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겨울엔 자주 눈이 내렸다. 푸짐한 함박눈이었다. 한 번 내리기 시작하면 발목이 푹푹 빠져 집을 나서기가 어려운 때였다.
나는 먼 태백산을, 그리고 그 산에 있는 절을 향해 떠났다. 기차로 4시간, 버스로 1시간, 그리고 고불고불 산길을 더듬어 올라가노라니 태백산 오지에 위치한 그 절이 가까이 다가왔다. 산신이 노했던 것일까. 동면에 든 그곳의 자연 풍물이 어리석기 짝이 없는 한 인간의 만행을 조롱해서 일까. 겨울 산은 우수에 차서 허위허위 달려온 나에게 비정했다. 정형외과 병동에 갇혀 몸서리치는 뼈아품으로 100여 일을 헤매게 된다. 아파, 아파해도 뼈아픔은 어떤 언어로도 형용이 어렵다.
잠을 잘 수 없는 사람에게 새벽은 멀었다.
나는 원고지를 벗 삼기로 작정했다. 베개를 높게 쌓아 왼팔을 거기 올려놓고 죽음에 버금가는 뼈아픔을 다스리면서 가까스로 지윤미를 배태, 탄생시키기에 이른다.
5살에 엄마를 여읜 지윤미, 언니 같은 계모 밑에서 고역을 치르는 스물한 살 지윤미의 삶의 무게가 내 팔목 뼈에 부착한 쇠꼬챙이보다 더했을지도 모른다는 나름의 성찰을 방패삼아 나는 지윤미의 인생을 축원하는 무(巫)로 변장한 것인가.
『오년 후』의 탄생은 처절한 뼈아픔과의 싸움에서 비롯되었다. ‘오 년 후’가 어기차게 사바세계로 메아리쳐 갈 것을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변영희, 책머리글 <작가의 말> 중에서
- 차 례 -
작가의 말
분노의 계곡
시련
슬픈 소원
새로움 각오
엄마의 향기
출국
변화
그 겨울의 풍경소리
평론
장편소설 『오년 후』_ 유응오(기자)
변영희 『오년 후』의 자기 소외와 그 극복_이덕화(평택대 교수. 평론가)
오년 후
변영희 장편소설
그해 겨울엔 자주 눈이 내렸다. 푸짐한 함박눈이었다. 한 번 내리기 시작하면 발목이 푹푹 빠져 집을 나서기가 어려운 때였다.
산신이 노했던 것일까. 동면에 든 그곳의 자연 풍물이 어리석기 짝이 없는 한 인간의 만행을 조롱해서 일까. 겨울 산은 우수에 차서 허위허위 달려온 나에게 비정했다. 정형외과 병동에 갇혀 몸서리치는 뼈아품으로 100여 일을 헤매게 된다. 아파, 아파해도 뼈아픔은 어떤 언어로도 형용이 어렵다.
나는 먼 태백산을, 그리고 그 산에 있는 절을 향해 떠났다. 기차로 4시간, 버스로 1시간, 그리고 고불고불 산길을 더듬어 올라가노라니 태백산 오지에 위치한 그 절이 가까이 다가왔다.
잠을 잘 수 없는 사람에게 새벽은 멀었다.
나는 원고지를 벗 삼기로 작정했다. 베개를 높게 쌓아 왼팔을 거기 올려놓고 죽음에 버금가는 뼈아픔을 다스리면서 가까스로 지윤미를 배태, 탄생시키기에 이른다.
5살에 엄마를 여읜 지윤미, 언니 같은 계모 밑에서 고역을 치르는 스물한 살 지윤미의 삶의 무게가 내 팔목 뼈에 부착한 쇠꼬챙이보다 더했을지도 모른다는 나름의 성찰을 방패삼아 나는 지윤미의 인생을 축원하는 무(巫)로 변장한 것인가.
『오년 후』의 탄생은 처절한 뼈아픔과의 싸움에서 비롯되었다. ‘오 년 후’가 어기차게 사바세계로 메아리쳐 갈 것을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변영희, 책머리글 <작가의 말> 중에서
- 차 례 -
작가의 말
분노의 계곡
시련
슬픈 소원
새로움 각오
엄마의 향기
출국
변화
그 겨울의 풍경소리
평론
장편소설 『오년 후』_ 유응오(기자)
변영희 『오년 후』의 자기 소외와 그 극복_이덕화(평택대 교수. 평론가)
[2013.03.15 재판발행. 303쪽. 정가 11,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