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정훈 기자] 창업주 김상열 회장이 1989년 설립한 호반건설(대표이사 전중규)이 비윤리적 경영 행태로 구설에 올랐다. 이 때문에 재계 한편에서는 지난 25년간 호반건설이 쌓아 온 신뢰가 `신기루`였음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본보 역시 작년 7월 11일 <재개발ㆍ재건축 `새내기` 호반건설, 이러다 샛별커녕 별똥별 된다!>란 제목의 기사에서 호반건설의 부실시공 및 불법 분양 광고 논란과 `갑질` 의혹 등에 대해 다룬바 있다. 하지만 해가 바뀐 현재에도 호반건설을 둘러싼 의혹은 지속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본보는 호반건설의 현주소를 집중 취재해 그들이 말하고 있는 `호반 25년을 지켜 온 신뢰`의 허상을 연속 보도로써 파헤쳐 봤다.
호남대 토지 매각 과정서 보여준 비상식ㆍ비도적적 행태 `도마`에
`끼워 팔기` 의혹 계열 언론사가 비판했는데 다른 계열사가 낙찰
작년 12월 29일 호남대학교(이하 호남대)는 `학교법인 성인학원 기본재산 및 우림영농조합법인 토지 매각 입찰공고`를 냈다.
이에 따르면 호남대는 광주 서구 쌍촌동 600 외 200필지 6만7278.10㎡와 충남 천안시 성거읍 소재 토지 67만1223㎡ 등의 일괄매각에 나섰다. 해당 토지 등의 매각 예정가는 1086억1436만5100원으로 나타났다. 입찰 참가 등록 및 보증금 납부 기한은 지난 1월 6일, 입찰서 제출일은 다음 날인 1월 7일로 각각 공고됐다.
특히 광주 쌍촌동 소재 토지는 광주 시내 마지막 남은 `노른자위`로 평가받고 있던 터라 지역사회의 큰 관심을 받았다. 실제로 이 지역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B씨는 "해당 토지는 광주 지역 최고의 아파트 부지로 평가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런데 호반건설 측이 30%에 가까운 지분을 갖고 있는 광주방송(KBC)이 지난 1월 5일 이 입찰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했다. 보도의 요지는 호남대가 과거 매각하려다 실패했던 천안 소재 토지를 `알짜` 물건인 광주 토지에 끼워 팔려 한다는 것이었다. 그 근거로 입찰 기간과 조건을 들었다. 입찰마감 시한이 휴일을 빼면 5일에 불과하고, 매입 추진 회사가 영농조합법인과 무관할 경우 사실상 제3의 영농조합법인과 컨소시엄을 체결하거나 신규 법인을 설립해야 한다는 조건에서 미뤄 볼 때 호남대가 특정 업체를 염두에 두고 형식적인 입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게 해당 보도가 제기한 의혹의 핵심이었다. 해당 보도는 또 이 같은 끼워 팔기가 결국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그 피해가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으로 끝을 맺었다.
하지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달 7일 입찰마감 결과, 낙찰자가 호반건설 계열사인 티에스리빙으로 전해진 것이다. 낙찰 금액도 당초 호남대 예정가보다 약 530억원이나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보도한 K일보 등에 따르면 티에스리빙은 호반건설이 2013년 설립한 계열사로, 전주혁신도시 등 전국에서 호반베르디움의 시행을 맡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언론의 평가였다. 당시 다수 언론은 광주방송이 제기한 의혹과 달리 "자금력을 갖춘 호반건설 계열 시행사가 호남대 쌍촌캠퍼스 부지를 확보함으로써 해당 부지에 아파트가 들어설 것이 기정사실화했다"면서 "특히 호남대가 제시한 액수보다 530억원이나 더 비싸게 매각된 만큼 광주에서 최고가 아파트가 탄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놓고 한 유관 업계 관계자는 "호남대 토지 매각 과정은 한마디로 코미디"라며 "형(호반건설)이 동생(광주방송)을 시켜 끼워 팔기 꼼수 의혹을 제기해 놓곤 또 다른 동생(티에스리빙)을 시켜 매입하도록 한 셈 아닌가"라며 코웃음 쳤다.
