌물을 받아 제도의 허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지적이 제기돼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무너진 명분… 이대로 가면 `5돌` 맞기 전에 퇴출?
업계 "사업 기간 지연도 모자라 `비리로` 설 자리 잃어"
서울동부지방검찰청은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사업의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억대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조합장 권모 씨 등을 구속기소 했다고 지난달 5일 밝혔다. 권 조합장은 업체 선정 등에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설계업체ㆍ정비업체ㆍ총회대행업체 등으로부터 총 1억6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잠실주공5단지는 총 30개동 3930가구로 규모가 커 강남권의 대표적 재건축 단지로 꼽힌다. 제도 아래에서 용역 업체를 선정한 이곳의 조합장이 비리에 연루되면서 공공관리제의 존재 명분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투명성 제고를 위해 도입된 제도가 비리조차 근절시키지 못한다면 존립의 이유가 없어진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에 드러난 잠실주공5단지 비리 사건을 들여다보면 업체 선정 과정에서 절차와 평가 기준을 마련해 재개발ㆍ재건축 관련 비리를 막겠다던 공공관리제의 본래 목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되레 과정만 복잡해져 사업이 지연되는 악순환이 이어졌을 뿐 재개발ㆍ재건축 과정에서 관행처럼 이뤄져 왔던 `비리`를 막는 `장치`로서의 기능은 전혀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관리제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개정에 따라 2010년 7월부터 도입됐다.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 등의 전문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치구청장이 공공관리자로서 사업 과정에 참여하도록 한 것이 주된 내용이다. 또한 조합 임원 선출 및 시공자 선정 등 사업 각 단계별 정보를 클린업시스템을 통해 공개하게 했다.
특히 조합이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이후에 시공자를 선정하도록 해 시공자 선정과 관련한 비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뒀다. 그동안 서울시는 공공관리제로 인해 재개발ㆍ재건축 사업 진행 속도가 느려진다는 다수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조합 집행부 및 업체 선정 과정에서 투명성을 보장한다는 등의 이유로 전면 의무 시행을 고집해 왔다. 이에 일선 재개발ㆍ재건축 현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실질적인 사업 인허가권을 서울시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시 공공관리제는 제도 시행 이후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사업 기간만 지연시켜 외려 사업비를 증가시킨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게다가 사업비 융자는 조건이 까다로워 자금 조달은 어렵고 공공의 과도한 개입 등으로 자율성이 침해받고 있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사업비에 조합원만 `전전긍긍`
융자 지원 미흡해 자금 조달도 `꽉` 막혀…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서울시는 정비사업 융자 지원 제도를 통해 시공자 부재에 따른 사업 초기 자금 조달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무의미한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시가 내놓은 정비사업 융자 지원 제도는 `추진위(원장)ㆍ조합(장)의 지위ㆍ존립에 관한 소송이 진행 중인 구역`의 경우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정비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융자 지원 제도가 시 정책의 협상 소재로 전락했다는 평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점수에 따른 추진위ㆍ조합의 서열화다. 서울시는 `융자 순위 결정을 위한 가중치 적용표`를 만들어 도정법상 동의율을 훨씬 뛰어 넘는 사업지에 높은 점수를 부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선 추진위ㆍ조합의 융자 신청 조건이 까다로워 자금 조달이 어렵고 공공의 과도한 업무 관여 등으로 외려 사업 기간이 늘어나고 있어 업계 관계자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공공관리제가 의무적으로 적용되면서 시공자 선정 시기가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밀린 탓에 아직 시공자를 선정하지 못한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장들은 자금난으로 사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등 부작용을 호소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고육지책처럼 내놓은 융자 지원 역시 실효성 논란에 시달리면서 공공관리제도는 기로에 서게 됐다"고 전했다.
