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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보그룹, 34년 공들인 기업 이미지 로비로 ‘쨍그랑’
repoter : 유준상 기자 ( Lostem_bass@naver.com ) 등록일 : 2015-04-10 14:38:35 · 공유일 : 2015-04-10 20:02:06


[아유경제=유준상 기자] `소년은 충남 보령에서 가난한 농부의 5남 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배 굶는 일이 일상이었고 고교 졸업 후 18세 나이에 상경해 신문 배달, 껌팔이 등 닥치는 대로 밥벌이를 하며 버텼다. 이 소년은 이후 고향에서 건설사를 설립해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업이 번번이 실패를 해 월셋방을 전전하는 뼈저린 아픔을 겪은 소년은 자신을 마치 쇠를 갈아 절굿공이를 만들 듯 더욱 철저히 갈고 닦았다. 소년은 이후 피땀 어린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인 끝에 4개 주요 계열사와 6개 관계사 등 10개 업체로 구성된 중견 그룹을 세우고 연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등 경이로운 업적을 남긴 주인공이 됐다`
이 글이 묘사하고 있는 주인공은 다름 아닌 지금의 대보그룹을 설립한 최등규 회장이다. 최 회장의 고향인 `대천`과 `보령`의 앞 글자를 따서 명명된 대보그룹은 1981년 설립된 이래 고속도로 휴게소, 군 공사 등 관급 공사를 주력으로 하며 성장해 왔다.
대보그룹 계열사들은 이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관이 발주한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대보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맡은 분야를 살펴보면 ▲대보유통 `고속도로 휴게소 및 주유소 설치 및 관리ㆍ운영` ▲대보실업 `도로ㆍ항만ㆍ철도ㆍ지하철 등 시회기반시설 공사` ▲대보건설 `공공사업 중심 건설ㆍ시공(고속도로ㆍ고속철도ㆍ아파트), 군현대화 계획, 휴게소ㆍ주유소 운영` ▲대보정보통신 `고속도로 정보ㆍ통신시설 관리 및 시스템 유지` ▲서원레저 `골프클럽 운영` 등 각양각색이다.
대보그룹의 상승 곡선에 최대 정점을 찍은 2013년에는 10개 계열사들의 총 매출액이 1조억원을 넘기기까지 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관련 업계 사이에서도 대보건설은 관급 공사를 주로 도맡아 오면서 노하우를 쌓은 업체로 널리 인식되고 있다. 특히 현금을 많이 보유해서 안정성이 있는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군 공사에서의 수주도 이러한 점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여러 유명 건설사들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었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업계 등에 따르면 실제로 대보그룹의 영향력은 군 시설 및 아파트 등을 수주하며 쌓은 인맥과 네트워크를 통해 상당히 깊숙이 뻗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만한 사업지만 해도 ▲2011년 1월 `이천 육군항공작전사령부 관사 사업권` ▲2012년 11월 `주한 미군의 시뮬레이션 센터와 숙소 공사` ▲2014년 4월 `파주와 양주의 육군 병영 시설 공사` 등이 있으며 군 공사 수주에서 `승승장구`해 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보그룹은 고속도로 휴게소의 `제왕`이기도 하다. 최근 대보그룹이 낸 기업 브로슈어 등에 따르면 대보그룹 계열사인 대보유통은 국내 건설사 중 최다인 36개의 고속도로 휴게소와 주유소를 운영 중이며 지난해에는 사상 최고인 283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소개됐다.
하지만 최근 이같이 상승 곡선을 그리던 대보그룹의 행보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최영민)는 지난 1월 `대보그룹 비자금 조성ㆍ軍(군) 공사 수주 금품 로비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최등규 회장은 계열사 자금 211억원을 횡령하고 군 공사 수주를 위해 평가심의위원들에게 금품 로비를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최 회장을 비롯해 대보그룹 임직원 9명, 컨소시엄 및 경쟁사 임직원 4명, 브로커 4명, 뇌물을 받은 평가심의위원 4명 등 총 23명을 입건ㆍ수사한 결과 이 같은 혐의가 포착됐다고 밝혔다. 이중 최 회장을 비롯한 전ㆍ현직 임직원 3명 등 7명은 구속기소 됐다.
