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서승아 기자] 1994년 대기업 유공(현 SK케미칼)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화학물질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을 주성분으로 해 제조된 가습기 살균제는 불티나게 팔렸다.
하지만 2011년 초 피해자들과 병원의 신고로 진행된 역학조사 결과가 그해 8월 말 발표되면서 그 참극의 실상이 낱낱이 공개됐다. 사망 143명. 지난 1월까지 환경부에 접수된 추가 피해 신고자까지 합치면 사망자 226명, 피해자 1484명. 대한민국 건국 이래 한국전쟁을 제외하고 이토록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피해는 심각했다.
고발 4년이 지나도록 `3無(사과ㆍ보상ㆍ처벌)` 여전
"법은 죽었다"… 시민 단체 "모르고 제조ㆍ판매했어도 과실, 알고도 그랬다면 살인"
그렇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가습기 살균제의 `어두운 민낯`은 고발 4년이 지나도록 그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다. 제조업체의 사과나 보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피해자, 심지어 사망자가 속출했고 피해자와 유족들이 책임자 처벌을 원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아무도 처벌을 받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한쪽에서는 `법은 죽었다`라는 푸념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 「형법」 제268조에는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경우(죽거나 다치게 한 경우)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소비자 고발 관련 시민 단체 관계자는 "기업이 만든 제품을 쓴 사람들이 한두 명도 아니고 무려 143명이 죽었다. 제조사 혹은 유통ㆍ판매사 측이 이 같은 결과를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결과적으로 엄청난 인명이 살상됐다. 사 측이 모르고 그랬다고 해도 업무상과실이고 알고도 그랬다면 명백한 과실이자 살인이고, 그야말로 반인륜적 범죄"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한 매체는 지난 24일 SK케미칼이 2003년 작성한 한 보고서를 입수했다고 공개했다. 공개된 문서 등에 따르면 사 측은 가습기 살균제의 주성분인 PHMG의 유해성을 알고도 묵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를 때까지 국가ㆍ정부ㆍ당국은 사실상 침묵했다. 제대로 된 안전 기준도 없었고, 가습기 살균제는 사상자가 나오기 전까지 `의약외품`이 아닌 `공산품`으로 분류됐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 특별 수사팀`이 설치됐지만 수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한쪽에는 피해가 워낙 광범위하다 보니 보다 명백한 수사를 위해 늦어지는 것이란 소수 옹호 의견도 있지만 다수의 사람들은 `늑장` 수사도 모자라 사실상 사건을 덮기 위해 부실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형국이다.
사건 발생 한참이 지나서야 이뤄진 수사라 가해 기업들의 증거 및 관련 자료 은폐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수사 당국의 이 같은 행보는 사법 체계, 나아가 정부ㆍ국가에 대한 신뢰를 송두리째 앗아 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해 기업들은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한다. 당연히 사과도, 보상도, 재발 방지 약속도 없다. 사건의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에 있다는 인과관계가 밝혀졌지만 당국의 미온적 태도로 가해 기업들은 `가해자`이면서 여전히 떳떳하다. 그 두꺼운 낯짝은 피해자와 유족들을 두 번, 아니 수차례 죽이는 것과 마찬가지의 고통으로 남아 여전히 우리 곁을 맴돌고 있다.
