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서승아 기자] 재개발ㆍ재건축 등 도시재정비사업에서 만큼은 서울시(시장 박원순)가 `필요악`으로 불린다. 도시계획위원회와 도시건축공동위원회 등의 심의 과정에서 과도한 조건을 내걸거나 심의 자체를 보류해 사업에 막대한 부담을 주는 건 다반사고, 사업계획을 짜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한강변 관리 기본계획` 등의 정책 발표는 시장의 혼란은 고려하지 않은 채 수차례 늦춰진다.
다른 지자체는 속속 낮추는데…재개발 임대주택 의무 건설비율 법정 최고치(15%) 고수
"20%가 적정하다" 이어 정부에 `17%` 상향 건의해 `논란`
올 들어 인천시와 경기 도내 다수 지자체들이 재개발 임대주택 의무 건설비율을 속속 낮추고 있지만 서울시는 `요지부동`이다. 법정 최고치인 `15%`를 유지하는 것도 모자라 국토교통부에 되레 `17%`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도시정비업계의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영세한 주민이 많은 재개발 구역의 사업성을 높여 지지부진한 사업을 활성화시키고자 하는 정부 정책에 서울시가 반기를 들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실제로 재개발 임대주택 건설비율 완화를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시행령」이 올 초 시행됨에 따라 가장 먼저 지난 5월 인천시가 관내 재개발 임대주택 의무 건설비율을 대폭 완화하고 나섰다(17→0%).
뒤를 이어 경기도가 인구 50만명 미만의 시장ㆍ군수가 지역 여건을 고려해 별도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주택재개발사업 임대주택 의무건설 비율`을 고시했다. 이에 따르면 기존 17%로 일괄 적용했던 도내 재개발 임대주택 건설비율을 0~15% 범위 안에서 각 지역 여건에 맞게 별도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경기 도내 31개 시ㆍ군 가운데 15곳(지난 9월 말 기준)이 임대주택 의무 건설비율을 1~12%까지 완화했거나 이를 알리는 행정예고를 마친 상태다.
반면 이들과 인접해 있는 서울시는 `강 건너 불구경`이다. 지역 차가 심해 사업이 잘되는 강남 재건축 등 일부 지역은 잘되고, 비강남권 재개발사업 대부분이 지지부진한 상태인데도 이를 낮출 의향은 없어 보인다는 게 유관 업계의 공통된 생각이다.
서울시가 재개발 임대주택 의무 건설비율 완화에 반대하며 내세운 이유는 `서민 주거 안정`이다.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재개발 임대주택마저 줄어들면 서민 주거 안정을 도모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심지어 서울시는 종전 `20%`가 임대주택 의무 건설비율의 적정 수치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개정 법령에 따라 재개발 구역 내 세입자 재입주율이 15%를 넘어서면 5%포인트를 추가 상향시킬 수 있다는 데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 법령 등에 따르면 재개발 임대주택 건설비율을 20%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지자체가 정비계획을 수립할 때 기존 재개발사업으로 건설한 전체 세대수 중 기존 세입자가 입주한 비율이 15%를 넘으면 5%포인트를 상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주택정책과 관계자는 "인천시와 경기도 등과의 임대주택 수요가 달라 법정 최고치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며 "최근 재개발 임대주택 의무 건설비율을 17%로 상향하는 내용을 촉구(안)을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재개발사업의 경우 사업 추진이 어려워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재개발 임대주택 건설비율 완화` 카드를 내놓았는데 서울시만 이 비율을 종전 17%로 되돌려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펴면서 사실상 정부에 반기를 들었다"며 "현실을 고려한 임대주택 건설비율 완화로 재개발사업 활성화 취지에 부합하는 행정을 펼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자치구에 요청해 인가 막고, 심의 보류해 사업 막고… 일선 현장 "못살겠다"
사업시행 변경인가 단계서 멈춘 사직2구역, 건축심의만 7번 보류된 한남3구역
정비사업 추진 시 중요한 절차 중 하나인 `사업시행인가(변경인가 포함)`와 관련해서 속병을 앓고 있는 조합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대표적인 사례가 종로구 사직2구역(도시환경정비)이다. 이곳은 시공자 선정까지 마쳤지만 2년째 사업시행 변경인가가 보류돼 파행을 겪고 있다. 서울시가 뒤늦게 `한양도성 성곽마을 조성사업`에 이곳을 포함시키기로 방침을 바꾼 탓이다. 인가권자는 종로구(청장)이지만 서울시(장)의 요청으로 인가가 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해당 지역 주민의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해 7월 아파트 5757가구 등을 건설계획을 승인 받은 용산구 한남뉴타운3구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곳은 사업시행인가 단계에 도달했지만 인가의 필수ㆍ전제조건이라 할 수 있는 `건축심의`에서 번번이 `퇴짜`를 맞고 있다. 무려 7차례나 심의 보류 판정을 받은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한강변 관리 기본계획`을 짜면서 한남뉴타운 5개 재정비촉진구역 전체와의 정합성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고 설명해 논란을 가중시켰다.
