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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건설사 ‘공동시행’ 그림의 떡 되나?
서울시, 시공자 선정 시기 ‘건축심의 이후’로 후퇴시켜 제도 근간 ‘흔들’
repoter : 정훈 기자 ( whitekoala@naver.com ) 등록일 : 2016-04-13 17:18:28 · 공유일 : 2016-04-13 20:02:24


[아유경제=정훈 기자] 정부가 정비사업 활성화의 한 방편으로 추진 중인 정비사업조합-건설사 간 `공동시행`이 지자체의 발목 잡기로 좌초 위기에 처했다.
최근 유관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3월) 중순 서울시가 공개한 `공동시행 건설업자 선정 기준(안)` 초안에는 공동시행 정비사업의 시공자 선정 시기를 건축심의 이후로 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당초 `공동시행`의 도입 취지를 흔드는 것이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공동시행`을 도입하려는 이유는 건설사를 사업에 주체로 참여시킴으로써 일종의 `책임감`을 부여하되 과거와 같이 조합설립인가 이후에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해 현재 정비사업 분야에서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로 꼽히는 `돈맥경화(돈+동맥경화)`를 끊자는 데 있다.
하지만 서울시가 마련한 초안대로라면 시공자 선정 시기는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1년 이상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선 현장과 건설사들이 반발하고 있는 대목이 바로 이 부분이다. 특히 이 같은 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가장 큰 피해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가 본다는 점에서 제도 도입의 명분이던 정비사업 활성화는 요원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전문가는 "`공동시행`은 그 자체로서 건설사에게 사업 불확실성을 안고 가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그 대신 조기(조합설립인가 이후)에 `시공자` 지위를 부여할 테니 책임지고 사업을 이끌어 가라는 의미에서 도입이 추진된 것인데 정비사업의 `큰손`인 서울시가 이처럼 딴죽을 걸게 되면 제도 근간이 흔들려 사실상 유명무실해 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방식의 특성상 `공동시행`은 일종의 `지분제` 사업이라 건설사 입장에서는 사업성이 담보되는 강남권 재건축을 중심으로 이를 검토할 수밖에 없고, 수년간 자금을 투입해 해당 사업장을 관리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이를 수행할 수 있는 곳은 대형 건설사밖에 없다"면서 "시공자 선정 시기를 건축심의 이후로 늦추게 되면 공동시행제도가 지닌 장점이 희석되기 때문에 대형 건설사의 참여는 `없던 일`이 될 공산이 크다. 그렇게 되면 강남권 재건축을 중심으로 예상됐던 이 제도의 긍정적 효과가 사라져 정비사업의 활성화도 멀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맹이가 빠진 만큼 실효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지적은 꾸준히 나온다. 공동시행을 위해서는 조합원의 동의(과반수)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시공자 선정 시기가 `사업시행인가 이후`에서 `조합설립인가 이후`가 아닌 `건축심의 이후`로 정해진다면 고작 몇 개월 앞서 뽑자고 그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투입하려는 현장은 사실상 없을 것이라는 게 유관 업계의 전반적인 견해다.
상위 규범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과의 충돌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과거에도 비슷한 문제가 벌어진바 있다. 공공지원제도(옛 공공관리제도) 시행 전까지 서울 지역의 시공자 선정 시기는 도정법상의 `조합설립인가 이후`였다. 하지만 `공공관리`가 전면 시행되면서 그 시기는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대폭 늦춰졌다. 일선 현장의 반발은 당연지사.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까지 나서서 문제를 제기했고, 법제처도 서울시(조례)가 잘못됐다는 해석을 내렸다. 결국 이 사건은 도정법이 개정되면서 일단락됐지만 당시 업계에는 "하위 규범인 조례가 상위 규범인 법을 이겼다"며 이를 조롱하기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논란도 앞선 사례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한쪽에서는 상위 법령에서 조례로 위임하는 일 자체를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충돌, 특히 국토부와 서울시의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그때마다 죽어난 것은 두 고래 사이에 낀 `현장`이란 새우 한 마리였다. 도시정비사업은 단순한 사업이 아니라 `도시` 및 `부동산`이란 큰 개념의 정책을 다루는 것인 만큼 필요에 따라 지자체의 권한을 제한하는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공익성을 따지는 정책에 있어서는 보다 현장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일선 지자체에 힘을 실어 주는 게 합리적으로 보이나, 사업성을 우선시하는 경우에는 그 정책적 온기가 더 잘 스며들 수 있도록 중앙정부에 무게를 실어 주는 `운용의 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공동시행 시 시공자 선정 시기를 앞당기도록 하는 제도의 도입 취지나 상위 규범과의 충돌 문제 등을 고려하면 이번에는 후자의 손을 들어 주는 게 현장의 고충을 달래는 데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책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올 하반기 시장 진출을 고려하던 건설사들의 움직임도 제자리걸음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몇몇 대형 건설사 관계자들은 공동시행의 개념이 기존 도급공사를 수주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유에서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공동시행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한바 있다.
한편 향후 나올 정부 차원의 대책에도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국토부는 서울시가 해당 기준(안)의 시행을 강행할 경우 감독권을 활용해 이에 제동을 건다는 방침이다. 나아가 필요시 법령 개정을 통해 제도를 시장에 안착시키겠다는 뜻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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