당국의 소극적 태도에 직접 나선 피해자들, 최대 가해 기업으로 지목된 옥시레킷벤키저 전ㆍ현직 임원 29명 추가 고발
피해자 "내 손으로 넣었다는 자책감과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에 `촉각`
당국의 소극적인 태도를 성토하며 피해자들이 직접 나섰다. 피해자들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최대 가해자로 지목된 유한회사 옥시레킷벤키저의 전ㆍ현직 임원 29명을 추가 고발한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지난 23일 고발장을 통해 "옥시레킷벤키저는 자사 제품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으로 180여 명을 죽이고 1000여 명을 다치게 한 살인 기업"이라며 "옥시레킷벤키저 4명의 현직 임원 등 전ㆍ현직 임원 29명을 소환 조사해 엄벌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가습기 살균제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내 손으로 사서 넣어준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사랑하는 가족이 죽고 다쳤다는 자책감과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며 "피해자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달래는 길은 가해 기업의 책임자들을 살인죄로 구속 처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해자들은 이날 고발을 시작으로 다른 제조사 임원들에 대한 고발도 차례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앞선 2011년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임신부와 영ㆍ유아, 노인 등이 급성 폐질환으로 숨지자 유가족을 포함한 시민 110여 명이 2012년 해당 업체들을 검찰에 고소ㆍ고발한바 있다. 검찰은 보건 당국이 지난해 5월 역학조사와 동물실험 등을 통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피해자들의 폐질환이 발생했다고 밝히자 가습기 살균제 제조ㆍ유통업체를 압수 수색하는 등 수사를 본격화했다. 또 지난달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이철희)에 가습기 살균제 전담 수사팀을 꾸리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담 수사팀이 수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형사2부 일부 사건을 재배당하기도 했다. 전담 수사팀은 지난 2~3일 가습기 살균제 제조ㆍ판매업체 등 20여 곳에 대해 동시다발적으로 압수 수색, 현재 압수한 자료를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소비의 안전`에 커다란 구멍을 뚫은 비극이다. 아울러 우리 사회에 `행동하는 소비자의 부재`를 뼈저리게 느끼게 해준 서글픈 독백이다. 기업에 충성하는 소비만 있을 뿐, 소비자를 지켜주고 보호해주는 소비자의 `행동`은 여전히 미약하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가해 기업에 대한 불매를 외치고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아무런 반향을 낳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완전한 해결은 대한민국 소비자들의 권리 회복을 확인하는 일이기도 하다. 같은 맥락에서 많은 국민들이 검찰의 수사 진행과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연 검찰이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그를 바탕으로 `3무`를 `3유`로 만들어 피해자와 유족들의 슬픔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아유경제=서승아 기자] 1994년 대기업 유공(현 SK케미칼)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화학물질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을 주성분으로 해 제조된 가습기 살균제는 불티나게 팔렸다.
하지만 2011년 초 피해자들과 병원의 신고로 진행된 역학조사 결과가 그해 8월 말 발표되면서 그 참극의 실상이 낱낱이 공개됐다. 사망 143명. 지난 1월까지 환경부에 접수된 추가 피해 신고자까지 합치면 사망자 226명, 피해자 1484명. 대한민국 건국 이래 한국전쟁을 제외하고 이토록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피해는 심각했다.
고발 4년이 지나도록 `3無(사과ㆍ보상ㆍ처벌)` 여전
"법은 죽었다"… 시민 단체 "모르고 제조ㆍ판매했어도 과실, 알고도 그랬다면 살인"
그렇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가습기 살균제의 `어두운 민낯`은 고발 4년이 지나도록 그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다. 제조업체의 사과나 보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피해자, 심지어 사망자가 속출했고 피해자와 유족들이 책임자 처벌을 원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아무도 처벌을 받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한쪽에서는 `법은 죽었다`라는 푸념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 「형법」 제268조에는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경우(죽거나 다치게 한 경우)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소비자 고발 관련 시민 단체 관계자는 "기업이 만든 제품을 쓴 사람들이 한두 명도 아니고 무려 143명이 죽었다. 제조사 혹은 유통ㆍ판매사 측이 이 같은 결과를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결과적으로 엄청난 인명이 살상됐다. 사 측이 모르고 그랬다고 해도 업무상과실이고 알고도 그랬다면 명백한 과실이자 살인이고, 그야말로 반인륜적 범죄"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한 매체는 지난 24일 SK케미칼이 2003년 작성한 한 보고서를 입수했다고 공개했다. 공개된 문서 등에 따르면 사 측은 가습기 살균제의 주성분인 PHMG의 유해성을 알고도 묵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를 때까지 국가ㆍ정부ㆍ당국은 사실상 침묵했다. 제대로 된 안전 기준도 없었고, 가습기 살균제는 사상자가 나오기 전까지 `의약외품`이 아닌 `공산품`으로 분류됐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 특별 수사팀`이 설치됐지만 수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한쪽에는 피해가 워낙 광범위하다 보니 보다 명백한 수사를 위해 늦어지는 것이란 소수 옹호 의견도 있지만 다수의 사람들은 `늑장` 수사도 모자라 사실상 사건을 덮기 위해 부실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형국이다.
