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정훈 기자] 리츠(REITs)가 정비사업의 새 `구원투수`로 떠올랐다. 특히 리츠가 업계 전반의 자금 조달 부담을 덜어 이른바 `돈맥경화(돈+동맥경화)`로 장기간 표류하던 일선 현장들에게는 일종의 `혈전 용해제` 역할을 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업계 한쪽에서는 막연한 기대감은 금물이라며 좀 더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여기에는 리츠가 정비사업을 구해줄 것인지(Saveㆍ세이브), 아니면 기대감만 높여 놓고 더 깊은 수렁으로 밀어 넣을 것인지(Blown saveㆍ블론세이브 : 날려 버린 세이브) 결정하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리츠는 `Real Estate Investment Trusts`의 앞 글자만 딴 약자로, 부동산투자신탁이라는 뜻이다. 소액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 대출에 투자해 거기서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회사나 투자신탁(자금을 모집해 투자자 대신 유가증권ㆍ부동산 등에 투자해 얻은 수익을 투자자에게 나눠주는 것)을 일컫는다.
리츠, 다시 말해 `부동산신탁`이 정비사업의 바이블(bible)이라 불리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을 비롯한 관계 법령에 등장한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제는 이 단어가 일선 현장에 상당히 `신비스러우면서` `매력적인` 대상으로 다가오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지난 2일 도정법 일부 개정안이 시행에 들어가면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늘고 있다. 법 개정에 발맞춰 이달 4일에는 도정법 시행규칙도 시행됐다. 여기에는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 설립 동의 요건 이상에 해당되는 토지등소유자가 동의하는 경우 신탁업자를 사업시행자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개정된 법령에는 신탁업자와 더불어 기업형임대주택(뉴스테이)업자의 참여를 허용하는 내용과 시공자와 공동시행 시 시공자 선정 시기를 과거처럼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앞당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정비사업 입장에서는 갑자기 구원투수가 3명이나 생겨난 셈이다. 하지만 이는 거꾸로 얘기하면 리츠 입장에서 경쟁자가 둘이나 존재한다는 의미일 수 있다.
막연한 기대감은 금물… 관건은 `수익률`
한 부동산업계 전문가는 "애당초 정부가 「주택법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리츠를 본격 도입한 데에는 임대주택 공급의 활성화라는 목적이 강하게 자리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최근 들어 `뉴스테이 연계형 정비사업`이 부각되면서 리츠가 이와 함께 정비사업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전문가는 이어 "하지만 과거 조합원이 아파트를 리츠에 매각한 뒤 이를 빌려 거주하는 형태의 `세일 앤드 리스백(Sale and Lease backㆍ매각 후 재임대)` 제도의 도입이 추진됐다가 수포로 돌아간 점에 비춰 볼 때 리츠가 정비사업의 구세주가 되려면 결국 수익률이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최근 시장 상황을 보면 이 역시 녹록지 않다"고 지적했다.
`사업자의 수익(률)이 보장되지 못하면 그 사업은 이뤄질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가 리츠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셈이다. 이는 역으로 말하면 수익률을 보장할 수 있는 시장 여건을 마련해주거나 성공 사례를 조기에 탄생시키면 리츠가 활성화하고 나아가 정비사업에도 득이 될 것이란 의미이기도 하다.
제기4구역이 반면교사?!… 공공-민간 `소통` 중요
하지만 아직까지 눈에 띄는 성공 사례는 찾기 힘들다. `재개발 리츠 1호`란 수식어를 갖고 있는 서울 동대문구 제기4구역이 대표적이다. 대법원 판결로 조합 설립이 무효화해 조합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 단계로 회귀한 이곳은 그 후유증으로 한동안 표류했다. 그런 와중에 SH공사가 시공자인 현대건설에게 리츠 방식 전환에 대한 동의를 얻고 추진위까지 관심을 보이면서 새 전기를 맞이하는 듯했다. 하지만 추진위와의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수개월을 허비했다. 그러다가 올 초 SH공사-제기4구역 재개발 추진위-현대건설 간 업무 협약이 체결되면서 본격화의 길이 열렸다. 이들이 맺은 협약에 따르면 SH공사는 제기4구역 재개발로 공급되는 일반분양분을 전량 매입하고 이를 8년 이상 임대한 뒤 매각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한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는 "현재 정비사업 분야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리츠는 공공이 주도한다는 점에서 공공과 민간 사이의 이해관계 조율이 제도 도입이나 그에 따른 사업의 성패를 좌지우지하는 중요 `열쇠`"라며 "이 점만 주의를 기울여도 사업시행자의 사업 불확실성을 낮추는 효과가 탁월한 리츠는 정비사업의 든든한 구원투수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도정법 개정과 정비사업 활성화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 등을 고려할 때 부동산신탁사의 정비사업 참여는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분양시장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일반 부동산과 달리 정비사업은 조합원분이 확보돼 있는 데다 별도의 토지 매입이 필요 없기 때문에 사업 안정성이 높은 편이다. 게다가 최근 들어 공급과잉 우려, 대출 규제 강화,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이 맞물리면서 분양시장이 지난해보다 냉각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시장 상황은 부동산신탁업계가 정비사업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여건을 조성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대형 건설사들이 주도하고 있는 강남 재건축이나 수도권 및 지방의 `알짜` 대형 사업지를 제외한 중소 사업장들에 수혜가 예상된다.
