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조합 예산ㆍ회계 표준규정」, 이달 초 「총회 등 의사진행 표준 운영규정」 이은 규제 강화 일변도에 시장 `술렁`
[아유경제=정훈 기자] 서울시가 `표준`이란 이름으로 각종 규제를 양산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에 분양시장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던 `온기`가 도시재정비 분야 최대 시장인 서울시의 `초를 치는` 행태에 식어 버리진 않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시(시장 박원순)는 재개발ㆍ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임원(조합 임ㆍ대의원, 추진위원장 등)을 선출함에 있어서 `선거법`에 해당하는 「정비사업 표준선거관리규정」을 처음 제정, 오는 7일 고시한다고 6일 밝혔다.
이 같은 조치는 그동안 정비사업 임원 선거가 임의적 기준과 절차에 따라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져 각종 비리와 갈등을 낳는 주범이었다는 서울시의 인식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시는 "그동안 조합에서 규정 없이 임의로 임원진을 선출해 부정 선거 논란과 집행부에 대한 불신과 갈등이 유발됐고, 이에 대한 판단 기준조차 없어 정비사업이 정체되는 결과를 초래해 이번에 표준선거관리규정을 만들게 됐다"고 제도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또 표준선거관리규정에 대해 시는 "그동안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에서는 임원 등의 자격(결격) 요건과 총회 등에서의 동의 요건만 규정하고 있을 뿐 선출 절차와 방법에 대해서는 별도의 기준이 없었다"면서 "(따라서 표준규정은) 정비사업 임원 선거의 절차와 방법을 규정한 최초의 선거법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시는 기본적으로 「공직선거법」에 의한 절차와 방법을 준용하되 도정법의 특성을 반영, 정비사업에 특화된 선거관리규정을 마련했다고 했다. 또 선거의 4대 원칙(보통ㆍ평등ㆍ직접ㆍ비밀)도 최대한 반영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시는 조합장, 정비사업 전문 변호사 등 관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위원과 함께 표준선거관리규정(안)을 마련, 공직 선거 관리 전문기관인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와의 협의를 통해 규정 체계ㆍ용어ㆍ조문 내용ㆍ어휘 등 심층 검토를 마치고 최종 확정했다고 전했다.
제3자 투표 전면 금지, 선관위 구성ㆍ선거 관련 자료 공개 의무화
조합ㆍ추진위, 2016년 5월 6일까지 내부 운영 규정 제ㆍ개정해야
수용 거부하거나 미루면 `불이익`… 공공관리로 첫 추진위 구성 시 자동 적용
제정된 규정에 따르면 각 조합은 임원 선출 기구인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를 의무적으로 구성해야 하고, 조합 선관위가 모든 선거 관리를 주관한다(선거 관리의 중립성 확보). 또 후보자 등록부터 투ㆍ개표, 당선자 공고까지 모든 세부 절차와 방법을 표준화하고 각 주체별 역할과 업무 범위도 구체화해야 한다(선거 절차의 표준화ㆍ구체화).
특히 조합 임원은 임기가 끝나기 60일 전에는 새로운 임원을 선출하기 위한 선관위 구성을 시작해야 하고, 구성된 선관위는 임기 만료 30일 전까지 선거관리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부정 선거를 방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제3자에 의한 투표는 전면 금지되고, ▲총회 참석(직접투표) ▲사전투표 ▲우편투표 중 하나를 선택해 투표해야 한다. 그동안 서면결의(제)를 악용해 이른바 `OS 요원` 등 제3자가 투표용지를 제출함에 따라 불거졌던 투표용지 위ㆍ변조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새 규정에는 선거 관리의 투명성을 높이는 내용도 담겼다. 이에 따르면 조합 임원 선출과 관련된 모든 자료와 선관위 회의록 공개는 의무적으로 해야 하며, 선거 관련 자료 역시 6개월 이상 의무적으로 보관해야 한다.
일선 조합ㆍ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고시일로부터 1년 안에 내부 운영 규정을 제ㆍ개정해야 한다. 조합과 추진위는 이 기간 안에 총회를 거쳐 선거관리규정을 의무적으로 마련해 운영해야 한다. 공공관리자(구청장)가 최초 추진위 구성을 지원하는 구역의 경우 이러한 규정을 자동 적용토록 할 방침이다.
