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유준상 기자] 2013년 `갑의 횡포` 논란의 중심에 섰던 남양유업은 과징금을 부과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를 상대로 올해 승소하면서 그간의 의혹에서 벗어나는 듯했다.
하지만 논란의 주요 쟁점이던 `물량 밀어내기` 시행의 근거가 될 수 있는 로그 기록을 남양유업이 의도적으로 삭제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다시금 논란이 일고 있는 형국이다.
엄중한 조치는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끝나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서 이기면서 변화 가능성도 사라져
"회사 차원에서 해당 대리점주께 진심 어린 용서를 구합니다. 임직원들의 인성 교육 시스템을 재편하고 대리점과 관련한 영업환경 전반에 대해 면밀히 조사해 이번과 같은 사태가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엄중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2013년 5월 당사 영업 사원이 대리점주에게 행한 `폭언`과 `막말` 녹취가 공개돼 파장이 일자 당시 김웅 남양유업 대표이사가 사태 수습을 위해 발표한 공식 사과문의 일부 내용이다.
당시 녹취 내용 등에 따르면 해당 영업 사원은 대리점주에게 자사 물품을 강매하려 했다. 이에 공정위는 남양유업이 `갑의 지위`를 이용해 상대적 약자인 대리점주들에게 강제로 물량 밀어내기(가맹 본사가 수요량에 비해 과도한 물량을 가맹점에 떠넘기는 행위)를 자행한 것으로 판단, 불공정 행위와 관련해 과징금 124억6000만원을 부과했다.
과징금 액수도 문제였지만 남양유업에게 있어 더 큰 손실은 국민적 낙농 기업으로서 쌓아 온 신뢰를 하루아침에 잃었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그해 남양유업 유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났고 이는 시가총액 및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다. 한 번의 실수가 남양유업이 오랫동안 쌓아 온 이미지를 훼손시키고, 경영 악화로까지 이어지는 큰 위기로 번진 것이다.
나아가 국회는 당시 가맹 본사의 거래상 우월적 지위 남용을 방지키 위해 「대리점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일명 `남양유업 사태 방지법`)」의 입법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남양유업은 이른바 `갑질 논란`의 원조 격으로 전락했다고 당시를 회상한 유관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도 남양유업은 변하지 않았다. 사 측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변화의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올해 1월 서울고등법원은 남양유업이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이나 회전율이 낮은 제품 등 일부 물량에만 구입을 강제했을 뿐 전체 대리점을 대상으로 물품 전 품목을 구입하도록 강제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를 바탕으로 재판부는 당초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124억원 가운데 119억원을 취소하라며 사실상 남양유업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 지난 6월 대법원 판결에서도 동일한 결론이 나왔다.
민병두 의원, 물량 밀어내기의 결정적 증거 `로그파일` 삭제 의혹 제기
떠올랐니? 로그파일이 증거 돼 손해배상 했던 그때가… 그래서 지웠니?
법원 판결로 막대한 과징금 부과는 피했지만 최근 불거진 의혹은 남양유업을 더욱 곤란케 만들 전망이다.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공정위 국정감사에서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남양유업이 물량 밀어내기의 결정적인 증거로 작용할 수 있는 `로그파일`을 고의적으로 삭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로그파일이란 컴퓨터 시스템의 모든 사용 내역을 기록하고 있는 파일로, 그동안 남양유업과 대리점과의 유통 내역이 담겨져 있다.
민 의원 및 대리점주, 이들을 대변하는 변호사 측은 남양유업이 내부 전자 발주 시스템인 `PARMS(팜스)21`의 개선 작업을 명목으로 2009년 6월부터 올해 3월까지의 로그파일을 고의로 삭제한 흔적이 무려 세 번이나 포착됐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에 따르면 ▲2009년 6월에는 주문 내역을 화면에서 삭제했으나 로그파일은 남아 있었고 ▲2014년 7월에는 로그파일 자체를 삭제했으나 복원은 가능한 상태였다. 그러나 ▲올해 3월에는 로그파일의 복원을 불가능하도록 완벽히 삭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가동, 2013년 이전 기록은 전혀 볼 수 없게 됐다.