특히 잠실주공5단지를 비롯한 연이은 비리 사건을 계기로 공공관리제를 의무 적용해 온 서울시의 입장은 난처해졌다. 업계에서는 제도의 한계점이 드러났다며 의무 적용 등 불합리한 내용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정비사업 관련 시민 단체 관계자는 "비리는 시공자 선정 기준을 개선하고 조합이 시공자의 공사비를 공시하도록 하는 조치를 통해 막을 수 있다"며 "주민 자율성 차원에서라도 공공관리제를 의무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공공관리제는 시공자와 조합의 관계를 부정과 비리의 연결 고리로만 보고 사업시행인가 이전까지는 상호 관계를 원천 차단하는 방식인데, 이는 합리적인 문제 해결 방식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시공자와 조합 임원들이 공사비를 부풀리고 조합 운영비 등을 횡령하려 한다면 그들이 만나는 시기가 중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공자와 조합원 전체를 잠재적인 범죄자로 보고 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더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
공공관리제를 놓고 벌이는 정부와 서울시의 갈등은 시공자 선정 `시기`에 대한 점이 주요 쟁점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시공자와 관련된 부정과 비리의 예방에 관한 인식 차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서울시의 우려처럼 정비사업에서 시공자를 중심으로 부정과 비리가 만연하다면 단순히 시공자 선정 시기를 늦추는 방법보다는 외려 강력한 처벌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매번 `회초리`를 강력히 들지 못하고 미온적인 처벌에 그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공공관리제 여부 조합 자유에 맡겨야"
도정법 개정안 통과 여부 주목… 길 열리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두성규ㆍ이홍일 연구위원과 박철한 책임연구원은 작년 12월 9일 발표한 보고서 `주택시장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도시정비사업 활성화 방안`을 통해 "현재 도시정비사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도래에 따른 경기 침체와 출구 전략, 획일적 공공관리제와 같은 규제 등으로 침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도시정비사업 현장이 산재한 서울시의 경우 1970년부터 올 6월까지 962개 구역이 지정됐다. 2015년부터 2035년까지 재건축 연한이 도래하는 아파트는 38만4000가구에 달한다. 두 연구위원은 "서울시는 공공관리제 도입 이후 정비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데다 다수의 구역이 지정 해제돼 매몰비용 처리 문제도 해소되지 않고 도심 내 신규 주택 공급 물량도 감소하고 있다"며 "수급 균형을 맞추기 위한 제도적 환경 구축이 어느 곳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공공관리제는 기존 제도의 긍정적 기능은 수용하고 적용 여부는 조합 의사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 연구진의 주장이다. 이 연구원은 "현행 도정법상 공공관리제의 경우 모든 현장에 획일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며 "조합원 부담 경감과 빠른 사업 진행 등의 효과는 확인되지 않은 채 공공관리에 따른 조합의 부담만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제도의 존폐에 대한 논의를 떠나 도시정비사업 추진 과정에서 회계 투명성 확보 등 긍정적 기능은 수용하되, 공공관리제 적용 여부는 주민과 조합의 자유로운 의사에 맡기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또 무분별한 `출구전략` 가동을 중단하고 조합원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시공자 선정 시기 ▲분양가상한제 ▲법적상한용적률의 실제 적용 등의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 책임연구원은 "도시정비사업의 회복은 기존 규제의 철폐나 보완을 통해 공공의 지나친 개입과 간섭을 줄이고 지자체의 기반시설 설치비용 부담을 조합에 전가하는 것을 배제하는 등 주민 또는 조합원의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는 공공관리제가 득보다는 실이 더 많다고 보고 주민 과반수가 반대할 경우 공공관리제 적용을 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공공지원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도정법 개정안(새누리당 이노근 의원 대표발의)은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다.
하지만 서울시의 태도는 단호하다. 공공지원제 도입도 사실상 반대하고 나섰다. 특히 시는 연이어 적발된 비리 사건을 개인의 비리이자 부조리일 뿐 공공관리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처럼 서울시는 공공관리제의 한계점을 외면하고 있어 앞으로 서울 지역 정비사업의 앞길은 더욱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오는 7월 5번째 생일을 맞는 공공관리제도에 큰 변화가 없을 테고, 그렇게 되면 이를 적용받는 현장들의 고충도 여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유경제=서승아 기자] 시행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서울시 공공관리제도가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그동안 숱한 비판과 문제 제기에도 꿋꿋하게 버텨 왔지만 이번엔 다르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각종 이권에 개입하며 뒷돈을 챙긴 재개발ㆍ재건축 조합장들이 줄줄이 구속되면서 시가 제도의 도입 및 유지 명분으로 강조해 왔던 `투명성`에 금이 갔기 때문이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는 공공관리제의 적용을 받는 대표 단지인 데다 조합장이 업체 선정 과정에서 뇌물을 받아 제도의 허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지적이 제기돼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무너진 명분… 이대로 가면 `5돌` 맞기 전에 퇴출?