표준규정의 적용을 거부하거나 미루는 조합ㆍ추진위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도정법 제77조에 따라 사업시행 관련 각종 인허가에 제약을 받게 됨은 물론 사업 자금 공공 융자 대상에서 배제될 것으로 보인다. 시는 사업시행 관련 각종 인허가(변경) 시 표준선거관리규정 제정 여부를 확인하는 등 행정ㆍ재정적으로 관리ㆍ규제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이제원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정비사업의 집행부를 민주적인 방법과 투명한 절차로 선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앞으로 조합ㆍ추진위가 표준선거관리규정을 적용해 조합장 등 임원을 선출한다면 선출된 대표자에 대한 민주적 정당성과 주민 신뢰가 높아져 조합 내 갈등이 줄고 원활한 사업 추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도 넘은 `일방통행`… "제왕적 시장" 비난 ↑
朴의 `고집`이 `표준` 탈 쓰고 각종 규제 양산
규제 일변도로 `공공관리제 구하기` 가능할까?
하지만 이 같은 서울시의 일방통행식 규제 강화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곱지 않다. 시장(市場) 한쪽에서는 시장(市長)의 고집불통을 성토하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한 도시정비사업 전문가는 "박원순 시장의 `마이웨이`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면서 "집권 3년 차를 맞은 정부와 여당이 부동산 경기 부양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는 마당에 서울시가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과 비난에도 불구하고 제 갈 길만 가는 박 시장의 `고집`이 `표준`이란 `탈`을 쓰면서 본격적으로 시장을 옥죄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작년만 하더라도 ▲재건축 허용 연한 단축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합리화 ▲재개발 임대주택 및 재건축 소형주택 완화 등 정부가 내놓는 각종 정책에 대해 반대하는 식으로 초를 쳤다면 올해 들어서는 각종 규제를 만들어 일선 자치구와 현장이 이를 따를 수밖에 없도록 하는 방식으로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모양새"라며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정부에는 `지방자치(권) 훼손`이라며 목청을 높이는 서울시가 시정에 불만을 표출하는 자치구와 조합ㆍ추진위 등에게는 모르쇠로 일관, 제왕적 인허가권자로 군림하는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에서는 도입 명분이던 `투명성`에 흠집이 나면서 완화ㆍ폐지 요구에 직면한 공공관리제도에 대한 `구원투수`로 이번 조치를 해석하고 있다. 서울시가 추진 중이거나 발표한 각종 규제가 사실상 흔들리는 공공관리제도를 구하기 위한 조치 아니냐는 것이다.
이 같은 의혹은 지난 3월 19일 서울시의 「조합 예산ㆍ회계 표준규정」 고시로 설득력을 갖게 됐다는 게 업계 한쪽의 분석이다. 당시 시는 이를 두고 재개발ㆍ재건축 시행 과정에서 자금 관련 비리를 척결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설명했다.
이 규정은 전 조합과 추진위에 사실상 의무 적용됐다. 신규 승인이 이뤄지는 추진위에 필수 적용키로 했으며 이를 수용한 현장에만 공공 융자를 지원키로 했다는 시 방침이 알려지면 시장 한쪽에선 `공공통제` 강화 조치라는 불만이 쏟아졌다.
이 같은 불만은 같은 달 27일 새정치민주연합 강기정 의원이 도정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발의 하면서 더욱 표면화했다. 발의된 법안은 추진위의 사업자등록을 의무화하는 게 핵심이다. 이 역시 `공공통제` 강화 방편이란 비판을 불렀고 시장이 준비할 새도 없이 법제화부터 나선 저의를 의심케 만들었다.
`공공통제`는 `공공관리`를 `공공지원`으로 바꾸려는 정부의 시도를 무력화하기 위한 서울시의 `시위`라는 말도 나온다. 시공자 선정 시기를 종전의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환원하는 게 핵심인 `공공지원제도`는 서울시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전국 17개 시ㆍ도 가운데 유일하게 시공자 선정 시기를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규제, 이를 통해 가장 강력한 `공공관리제도`를 구축한 서울시로서는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게 유관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자화자찬으로 끝난 `출구전략 3년`… 업계 "수습 못한 수습"
연이어 터진 비리ㆍ조합장 구속, 서울시에 `명분` 줬다!
예산ㆍ회계ㆍ선거엔 `돋보기` 의사결정엔 `공공변호사 투입`… 다음은?
