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는 재개발ㆍ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통해 우리의 주거 문화가 급변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 달라진 주거환경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들을 짚어 보기 위해 `이참에 바꿔 봅시다!` 시리즈를 기획ㆍ보도하기로 했다.
그 첫 번째 주제는 단순한 `불편`의 문제에 그치는 게 아니라 `생명`과도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본보의 보도를 통해 작은 변화의 바람이라도 일으켰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취재한 내용들을 구성해 보았다. - 편집자 주
전국 11층 이상 고층 건물 9만7478개동
증가 속도 빨라… `골든타임` 놓칠 확률 ↑
[아유경제=민수진 기자] 고층 아파트와 떼어 낼 수 없는 `안전 문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고층에 살수록 저층에 비해 발 빠른 조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재개발ㆍ재건축 등을 통해 건물의 층수ㆍ높이가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위급 상황에 놓이는 생명의 숫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지난 3일 국토교통부(장관 강호인ㆍ이하 국토부)가 발표한 층수별 건축물 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의 건축물 중 11층 이상 고층은 9만7478개동에 달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1~20층 8만개동(棟) ▲21~30층 1만6000개동 ▲31~49층 1384개동 ▲50층 이상 94개동으로 나타났다.
전국 건축물의 숫자가 698만6000가구에 달하고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1.4%에 불과하지만 문제는 고층 건물의 증가 폭이 다른 층수에 비해 높다는 데 있다. 건물의 층수가 높아질수록 그곳에 상주하는 사람의 숫자도 늘어난다. 응급 상황 발생 시 `골든타임(golden timeㆍ사건ㆍ사고 발생 시 인명을 구조하기 위한 초반 금쪽같은 시간)`을 놓칠 확률도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다.
25층 이상 아파트 심장마비 환자 생존율 `0%`
국민안전처 "고층 비상사태 시 최대 걸림돌은 엘리베이터"
심장마비가 온 위급 환자 중 고층 아파트에 사는 사람일수록 생존율이 낮다는 조사 결과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유관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캐나다 성미카엘 병원 응급의료 연구실 이언 드레넌 연구원은 2007~2012년 캐나다 제1도시인 토론토의 고층 아파트에서 발생한 급성 심장마비 환자 8216명을 대상으로 한 이른바 `고층 아파트 심장마비 생존율`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고층 아파트에 사는 주민에게 급성 심장마비가 발생했을 경우 생존율이 가장 높은 곳은 저층인 3층 이하로, 환자가 살아날 가능성이 `0%`에 가까운 곳은 25층 이상으로 나타났다.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전체 조사 대상 환자(8216명) 가운데 3층 이하에 사는 5998명(73%) 중에서는 252명(4.2%)이 생존했으나 3층 이상에 사는 환자 2000여 명 중에서는 48명(2.6%)이 살아남았다. 특히 16층 이상에서는 216명 가운데 단 2명(0.9%)만 목숨을 건졌으며, 25층 이상에서는 30명 전원이 목숨을 잃었다.