이와 관련된 논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호반건설 측이 해당 토지 매입을 위한 본계약 체결을 미루면서 논란이되고 있어서다. 입찰공고에는 `낙찰자는 낙찰일로부터 7일 이내에 본계약을 체결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입찰보증금은 전액 호남대로 귀속된다`고 돼 있다. 당초 낙찰일로부터 7일이 지났는데도 본계약 체결이 이뤄지지 않자 호남대는 "호반건설 측이 2월 말까지 계약을 이행하지 않으면 낙찰자 자격을 박탈하겠다"는 강경 입장이었다.
그러나 낙찰 후 두 달이 훨씬 지났음에도 본계약 체결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갑`으로 비쳐졌던 호남대가 사실상 `을`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호남대가 호반건설 측의 낙찰자 지위를 박탈하고 입찰보증금을 몰수하게 되면 분쟁 발생이 불가피하다. 분쟁이 법정 다툼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높다. 재입찰 절차를 밟는다 하더라도 이미 `남의 손을 탄` 물건에 손을 대려는 사람도 적을 테고 호반건설 측이 제안했던 금액 이상을 제시할 곳도 마땅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호남대 처지에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호반건설 측도 이를 파악하고 계약 체결을 차일피일 미루는 것 아니냐는 게 유관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와 관련해 호남대 관재과 담당자는 지난 24일 "현시점에서 본계약 체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양측이 합의점을 찾기 위해 의견을 교환 중이며, (입찰 지침 불이행과 관련한 입찰보증금 귀속 등의 문제는) 협의가 진행 중인 단계라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호반건설 측도 본계약을 체결할 만큼 사정이 좋지 않다는 주장이 나온다. 해당 토지의 용적률이 200% 정도에 불과한 데다 상대적으로 불리한 교육 여건은 분양에 있어 `독`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매도자 측 예정가보다 수백억 원이나 비싸게 주고 산 땅을 개발하더라도 성공 가능성이 당초보다 낮을 것이란 관측이 호반건설 측의 `장고(長考)`를 불렀다는 얘기다.
일부 시장의 평가와 달리 호반건설 측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란 주장도 있다. 금호산업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호반건설 입장에서는 한 푼이 아쉬울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1월 호반건설이 보유하고 있던 금호산업 주식 34만8000주(1.21%)를 매도하면서 300억원에 가까운 차익을 실현하자 시장 한쪽에선 되레 이를 금호산업 인수를 위한 `신호탄`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김상열 회장이 지난 20일 광주상공회의소 제22대 회장에 선출된 자리에서 금호산업 인수전 완주 의사를 밝힘에 따라 이제까지 호반건설 측이 보여줬던 행보가 앞으로 들어갈 막대한 인수비용을 고려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들은 주도면밀한 김 회장의 성격을 고려할 때 충분히 가능한 얘기라고 입을 모은다.
이에 대해 호반건설 측은 "본계약 체결은 호남대와 협상 중이며 캐시플로(cash flow)에 문제가 있어 체결을 미루는 것은 아니다"라며 "해당 토지의 매각 대금은 분할 납부이기 때문에 계약 체결에 영향을 줄 정도도 아니고 금호산업 인수전과도 상관이 없다"고 전했다.
또한 끼워 팔기 의혹과 관련해서는 "광주방송에 확인할 사항 같다"고 선을 그었으며 티에스리빙의 낙찰 배경에 대해서는 "티에스리빙이 입찰 조건에 부합했기 때문이며, 호반건설은 `시공`과 `시행`의 분리를 원칙 삼아 일관되게 입찰에 참여해 왔다"고 설명했다.
