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민수진 기자] <아유경제>는 재개발ㆍ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통해 우리의 주거 문화가 급변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 달라진 주거환경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들을 짚어 보기 위해 `이참에 바꿔 봅시다!` 시리즈를 기획ㆍ보도하기로 했다.
지난 호에 `승강기`와 관련한 내용들을 다룬 데 이어 이번에는 시대적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아파트 주차장 규격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가구당 보유 차량 대수는 늘고, 차량 크기도 커졌는데 새로 짓는 아파트의 주차장 면적이나 규격은 과거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어 새집에 입주한 사람들은 여전히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심화되는 주차 공간 `수급 불균형`… 2015년 등록 차량 2100만대
가구당 보유 차량 증가율은 `날고` 주차 가능 대수 증가율은 `기고`
아파트 단지를 시끌벅적하게 만드는 `주차난`은 어제오늘만의 문제가 아니다. 주차난의 근본 원인은 어마어마하게 늘어난 차량 대수라는 지적이다.
지난 1월 국토교통부(장관 강호인ㆍ이하 국토부)는 보도 자료를 통해 2003년 이후 자동차 증가율이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해 전국 자동차 등록 대수가 2100만대에 육박했다고 밝혔다. 2014년 대비 87만2000대(4.3%) 증가한 것이다.
이처럼 자동차 등록 대수가 크게 증가한 것은 지난해 8월 말부터 실시한 개별소비세 인하와 최근 수입 자동차에 대한 선호 증가 등이 맞물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 유관 업계 전문가는 "등록 차량의 수가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가구당 보유 차량 대수가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하는 데 같은 기간 주차 공간 증가율이 이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주차장에 있어서도 수급 불균형이 심화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생활양식의 변화로 여행과 레저 등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수입차 시장이 활성화하면서 대체적으로 큰 차량의 선호도가 높아진 점도 주차 공간 수급 불일치에 한몫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새로 지어진 아파트의 주차 가능 대수는 가구당 1.28대로 파악됐다. 그 이전 20여 년간 준공된 아파트 전체 평균(1.13대)과 비교할 때 크게 나아진 게 없는 셈이다. 반면 같은 기간 가구당 보유 차량은 0.65대에서 1.14대로 급증했다.
차량 몸집은 커지는데 주차단위구획은 `제자리걸음`
전체적인 수급 불균형만이 문제가 아니다. 차체(車體)는 커지는데 `주차단위구획`의 면적 증가율이 이를 따라잡지 못해 생기는 문제도 대표적인 주차 문제의 하나이다. 주차단위구획이란 「주차장법」에 명시된 개념으로, 자동차 1대를 주차할 수 있는 구획을 말한다.
차량의 크기는 나날이 커지는데 이를 세워 두는 공간의 크기가 이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공동주택 주차장 내 접촉 사고 발생률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8월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의 `주차장 사고 특성 분석` 결과에 따르면 주차장 사고(2014년 기준)는 전체 교통사고의 28.4%에 달하고, 사고율은 6.6% 수준이다.
특히 공동주택 내 주차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일반형의 규격이 1990년 이후 `너비 2.3m 이상, 길이 5.0m 이상`으로 변함없다는 점이 주차장 사고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2012년 이른바 `문콕 테러(주차 구획이 좁아 문을 여닫을 경우 주변 차에 흠집이 발생하는 상황)`의 민원이 급증하자 그해 7월 2일 국토부는 「주차장법 시행규칙」 제11조제4항 `주차 대수 50대 이상의 부설주차장에 설치되는 `확장형` 주차단위구획에 관해서는 제6조제1항제14호(노외주차장에는 제3조제1항제2호에 따른 확장형 주차단위구획을 주차 단위 총수의 30% 이상 설치해야 함)를 준용한다`는 내용을 신설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주차장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는 형국이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이수일 박사에 따르면 `문콕 테러`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중대형 차량 구성비가 85%로 높아, 나란히 주차할 경우 주차 여유 폭이 13.1cm 부족하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토부 「주차장법 시행규칙」 제3조제1항제2호에 따르면 평행 주차 형식의 경우 주차 구획 중 ▲경형 너비 1.7m 이상, 길이 4.5m 이상 ▲일반형 2.0m 이상, 길이 6.0m 이상 등이다. 평형 주차 형식 외의 경우 ▲경형 너비 2.0m 이상, 길이 3.6m 이상 ▲일반형 너비 2.3m 이상, 길이 5.0m 이상 ▲확장형 너비 2.5m 이상, 길이 5.1m 이상 등이다.