재개발사업의 특성상 해당 지역 주민들은 미래가치를 기대하면서 현재의 생활을 희생한 채 살아간다. 그나마 예정대로 사업이 진행되면 다행이지만 여기에도 금융비용 등 경제적 부담이 요구된다. 2012년 2월 시작된 `출구전략`의 높은 파고를 이겨내지 못해 사업이 무산되면 `매몰비용` 및 그와 연관된 소송ㆍ가압류 등이 기다리고 있다.
이 때문에 감사원과 국민권익위원회가 조속히 사업을 추진하라고 해도 서울시는 귀를 닫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건축기획과 관계자는 "이는 서울시만의 문제가 아니고 관계 부처의 요청에 따라 인가를 내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시민 입장에서는 자치구도, 시도 모두 관(官)이다. 그런데 각 관청마다 말이 다르니 시장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를 두고 유관 업계 전문가들은 "일관성이 결여되고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는 정책은 없느니만 못하다"면서 "행정은 위정자의 뜻대로, 혹은 위정자를 편하게 하려고 펴는 게 아니라 시민을 편안하게 하려고 펴는 것인데, 박 시장을 필두로 한 서울시 공무원들은 이를 잊어버리고 있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대안 사업도 `지지부진` 업계 "서울시에 의지 있나" 질타
전체 683개 뉴타운ㆍ재개발 구역 가운데 이미 315곳이 해제됐지만 가로주택정비사업과 주거환경관리사업 등 이른바 `대안 사업`이 추진되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이 때문 업계 한쪽에서는 "서울시에 과연 사업 추진 의지가 있는지 궁금하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실제로 가로주택정비사업만 하더라도 지난 20일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중랑구 면목우성이 첫 번째 사례다. 조합설립인가로 범위를 넓혀도 지난 3년여 동안 3곳에 불과하다. 주거환경관리사업은 지자체 주도 사업으로 변질돼 `대안 사업`으로서의 존재 가치를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 지 오래다.
스카이라인 원칙 고수에 한강변 재건축도 `직격탄`
툭하면 `규제 강화`… 업계 "도시를 이해 못 하는 市長"
여기에 서울시가 `한강변 관리 기본계획`을 통해 건축물 층수를 제한하는 `스카이라인 원칙`을 고수하기로 해 시장의 실망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도시정비사업 관련 규제를 연이어 풀어 시장 활성화를 꾀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딴죽`을 거는 모양새라 논란이 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지난 29일 `한강변 관리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핵심 내용은 여의도ㆍ잠실ㆍ용산 등 일부 지역에서 복합건축물을 지을 때에는 초고층 건물을 허용하지만 나머지 주거지역의 경우 `35층 이하`라는 기본 원칙을 그대로 지키겠다는 것으로 요약됐다.
이보다 앞선 2013년 4월, 서울시는 오세훈 전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사업을 뒤집는 `한강변 관리 방향 및 현안 사업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서울시 전체 스카이라인 관리 원칙에 따라 지역별로 층수와 높이를 차등화하는 것이었다.
특히 여의도, 잠실, 압구정, 반포, 이촌(서빙고) 등 정비가 필요한 곳의 공공기여 비율을 15% 이하로 축소하고 건물의 최고 층수는 제3종일반주거지역인 압구정ㆍ반포ㆍ이촌지구는 35층 이하, 여의도ㆍ잠실지구는 50층 이하를 적용하겠다고 했다.
이는 공공기여 비율 25%와 최고 층수 50층 내외를 일률 적용하겠다면 오 전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와는 다른 내용이다. 오 전 시장은 2009년 1월 `한강 공공성 회복 선언`을 통해 "성냥갑 아파트에 막혀 사유화됐던 한강변을 시민의 공간으로 돌려드리고 한강변의 스카이라인을 획기적으로 바꿔 놓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단지별로 개별 사업을 추진하는 현재와 달리 한강변은 ▲전략정비구역(성수, 합정, 이촌, 압구정, 여의도) ▲유도정비구역(망원, 당산, 반포, 잠실, 구의ㆍ자양) ▲일반관리구역 등 3개로 나눠 통합 관리하는 방안이 마련됐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간 서울시장 교체 과정에서 한강변 개발계획의 큰 틀이 바뀌면서 일선 사업시행자들의 혼란과 시름은 깊어만 가고 있다.