한편 재계 한쪽에서는 호남대 토지 매입 과정에서 드러난 호반건설의 행태와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주식 매수 및 매도, 금호산업 인수전 참여 과정에서 보여주고 있는 행태가 묘하게 겹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추후 보다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재개발ㆍ재건축 진입 저울질? 채용 이어 현장서도 목격
업계, "깜냥도 안 되면서 왜 자꾸 기웃거리는데?"
속내를 좀처럼 알 수 없게 만드는 호반건설의 경영 행태는 사(社) 측이 강조해 온 `윤리경영`과 `고객으로부터 신뢰받고 사랑받는 기업`이란 구호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한다는 지적을 부른다.
이런 상황에서 호반건설이 진입을 노리는 재개발ㆍ재건축시장에서도 이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제대로 발을 들여놓기도 전부터 욕을 먹고 있는 셈이다.
호반건설은 다른 중견 건설사들과 마찬가지로 재개발ㆍ재건축시장으로의 안착을 목표로 전력을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작년 하반기 채용 당시 `재개발ㆍ재건축 경력 5년 이상`을 자격 요건으로 내세워 관련 인력 확보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메이저 건설사들의 관심이 뜸한 구역들을 기웃거리며 수주하려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면서도 정작 입찰엔 참여하지 않아 반감을 사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작년 하반기 ▲광명2R구역(재개발) ▲용인7구역(재개발) 시공자 현장설명회에 참석했다. 올해에도 지난달(2월) ▲남양주 지금도농1-3구역(재개발)과 이달 ▲서울 신길3구역(재개발) ▲서울 노량진2구역(재개발) ▲서울 삼호가든3차(재건축)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실제 입찰 참가 또는 수주로까진 이어지지 못했다. 때문에 유관 업계 관계자들은 호반건설의 이 같은 행태를 일종의 `맛보기`로 인식,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재개발ㆍ재건축은 건설사의 브랜드 파워가 실적을 좌우한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재정비 분야에 일찍부터 관심을 가져 왔던 지방 유명 건설사들도 강남 재건축 수주는 꿈도 못 꾼다"면서 "호반건설이 이쪽 분야에서 한자리를 꿰차려면 시장의 관심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재개발사업을 중심으로 이름을 알린 뒤 주류로 편입하는 것이 순서일 텐데, 현재는 이 같은 과정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진단의 연장선상에서 호반건설의 `한계`를 지적하는 분석도 나온다. 호반건설의 사명(社名)이나 아파트 브랜드인 `호반베르디움`이 재개발ㆍ재건축시장에서는 `비주류`란 평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공능력평가순위에서 호반건설은 2013년 24위에서 2014년 15위로 급상승했다. 하지만 20위권 안쪽으로 진입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더욱이 이 같은 성장 배경에 재개발ㆍ재건축시장에서의 성과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브랜드스탁에 따르면 `호반베르디움`은 지난 19일 기준 아파트 브랜드 순위에서 9위에 머물러 있다. 1~8위까지는 삼성물산의 `래미안`, 대우건설의 `푸르지오`,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 GS건설의 `자이`,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롯데건설의 `롯데캐슬`, 현대산업개발의 `아이파크`, 두산건설의 `위브`가 차지하고 있다. `호반베르디움` 입장에선 어느 하나 만만한 상대가 없다. 건설업계 한편에선 비록 같은 조사의 순위에서는 `호반베르디움`에 밀렸지만 SK건설의 `SK VIEW(에스케이뷰)`나 포스코건설의 `the#(더샵)`, 한화건설의 `꿈에그린`, 코오롱글로벌의 `하늘채`, KCC건설의 `스위첸`, 한라의 `한라비발디` 등이 재개발ㆍ재건축시장에서 더 먹힌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호반건설 측은 "현장설명회에 참가했다고 해서 반드시 입찰에 응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며 "입찰에 불참한 것은 해당 사업의 사업성 분석 결과 수지가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입찰 불참으로 해당 사업 등에 피해를 준 일은 더더욱 없다"고 덧붙였다.