이언 드레넌 연구원은 그 이유로 "시간이 지연될수록 일분일초가 급한 환자의 응급 처치가 늦어지기 때문에 높은 층에 사는 사람일수록 생존율이 더욱 낮을 수밖에 없다"면서 "환자가 간신히 병원에 도착하더라도 심장마비 환자 중 10층 이상 아파트 거주자가 살아남을 확률은 극히 낮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병원 외부에서 신고 접수되는 심장마비의 약 70%는 거주지인 `집`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현재 한 해 평균 병원 외부에서 발생한 심장마비는 3만건이 넘는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고층 아파트에서 발생한 심장마비 생존자의 평균 연령대는 비교적 어린 것으로 밝혀졌다. 심장마비 발생 순간 주변에 사람이 있어 목격자가 심폐소생술(CPR) 및 자동제세동기(AEDㆍ심실세동이나 심실빈맥으로 심정지가 상태의 환자에게 전기충격을 줘 심장의 정상 리듬을 되돌리게 하는 도구)를 시행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번 발표에서 특기할 만한 점은 고층 아파트의 승강기가 응급 처치를 가로막는 제1원인으로 꼽혔다는 점이다. 이언 드레넌 연구원은 "같은 거리의 아파트라도 고층일수록 승강기를 기다리는 시간 등으로 인해 구급대의 이동 시간이 늦어진다"면서 "따라서 구급대원들에게는 소방대원들처럼 비상시 승강기를 작동시킬 수 있는 범용 승강기의 열쇠를 제공하고, 고층 아파트 로비와 특정 층 그리고 승강기 내 자동제세동기를 비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 역시 이러한 지적에 일정 부분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7일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 119구급과 김재홍 담당자는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15조제3항제2호에 따르면 7층 이상인 공동주택의 승강기 폭 또는 너비 중 한 변은 1.35m 이상, 다른 한 변은 1.6m 이상으로 설치돼야 한다. 현재 구급대의 `주들것` 규격은 1.77m이다"라며 "20년 이상 된 6층 이상의 아파트에서는 응급 상황 시 구급대의 주들것이 승강기에 들어가지 않아 환자를 계단으로 이송했던 사례, 주들것이 들어가지만 승강기 내부에서 환자의 응급 처치를 시행하지 못한 사례가 빈번히 일어났다. 이외에 주들것이 의자 형태로 변형(1.50m)이 가능해 승강기를 사용할 수 있었음에도 불가피하게 응급 환자가 불편한 상태로 이동했던 사례, 다른 승강기 이용자가 구급대를 배려를 하지 않고 승강기를 이용했던 사례 등 다양한 승강기 문제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승강기 문제` 접한 조합의 생각은?
예방 의지는 `최고` 현실 적용은 `글쎄`
이처럼 고층 아파트의 다양한 승강기 문제는 응급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도 뜨거운 관심을 표출했다.
지난 7일 본보가 일선 재개발ㆍ재건축 조합 10여 곳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다수의 조합 관계자들은 정비사업지가 향후 최소 20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 단지로 재탄생하는 만큼 위와 같은 이유로 응급 대처에 지장을 주는 일이 없도록 이 문제를 예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서초구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지금의 우리 아파트에서는 승강기 문제가 자주 발생했다. 한 번은 1개동마다 승강기가 1대밖에 없어 구급대의 승강기 대기 시간이 길었기 때문에 응급조치가 지연됐을 뿐만 아니라 간신히 도착한 승강기에 구급대의 주들것이 완벽히 들어가지 않아 계단으로 황급히 환자를 이송하는 것을 지켜본 경험이 있다"면서 "간접경험을 해보니 `그 주인공이 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층인 새 아파트에서는 더 빠르고 넓은 승강기가 꼭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동구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 역시 "20년 이상 지난 몇몇 아파트들은 구급대의 주들것이 모두 들어가지 않는 등의 승강기 문제를 한 번쯤 직접ㆍ간접적으로 경험해 봤을 것"이라면서 "향후 고층 아파트로 재건축되는 만큼 주민들은 안전에 대한 불안이 크다. 응급 상황 시 이전과 같은 문제들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조합에서 승강기의 설계부터 미리 조정하는 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승강기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개선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컸다. 현실적인 문제(비용)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노원구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우리 조합은 현재 2.3~2.5m 규모의 승강기를 설계했으며, 해당 구로부터 사업시행인가까지 받았다. 만약 승강기 설계 문제로 앞선 절차가 다시 진행된다면 사업이 늦어질 뿐만 아니라 그 시간동안 조합원들의 추가부담금도 늘어나게 된다"면서 "재개발ㆍ재건축 단지 때부터 승강기 문제를 예방하자는 취지는 좋으나 건축심의를 앞둔 조합 입장에서는 상당히 조심스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해당 조합 역시 조합원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랑구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 역시 "최근 고층 아파트 응급 상황 발생 시 비상용 승강기를 설치하려니 비용 부담이 크고, 설계를 다시 하자니 시공 설계자 등과의 논의, 조합원총회 등으로 인해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적용 설계가 가능한 곳은 아주 소수일 것으로 판단된다"며 "우리는 정상적으로 승강기 설계를 이미 마쳤으며, 조합은 이곳에 지상 최고 30층 이상의 공동주택을 공급하려 한다. 이에 대해 최근 서울시가 승강기 2대 신설을 권장해 이를 고려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서울시, 30층 이상 건물에 승강기 2대 설치 권장
장애인 엘리베이터 `공용면적`서 제외한 국토부 조치가 해법?!