이 부분에 대해 대리점주 측 소송대리인인 김철호 변호사는 "로그파일을 삭제하면 발주 내역 전체가 사라지기 때문에 물량 밀어내기에 대한 입증 자체가 불가능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에 제기된 의혹이 사실로 판명된다면 남양유업이 공정위를 상대로 받아낸 승소도 효력을 상실할 수 있다. 대리점을 대상으로 물품 품목을 강제로 구입하도록 했다는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법원의 판시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결정적인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공정위 과징금 119억원 및 대리점주들의 민사소송을 통한 예상 손해배상액 1200억원 등 약 1300억원의 피해를 입을 것이란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의혹을 강하게 뒷받침하는 요소는 남양유업이 과거 로그파일로 덜미를 잡혀 물량 밀어내기로 피해를 입은 대리점주들에게 보상해준 이력이 있다는 점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3년 5월 적발된 내용은 영업 사원의 강요로 인한 물량 밀어내기였지만 사실 그전까지 남양유업이 주로 행했던 `갑질` 방법은 팜스21을 통해 주문 내역을 임의로 조작해 대리점들이 주문하지 않는 물량까지 추가 발주하는 것을 통해 이뤄졌다.
이 같은 횡포를 지적하며 피해 보상을 요구한 남양유업전국대리점협의회는 그해 7월 남양유업과 불공정 행위를 근절키 위한 발주 시스템 개선 약속을 담은 상생 협약을 체결하고 작년에는 피해 대리점주 중 일부가 이 로그파일을 근거로 보상금을 받는 데 성공했다.
의혹에 결정타를 날리는 요소는 로그파일의 삭제 시기다. 주문 내역을 확인할 수도, 이를 복구할 수도 없는 `가공할` 위력의 설계 프로그램을 가동한 시기가 서울고법에서 승소한 직후인 지난 3월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금은 2013년 이전에 이뤄졌던 물량 밀어내기를 입증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에 남양유업에 대한 공정위의 규제가 잘못된 조치였다는 법원 판결이 나오자마자 이를 뒤집을 만한 요소를 미리 제거함으로써 논란을 완벽하게 잠재우려는 남양유업의 고의적인 행태였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민 의원은 보도 자료를 통해 "남양유업의 로그파일 삭제는 약 1300억원짜리 증거 은폐"라며 "이로써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의 패소를 만회가 불투명해졌다"고 지적했다.
한편 본보는 공문을 통해 로그파일 삭제 의혹 등과 관련해 남양유업의 공식 입장을 요청했지만 사 측은 이를 거부했다.
[아유경제=유준상 기자] 2013년 `갑의 횡포` 논란의 중심에 섰던 남양유업은 과징금을 부과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를 상대로 올해 승소하면서 그간의 의혹에서 벗어나는 듯했다.
하지만 논란의 주요 쟁점이던 `물량 밀어내기` 시행의 근거가 될 수 있는 로그 기록을 남양유업이 의도적으로 삭제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다시금 논란이 일고 있는 형국이다.
엄중한 조치는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끝나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서 이기면서 변화 가능성도 사라져
"회사 차원에서 해당 대리점주께 진심 어린 용서를 구합니다. 임직원들의 인성 교육 시스템을 재편하고 대리점과 관련한 영업환경 전반에 대해 면밀히 조사해 이번과 같은 사태가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엄중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2013년 5월 당사 영업 사원이 대리점주에게 행한 `폭언`과 `막말` 녹취가 공개돼 파장이 일자 당시 김웅 남양유업 대표이사가 사태 수습을 위해 발표한 공식 사과문의 일부 내용이다.
당시 녹취 내용 등에 따르면 해당 영업 사원은 대리점주에게 자사 물품을 강매하려 했다. 이에 공정위는 남양유업이 `갑의 지위`를 이용해 상대적 약자인 대리점주들에게 강제로 물량 밀어내기(가맹 본사가 수요량에 비해 과도한 물량을 가맹점에 떠넘기는 행위)를 자행한 것으로 판단, 불공정 행위와 관련해 과징금 124억6000만원을 부과했다.
과징금 액수도 문제였지만 남양유업에게 있어 더 큰 손실은 국민적 낙농 기업으로서 쌓아 온 신뢰를 하루아침에 잃었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그해 남양유업 유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났고 이는 시가총액 및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다. 한 번의 실수가 남양유업이 오랫동안 쌓아 온 이미지를 훼손시키고, 경영 악화로까지 이어지는 큰 위기로 번진 것이다.