[아유경제=정훈 기자] 창업주 김상열 회장이 1989년 설립한 호반건설(대표이사 전중규)이 비윤리적 경영 행태로 구설에 올랐다. 이 때문에 재계 한편에서는 지난 25년간 호반건설이 쌓아 온 신뢰가 `신기루`였음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본보 역시 작년 7월 11일 <재개발ㆍ재건축 `새내기` 호반건설, 이러다 샛별커녕 별똥별 된다!>란 제목의 기사에서 호반건설의 부실시공 및 불법 분양 광고 논란과 `갑질` 의혹 등에 대해 다룬바 있다. 하지만 해가 바뀐 현재에도 호반건설을 둘러싼 의혹은 지속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본보는 호반건설의 현주소를 집중 취재해 그들이 말하고 있는 `호반 25년을 지켜 온 신뢰`의 허상을 연속 보도로써 파헤쳐 봤다.
호남대 토지 매각 과정서 보여준 비상식ㆍ비도적적 행태 `도마`에
`끼워 팔기` 의혹 계열 언론사가 비판했는데 다른 계열사가 낙찰
작년 12월 29일 호남대학교(이하 호남대)는 `학교법인 성인학원 기본재산 및 우림영농조합법인 토지 매각 입찰공고`를 냈다.
이에 따르면 호남대는 광주 서구 쌍촌동 600 외 200필지 6만7278.10㎡와 충남 천안시 성거읍 소재 토지 67만1223㎡ 등의 일괄매각에 나섰다. 해당 토지 등의 매각 예정가는 1086억1436만5100원으로 나타났다. 입찰 참가 등록 및 보증금 납부 기한은 지난 1월 6일, 입찰서 제출일은 다음 날인 1월 7일로 각각 공고됐다.
특히 광주 쌍촌동 소재 토지는 광주 시내 마지막 남은 `노른자위`로 평가받고 있던 터라 지역사회의 큰 관심을 받았다. 실제로 이 지역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B씨는 "해당 토지는 광주 지역 최고의 아파트 부지로 평가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런데 호반건설 측이 30%에 가까운 지분을 갖고 있는 광주방송(KBC)이 지난 1월 5일 이 입찰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했다. 보도의 요지는 호남대가 과거 매각하려다 실패했던 천안 소재 토지를 `알짜` 물건인 광주 토지에 끼워 팔려 한다는 것이었다. 그 근거로 입찰 기간과 조건을 들었다. 입찰마감 시한이 휴일을 빼면 5일에 불과하고, 매입 추진 회사가 영농조합법인과 무관할 경우 사실상 제3의 영농조합법인과 컨소시엄을 체결하거나 신규 법인을 설립해야 한다는 조건에서 미뤄 볼 때 호남대가 특정 업체를 염두에 두고 형식적인 입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게 해당 보도가 제기한 의혹의 핵심이었다. 해당 보도는 또 이 같은 끼워 팔기가 결국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그 피해가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으로 끝을 맺었다.
하지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달 7일 입찰마감 결과, 낙찰자가 호반건설 계열사인 티에스리빙으로 전해진 것이다. 낙찰 금액도 당초 호남대 예정가보다 약 530억원이나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보도한 K일보 등에 따르면 티에스리빙은 호반건설이 2013년 설립한 계열사로, 전주혁신도시 등 전국에서 호반베르디움의 시행을 맡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언론의 평가였다. 당시 다수 언론은 광주방송이 제기한 의혹과 달리 "자금력을 갖춘 호반건설 계열 시행사가 호남대 쌍촌캠퍼스 부지를 확보함으로써 해당 부지에 아파트가 들어설 것이 기정사실화했다"면서 "특히 호남대가 제시한 액수보다 530억원이나 더 비싸게 매각된 만큼 광주에서 최고가 아파트가 탄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놓고 한 유관 업계 관계자는 "호남대 토지 매각 과정은 한마디로 코미디"라며 "형(호반건설)이 동생(광주방송)을 시켜 끼워 팔기 꼼수 의혹을 제기해 놓곤 또 다른 동생(티에스리빙)을 시켜 매입하도록 한 셈 아닌가"라며 코웃음 쳤다.