업계 "언젠가는 `나`의 일… 지금부터 바꿔 보자"
앞선 문제들에 대해 이미 인식하고 있는 정부와 지자체는 행동에 나선 상태다. 서울시(시장 박원순)가 관내에 신축되는 30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에 승강기 2대를 설치하도록 권장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 7일 서울시 주택건축국 건축기획과 류대근 주무관은 "지난해부터 30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에 승강기 2대를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의 방침이 건축위원회에서 언급됐으며, 최근에는 시가 건축심의를 앞둔 건설사 설계팀이나 설계사무소 실무자 등에게 이 같은 방침을 권장하고 있다"면서도 "조합이 건축심의를 통과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승강기 2대를 지어야한다는 것은 아니다. 고층 아파트 주민들의 보다 확실한 안전을 위해 조합 및 건설사 등에 권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류 주무관에 따르면 이전부터 조합 및 건설사들은 규모가 큰 승강기 1대만 설치하는 쪽을 선호했다. 우선 2대 이상을 설치하게 되면 비용이 배가될 뿐더러 그만큼 공용면적이 늘어나 분양가를 끌어올리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유관 업계에서는 이러한 서울시 조치를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 도시정비업계 전문가는 "서울시의 이번 대응은 지난 1월 국토부에 의해 공포된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의 장애인 승강기를 공용면적에서 제외하기로 한 내용과 맞물려 시너지가 극대화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출했다.
이 전문가는 이어 "향후 지어질 대부분의 고층 아파트 승강기는 표준규격보다 최대 1m 정도 크게 신설되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실제로 다수의 조합에서는 벌써부터 국토부에서 장애인 승강기를 공용면적에서 제외하기로 한 내용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어 승강기에서 응급 대처를 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는 더 이상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거울삼아 앞으로 진행되는 재개발ㆍ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경우 사업시행자는 사업 초기 정비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문제를 적극 반영해 더는 무기력하게 생명이 스러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건 훗날 `나`의 문제가 될 수 있고, 그 순간이 닥쳤을 때는 후회해도 늦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아유경제>는 재개발ㆍ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통해 우리의 주거 문화가 급변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 달라진 주거환경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들을 짚어 보기 위해 `이참에 바꿔 봅시다!` 시리즈를 기획ㆍ보도하기로 했다.
그 첫 번째 주제는 단순한 `불편`의 문제에 그치는 게 아니라 `생명`과도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본보의 보도를 통해 작은 변화의 바람이라도 일으켰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취재한 내용들을 구성해 보았다. - 편집자 주
전국 11층 이상 고층 건물 9만7478개동
증가 속도 빨라… `골든타임` 놓칠 확률 ↑
[아유경제=민수진 기자] 고층 아파트와 떼어 낼 수 없는 `안전 문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고층에 살수록 저층에 비해 발 빠른 조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재개발ㆍ재건축 등을 통해 건물의 층수ㆍ높이가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위급 상황에 놓이는 생명의 숫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지난 3일 국토교통부(장관 강호인ㆍ이하 국토부)가 발표한 층수별 건축물 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의 건축물 중 11층 이상 고층은 9만7478개동에 달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1~20층 8만개동(棟) ▲21~30층 1만6000개동 ▲31~49층 1384개동 ▲50층 이상 94개동으로 나타났다.
전국 건축물의 숫자가 698만6000가구에 달하고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1.4%에 불과하지만 문제는 고층 건물의 증가 폭이 다른 층수에 비해 높다는 데 있다. 건물의 층수가 높아질수록 그곳에 상주하는 사람의 숫자도 늘어난다. 응급 상황 발생 시 `골든타임(golden timeㆍ사건ㆍ사고 발생 시 인명을 구조하기 위한 초반 금쪽같은 시간)`을 놓칠 확률도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다.