특히 이 사건이 ▲기업 악ㆍ폐습 중 가장 죄질이 나쁘다는 `로비`와 관련돼 있고 ▲그 중심에 이 기업을 손수 일궈 낸 최등규 회장을 비롯한 핵심 임원이 자리 잡고 있는 점 ▲사건이 발생한 사업지가 대보그룹의 주력인 군 사업지에서 터져 나온 점 등에서 건설업계는 물론 재계 관계자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게다가 이완구 총리가 취임 후 부정부패와의 전면전을 선포한 데다 최근 경남기업 등의 기업 비리가 속속 적발되면서 일각에서는 이 사건을 그동안 대보그룹이 관급 공사를 통해 쌓아 왔던 건실한 이미지를 한순간에 파괴할 수 있는 사안으로 보고 있으며 나아가 이러한 공익적 이미지가 외려 대보그룹 스스로에게 날카로운 부메랑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보그룹의 악ㆍ폐습 단면 여실히 보여주는 결집체 `경기 이천 육군 아파트`
부실시공 의혹 때부터 `구린내`… 국민 "좋지 않은 예감은 왜 틀린 적이 없나"
`왜 좋지 않은 예감을 틀린 적이 없는 걸까?`
최근 대보그룹의 행각을 바라보고 하는 말인 듯하다.
사건의 발단은 그룹 총수인 최등규 회장으로부터 시작됐다. 최 회장은 211억여 원의 회삿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돼 충격을 주더니 지난 1월에는 빼돌린 비자금의 용도가 금품 로비를 위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뇌물 공여 혐의로 추가 기소되기까지 했다.
이에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실한 기업가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최 회장의 실상이 드러난 것이 아니냐"면서 "강펀치 2방을 연속으로 맞아 그로기(groggyㆍ심한 타격을 받아 몸을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일) 상태에 빠진 최 회장은 쉽게 그 위상을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 회장은 2011년 경기 이천시 육군 관사 공사 등을 수주하기 위해 허모 교수 등 사업평가심의위원 12명을 상대로 총 2억500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이 사건에 얽힌 인물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연이어 구속되면서 유관 업계 관계자들은 대보그룹이 되돌아올 수 없는 강에 빠졌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대보그룹을 궁지로 몰아넣는 원인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최 회장이 자신의 측근 세력을 통해 뇌물을 건네줌에 따라 대보그룹 핵심 임원들도 줄줄이 구속됐기 때문이다. 최 회장으로부터 직접 뇌물을 받아 평가심의위원에게 넘긴 혐의로 대보건설 민모 부사장과 장모 이사 등도 잇따라 구속됐으며 이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평가심의위원 허모 교수 등 3명을 비롯해 관련자 13명도 불구속기소 됐다.
검찰 수사 등에 따르면 뇌물을 건넨 방법도 치밀하고 대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보건설 민모 부사장은 육군 장교 출신으로, 그가 이천 군 관사 공사 평가심의위원단이 구성되기 전날 대보그룹에 영입됐다는 점은 이번 수사 과정에서 검찰에게 가장 큰 증거로 작용했다는 전언이다. 그는 평가심의위원단에게 봉투나 선물용 골프공 세트 등에 약 1000만~3000만원씩 현금을 끼워 전달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로비를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평가 결과 또한 이 같은 로비 혐의 가능성을 방증했다. 이후 돈을 받은 심의위원들은 대보 측에 가장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번 수사를 맡은 검찰 관계자 등에 따르면 군 공사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는 평가심의위원의 점수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위원들을 상대로 지속적인 로비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연해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대보그룹 홍보팀 관계자는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이기 때문에 공식적인 답변을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아유경제 박재필 발행인은 이에 대해 "검찰 수사에 의해 그 내막이 드러나고 있는 대보그룹의 로비 행각이 중간 간부급도 아닌 회장을 비롯한 핵심 세력에 의해 일어난 점은 대보그룹 안에 이미 로비로 수주를 이루려는 그릇된 기업 문화가 만연해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는 대목"이라며 "또한 이번 사건이 추후 검찰 결과에 의해 모두 사실로 밝혀진다면 그동안 대보그룹과 최등규 회장의 건실했던 이미지는 한 방에 날아갈 가능성이 있다. 그 이유로, 그간 주로 맡아 왔던 관급 공사에서 로비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이번 이천 육군 관사가 이전에 부실시공 의혹에도 휘말렸던 점을 고려할 때 대보그룹은 로비까지 하면서 수주에 공들였던 아파트를 대충 지었다는 의혹과 따가운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국방부가 발주해 대보건설이 시공을 맡은 해당 육군 관사는 2013년 12월 준공되기 이전과 이후 모두 부실시공 의혹에 휩싸였던 곳이다. 이곳은 사업 초기부터 최근 외벽이 갈라지고 누수 현상이 발생해 부실시공 의혹이 불거졌다. 관계자들에 의하면 아파트 9개동에서 4층 외벽을 중심으로 30~80㎝ 길이의 균열이 발견됐으며 일부 세대에서는 내벽에서도 균열이 발생했다고 전해졌다. 입주자들의 민원이 잇따르자 국방부가 조사에 착수했으며 그 결과 시공 과정에서 철근이 일부 누락된 정황이 곳곳에서 발견됐다는 전언이다.