선행 과제는 신탁계약서 마련… `운용의 묘` 절실
다만 제도의 시장 안착을 위해서는 몇 가지 사항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가장 선행돼야 하는 게 `신탁계약서`의 마련이다. 신탁 물건과 특약 사항, 신탁보수율 등이 명시될 신탁계약서는 부동산신탁사의 정비사업 참여를 유도하는 데 있어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유관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공급량의 조정 또는 분배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부동산의 무게중심이 `월세`로 급격하게 기울고 있는 상황에서 미분양 리스크를 늘 안고 사는 건설사들이 과거보다 부쩍 분양보다 임대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지금의 추세는 단기간에 지나치게 많은 물량을 시장에 쏟아 내는 결과를 가져올 공산이 크다. 바로 이 부분에서 `감독`인 정부ㆍ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센티브(incentiveㆍ상)와 페널티(penaltyㆍ벌)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운용의 묘`를 보여줘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또 다른 부동산업계 전문가는 "구원투수를 등판시키기 위해서는 불펜(bullpenㆍ야구에서 구원투수가 경기 중에 준비운동을 하는 장소)에서 몸을 풀게 하거나 충분한 휴식이 주어져야 하는 것처럼 정부가 리츠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의욕만 앞선 투수가 성급하게 공을 던지려 할 때 이를 제어할 만한 적절한 제동장치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라며 "당장 부동산신탁사들이 정비사업에 앞다퉈 참여할 가능성은 낮지만 성공 사례가 하나둘씩 나오고 정부의 인센티브가 속속 등장하면 이에 편승하려는 참가자들도 분명 나올 것이다. 리츠의 성패는 정부가 최근 밀고 있는 뉴스테이의 성패와도 어느 정도 연관이 있으므로 리츠와 뉴스테이는 한 배를 탄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렇기 때문에 리츠의 실패 시 정비사업의 구원투수 하나가 사라진다는 점에서 그 운용에 상당히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유경제=정훈 기자] 리츠(REITs)가 정비사업의 새 `구원투수`로 떠올랐다. 특히 리츠가 업계 전반의 자금 조달 부담을 덜어 이른바 `돈맥경화(돈+동맥경화)`로 장기간 표류하던 일선 현장들에게는 일종의 `혈전 용해제` 역할을 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업계 한쪽에서는 막연한 기대감은 금물이라며 좀 더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여기에는 리츠가 정비사업을 구해줄 것인지(Saveㆍ세이브), 아니면 기대감만 높여 놓고 더 깊은 수렁으로 밀어 넣을 것인지(Blown saveㆍ블론세이브 : 날려 버린 세이브) 결정하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리츠는 `Real Estate Investment Trusts`의 앞 글자만 딴 약자로, 부동산투자신탁이라는 뜻이다. 소액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 대출에 투자해 거기서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회사나 투자신탁(자금을 모집해 투자자 대신 유가증권ㆍ부동산 등에 투자해 얻은 수익을 투자자에게 나눠주는 것)을 일컫는다.
리츠, 다시 말해 `부동산신탁`이 정비사업의 바이블(bible)이라 불리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을 비롯한 관계 법령에 등장한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제는 이 단어가 일선 현장에 상당히 `신비스러우면서` `매력적인` 대상으로 다가오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지난 2일 도정법 일부 개정안이 시행에 들어가면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늘고 있다. 법 개정에 발맞춰 이달 4일에는 도정법 시행규칙도 시행됐다. 여기에는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 설립 동의 요건 이상에 해당되는 토지등소유자가 동의하는 경우 신탁업자를 사업시행자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개정된 법령에는 신탁업자와 더불어 기업형임대주택(뉴스테이)업자의 참여를 허용하는 내용과 시공자와 공동시행 시 시공자 선정 시기를 과거처럼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앞당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정비사업 입장에서는 갑자기 구원투수가 3명이나 생겨난 셈이다. 하지만 이는 거꾸로 얘기하면 리츠 입장에서 경쟁자가 둘이나 존재한다는 의미일 수 있다.