25층 이상 아파트 심장마비 환자 생존율 `0%`
국민안전처 "고층 비상사태 시 최대 걸림돌은 엘리베이터"
심장마비가 온 위급 환자 중 고층 아파트에 사는 사람일수록 생존율이 낮다는 조사 결과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유관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캐나다 성미카엘 병원 응급의료 연구실 이언 드레넌 연구원은 2007~2012년 캐나다 제1도시인 토론토의 고층 아파트에서 발생한 급성 심장마비 환자 8216명을 대상으로 한 이른바 `고층 아파트 심장마비 생존율`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고층 아파트에 사는 주민에게 급성 심장마비가 발생했을 경우 생존율이 가장 높은 곳은 저층인 3층 이하로, 환자가 살아날 가능성이 `0%`에 가까운 곳은 25층 이상으로 나타났다.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전체 조사 대상 환자(8216명) 가운데 3층 이하에 사는 5998명(73%) 중에서는 252명(4.2%)이 생존했으나 3층 이상에 사는 환자 2000여 명 중에서는 48명(2.6%)이 살아남았다. 특히 16층 이상에서는 216명 가운데 단 2명(0.9%)만 목숨을 건졌으며, 25층 이상에서는 30명 전원이 목숨을 잃었다.
이언 드레넌 연구원은 그 이유로 "시간이 지연될수록 일분일초가 급한 환자의 응급 처치가 늦어지기 때문에 높은 층에 사는 사람일수록 생존율이 더욱 낮을 수밖에 없다"면서 "환자가 간신히 병원에 도착하더라도 심장마비 환자 중 10층 이상 아파트 거주자가 살아남을 확률은 극히 낮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병원 외부에서 신고 접수되는 심장마비의 약 70%는 거주지인 `집`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현재 한 해 평균 병원 외부에서 발생한 심장마비는 3만건이 넘는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고층 아파트에서 발생한 심장마비 생존자의 평균 연령대는 비교적 어린 것으로 밝혀졌다. 심장마비 발생 순간 주변에 사람이 있어 목격자가 심폐소생술(CPR) 및 자동제세동기(AEDㆍ심실세동이나 심실빈맥으로 심정지가 상태의 환자에게 전기충격을 줘 심장의 정상 리듬을 되돌리게 하는 도구)를 시행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번 발표에서 특기할 만한 점은 고층 아파트의 승강기가 응급 처치를 가로막는 제1원인으로 꼽혔다는 점이다. 이언 드레넌 연구원은 "같은 거리의 아파트라도 고층일수록 승강기를 기다리는 시간 등으로 인해 구급대의 이동 시간이 늦어진다"면서 "따라서 구급대원들에게는 소방대원들처럼 비상시 승강기를 작동시킬 수 있는 범용 승강기의 열쇠를 제공하고, 고층 아파트 로비와 특정 층 그리고 승강기 내 자동제세동기를 비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 역시 이러한 지적에 일정 부분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7일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 119구급과 김재홍 담당자는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15조제3항제2호에 따르면 7층 이상인 공동주택의 승강기 폭 또는 너비 중 한 변은 1.35m 이상, 다른 한 변은 1.6m 이상으로 설치돼야 한다. 현재 구급대의 `주들것` 규격은 1.77m이다"라며 "20년 이상 된 6층 이상의 아파트에서는 응급 상황 시 구급대의 주들것이 승강기에 들어가지 않아 환자를 계단으로 이송했던 사례, 주들것이 들어가지만 승강기 내부에서 환자의 응급 처치를 시행하지 못한 사례가 빈번히 일어났다. 이외에 주들것이 의자 형태로 변형(1.50m)이 가능해 승강기를 사용할 수 있었음에도 불가피하게 응급 환자가 불편한 상태로 이동했던 사례, 다른 승강기 이용자가 구급대를 배려를 하지 않고 승강기를 이용했던 사례 등 다양한 승강기 문제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승강기 문제` 접한 조합의 생각은?
예방 의지는 `최고` 현실 적용은 `글쎄`
이처럼 고층 아파트의 다양한 승강기 문제는 응급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도 뜨거운 관심을 표출했다.