특히 `특별건축구역` 지정을 추진하는 재건축 단지들이 잇따라 서울시와 충돌하고 있는 형국이 눈에 들어온다. 서울시란 큰 벽에 가로막혀 지정이 사실상 좌절된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ㆍ2ㆍ4주구가 대표적인 예다. 최근 통합 재건축을 위한 조합설립 변경인가를 받은 서초구 신반포3차도 반포주공1단지 1ㆍ2ㆍ4주구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처럼 시민들의 권리는 안중에도 없는 서울시의 행태는 결국 박원순 시장의 `도시관`이 그 뿌리에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도시에 대한 이해 부족이 `메트로시티`인 서울시의 진화를 막고 있는 셈이다. 도시는 재건축과 재개발, 리모델링 등을 통해 진화한다. 특히 서울시는 주민 모두가 대면 관계인 촌락공동체가 아니라 익명성이 보장되는 대도시다. 그런 역동성을 보고 인재가 모여들면서 지식이 교류되고 융합된다. 이는 하드웨어적 변화를 통해서 뒷받침된다. 세계적인 도시들은 이런 발전 과정을 거치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한양도성을 찾아 보존한다 하고 한강 개발에도 소위 `자연성 회복`이란 구호를 고집하면서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도시를 이해하지 못하는 시장이란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총론에서, 대규모 전면 철거 방식을 지양하고 한강이란 공공 자원을 시민들에게 돌려준다는 박원순 시장의 생각에 동의한다"면서도 "하지만 이 같은 일은 임기가 4년에 불과한 시장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보궐 선임 임기까지 총 80개월의 임기 가운데 40%밖에 남지 않은 박 시장은 더 이상 시장(市場)을 힘들게 하지 말고 시민을 위한 시정을 펼쳐야 한다. 시장은 시장(市長) 개인의 시험대가 아니기 때문이다"고 꼬집었다.
[아유경제=서승아 기자] 재개발ㆍ재건축 등 도시재정비사업에서 만큼은 서울시(시장 박원순)가 `필요악`으로 불린다. 도시계획위원회와 도시건축공동위원회 등의 심의 과정에서 과도한 조건을 내걸거나 심의 자체를 보류해 사업에 막대한 부담을 주는 건 다반사고, 사업계획을 짜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한강변 관리 기본계획` 등의 정책 발표는 시장의 혼란은 고려하지 않은 채 수차례 늦춰진다.
다른 지자체는 속속 낮추는데…재개발 임대주택 의무 건설비율 법정 최고치(15%) 고수
"20%가 적정하다" 이어 정부에 `17%` 상향 건의해 `논란`
올 들어 인천시와 경기 도내 다수 지자체들이 재개발 임대주택 의무 건설비율을 속속 낮추고 있지만 서울시는 `요지부동`이다. 법정 최고치인 `15%`를 유지하는 것도 모자라 국토교통부에 되레 `17%`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도시정비업계의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영세한 주민이 많은 재개발 구역의 사업성을 높여 지지부진한 사업을 활성화시키고자 하는 정부 정책에 서울시가 반기를 들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실제로 재개발 임대주택 건설비율 완화를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시행령」이 올 초 시행됨에 따라 가장 먼저 지난 5월 인천시가 관내 재개발 임대주택 의무 건설비율을 대폭 완화하고 나섰다(17→0%).
뒤를 이어 경기도가 인구 50만명 미만의 시장ㆍ군수가 지역 여건을 고려해 별도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주택재개발사업 임대주택 의무건설 비율`을 고시했다. 이에 따르면 기존 17%로 일괄 적용했던 도내 재개발 임대주택 건설비율을 0~15% 범위 안에서 각 지역 여건에 맞게 별도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경기 도내 31개 시ㆍ군 가운데 15곳(지난 9월 말 기준)이 임대주택 의무 건설비율을 1~12%까지 완화했거나 이를 알리는 행정예고를 마친 상태다.
반면 이들과 인접해 있는 서울시는 `강 건너 불구경`이다. 지역 차가 심해 사업이 잘되는 강남 재건축 등 일부 지역은 잘되고, 비강남권 재개발사업 대부분이 지지부진한 상태인데도 이를 낮출 의향은 없어 보인다는 게 유관 업계의 공통된 생각이다.