지난 22일 본보가 1995년 국산ㆍ수입 자동차 수종과 같은 제조사의 2015년형 차량의 차체를 조사ㆍ비교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차량의 차체가 과거보다 대부분 커진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10월 기준 국산차 판매 순위 1위에 빛나는 현대자동차의 ▲아반떼(준중형)는 1995년 당시 길이 4.5m, 너비 1.7m에서 지난해 길이 4.6m, 너비 1.8m로 길이와 너비 모두 커진 것이 확인됐다. 판매 순위 2위인 ▲쏘나타(중형)는 국민 중형차로 불린 1996년 길이 4.7m, 너비 1.8m로 출시됐는데 2015년형 쏘나타는 길이 4.9m, 너비 1.9m로 커졌다. 쌍용자동차의 ▲코란도(준중형)도 마찬가지로 과거보다 차체가 커졌다. 1995년 길이 4.6m, 너비 1.7m에서 2015년 길이 5m, 너비 1.9m로, 길이와 너비가 각각 40㎝ㆍ20㎝ 늘었다.
수입차라고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기준 수입 차량 판매 1위를 기록한 ▲벤츠(준중형) 또한 1995년 길이 4.5m, 너비 1.7m에서 2015년 길이 4.9m, 너비 1.9m로 몸집이 불었다. 1995년 당시 수입 차량 판매 1위였던 ▲포드(준중형)의 경우 길이는 3.8m에서 4m로, 너비는 1.6m에서 1.7m로 늘어났다.
한 유관 업계 전문가는 "인기가 높아 많이 팔렸다는 것은 그만큼 주차장 곳곳에서 이들 차량을 목격할 수 있다는 얘기인데, 세월에 상관없이 많이 팔리는 인기 차종의 차체가 대부분 커진 것을 보면 공동주택 주차장 내 주차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알게 해 준다"면서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문제를 알고도 개선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관련 법제를 정비한다고 해도 주차장 정비가 비용이 수반되는 문제이니 만큼 당장 바뀐 기준에 걸맞은 주차장이 확보된다는 보장이 없는 데다 주차 공간 자체가 제한된 자원이다 보니 땅을 확보하는 일도 만만치 않은 과제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집 대신 차` 인식-차체 대형화 선호 추세 맞물려 주차 공간 부족 심화 예고
"가구당 1.5대면 충분" 하다는 조합의 낮은 문제의식도 문제… 업계 "각성해야"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경제 여건과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로 가구당 보유 차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현재 짓고 있는 새 아파트의 주차 면적이 `옛날` 기준에 맞춰 설치되다 보니 앞으로도 수년 혹은 수십 년간 지금과 같은 문제가 이어질 수 있다.
`집 없어도 차는 꼭 산다`는 젊은 층이 늘고 있으며, 가구당 2~3대의 자동차 소유가 일상화하고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집값에 상당수 젊은이들은 집을 사는 것을 포기하고 있다. 대신 집을 사기 위해 저축하던 돈을 자동차와 같은 상대적으로 값싼 물품을 구매하는 데에는 주저함이 없다. 중ㆍ장년층도 마찬가지다. 과거와 같이 중대형 주택이 필요 없게 되자 `다운사이징`을 통해 중소형 주택으로 이사를 간 뒤 매매 차익으로 차량을 바꾸는 일도 늘고 있다.