업계 "사업 기간 지연도 모자라 `비리로` 설 자리 잃어"
서울동부지방검찰청은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사업의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억대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조합장 권모 씨 등을 구속기소 했다고 지난달 5일 밝혔다. 권 조합장은 업체 선정 등에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설계업체ㆍ정비업체ㆍ총회대행업체 등으로부터 총 1억6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잠실주공5단지는 총 30개동 3930가구로 규모가 커 강남권의 대표적 재건축 단지로 꼽힌다. 제도 아래에서 용역 업체를 선정한 이곳의 조합장이 비리에 연루되면서 공공관리제의 존재 명분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투명성 제고를 위해 도입된 제도가 비리조차 근절시키지 못한다면 존립의 이유가 없어진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에 드러난 잠실주공5단지 비리 사건을 들여다보면 업체 선정 과정에서 절차와 평가 기준을 마련해 재개발ㆍ재건축 관련 비리를 막겠다던 공공관리제의 본래 목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되레 과정만 복잡해져 사업이 지연되는 악순환이 이어졌을 뿐 재개발ㆍ재건축 과정에서 관행처럼 이뤄져 왔던 `비리`를 막는 `장치`로서의 기능은 전혀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관리제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개정에 따라 2010년 7월부터 도입됐다.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 등의 전문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치구청장이 공공관리자로서 사업 과정에 참여하도록 한 것이 주된 내용이다. 또한 조합 임원 선출 및 시공자 선정 등 사업 각 단계별 정보를 클린업시스템을 통해 공개하게 했다.
특히 조합이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이후에 시공자를 선정하도록 해 시공자 선정과 관련한 비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뒀다. 그동안 서울시는 공공관리제로 인해 재개발ㆍ재건축 사업 진행 속도가 느려진다는 다수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조합 집행부 및 업체 선정 과정에서 투명성을 보장한다는 등의 이유로 전면 의무 시행을 고집해 왔다. 이에 일선 재개발ㆍ재건축 현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실질적인 사업 인허가권을 서울시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시 공공관리제는 제도 시행 이후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사업 기간만 지연시켜 외려 사업비를 증가시킨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게다가 사업비 융자는 조건이 까다로워 자금 조달은 어렵고 공공의 과도한 개입 등으로 자율성이 침해받고 있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사업비에 조합원만 `전전긍긍`
융자 지원 미흡해 자금 조달도 `꽉` 막혀…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서울시는 정비사업 융자 지원 제도를 통해 시공자 부재에 따른 사업 초기 자금 조달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무의미한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시가 내놓은 정비사업 융자 지원 제도는 `추진위(원장)ㆍ조합(장)의 지위ㆍ존립에 관한 소송이 진행 중인 구역`의 경우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정비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융자 지원 제도가 시 정책의 협상 소재로 전락했다는 평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점수에 따른 추진위ㆍ조합의 서열화다. 서울시는 `융자 순위 결정을 위한 가중치 적용표`를 만들어 도정법상 동의율을 훨씬 뛰어 넘는 사업지에 높은 점수를 부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선 추진위ㆍ조합의 융자 신청 조건이 까다로워 자금 조달이 어렵고 공공의 과도한 업무 관여 등으로 외려 사업 기간이 늘어나고 있어 업계 관계자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공공관리제가 의무적으로 적용되면서 시공자 선정 시기가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밀린 탓에 아직 시공자를 선정하지 못한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장들은 자금난으로 사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등 부작용을 호소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고육지책처럼 내놓은 융자 지원 역시 실효성 논란에 시달리면서 공공관리제도는 기로에 서게 됐다"고 전했다.