지난 7일 본보가 일선 재개발ㆍ재건축 조합 10여 곳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다수의 조합 관계자들은 정비사업지가 향후 최소 20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 단지로 재탄생하는 만큼 위와 같은 이유로 응급 대처에 지장을 주는 일이 없도록 이 문제를 예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서초구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지금의 우리 아파트에서는 승강기 문제가 자주 발생했다. 한 번은 1개동마다 승강기가 1대밖에 없어 구급대의 승강기 대기 시간이 길었기 때문에 응급조치가 지연됐을 뿐만 아니라 간신히 도착한 승강기에 구급대의 주들것이 완벽히 들어가지 않아 계단으로 황급히 환자를 이송하는 것을 지켜본 경험이 있다"면서 "간접경험을 해보니 `그 주인공이 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층인 새 아파트에서는 더 빠르고 넓은 승강기가 꼭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동구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 역시 "20년 이상 지난 몇몇 아파트들은 구급대의 주들것이 모두 들어가지 않는 등의 승강기 문제를 한 번쯤 직접ㆍ간접적으로 경험해 봤을 것"이라면서 "향후 고층 아파트로 재건축되는 만큼 주민들은 안전에 대한 불안이 크다. 응급 상황 시 이전과 같은 문제들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조합에서 승강기의 설계부터 미리 조정하는 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승강기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개선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컸다. 현실적인 문제(비용)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노원구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우리 조합은 현재 2.3~2.5m 규모의 승강기를 설계했으며, 해당 구로부터 사업시행인가까지 받았다. 만약 승강기 설계 문제로 앞선 절차가 다시 진행된다면 사업이 늦어질 뿐만 아니라 그 시간동안 조합원들의 추가부담금도 늘어나게 된다"면서 "재개발ㆍ재건축 단지 때부터 승강기 문제를 예방하자는 취지는 좋으나 건축심의를 앞둔 조합 입장에서는 상당히 조심스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해당 조합 역시 조합원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랑구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 역시 "최근 고층 아파트 응급 상황 발생 시 비상용 승강기를 설치하려니 비용 부담이 크고, 설계를 다시 하자니 시공 설계자 등과의 논의, 조합원총회 등으로 인해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적용 설계가 가능한 곳은 아주 소수일 것으로 판단된다"며 "우리는 정상적으로 승강기 설계를 이미 마쳤으며, 조합은 이곳에 지상 최고 30층 이상의 공동주택을 공급하려 한다. 이에 대해 최근 서울시가 승강기 2대 신설을 권장해 이를 고려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서울시, 30층 이상 건물에 승강기 2대 설치 권장
장애인 엘리베이터 `공용면적`서 제외한 국토부 조치가 해법?!
업계 "언젠가는 `나`의 일… 지금부터 바꿔 보자"
앞선 문제들에 대해 이미 인식하고 있는 정부와 지자체는 행동에 나선 상태다. 서울시(시장 박원순)가 관내에 신축되는 30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에 승강기 2대를 설치하도록 권장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 7일 서울시 주택건축국 건축기획과 류대근 주무관은 "지난해부터 30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에 승강기 2대를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의 방침이 건축위원회에서 언급됐으며, 최근에는 시가 건축심의를 앞둔 건설사 설계팀이나 설계사무소 실무자 등에게 이 같은 방침을 권장하고 있다"면서도 "조합이 건축심의를 통과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승강기 2대를 지어야한다는 것은 아니다. 고층 아파트 주민들의 보다 확실한 안전을 위해 조합 및 건설사 등에 권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류 주무관에 따르면 이전부터 조합 및 건설사들은 규모가 큰 승강기 1대만 설치하는 쪽을 선호했다. 우선 2대 이상을 설치하게 되면 비용이 배가될 뿐더러 그만큼 공용면적이 늘어나 분양가를 끌어올리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유관 업계에서는 이러한 서울시 조치를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 도시정비업계 전문가는 "서울시의 이번 대응은 지난 1월 국토부에 의해 공포된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의 장애인 승강기를 공용면적에서 제외하기로 한 내용과 맞물려 시너지가 극대화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출했다.
이 전문가는 이어 "향후 지어질 대부분의 고층 아파트 승강기는 표준규격보다 최대 1m 정도 크게 신설되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실제로 다수의 조합에서는 벌써부터 국토부에서 장애인 승강기를 공용면적에서 제외하기로 한 내용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어 승강기에서 응급 대처를 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는 더 이상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거울삼아 앞으로 진행되는 재개발ㆍ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경우 사업시행자는 사업 초기 정비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문제를 적극 반영해 더는 무기력하게 생명이 스러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건 훗날 `나`의 문제가 될 수 있고, 그 순간이 닥쳤을 때는 후회해도 늦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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