이에 발맞춰 현재 새 아파트를 짓고 있거나 그럴 계획이 있는 일선 재개발ㆍ재건축 단지들이 시대 변화에 맞게 주차 공간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설치 기준 자체가 `과거`에 기초하고 있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2일 본보가 조사한 서울 지역 재개발ㆍ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 10여 곳에 따르면 대다수 조합은 정비사업으로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면 주차장 문제 등이 말끔히 정리될 것이란 입장을 나타냈다.
강남구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현재 단지 내 차량 2~3대를 소유하고 있는 가구가 많다 보니 주차 공간이 모자랄 수밖에 없어 주민 간 분쟁과 불편은 끊이질 않고 있는 상황이다"며 "하지만 향후 재건축사업으로 우리 구역은 4만1856㎡ 일원에 지하 3층의 주차장 설계를 계획하고 있다. 계획상 1가구당 1.79대를 소유할 수 있어 현재 발생하는 주차장 문제는 신축 아파트의 공급과 동시에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성동구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주차 공간 부족, 공사비 부담 등의 해결은 새 아파트가 들어서고 난 이후 해결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우리 구역은 설계를 변경해야 하기 때문에 주차 대수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대략 가구당 1.5대의 주차 공간 정도는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기대감을 표출했다.
송파구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 역시 "우리 구역은 특히 겨울철 기상 악화로 차량이 지하로 몰리면서 가로 주차 및 접촉 사고 등 관련 시비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현재 우리 단지는 지하 3층까지 지하 주차장으로 설계하고 이른바 광폭 주차 공간(확장형 30% 적용)을 최대로 만들 계획이다"면서 "계획 당시 심의 과정에서 가구당 1.2대로 확정될 예정이었으나 서울시 측과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가구당 1.6대의 주차 공간이 확정됐다. 향후 조금이나마 주차장 문제가 해소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최근 5년간 새로 공급된 아파트에서도 주차 관련 문제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일선 현장의 이 같은 바람은 `꿈`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게 유관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가구당 보유 차량은 급격히 늘어나는 데 비해 주차 공간은 찔끔 늘어나고 있는 현상이 시간이 지날수록 심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지금이라도 일선 현장의 각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정비사업 전문가는 "아파트 단지 내 지상 공간은 대부분 공원으로 만들고 지하 공간을 주차장으로 하는 요즘의 트렌드를 고려하면 주차 문제의 해결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면서 "늘어나는 차량 대수와 커지는 차체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 공간의 확보가 그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기존 설계상의 주차단위구획은 넓히고, 주차구획(하나 이상의 주차단위구획으로 이루어진 구획 전체)은 증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같은 충분한 주차 공간 확보에는 설계 변경과 추가 공사와 같은 경제적인 문제가 수반될 수밖에 없으므로 일선 조합이 앞장서 조합원들을 설득하고 그들의 중지를 모아 실행에 옮기는 일이 시급하다"며 "조합(원)은 당장 들어가는 비용보다 이 같은 비용을 들여 시대 흐름에 걸맞은 주차 공간을 마련한 이후의 가치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주차 문제에서 벗어나 살기 좋은 아파트라는 입소문이 나면 자연스레 수요는 커질 것이고, 그에 비례해 아파트 가격도 오를 여지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커지는 제도 개선 목소리… 국토부 "오는 5월 개선 여부 결정"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행 법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현행 주차장 설치 기준이 과거의 세태에 맞춰져 있다 보니 변화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법제 개선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이에 정부도 행동에 돌입했다. 지난 22일 국토부 도시광역교통과 김대겸 주무관은 "새 아파트에서도 주차장 문제가 심각하다는 소식을 접했다"며 "따라서 현재 주차장 관련 연구 용역을 진행 중에 있으며, 결과는 오는 5월 중 나올 예정이다. 이에 따라 현행법의 개선 여부가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보다 앞선 지난 21일 서울시 공동주택과 담당자는 "현재로서 시 차원의 제도 정비 계획은 없다. 하지만 향후 국토부의 결정 및 조치에 따라 `서울시 주차장 설치 및 관리 조례` 내 공동주택 주차장과 관련된 규정을 손질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아유경제=민수진 기자] <아유경제>는 재개발ㆍ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통해 우리의 주거 문화가 급변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 달라진 주거환경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들을 짚어 보기 위해 `이참에 바꿔 봅시다!` 시리즈를 기획ㆍ보도하기로 했다.