이에 대해 대보그룹 홍보팀 관계자는 "비파괴 검사 결과 철근 누락이 아닌 것으로 판정됐다. 그 이상 전달할 부분이 없다"며 "통상적으로 아파트를 짓고 나면 콘크리트 벽 부분에 크랙 등이 발생하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며 추후 하자보수를 통해 이를 해결한다. 이러한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접한 건설업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부실시공을 한 이면에 분명 구린내가 난다. 대보가 설사 철근을 빼돌린 것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이와 같은 의혹을 불러일으킨 것은 대보 스스로 원인을 제공한 셈이다"며 "부실시공으로 인한 하자는 분명히 발생했다. 설사 철근이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더라도 대보는 이러한 자재 빼돌리기 의혹과 여타 다른 의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언급해 이번 사건과 부실시공이 연계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내부에서 무마 노력이 나오고 있지만… 효과는 `글쎄`
관련 업계 "대내외 활동, 수주 이어 가도 상처는 쉽게 아물지 못할 것"
이러한 `악재`를 의식한 듯 이를 희석하려는 듯한 대보 측의 행보에도 눈길이 쏠린다. 일례로 최근 대보그룹이 낸 기업 브로슈어 등에는 대보가 창사 이래 30여 년간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54위 중견 건설사로 성장한 과정과 경영 시스템, 시공 실적 등이 담겨 있다. 수주량을 늘리고 민간사업에 뛰어들겠다는 방침을 세우는 등 적극적인 경영 목표도 세웠다고 한다.
소식통 등에 따르면 남관우 대보건설 대표이사를 비롯해 대보건설 및 대보실업 등 대보그룹의 주력 건설 계열사의 영업 관련 부서 임직원 약 40여 명은 지난 1월 17일 아차산에 올랐다.
이들은 정상에 올라 일출을 바라보며 `2015년 수주 목표 달성 및 안전 기원제`를 지내는 등 을미년 사업 목표 달성을 위한 결의를 다졌다.
산에 오른 한 관계자는 "회사의 올해 수주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무(無)사고, 무(無)재해를 기원하는 뜻깊은 자리가 됐다"고 밝힌바 있다.
기원제를 지낸 뒤 며칠이 지나지 않아 대보건설은 사내 홍보 센터를 통해 `안정적 성장과 위기 관리`를 위한 2015년 경영 슬로건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대보는 을미년을 맞아 수주 7000억원, 매출 5000억원의 경영 목표를 수립하고 특히 수주 부분을 지난해 보다 70%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민간 개발 사업 강화 ▲신(新)성장 동력 확보 ▲공공사업 영역 확대 등을 세부 전략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다수의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A건설업계 관계자는 "위기에 직면한 대보가 올 들어 이같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실상은 이번 사건이 일어난 후 이를 무마시키려는 듯한 움직임으로 이해된다"며 "이는 태풍 앞에 놓여 진 등불을 꺼지지 않게 하기 위해 손바닥으로 등불을 가리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B건설업계 관계자는 "한 번 궤도에서 이탈한 열차를 다시 철로에 올려놓기가 매우 어렵듯이 이번 사건이 지닌 무게감을 고려할 때 원상회복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비용 등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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