정부 방침 및 시장의 바람에 역행하는 서울시의 행보는 4월에도 이어졌다. 시가 지난달 24일 발표한 「뉴타운ㆍ재개발 ABC관리방안」과 같은 달 28일 배포한 `서울시 주민 요청 24개 정비조합 196건 부조리 적발`이란 제목의 보도 자료가 대표적인 예다.
먼저 시는 지난 3년간 실시한 `뉴타운ㆍ재개발 수습 방안`을 마무리하면서 앞으로는 공공의 적극적인 지원ㆍ관리를 통해 주민과 시가 함께 진로를 결정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를 놓고 업계 한쪽에서는 "도정법 제16조의2에 의거한 조합ㆍ추진위의 해산 및 그에 따른 정비구역 지정 해제를 놓고도 수많은 갈등이 발생해 시장을 혼란케 했는데, 그러한 출구전략 역시 서울시가 앞장서 추진했던 것 아닌가"라고 되묻고는 "정부가 공공관리제를 공공지원제로 바꾸는 작업을 추진 중인 시점에 성과를 자화자찬하며 적극적인 관리 운운하는 것은 이를 비판해 온 시장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는 "서울시는 출구전략을 마무리하고 해제 후 남은 438곳 중 추진 주체가 있는 327곳을 3개 유형으로 나눠 맞춤형 지원ㆍ관리를 하겠다고 했지만 기존 출구전략과의 뚜렷한 차이점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면서 "잘 굴러가는 곳은 지원을 통해 촉진하고, 안 굴러가거나 사업성이 낮은 곳은 `출구`를 마련해주자는 게 당초 취지였는데, 해제된 곳 대부분이 `매몰비용` 문제와 찬반 진영 간 깊어진 반목 등으로 후유증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돌아가는 현장에까지 관의 입김을 강화한다면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시는 인센티브로 용적률 상향과 공공 융자 확대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용적률 상향보다는 임대주택을 비롯한 기부채납을 하향 조정해주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고, 공공 융자는 재원 확보 및 배분 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시공자 선정 시기를 앞당겨 추진 주체 스스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안을 열어 달라는 목소리가 높다는 점을 시가 시정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면서 "시는 시공자 등 업체를 통한 자금 조달을 비리 등의 온상으로 보고 있지만 이는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가 적발한 조합 관련 부조리 실태도 "왜 지금"이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업계 한쪽에서는 시가 앞서 고시한 「조합 예산ㆍ회계 표준규정」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는 동시에 이를 공공관리제도의 유지ㆍ강화 명분으로 삼으려는 포석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는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심심찮게 터진 재개발ㆍ재건축 조합장 연루 비리와 관련자들의 연이은 구속으로 시장의 자정 능력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이 서울시에게 명분을 줬다"면서 "드러난 조합ㆍ추진위의 비리 백태라든지 지난달 29일 서울시가 공개한 `관내 정비사업조합 등 임원 보수 현황` 탓에 늘어난 상대적 박탈감 또는 괴리감(2014년 조합장 최고 월급 ▲재개발 500만원 ▲재건축 730만원 ▲도시환경정비 1097만원) 등에 비춰 볼 때 시가 주민이 요청한 76개 구역 중 나머지 52개 구역에 대해 연말까지 실태 점검을 진행하고, 내년부터 자치구와 함께 상시 점검 체계를 구축한다는 데 대해 대놓고 반대할 수 없는 분위기다. 시가 최근 공공관리 강화에 나선 점이나, 조합ㆍ추진위의 예산ㆍ회계규정에 이어 선거에까지 손을 뻗친 것은 시가 이러한 점을 잘 파고들었다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서울시가 지난 3일 정비사업 의사결정 과정에 `공공변호사`를 파견키로 한 점도 이 같은 `공공관리` 강화의 연장선상에 있다"면서 "공공변호사의 입회 대상이 제한적이기는 하나 민간사업에 공적 인력을 투입한다는 데 대한 비난 여론을 모를 리 없는 서울시가 이를 강행키로 한 것은 이제까지처럼 반대 여론에 귀 닫은 박원순 시장의 시정 스타일과 명분 싸움에서 시가 시장을 압도하고 있는 상황이 맞물려 벌어진 결과인 만큼 당분간 규제 강화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3월 「조합 예산ㆍ회계 표준규정」, 이달 초 「총회 등 의사진행 표준 운영규정」 이은 규제 강화 일변도에 시장 `술렁`
[아유경제=정훈 기자] 서울시가 `표준`이란 이름으로 각종 규제를 양산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에 분양시장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던 `온기`가 도시재정비 분야 최대 시장인 서울시의 `초를 치는` 행태에 식어 버리진 않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시(시장 박원순)는 재개발ㆍ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임원(조합 임ㆍ대의원, 추진위원장 등)을 선출함에 있어서 `선거법`에 해당하는 「정비사업 표준선거관리규정」을 처음 제정, 오는 7일 고시한다고 6일 밝혔다.