지난 호에 `승강기`와 관련한 내용들을 다룬 데 이어 이번에는 시대적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아파트 주차장 규격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가구당 보유 차량 대수는 늘고, 차량 크기도 커졌는데 새로 짓는 아파트의 주차장 면적이나 규격은 과거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어 새집에 입주한 사람들은 여전히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심화되는 주차 공간 `수급 불균형`… 2015년 등록 차량 2100만대
가구당 보유 차량 증가율은 `날고` 주차 가능 대수 증가율은 `기고`
아파트 단지를 시끌벅적하게 만드는 `주차난`은 어제오늘만의 문제가 아니다. 주차난의 근본 원인은 어마어마하게 늘어난 차량 대수라는 지적이다.
지난 1월 국토교통부(장관 강호인ㆍ이하 국토부)는 보도 자료를 통해 2003년 이후 자동차 증가율이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해 전국 자동차 등록 대수가 2100만대에 육박했다고 밝혔다. 2014년 대비 87만2000대(4.3%) 증가한 것이다.
이처럼 자동차 등록 대수가 크게 증가한 것은 지난해 8월 말부터 실시한 개별소비세 인하와 최근 수입 자동차에 대한 선호 증가 등이 맞물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 유관 업계 전문가는 "등록 차량의 수가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가구당 보유 차량 대수가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하는 데 같은 기간 주차 공간 증가율이 이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주차장에 있어서도 수급 불균형이 심화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생활양식의 변화로 여행과 레저 등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수입차 시장이 활성화하면서 대체적으로 큰 차량의 선호도가 높아진 점도 주차 공간 수급 불일치에 한몫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새로 지어진 아파트의 주차 가능 대수는 가구당 1.28대로 파악됐다. 그 이전 20여 년간 준공된 아파트 전체 평균(1.13대)과 비교할 때 크게 나아진 게 없는 셈이다. 반면 같은 기간 가구당 보유 차량은 0.65대에서 1.14대로 급증했다.
차량 몸집은 커지는데 주차단위구획은 `제자리걸음`
전체적인 수급 불균형만이 문제가 아니다. 차체(車體)는 커지는데 `주차단위구획`의 면적 증가율이 이를 따라잡지 못해 생기는 문제도 대표적인 주차 문제의 하나이다. 주차단위구획이란 「주차장법」에 명시된 개념으로, 자동차 1대를 주차할 수 있는 구획을 말한다.
차량의 크기는 나날이 커지는데 이를 세워 두는 공간의 크기가 이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공동주택 주차장 내 접촉 사고 발생률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8월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의 `주차장 사고 특성 분석` 결과에 따르면 주차장 사고(2014년 기준)는 전체 교통사고의 28.4%에 달하고, 사고율은 6.6% 수준이다.
특히 공동주택 내 주차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일반형의 규격이 1990년 이후 `너비 2.3m 이상, 길이 5.0m 이상`으로 변함없다는 점이 주차장 사고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2012년 이른바 `문콕 테러(주차 구획이 좁아 문을 여닫을 경우 주변 차에 흠집이 발생하는 상황)`의 민원이 급증하자 그해 7월 2일 국토부는 「주차장법 시행규칙」 제11조제4항 `주차 대수 50대 이상의 부설주차장에 설치되는 `확장형` 주차단위구획에 관해서는 제6조제1항제14호(노외주차장에는 제3조제1항제2호에 따른 확장형 주차단위구획을 주차 단위 총수의 30% 이상 설치해야 함)를 준용한다`는 내용을 신설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주차장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는 형국이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이수일 박사에 따르면 `문콕 테러`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중대형 차량 구성비가 85%로 높아, 나란히 주차할 경우 주차 여유 폭이 13.1cm 부족하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토부 「주차장법 시행규칙」 제3조제1항제2호에 따르면 평행 주차 형식의 경우 주차 구획 중 ▲경형 너비 1.7m 이상, 길이 4.5m 이상 ▲일반형 2.0m 이상, 길이 6.0m 이상 등이다. 평형 주차 형식 외의 경우 ▲경형 너비 2.0m 이상, 길이 3.6m 이상 ▲일반형 너비 2.3m 이상, 길이 5.0m 이상 ▲확장형 너비 2.5m 이상, 길이 5.1m 이상 등이다.