사건 발생 한참이 지나서야 이뤄진 수사라 가해 기업들의 증거 및 관련 자료 은폐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수사 당국의 이 같은 행보는 사법 체계, 나아가 정부ㆍ국가에 대한 신뢰를 송두리째 앗아 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해 기업들은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한다. 당연히 사과도, 보상도, 재발 방지 약속도 없다. 사건의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에 있다는 인과관계가 밝혀졌지만 당국의 미온적 태도로 가해 기업들은 `가해자`이면서 여전히 떳떳하다. 그 두꺼운 낯짝은 피해자와 유족들을 두 번, 아니 수차례 죽이는 것과 마찬가지의 고통으로 남아 여전히 우리 곁을 맴돌고 있다.
당국의 소극적 태도에 직접 나선 피해자들, 최대 가해 기업으로 지목된 옥시레킷벤키저 전ㆍ현직 임원 29명 추가 고발
피해자 "내 손으로 넣었다는 자책감과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에 `촉각`
당국의 소극적인 태도를 성토하며 피해자들이 직접 나섰다. 피해자들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최대 가해자로 지목된 유한회사 옥시레킷벤키저의 전ㆍ현직 임원 29명을 추가 고발한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지난 23일 고발장을 통해 "옥시레킷벤키저는 자사 제품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으로 180여 명을 죽이고 1000여 명을 다치게 한 살인 기업"이라며 "옥시레킷벤키저 4명의 현직 임원 등 전ㆍ현직 임원 29명을 소환 조사해 엄벌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가습기 살균제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내 손으로 사서 넣어준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사랑하는 가족이 죽고 다쳤다는 자책감과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며 "피해자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달래는 길은 가해 기업의 책임자들을 살인죄로 구속 처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해자들은 이날 고발을 시작으로 다른 제조사 임원들에 대한 고발도 차례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앞선 2011년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임신부와 영ㆍ유아, 노인 등이 급성 폐질환으로 숨지자 유가족을 포함한 시민 110여 명이 2012년 해당 업체들을 검찰에 고소ㆍ고발한바 있다. 검찰은 보건 당국이 지난해 5월 역학조사와 동물실험 등을 통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피해자들의 폐질환이 발생했다고 밝히자 가습기 살균제 제조ㆍ유통업체를 압수 수색하는 등 수사를 본격화했다. 또 지난달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이철희)에 가습기 살균제 전담 수사팀을 꾸리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담 수사팀이 수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형사2부 일부 사건을 재배당하기도 했다. 전담 수사팀은 지난 2~3일 가습기 살균제 제조ㆍ판매업체 등 20여 곳에 대해 동시다발적으로 압수 수색, 현재 압수한 자료를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소비의 안전`에 커다란 구멍을 뚫은 비극이다. 아울러 우리 사회에 `행동하는 소비자의 부재`를 뼈저리게 느끼게 해준 서글픈 독백이다. 기업에 충성하는 소비만 있을 뿐, 소비자를 지켜주고 보호해주는 소비자의 `행동`은 여전히 미약하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가해 기업에 대한 불매를 외치고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아무런 반향을 낳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완전한 해결은 대한민국 소비자들의 권리 회복을 확인하는 일이기도 하다. 같은 맥락에서 많은 국민들이 검찰의 수사 진행과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연 검찰이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그를 바탕으로 `3무`를 `3유`로 만들어 피해자와 유족들의 슬픔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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