나아가 국회는 당시 가맹 본사의 거래상 우월적 지위 남용을 방지키 위해 「대리점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일명 `남양유업 사태 방지법`)」의 입법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남양유업은 이른바 `갑질 논란`의 원조 격으로 전락했다고 당시를 회상한 유관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도 남양유업은 변하지 않았다. 사 측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변화의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올해 1월 서울고등법원은 남양유업이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이나 회전율이 낮은 제품 등 일부 물량에만 구입을 강제했을 뿐 전체 대리점을 대상으로 물품 전 품목을 구입하도록 강제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를 바탕으로 재판부는 당초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124억원 가운데 119억원을 취소하라며 사실상 남양유업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 지난 6월 대법원 판결에서도 동일한 결론이 나왔다.
민병두 의원, 물량 밀어내기의 결정적 증거 `로그파일` 삭제 의혹 제기
떠올랐니? 로그파일이 증거 돼 손해배상 했던 그때가… 그래서 지웠니?
법원 판결로 막대한 과징금 부과는 피했지만 최근 불거진 의혹은 남양유업을 더욱 곤란케 만들 전망이다.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공정위 국정감사에서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남양유업이 물량 밀어내기의 결정적인 증거로 작용할 수 있는 `로그파일`을 고의적으로 삭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로그파일이란 컴퓨터 시스템의 모든 사용 내역을 기록하고 있는 파일로, 그동안 남양유업과 대리점과의 유통 내역이 담겨져 있다.
민 의원 및 대리점주, 이들을 대변하는 변호사 측은 남양유업이 내부 전자 발주 시스템인 `PARMS(팜스)21`의 개선 작업을 명목으로 2009년 6월부터 올해 3월까지의 로그파일을 고의로 삭제한 흔적이 무려 세 번이나 포착됐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에 따르면 ▲2009년 6월에는 주문 내역을 화면에서 삭제했으나 로그파일은 남아 있었고 ▲2014년 7월에는 로그파일 자체를 삭제했으나 복원은 가능한 상태였다. 그러나 ▲올해 3월에는 로그파일의 복원을 불가능하도록 완벽히 삭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가동, 2013년 이전 기록은 전혀 볼 수 없게 됐다.
이 부분에 대해 대리점주 측 소송대리인인 김철호 변호사는 "로그파일을 삭제하면 발주 내역 전체가 사라지기 때문에 물량 밀어내기에 대한 입증 자체가 불가능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에 제기된 의혹이 사실로 판명된다면 남양유업이 공정위를 상대로 받아낸 승소도 효력을 상실할 수 있다. 대리점을 대상으로 물품 품목을 강제로 구입하도록 했다는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법원의 판시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결정적인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공정위 과징금 119억원 및 대리점주들의 민사소송을 통한 예상 손해배상액 1200억원 등 약 1300억원의 피해를 입을 것이란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의혹을 강하게 뒷받침하는 요소는 남양유업이 과거 로그파일로 덜미를 잡혀 물량 밀어내기로 피해를 입은 대리점주들에게 보상해준 이력이 있다는 점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3년 5월 적발된 내용은 영업 사원의 강요로 인한 물량 밀어내기였지만 사실 그전까지 남양유업이 주로 행했던 `갑질` 방법은 팜스21을 통해 주문 내역을 임의로 조작해 대리점들이 주문하지 않는 물량까지 추가 발주하는 것을 통해 이뤄졌다.
이 같은 횡포를 지적하며 피해 보상을 요구한 남양유업전국대리점협의회는 그해 7월 남양유업과 불공정 행위를 근절키 위한 발주 시스템 개선 약속을 담은 상생 협약을 체결하고 작년에는 피해 대리점주 중 일부가 이 로그파일을 근거로 보상금을 받는 데 성공했다.
의혹에 결정타를 날리는 요소는 로그파일의 삭제 시기다. 주문 내역을 확인할 수도, 이를 복구할 수도 없는 `가공할` 위력의 설계 프로그램을 가동한 시기가 서울고법에서 승소한 직후인 지난 3월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금은 2013년 이전에 이뤄졌던 물량 밀어내기를 입증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에 남양유업에 대한 공정위의 규제가 잘못된 조치였다는 법원 판결이 나오자마자 이를 뒤집을 만한 요소를 미리 제거함으로써 논란을 완벽하게 잠재우려는 남양유업의 고의적인 행태였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민 의원은 보도 자료를 통해 "남양유업의 로그파일 삭제는 약 1300억원짜리 증거 은폐"라며 "이로써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의 패소를 만회가 불투명해졌다"고 지적했다.
한편 본보는 공문을 통해 로그파일 삭제 의혹 등과 관련해 남양유업의 공식 입장을 요청했지만 사 측은 이를 거부했다.
ⓒ AU경제(http://www.areyou.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