지난 22일 본보가 1995년 국산ㆍ수입 자동차 수종과 같은 제조사의 2015년형 차량의 차체를 조사ㆍ비교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차량의 차체가 과거보다 대부분 커진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10월 기준 국산차 판매 순위 1위에 빛나는 현대자동차의 ▲아반떼(준중형)는 1995년 당시 길이 4.5m, 너비 1.7m에서 지난해 길이 4.6m, 너비 1.8m로 길이와 너비 모두 커진 것이 확인됐다. 판매 순위 2위인 ▲쏘나타(중형)는 국민 중형차로 불린 1996년 길이 4.7m, 너비 1.8m로 출시됐는데 2015년형 쏘나타는 길이 4.9m, 너비 1.9m로 커졌다. 쌍용자동차의 ▲코란도(준중형)도 마찬가지로 과거보다 차체가 커졌다. 1995년 길이 4.6m, 너비 1.7m에서 2015년 길이 5m, 너비 1.9m로, 길이와 너비가 각각 40㎝ㆍ20㎝ 늘었다.
수입차라고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기준 수입 차량 판매 1위를 기록한 ▲벤츠(준중형) 또한 1995년 길이 4.5m, 너비 1.7m에서 2015년 길이 4.9m, 너비 1.9m로 몸집이 불었다. 1995년 당시 수입 차량 판매 1위였던 ▲포드(준중형)의 경우 길이는 3.8m에서 4m로, 너비는 1.6m에서 1.7m로 늘어났다.
한 유관 업계 전문가는 "인기가 높아 많이 팔렸다는 것은 그만큼 주차장 곳곳에서 이들 차량을 목격할 수 있다는 얘기인데, 세월에 상관없이 많이 팔리는 인기 차종의 차체가 대부분 커진 것을 보면 공동주택 주차장 내 주차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알게 해 준다"면서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문제를 알고도 개선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관련 법제를 정비한다고 해도 주차장 정비가 비용이 수반되는 문제이니 만큼 당장 바뀐 기준에 걸맞은 주차장이 확보된다는 보장이 없는 데다 주차 공간 자체가 제한된 자원이다 보니 땅을 확보하는 일도 만만치 않은 과제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집 대신 차` 인식-차체 대형화 선호 추세 맞물려 주차 공간 부족 심화 예고
"가구당 1.5대면 충분" 하다는 조합의 낮은 문제의식도 문제… 업계 "각성해야"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경제 여건과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로 가구당 보유 차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현재 짓고 있는 새 아파트의 주차 면적이 `옛날` 기준에 맞춰 설치되다 보니 앞으로도 수년 혹은 수십 년간 지금과 같은 문제가 이어질 수 있다.
`집 없어도 차는 꼭 산다`는 젊은 층이 늘고 있으며, 가구당 2~3대의 자동차 소유가 일상화하고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집값에 상당수 젊은이들은 집을 사는 것을 포기하고 있다. 대신 집을 사기 위해 저축하던 돈을 자동차와 같은 상대적으로 값싼 물품을 구매하는 데에는 주저함이 없다. 중ㆍ장년층도 마찬가지다. 과거와 같이 중대형 주택이 필요 없게 되자 `다운사이징`을 통해 중소형 주택으로 이사를 간 뒤 매매 차익으로 차량을 바꾸는 일도 늘고 있다.