이 같은 조치는 그동안 정비사업 임원 선거가 임의적 기준과 절차에 따라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져 각종 비리와 갈등을 낳는 주범이었다는 서울시의 인식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시는 "그동안 조합에서 규정 없이 임의로 임원진을 선출해 부정 선거 논란과 집행부에 대한 불신과 갈등이 유발됐고, 이에 대한 판단 기준조차 없어 정비사업이 정체되는 결과를 초래해 이번에 표준선거관리규정을 만들게 됐다"고 제도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또 표준선거관리규정에 대해 시는 "그동안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에서는 임원 등의 자격(결격) 요건과 총회 등에서의 동의 요건만 규정하고 있을 뿐 선출 절차와 방법에 대해서는 별도의 기준이 없었다"면서 "(따라서 표준규정은) 정비사업 임원 선거의 절차와 방법을 규정한 최초의 선거법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시는 기본적으로 「공직선거법」에 의한 절차와 방법을 준용하되 도정법의 특성을 반영, 정비사업에 특화된 선거관리규정을 마련했다고 했다. 또 선거의 4대 원칙(보통ㆍ평등ㆍ직접ㆍ비밀)도 최대한 반영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시는 조합장, 정비사업 전문 변호사 등 관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위원과 함께 표준선거관리규정(안)을 마련, 공직 선거 관리 전문기관인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와의 협의를 통해 규정 체계ㆍ용어ㆍ조문 내용ㆍ어휘 등 심층 검토를 마치고 최종 확정했다고 전했다.
제3자 투표 전면 금지, 선관위 구성ㆍ선거 관련 자료 공개 의무화
조합ㆍ추진위, 2016년 5월 6일까지 내부 운영 규정 제ㆍ개정해야
수용 거부하거나 미루면 `불이익`… 공공관리로 첫 추진위 구성 시 자동 적용
제정된 규정에 따르면 각 조합은 임원 선출 기구인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를 의무적으로 구성해야 하고, 조합 선관위가 모든 선거 관리를 주관한다(선거 관리의 중립성 확보). 또 후보자 등록부터 투ㆍ개표, 당선자 공고까지 모든 세부 절차와 방법을 표준화하고 각 주체별 역할과 업무 범위도 구체화해야 한다(선거 절차의 표준화ㆍ구체화).
특히 조합 임원은 임기가 끝나기 60일 전에는 새로운 임원을 선출하기 위한 선관위 구성을 시작해야 하고, 구성된 선관위는 임기 만료 30일 전까지 선거관리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부정 선거를 방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제3자에 의한 투표는 전면 금지되고, ▲총회 참석(직접투표) ▲사전투표 ▲우편투표 중 하나를 선택해 투표해야 한다. 그동안 서면결의(제)를 악용해 이른바 `OS 요원` 등 제3자가 투표용지를 제출함에 따라 불거졌던 투표용지 위ㆍ변조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새 규정에는 선거 관리의 투명성을 높이는 내용도 담겼다. 이에 따르면 조합 임원 선출과 관련된 모든 자료와 선관위 회의록 공개는 의무적으로 해야 하며, 선거 관련 자료 역시 6개월 이상 의무적으로 보관해야 한다.
일선 조합ㆍ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고시일로부터 1년 안에 내부 운영 규정을 제ㆍ개정해야 한다. 조합과 추진위는 이 기간 안에 총회를 거쳐 선거관리규정을 의무적으로 마련해 운영해야 한다. 공공관리자(구청장)가 최초 추진위 구성을 지원하는 구역의 경우 이러한 규정을 자동 적용토록 할 방침이다.
