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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조합ㆍ추진위 자금 비리 꼼짝 마”
예산ㆍ회계 표준규정 운영 의무화… ‘표준규정’ 개정(안) 19일 고시
repoter : 정훈 기자 ( whitekoala@naver.com ) 등록일 : 2015-03-18 16:05:28 · 공유일 : 2015-03-18 20:01:56


[아유경제=정훈 기자] 서울시가 재개발ㆍ재건축 시행 과정에서 자금 관련 비리 척결에 칼을 빼들었다. 최근 정부가 부정ㆍ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나온 조치라 귀추가 주목된다.
18일 서울시(시장 박원순)는 재개발ㆍ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 예산ㆍ회계 표준규정을 개정하고 이에 의거해 그 운영을 일선 현장에 의무 적용한다고 밝혔다. 개정된 표준규정은 내일(19일) 고시될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시가 작년 6월 조합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 사업자 등록 의무화, 법인 통장 및 카드 사용 등 재개발ㆍ재건축 조합ㆍ추진위의 자금 운영 방안을 자세히 담아 제정, 행정지침으로 운영해 오던 `정비사업 예산ㆍ회계 규정`을 보완한 것이라고 시는 설명했다.
특히 지난 1월 2일 이뤄진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이하 조례)」 일부 개정 내용이 반영된 것으로, 이번 조치는 인허가권자인 서울시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일선 현장들에게 강한 `구속력`을 띠게 될 전망이다.
정비사업 예산ㆍ회계 기준 작성 등의 내용을 담은 조례 제50조의4제1항은 `추진위 또는 조합은 예산ㆍ회계 처리 및 행정 업무에 대해 정관 등이 정한 방법과 절차에 따라 다음 각 호의 내용이 포함된 관련 규정을 정해 운영해야 한다`면서 제1호에 ▲가. 예산편성ㆍ집행 ▲나. 세입ㆍ세출예산서 및 결산보고서 작성 ▲다. 수입의 관리ㆍ징수 방법 및 수납기관 등 ▲라. 지출의 관리 및 지급 등 ▲마. 계약 및 채무 관리 ▲바. 그 밖에 회계 문서와 장부에 관한 사항 등을, 제2호에 ▲가. 상근임(위)ㆍ직원의 내부 인사 ▲나. 보수 및 회의 수당 등 지급 기준 ▲다. 내부 업무 및 물품 처리 등 ▲라. 문서의 보존 및 관리 등 ▲마. 상근임(위)ㆍ직원의 복무 기준 ▲바. 그 밖에 행정 업무 처리에 필요한 사항 등을 각각 규정하고 있다.
이어 신설된 제2항에는 `시장은 제1항 각 호의 내용이 포함된 표준규정을 작성해 고시할 수 있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全조합ㆍ추진위 채택ㆍ적용 유도… 신규 승인 추진위는 `필수`
수용한 현장만 공공 융자 지원? 업계 "`공공통제` 강화" 불만 ↑
이에 따라 개정된 표준규정에는 ▲서울시 예산ㆍ회계 규정 작성 방법 제시 ▲공사ㆍ용역의 전자 입찰 방법 근거 마련 ▲서울시 재개발ㆍ재건축 클린업시스템 정보 공개 양식 통일성 등이 담겼다.
주요 내용은 ▲추진위 사업자 등록 의무화 ▲예산편성 절차 명확화 ▲예산 전용 제한 ▲현금 사용 원칙적 금지 ▲휴일 사용 법인카드 내용 증빙 및 공개 ▲용역 계약 일반경쟁입찰 원칙 ▲업무추진비 현금→법인카드나 실비 정산 방식 대체 ▲분기별 자금 운영 내역 조합원 서면 통보 ▲회계 처리 기준 표준화 등이다.