이에 발맞춰 현재 새 아파트를 짓고 있거나 그럴 계획이 있는 일선 재개발ㆍ재건축 단지들이 시대 변화에 맞게 주차 공간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설치 기준 자체가 `과거`에 기초하고 있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2일 본보가 조사한 서울 지역 재개발ㆍ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 10여 곳에 따르면 대다수 조합은 정비사업으로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면 주차장 문제 등이 말끔히 정리될 것이란 입장을 나타냈다.
강남구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현재 단지 내 차량 2~3대를 소유하고 있는 가구가 많다 보니 주차 공간이 모자랄 수밖에 없어 주민 간 분쟁과 불편은 끊이질 않고 있는 상황이다"며 "하지만 향후 재건축사업으로 우리 구역은 4만1856㎡ 일원에 지하 3층의 주차장 설계를 계획하고 있다. 계획상 1가구당 1.79대를 소유할 수 있어 현재 발생하는 주차장 문제는 신축 아파트의 공급과 동시에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성동구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주차 공간 부족, 공사비 부담 등의 해결은 새 아파트가 들어서고 난 이후 해결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우리 구역은 설계를 변경해야 하기 때문에 주차 대수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대략 가구당 1.5대의 주차 공간 정도는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기대감을 표출했다.
송파구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 역시 "우리 구역은 특히 겨울철 기상 악화로 차량이 지하로 몰리면서 가로 주차 및 접촉 사고 등 관련 시비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현재 우리 단지는 지하 3층까지 지하 주차장으로 설계하고 이른바 광폭 주차 공간(확장형 30% 적용)을 최대로 만들 계획이다"면서 "계획 당시 심의 과정에서 가구당 1.2대로 확정될 예정이었으나 서울시 측과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가구당 1.6대의 주차 공간이 확정됐다. 향후 조금이나마 주차장 문제가 해소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최근 5년간 새로 공급된 아파트에서도 주차 관련 문제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일선 현장의 이 같은 바람은 `꿈`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게 유관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가구당 보유 차량은 급격히 늘어나는 데 비해 주차 공간은 찔끔 늘어나고 있는 현상이 시간이 지날수록 심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지금이라도 일선 현장의 각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정비사업 전문가는 "아파트 단지 내 지상 공간은 대부분 공원으로 만들고 지하 공간을 주차장으로 하는 요즘의 트렌드를 고려하면 주차 문제의 해결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면서 "늘어나는 차량 대수와 커지는 차체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 공간의 확보가 그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기존 설계상의 주차단위구획은 넓히고, 주차구획(하나 이상의 주차단위구획으로 이루어진 구획 전체)은 증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같은 충분한 주차 공간 확보에는 설계 변경과 추가 공사와 같은 경제적인 문제가 수반될 수밖에 없으므로 일선 조합이 앞장서 조합원들을 설득하고 그들의 중지를 모아 실행에 옮기는 일이 시급하다"며 "조합(원)은 당장 들어가는 비용보다 이 같은 비용을 들여 시대 흐름에 걸맞은 주차 공간을 마련한 이후의 가치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주차 문제에서 벗어나 살기 좋은 아파트라는 입소문이 나면 자연스레 수요는 커질 것이고, 그에 비례해 아파트 가격도 오를 여지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커지는 제도 개선 목소리… 국토부 "오는 5월 개선 여부 결정"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행 법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현행 주차장 설치 기준이 과거의 세태에 맞춰져 있다 보니 변화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법제 개선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이에 정부도 행동에 돌입했다. 지난 22일 국토부 도시광역교통과 김대겸 주무관은 "새 아파트에서도 주차장 문제가 심각하다는 소식을 접했다"며 "따라서 현재 주차장 관련 연구 용역을 진행 중에 있으며, 결과는 오는 5월 중 나올 예정이다. 이에 따라 현행법의 개선 여부가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보다 앞선 지난 21일 서울시 공동주택과 담당자는 "현재로서 시 차원의 제도 정비 계획은 없다. 하지만 향후 국토부의 결정 및 조치에 따라 `서울시 주차장 설치 및 관리 조례` 내 공동주택 주차장과 관련된 규정을 손질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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