막연한 기대감은 금물… 관건은 `수익률`
한 부동산업계 전문가는 "애당초 정부가 「주택법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리츠를 본격 도입한 데에는 임대주택 공급의 활성화라는 목적이 강하게 자리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최근 들어 `뉴스테이 연계형 정비사업`이 부각되면서 리츠가 이와 함께 정비사업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전문가는 이어 "하지만 과거 조합원이 아파트를 리츠에 매각한 뒤 이를 빌려 거주하는 형태의 `세일 앤드 리스백(Sale and Lease backㆍ매각 후 재임대)` 제도의 도입이 추진됐다가 수포로 돌아간 점에 비춰 볼 때 리츠가 정비사업의 구세주가 되려면 결국 수익률이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최근 시장 상황을 보면 이 역시 녹록지 않다"고 지적했다.
`사업자의 수익(률)이 보장되지 못하면 그 사업은 이뤄질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가 리츠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셈이다. 이는 역으로 말하면 수익률을 보장할 수 있는 시장 여건을 마련해주거나 성공 사례를 조기에 탄생시키면 리츠가 활성화하고 나아가 정비사업에도 득이 될 것이란 의미이기도 하다.
제기4구역이 반면교사?!… 공공-민간 `소통` 중요
하지만 아직까지 눈에 띄는 성공 사례는 찾기 힘들다. `재개발 리츠 1호`란 수식어를 갖고 있는 서울 동대문구 제기4구역이 대표적이다. 대법원 판결로 조합 설립이 무효화해 조합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 단계로 회귀한 이곳은 그 후유증으로 한동안 표류했다. 그런 와중에 SH공사가 시공자인 현대건설에게 리츠 방식 전환에 대한 동의를 얻고 추진위까지 관심을 보이면서 새 전기를 맞이하는 듯했다. 하지만 추진위와의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수개월을 허비했다. 그러다가 올 초 SH공사-제기4구역 재개발 추진위-현대건설 간 업무 협약이 체결되면서 본격화의 길이 열렸다. 이들이 맺은 협약에 따르면 SH공사는 제기4구역 재개발로 공급되는 일반분양분을 전량 매입하고 이를 8년 이상 임대한 뒤 매각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한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는 "현재 정비사업 분야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리츠는 공공이 주도한다는 점에서 공공과 민간 사이의 이해관계 조율이 제도 도입이나 그에 따른 사업의 성패를 좌지우지하는 중요 `열쇠`"라며 "이 점만 주의를 기울여도 사업시행자의 사업 불확실성을 낮추는 효과가 탁월한 리츠는 정비사업의 든든한 구원투수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도정법 개정과 정비사업 활성화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 등을 고려할 때 부동산신탁사의 정비사업 참여는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분양시장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일반 부동산과 달리 정비사업은 조합원분이 확보돼 있는 데다 별도의 토지 매입이 필요 없기 때문에 사업 안정성이 높은 편이다. 게다가 최근 들어 공급과잉 우려, 대출 규제 강화,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이 맞물리면서 분양시장이 지난해보다 냉각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시장 상황은 부동산신탁업계가 정비사업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여건을 조성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대형 건설사들이 주도하고 있는 강남 재건축이나 수도권 및 지방의 `알짜` 대형 사업지를 제외한 중소 사업장들에 수혜가 예상된다.
선행 과제는 신탁계약서 마련… `운용의 묘` 절실
다만 제도의 시장 안착을 위해서는 몇 가지 사항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가장 선행돼야 하는 게 `신탁계약서`의 마련이다. 신탁 물건과 특약 사항, 신탁보수율 등이 명시될 신탁계약서는 부동산신탁사의 정비사업 참여를 유도하는 데 있어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유관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공급량의 조정 또는 분배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부동산의 무게중심이 `월세`로 급격하게 기울고 있는 상황에서 미분양 리스크를 늘 안고 사는 건설사들이 과거보다 부쩍 분양보다 임대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지금의 추세는 단기간에 지나치게 많은 물량을 시장에 쏟아 내는 결과를 가져올 공산이 크다. 바로 이 부분에서 `감독`인 정부ㆍ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센티브(incentiveㆍ상)와 페널티(penaltyㆍ벌)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운용의 묘`를 보여줘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또 다른 부동산업계 전문가는 "구원투수를 등판시키기 위해서는 불펜(bullpenㆍ야구에서 구원투수가 경기 중에 준비운동을 하는 장소)에서 몸을 풀게 하거나 충분한 휴식이 주어져야 하는 것처럼 정부가 리츠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의욕만 앞선 투수가 성급하게 공을 던지려 할 때 이를 제어할 만한 적절한 제동장치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라며 "당장 부동산신탁사들이 정비사업에 앞다퉈 참여할 가능성은 낮지만 성공 사례가 하나둘씩 나오고 정부의 인센티브가 속속 등장하면 이에 편승하려는 참가자들도 분명 나올 것이다. 리츠의 성패는 정부가 최근 밀고 있는 뉴스테이의 성패와도 어느 정도 연관이 있으므로 리츠와 뉴스테이는 한 배를 탄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렇기 때문에 리츠의 실패 시 정비사업의 구원투수 하나가 사라진다는 점에서 그 운용에 상당히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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