시에 따르면 각 조합ㆍ추진위는 표준규정을 원칙적으로 그대로 적용하되, 예산 전용, 자금사용 등 임의로 수정ㆍ삭제가 불가한 중요 조항 20개를 제외한 나머지는 여건에 따라 일부 수정 가능하다.
시는 이 같은 내용을 25개 자치구에 전달하고, 모든 재개발ㆍ재건축 조합ㆍ추진위에서 표준규정을 채택ㆍ적용하도록 실행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사업시행 전 과정에 걸쳐 지속적으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계획의 구현을 위해 시는 표준규정을 채택한 조합ㆍ추진위에 한해 공공 융자를 지원하기로 했다. 아울러 자치구에서 앞으로 새로 승인하는 추진위는 표준규정을 필수 채택ㆍ적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밖에 시는 각종 인허가 시 표준규정 채택 여부를 확인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채택하도록 유도하는 등 관리를 강화할 계획도 밝혔다. 또 표준규정을 해설서 형식으로 제작해 정비사업 현장인 추진위ㆍ조합에 보급할 계획이다.
이제원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작년 6월부터 행정지침으로 운영해온 재개발ㆍ재건축 조합ㆍ추진위에 대한 예산ㆍ회계 규정이 이번 조례 개정을 통해 법적 효력을 갖게 됐다"며 "추진위나 조합이 시가 마련한 표준규정을 채택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자금 운용을 한다면 그동안 재개발ㆍ재건축 현장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부정행위가 많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식을 접한 일선 현장에선 벌써부터 볼멘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투명성 강화라는 명분에는 공감하지만 왜 하필 `지금`이냐는 의견이 많았다. 정부가 앞장서 재개발ㆍ재건축 활성화에 나서는 판국에 또다시 서울시가 딴죽을 거는 것 아니냐는 불만에서 `공공관리`가 아니라 `공공통제`라는 비난까지 등장하는 형국이다.
한 도시정비업계 전문가는 "서울시가 내세운 명제가 `투명성 강화`이기 때문에 현장은 물론 대다수 이해관계인들이 대놓고 반대할 순 없겠지만 시장(市場) 한편에서 시공자 선정 시기 환원(사업시행인가 이후→조합설립인가 이후) 등 `공공관리`의 축소를 촉구해 왔다는 점에 비춰 볼 때 이번 조치는 시의 통제력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읽혀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규제 완화`에 무게를 싣고 있는 정부와 사사건건 충돌해 온 서울시가 유일호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의 취임(지난 16일)에 맞춰 이 같은 조치를 내놓은 점도 정부와 서울시의 엇박자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며 "특히 일선 현장의 입장에선 보다 깐깐해진 예산ㆍ회계규정 탓에 운영의 자율성을 침해당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강북의 한 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매몰비용 처리에선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채 출구전략 기한은 연장되고, 숙원이던 기부채납 비율 완화 등은 요원한 상태에서 서울시가 강화된 규제로 `채찍질`만 하는 것 같아 한숨이 나온다"며 "사업시행에 필요한 재원 조달 루트가 공공 융자로 제한된 상태에서 표준규정을 적용하지 않으면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말은 사실상 이를 강제하는 것인 만큼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 `혹` 하나만 더 달게 됐다"고 토로했다.
한 재개발ㆍ재건축 관련 시민 단체 관계자 역시 "정부는 재건축 규제를 대거 풀고 있는데 서울시는 목을 죄기만 하니 현장의 입장에서 사업하기가 정말 어려울 듯 싶다"면서 "사업성이 뒷받침되는 강남 재건축이나 일부 랜드마크 사업장이야 그렇다 쳐도 건설사들의 관심조차 없는 다수 비강남권 구역에서 어떻게 일반경쟁입찰을 하라는 것인지, 또 부득이하게 현금을 써야 할 때도 있는데 이를 못 하게 하는 것과 용역 착수 이전에 계약금도 지급받지 못하게 하는 조치 등은 현행 공공 융자 시스템을 개선하는 등의 후속 조치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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