서울시가 재개발 임대주택 의무 건설비율 완화에 반대하며 내세운 이유는 `서민 주거 안정`이다.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재개발 임대주택마저 줄어들면 서민 주거 안정을 도모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심지어 서울시는 종전 `20%`가 임대주택 의무 건설비율의 적정 수치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개정 법령에 따라 재개발 구역 내 세입자 재입주율이 15%를 넘어서면 5%포인트를 추가 상향시킬 수 있다는 데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 법령 등에 따르면 재개발 임대주택 건설비율을 20%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지자체가 정비계획을 수립할 때 기존 재개발사업으로 건설한 전체 세대수 중 기존 세입자가 입주한 비율이 15%를 넘으면 5%포인트를 상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주택정책과 관계자는 "인천시와 경기도 등과의 임대주택 수요가 달라 법정 최고치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며 "최근 재개발 임대주택 의무 건설비율을 17%로 상향하는 내용을 촉구(안)을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재개발사업의 경우 사업 추진이 어려워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재개발 임대주택 건설비율 완화` 카드를 내놓았는데 서울시만 이 비율을 종전 17%로 되돌려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펴면서 사실상 정부에 반기를 들었다"며 "현실을 고려한 임대주택 건설비율 완화로 재개발사업 활성화 취지에 부합하는 행정을 펼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자치구에 요청해 인가 막고, 심의 보류해 사업 막고… 일선 현장 "못살겠다"
사업시행 변경인가 단계서 멈춘 사직2구역, 건축심의만 7번 보류된 한남3구역
정비사업 추진 시 중요한 절차 중 하나인 `사업시행인가(변경인가 포함)`와 관련해서 속병을 앓고 있는 조합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대표적인 사례가 종로구 사직2구역(도시환경정비)이다. 이곳은 시공자 선정까지 마쳤지만 2년째 사업시행 변경인가가 보류돼 파행을 겪고 있다. 서울시가 뒤늦게 `한양도성 성곽마을 조성사업`에 이곳을 포함시키기로 방침을 바꾼 탓이다. 인가권자는 종로구(청장)이지만 서울시(장)의 요청으로 인가가 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해당 지역 주민의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해 7월 아파트 5757가구 등을 건설계획을 승인 받은 용산구 한남뉴타운3구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곳은 사업시행인가 단계에 도달했지만 인가의 필수ㆍ전제조건이라 할 수 있는 `건축심의`에서 번번이 `퇴짜`를 맞고 있다. 무려 7차례나 심의 보류 판정을 받은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한강변 관리 기본계획`을 짜면서 한남뉴타운 5개 재정비촉진구역 전체와의 정합성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고 설명해 논란을 가중시켰다.
재개발사업의 특성상 해당 지역 주민들은 미래가치를 기대하면서 현재의 생활을 희생한 채 살아간다. 그나마 예정대로 사업이 진행되면 다행이지만 여기에도 금융비용 등 경제적 부담이 요구된다. 2012년 2월 시작된 `출구전략`의 높은 파고를 이겨내지 못해 사업이 무산되면 `매몰비용` 및 그와 연관된 소송ㆍ가압류 등이 기다리고 있다.
이 때문에 감사원과 국민권익위원회가 조속히 사업을 추진하라고 해도 서울시는 귀를 닫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건축기획과 관계자는 "이는 서울시만의 문제가 아니고 관계 부처의 요청에 따라 인가를 내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시민 입장에서는 자치구도, 시도 모두 관(官)이다. 그런데 각 관청마다 말이 다르니 시장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를 두고 유관 업계 전문가들은 "일관성이 결여되고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는 정책은 없느니만 못하다"면서 "행정은 위정자의 뜻대로, 혹은 위정자를 편하게 하려고 펴는 게 아니라 시민을 편안하게 하려고 펴는 것인데, 박 시장을 필두로 한 서울시 공무원들은 이를 잊어버리고 있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대안 사업도 `지지부진` 업계 "서울시에 의지 있나" 질타
전체 683개 뉴타운ㆍ재개발 구역 가운데 이미 315곳이 해제됐지만 가로주택정비사업과 주거환경관리사업 등 이른바 `대안 사업`이 추진되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이 때문 업계 한쪽에서는 "서울시에 과연 사업 추진 의지가 있는지 궁금하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실제로 가로주택정비사업만 하더라도 지난 20일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중랑구 면목우성이 첫 번째 사례다. 조합설립인가로 범위를 넓혀도 지난 3년여 동안 3곳에 불과하다. 주거환경관리사업은 지자체 주도 사업으로 변질돼 `대안 사업`으로서의 존재 가치를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 지 오래다.