표준규정의 적용을 거부하거나 미루는 조합ㆍ추진위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도정법 제77조에 따라 사업시행 관련 각종 인허가에 제약을 받게 됨은 물론 사업 자금 공공 융자 대상에서 배제될 것으로 보인다. 시는 사업시행 관련 각종 인허가(변경) 시 표준선거관리규정 제정 여부를 확인하는 등 행정ㆍ재정적으로 관리ㆍ규제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이제원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정비사업의 집행부를 민주적인 방법과 투명한 절차로 선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앞으로 조합ㆍ추진위가 표준선거관리규정을 적용해 조합장 등 임원을 선출한다면 선출된 대표자에 대한 민주적 정당성과 주민 신뢰가 높아져 조합 내 갈등이 줄고 원활한 사업 추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도 넘은 `일방통행`… "제왕적 시장" 비난 ↑
朴의 `고집`이 `표준` 탈 쓰고 각종 규제 양산
규제 일변도로 `공공관리제 구하기` 가능할까?
하지만 이 같은 서울시의 일방통행식 규제 강화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곱지 않다. 시장(市場) 한쪽에서는 시장(市長)의 고집불통을 성토하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한 도시정비사업 전문가는 "박원순 시장의 `마이웨이`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면서 "집권 3년 차를 맞은 정부와 여당이 부동산 경기 부양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는 마당에 서울시가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과 비난에도 불구하고 제 갈 길만 가는 박 시장의 `고집`이 `표준`이란 `탈`을 쓰면서 본격적으로 시장을 옥죄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작년만 하더라도 ▲재건축 허용 연한 단축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합리화 ▲재개발 임대주택 및 재건축 소형주택 완화 등 정부가 내놓는 각종 정책에 대해 반대하는 식으로 초를 쳤다면 올해 들어서는 각종 규제를 만들어 일선 자치구와 현장이 이를 따를 수밖에 없도록 하는 방식으로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모양새"라며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정부에는 `지방자치(권) 훼손`이라며 목청을 높이는 서울시가 시정에 불만을 표출하는 자치구와 조합ㆍ추진위 등에게는 모르쇠로 일관, 제왕적 인허가권자로 군림하는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에서는 도입 명분이던 `투명성`에 흠집이 나면서 완화ㆍ폐지 요구에 직면한 공공관리제도에 대한 `구원투수`로 이번 조치를 해석하고 있다. 서울시가 추진 중이거나 발표한 각종 규제가 사실상 흔들리는 공공관리제도를 구하기 위한 조치 아니냐는 것이다.
이 같은 의혹은 지난 3월 19일 서울시의 「조합 예산ㆍ회계 표준규정」 고시로 설득력을 갖게 됐다는 게 업계 한쪽의 분석이다. 당시 시는 이를 두고 재개발ㆍ재건축 시행 과정에서 자금 관련 비리를 척결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설명했다.
이 규정은 전 조합과 추진위에 사실상 의무 적용됐다. 신규 승인이 이뤄지는 추진위에 필수 적용키로 했으며 이를 수용한 현장에만 공공 융자를 지원키로 했다는 시 방침이 알려지면 시장 한쪽에선 `공공통제` 강화 조치라는 불만이 쏟아졌다.
이 같은 불만은 같은 달 27일 새정치민주연합 강기정 의원이 도정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발의 하면서 더욱 표면화했다. 발의된 법안은 추진위의 사업자등록을 의무화하는 게 핵심이다. 이 역시 `공공통제` 강화 방편이란 비판을 불렀고 시장이 준비할 새도 없이 법제화부터 나선 저의를 의심케 만들었다.
`공공통제`는 `공공관리`를 `공공지원`으로 바꾸려는 정부의 시도를 무력화하기 위한 서울시의 `시위`라는 말도 나온다. 시공자 선정 시기를 종전의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환원하는 게 핵심인 `공공지원제도`는 서울시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전국 17개 시ㆍ도 가운데 유일하게 시공자 선정 시기를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규제, 이를 통해 가장 강력한 `공공관리제도`를 구축한 서울시로서는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게 유관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자화자찬으로 끝난 `출구전략 3년`… 업계 "수습 못한 수습"
연이어 터진 비리ㆍ조합장 구속, 서울시에 `명분` 줬다!
예산ㆍ회계ㆍ선거엔 `돋보기` 의사결정엔 `공공변호사 투입`… 다음은?