이와 관련된 논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호반건설 측이 해당 토지 매입을 위한 본계약 체결을 미루면서 논란이되고 있어서다. 입찰공고에는 `낙찰자는 낙찰일로부터 7일 이내에 본계약을 체결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입찰보증금은 전액 호남대로 귀속된다`고 돼 있다. 당초 낙찰일로부터 7일이 지났는데도 본계약 체결이 이뤄지지 않자 호남대는 "호반건설 측이 2월 말까지 계약을 이행하지 않으면 낙찰자 자격을 박탈하겠다"는 강경 입장이었다.
그러나 낙찰 후 두 달이 훨씬 지났음에도 본계약 체결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갑`으로 비쳐졌던 호남대가 사실상 `을`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호남대가 호반건설 측의 낙찰자 지위를 박탈하고 입찰보증금을 몰수하게 되면 분쟁 발생이 불가피하다. 분쟁이 법정 다툼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높다. 재입찰 절차를 밟는다 하더라도 이미 `남의 손을 탄` 물건에 손을 대려는 사람도 적을 테고 호반건설 측이 제안했던 금액 이상을 제시할 곳도 마땅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호남대 처지에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호반건설 측도 이를 파악하고 계약 체결을 차일피일 미루는 것 아니냐는 게 유관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와 관련해 호남대 관재과 담당자는 지난 24일 "현시점에서 본계약 체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양측이 합의점을 찾기 위해 의견을 교환 중이며, (입찰 지침 불이행과 관련한 입찰보증금 귀속 등의 문제는) 협의가 진행 중인 단계라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호반건설 측도 본계약을 체결할 만큼 사정이 좋지 않다는 주장이 나온다. 해당 토지의 용적률이 200% 정도에 불과한 데다 상대적으로 불리한 교육 여건은 분양에 있어 `독`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매도자 측 예정가보다 수백억 원이나 비싸게 주고 산 땅을 개발하더라도 성공 가능성이 당초보다 낮을 것이란 관측이 호반건설 측의 `장고(長考)`를 불렀다는 얘기다.
일부 시장의 평가와 달리 호반건설 측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란 주장도 있다. 금호산업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호반건설 입장에서는 한 푼이 아쉬울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1월 호반건설이 보유하고 있던 금호산업 주식 34만8000주(1.21%)를 매도하면서 300억원에 가까운 차익을 실현하자 시장 한쪽에선 되레 이를 금호산업 인수를 위한 `신호탄`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김상열 회장이 지난 20일 광주상공회의소 제22대 회장에 선출된 자리에서 금호산업 인수전 완주 의사를 밝힘에 따라 이제까지 호반건설 측이 보여줬던 행보가 앞으로 들어갈 막대한 인수비용을 고려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들은 주도면밀한 김 회장의 성격을 고려할 때 충분히 가능한 얘기라고 입을 모은다.
이에 대해 호반건설 측은 "본계약 체결은 호남대와 협상 중이며 캐시플로(cash flow)에 문제가 있어 체결을 미루는 것은 아니다"라며 "해당 토지의 매각 대금은 분할 납부이기 때문에 계약 체결에 영향을 줄 정도도 아니고 금호산업 인수전과도 상관이 없다"고 전했다.
또한 끼워 팔기 의혹과 관련해서는 "광주방송에 확인할 사항 같다"고 선을 그었으며 티에스리빙의 낙찰 배경에 대해서는 "티에스리빙이 입찰 조건에 부합했기 때문이며, 호반건설은 `시공`과 `시행`의 분리를 원칙 삼아 일관되게 입찰에 참여해 왔다"고 설명했다.