특히 잠실주공5단지를 비롯한 연이은 비리 사건을 계기로 공공관리제를 의무 적용해 온 서울시의 입장은 난처해졌다. 업계에서는 제도의 한계점이 드러났다며 의무 적용 등 불합리한 내용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정비사업 관련 시민 단체 관계자는 "비리는 시공자 선정 기준을 개선하고 조합이 시공자의 공사비를 공시하도록 하는 조치를 통해 막을 수 있다"며 "주민 자율성 차원에서라도 공공관리제를 의무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공공관리제는 시공자와 조합의 관계를 부정과 비리의 연결 고리로만 보고 사업시행인가 이전까지는 상호 관계를 원천 차단하는 방식인데, 이는 합리적인 문제 해결 방식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시공자와 조합 임원들이 공사비를 부풀리고 조합 운영비 등을 횡령하려 한다면 그들이 만나는 시기가 중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공자와 조합원 전체를 잠재적인 범죄자로 보고 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더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
공공관리제를 놓고 벌이는 정부와 서울시의 갈등은 시공자 선정 `시기`에 대한 점이 주요 쟁점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시공자와 관련된 부정과 비리의 예방에 관한 인식 차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서울시의 우려처럼 정비사업에서 시공자를 중심으로 부정과 비리가 만연하다면 단순히 시공자 선정 시기를 늦추는 방법보다는 외려 강력한 처벌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매번 `회초리`를 강력히 들지 못하고 미온적인 처벌에 그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공공관리제 여부 조합 자유에 맡겨야"
도정법 개정안 통과 여부 주목… 길 열리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두성규ㆍ이홍일 연구위원과 박철한 책임연구원은 작년 12월 9일 발표한 보고서 `주택시장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도시정비사업 활성화 방안`을 통해 "현재 도시정비사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도래에 따른 경기 침체와 출구 전략, 획일적 공공관리제와 같은 규제 등으로 침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도시정비사업 현장이 산재한 서울시의 경우 1970년부터 올 6월까지 962개 구역이 지정됐다. 2015년부터 2035년까지 재건축 연한이 도래하는 아파트는 38만4000가구에 달한다. 두 연구위원은 "서울시는 공공관리제 도입 이후 정비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데다 다수의 구역이 지정 해제돼 매몰비용 처리 문제도 해소되지 않고 도심 내 신규 주택 공급 물량도 감소하고 있다"며 "수급 균형을 맞추기 위한 제도적 환경 구축이 어느 곳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공공관리제는 기존 제도의 긍정적 기능은 수용하고 적용 여부는 조합 의사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 연구진의 주장이다. 이 연구원은 "현행 도정법상 공공관리제의 경우 모든 현장에 획일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며 "조합원 부담 경감과 빠른 사업 진행 등의 효과는 확인되지 않은 채 공공관리에 따른 조합의 부담만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제도의 존폐에 대한 논의를 떠나 도시정비사업 추진 과정에서 회계 투명성 확보 등 긍정적 기능은 수용하되, 공공관리제 적용 여부는 주민과 조합의 자유로운 의사에 맡기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또 무분별한 `출구전략` 가동을 중단하고 조합원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시공자 선정 시기 ▲분양가상한제 ▲법적상한용적률의 실제 적용 등의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 책임연구원은 "도시정비사업의 회복은 기존 규제의 철폐나 보완을 통해 공공의 지나친 개입과 간섭을 줄이고 지자체의 기반시설 설치비용 부담을 조합에 전가하는 것을 배제하는 등 주민 또는 조합원의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는 공공관리제가 득보다는 실이 더 많다고 보고 주민 과반수가 반대할 경우 공공관리제 적용을 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공공지원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도정법 개정안(새누리당 이노근 의원 대표발의)은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다.
하지만 서울시의 태도는 단호하다. 공공지원제 도입도 사실상 반대하고 나섰다. 특히 시는 연이어 적발된 비리 사건을 개인의 비리이자 부조리일 뿐 공공관리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처럼 서울시는 공공관리제의 한계점을 외면하고 있어 앞으로 서울 지역 정비사업의 앞길은 더욱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오는 7월 5번째 생일을 맞는 공공관리제도에 큰 변화가 없을 테고, 그렇게 되면 이를 적용받는 현장들의 고충도 여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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