정부 방침 및 시장의 바람에 역행하는 서울시의 행보는 4월에도 이어졌다. 시가 지난달 24일 발표한 「뉴타운ㆍ재개발 ABC관리방안」과 같은 달 28일 배포한 `서울시 주민 요청 24개 정비조합 196건 부조리 적발`이란 제목의 보도 자료가 대표적인 예다.
먼저 시는 지난 3년간 실시한 `뉴타운ㆍ재개발 수습 방안`을 마무리하면서 앞으로는 공공의 적극적인 지원ㆍ관리를 통해 주민과 시가 함께 진로를 결정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를 놓고 업계 한쪽에서는 "도정법 제16조의2에 의거한 조합ㆍ추진위의 해산 및 그에 따른 정비구역 지정 해제를 놓고도 수많은 갈등이 발생해 시장을 혼란케 했는데, 그러한 출구전략 역시 서울시가 앞장서 추진했던 것 아닌가"라고 되묻고는 "정부가 공공관리제를 공공지원제로 바꾸는 작업을 추진 중인 시점에 성과를 자화자찬하며 적극적인 관리 운운하는 것은 이를 비판해 온 시장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는 "서울시는 출구전략을 마무리하고 해제 후 남은 438곳 중 추진 주체가 있는 327곳을 3개 유형으로 나눠 맞춤형 지원ㆍ관리를 하겠다고 했지만 기존 출구전략과의 뚜렷한 차이점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면서 "잘 굴러가는 곳은 지원을 통해 촉진하고, 안 굴러가거나 사업성이 낮은 곳은 `출구`를 마련해주자는 게 당초 취지였는데, 해제된 곳 대부분이 `매몰비용` 문제와 찬반 진영 간 깊어진 반목 등으로 후유증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돌아가는 현장에까지 관의 입김을 강화한다면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시는 인센티브로 용적률 상향과 공공 융자 확대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용적률 상향보다는 임대주택을 비롯한 기부채납을 하향 조정해주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고, 공공 융자는 재원 확보 및 배분 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시공자 선정 시기를 앞당겨 추진 주체 스스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안을 열어 달라는 목소리가 높다는 점을 시가 시정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면서 "시는 시공자 등 업체를 통한 자금 조달을 비리 등의 온상으로 보고 있지만 이는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가 적발한 조합 관련 부조리 실태도 "왜 지금"이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업계 한쪽에서는 시가 앞서 고시한 「조합 예산ㆍ회계 표준규정」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는 동시에 이를 공공관리제도의 유지ㆍ강화 명분으로 삼으려는 포석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는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심심찮게 터진 재개발ㆍ재건축 조합장 연루 비리와 관련자들의 연이은 구속으로 시장의 자정 능력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이 서울시에게 명분을 줬다"면서 "드러난 조합ㆍ추진위의 비리 백태라든지 지난달 29일 서울시가 공개한 `관내 정비사업조합 등 임원 보수 현황` 탓에 늘어난 상대적 박탈감 또는 괴리감(2014년 조합장 최고 월급 ▲재개발 500만원 ▲재건축 730만원 ▲도시환경정비 1097만원) 등에 비춰 볼 때 시가 주민이 요청한 76개 구역 중 나머지 52개 구역에 대해 연말까지 실태 점검을 진행하고, 내년부터 자치구와 함께 상시 점검 체계를 구축한다는 데 대해 대놓고 반대할 수 없는 분위기다. 시가 최근 공공관리 강화에 나선 점이나, 조합ㆍ추진위의 예산ㆍ회계규정에 이어 선거에까지 손을 뻗친 것은 시가 이러한 점을 잘 파고들었다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서울시가 지난 3일 정비사업 의사결정 과정에 `공공변호사`를 파견키로 한 점도 이 같은 `공공관리` 강화의 연장선상에 있다"면서 "공공변호사의 입회 대상이 제한적이기는 하나 민간사업에 공적 인력을 투입한다는 데 대한 비난 여론을 모를 리 없는 서울시가 이를 강행키로 한 것은 이제까지처럼 반대 여론에 귀 닫은 박원순 시장의 시정 스타일과 명분 싸움에서 시가 시장을 압도하고 있는 상황이 맞물려 벌어진 결과인 만큼 당분간 규제 강화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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