스카이라인 원칙 고수에 한강변 재건축도 `직격탄`
툭하면 `규제 강화`… 업계 "도시를 이해 못 하는 市長"
여기에 서울시가 `한강변 관리 기본계획`을 통해 건축물 층수를 제한하는 `스카이라인 원칙`을 고수하기로 해 시장의 실망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도시정비사업 관련 규제를 연이어 풀어 시장 활성화를 꾀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딴죽`을 거는 모양새라 논란이 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지난 29일 `한강변 관리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핵심 내용은 여의도ㆍ잠실ㆍ용산 등 일부 지역에서 복합건축물을 지을 때에는 초고층 건물을 허용하지만 나머지 주거지역의 경우 `35층 이하`라는 기본 원칙을 그대로 지키겠다는 것으로 요약됐다.
이보다 앞선 2013년 4월, 서울시는 오세훈 전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사업을 뒤집는 `한강변 관리 방향 및 현안 사업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서울시 전체 스카이라인 관리 원칙에 따라 지역별로 층수와 높이를 차등화하는 것이었다.
특히 여의도, 잠실, 압구정, 반포, 이촌(서빙고) 등 정비가 필요한 곳의 공공기여 비율을 15% 이하로 축소하고 건물의 최고 층수는 제3종일반주거지역인 압구정ㆍ반포ㆍ이촌지구는 35층 이하, 여의도ㆍ잠실지구는 50층 이하를 적용하겠다고 했다.
이는 공공기여 비율 25%와 최고 층수 50층 내외를 일률 적용하겠다면 오 전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와는 다른 내용이다. 오 전 시장은 2009년 1월 `한강 공공성 회복 선언`을 통해 "성냥갑 아파트에 막혀 사유화됐던 한강변을 시민의 공간으로 돌려드리고 한강변의 스카이라인을 획기적으로 바꿔 놓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단지별로 개별 사업을 추진하는 현재와 달리 한강변은 ▲전략정비구역(성수, 합정, 이촌, 압구정, 여의도) ▲유도정비구역(망원, 당산, 반포, 잠실, 구의ㆍ자양) ▲일반관리구역 등 3개로 나눠 통합 관리하는 방안이 마련됐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간 서울시장 교체 과정에서 한강변 개발계획의 큰 틀이 바뀌면서 일선 사업시행자들의 혼란과 시름은 깊어만 가고 있다.
특히 `특별건축구역` 지정을 추진하는 재건축 단지들이 잇따라 서울시와 충돌하고 있는 형국이 눈에 들어온다. 서울시란 큰 벽에 가로막혀 지정이 사실상 좌절된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ㆍ2ㆍ4주구가 대표적인 예다. 최근 통합 재건축을 위한 조합설립 변경인가를 받은 서초구 신반포3차도 반포주공1단지 1ㆍ2ㆍ4주구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처럼 시민들의 권리는 안중에도 없는 서울시의 행태는 결국 박원순 시장의 `도시관`이 그 뿌리에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도시에 대한 이해 부족이 `메트로시티`인 서울시의 진화를 막고 있는 셈이다. 도시는 재건축과 재개발, 리모델링 등을 통해 진화한다. 특히 서울시는 주민 모두가 대면 관계인 촌락공동체가 아니라 익명성이 보장되는 대도시다. 그런 역동성을 보고 인재가 모여들면서 지식이 교류되고 융합된다. 이는 하드웨어적 변화를 통해서 뒷받침된다. 세계적인 도시들은 이런 발전 과정을 거치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한양도성을 찾아 보존한다 하고 한강 개발에도 소위 `자연성 회복`이란 구호를 고집하면서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도시를 이해하지 못하는 시장이란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총론에서, 대규모 전면 철거 방식을 지양하고 한강이란 공공 자원을 시민들에게 돌려준다는 박원순 시장의 생각에 동의한다"면서도 "하지만 이 같은 일은 임기가 4년에 불과한 시장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보궐 선임 임기까지 총 80개월의 임기 가운데 40%밖에 남지 않은 박 시장은 더 이상 시장(市場)을 힘들게 하지 말고 시민을 위한 시정을 펼쳐야 한다. 시장은 시장(市長) 개인의 시험대가 아니기 때문이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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