한편 재계 한쪽에서는 호남대 토지 매입 과정에서 드러난 호반건설의 행태와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주식 매수 및 매도, 금호산업 인수전 참여 과정에서 보여주고 있는 행태가 묘하게 겹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추후 보다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재개발ㆍ재건축 진입 저울질? 채용 이어 현장서도 목격
업계, "깜냥도 안 되면서 왜 자꾸 기웃거리는데?"
속내를 좀처럼 알 수 없게 만드는 호반건설의 경영 행태는 사(社) 측이 강조해 온 `윤리경영`과 `고객으로부터 신뢰받고 사랑받는 기업`이란 구호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한다는 지적을 부른다.
이런 상황에서 호반건설이 진입을 노리는 재개발ㆍ재건축시장에서도 이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제대로 발을 들여놓기도 전부터 욕을 먹고 있는 셈이다.
호반건설은 다른 중견 건설사들과 마찬가지로 재개발ㆍ재건축시장으로의 안착을 목표로 전력을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작년 하반기 채용 당시 `재개발ㆍ재건축 경력 5년 이상`을 자격 요건으로 내세워 관련 인력 확보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메이저 건설사들의 관심이 뜸한 구역들을 기웃거리며 수주하려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면서도 정작 입찰엔 참여하지 않아 반감을 사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작년 하반기 ▲광명2R구역(재개발) ▲용인7구역(재개발) 시공자 현장설명회에 참석했다. 올해에도 지난달(2월) ▲남양주 지금도농1-3구역(재개발)과 이달 ▲서울 신길3구역(재개발) ▲서울 노량진2구역(재개발) ▲서울 삼호가든3차(재건축)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실제 입찰 참가 또는 수주로까진 이어지지 못했다. 때문에 유관 업계 관계자들은 호반건설의 이 같은 행태를 일종의 `맛보기`로 인식,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재개발ㆍ재건축은 건설사의 브랜드 파워가 실적을 좌우한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재정비 분야에 일찍부터 관심을 가져 왔던 지방 유명 건설사들도 강남 재건축 수주는 꿈도 못 꾼다"면서 "호반건설이 이쪽 분야에서 한자리를 꿰차려면 시장의 관심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재개발사업을 중심으로 이름을 알린 뒤 주류로 편입하는 것이 순서일 텐데, 현재는 이 같은 과정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진단의 연장선상에서 호반건설의 `한계`를 지적하는 분석도 나온다. 호반건설의 사명(社名)이나 아파트 브랜드인 `호반베르디움`이 재개발ㆍ재건축시장에서는 `비주류`란 평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공능력평가순위에서 호반건설은 2013년 24위에서 2014년 15위로 급상승했다. 하지만 20위권 안쪽으로 진입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더욱이 이 같은 성장 배경에 재개발ㆍ재건축시장에서의 성과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브랜드스탁에 따르면 `호반베르디움`은 지난 19일 기준 아파트 브랜드 순위에서 9위에 머물러 있다. 1~8위까지는 삼성물산의 `래미안`, 대우건설의 `푸르지오`,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 GS건설의 `자이`,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롯데건설의 `롯데캐슬`, 현대산업개발의 `아이파크`, 두산건설의 `위브`가 차지하고 있다. `호반베르디움` 입장에선 어느 하나 만만한 상대가 없다. 건설업계 한편에선 비록 같은 조사의 순위에서는 `호반베르디움`에 밀렸지만 SK건설의 `SK VIEW(에스케이뷰)`나 포스코건설의 `the#(더샵)`, 한화건설의 `꿈에그린`, 코오롱글로벌의 `하늘채`, KCC건설의 `스위첸`, 한라의 `한라비발디` 등이 재개발ㆍ재건축시장에서 더 먹힌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호반건설 측은 "현장설명회에 참가했다고 해서 반드시 입찰에 응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며 "입찰에 불참한 것은 해당 사업의 사업성 분석 결과 수지가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입찰 불참으로 해당 사업 등에 피해를 준 일은 더더욱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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