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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폐, 조작, 왜곡… 옥시레킷벤키저, 너 바닥이 어디니?
repoter : 서승아 기자 ( nellstay87@naver.com ) 등록일 : 2016-04-29 12:37:52 · 공유일 : 2016-04-29 20:02:18


[아유경제=서승아 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최대 가해 업체로 지목된 옥시레킷벤키저의 실체가 하나둘씩 드러나면서 전 국민적 분노가 커지고 있다. 특히 사 측에 유리한 정보를 얻기 위해 연구 보고서를 조작하거나 불리한 정보는 은폐하려 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이윤만 좇고 사회적 책임은 방기한 `탐욕스러운 기업의 민낯`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나아가 피해자들을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뜨린 폐 질환의 원인이 봄철 황사라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하며 진정성 없는 사과로 또다시 분노케 했다. 여론을 의식한 듯 검찰의 수사도 급물살을 타고 있으며, 불매운동을 넘어 해당 기업의 퇴출까지도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본보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재조명하고, 옥시레킷벤키저의 어두운 낯짝을 들여다봤다.
5년 만의 `사과 아닌 사과`로 뭇매… 피해자ㆍ여론 "진정성 없다"
이번 사건은 옥시레킷벤키저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 이후 처음으로 공식 사과하면서 새 국면을 맞이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진정성 논란에 휩싸이며 파문이 커지고 있다.
지난 21일 옥시레킷벤키저는 보도 자료를 통해 "피해자 여러분과 그 가족 분들에게 실망과 고통을 안겨 드리게 된 점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상당 부분의 사안들이 법원 조정 절차를 통해 합의에 이르러 종결됐다"며 "2014년 환경부 및 환경보전협회와의 협의를 통해 조건 없이 50억 원의 인도적 기금을 기탁한바 있다. 여기에 50억 원을 더 출연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피해자들과 여론의 반응은 차가웠다. 피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사과가 아닌 데다 사 측의 과실을 정확히 인정하지 않는 뉘앙스를 풍기는 보도문 형식의 e메일을 기자들에게 보낸 것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25일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은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문의 탈을 쓴 입장 표명문이 아닌가 싶다"며 "국민 앞에서 진정성 있게 사과하라"고 성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 측은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는 형국이다. 당연히 사과도, 보상도, 재발 방지 약속도 없다. 피해자 및 유족의 눈물이 마를 날이 여전히 멀게만 느껴지는 대목이다.
사 측 "폐 손상은 봄철 황사 때문"… 뻔뻔한 행태에 `불매운동` 확산
수사가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옥시레킷벤키저의 태도는 여전히 뻔뻔하다. 뻔뻔하다 못해 황당하다는 사람들까지 곳곳에서 목격된다. 사 측이 수많은 사람들을 병들고 죽게 만든 폐 질환의 원인이 봄철 황사 때문이라는 `황당한` 의견서를 검찰에 제출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달 24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등에 따르면 옥시레킷벤키저는 옥시 가습기 살균제와 사용자의 인체 폐 손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본 2012년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 결과에 반박하는 의견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사 측은 이를 통해 "유전과 같은 선천적 요인과 음주ㆍ흡연 등 복합적 요소로 폐 질환이 생길 수 있다"며 정부 조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 같은 사 측의 태도에 소비자들과 피해자들의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한 소비자는 "변명이라고 늘어놓은 게 봄철 황사라니 어이없고 황당할 따름이다"라며 "한국 소비자를 우롱하는 행태인 만큼 이참에 따끔한 맛을 보여 줘야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한 소비자 단체 관계자는 "처음 가습기 살균제를 만든 옥시레킷벤키저는 없어졌다. 2011년 유한회사로 전환하면서 레킷벤키저(RB) 코리아로 바뀐 것이다. 영국 생활 용품 기업인 레킷벤키저가 동양화학그룹 계열사 `옥시`를 인수해 설립했던 회사가 바로 옥시레킷벤키저이다. 레킷벤키저는 지난해 글로벌 매출 14조 원이 넘는 영국의 거대 기업이다. 1823년 벤키저로 출발해 무려 190여 년의 역사를 이어 왔다. 200여 국가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레킷벤키저는 60여 나라 지사에 3만6000여 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레킷벤키저는 지난해 세계경제포럼에서 선정한 글로벌 지속 가능 경영 100대 기업 가운데 7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런 세계적 기업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외면한 채 `나 몰라라` 하고 있으니 소비자들은 화가 날 수밖에 없다. 이에 회초리로 든 것이 `불매운동`이다"라고 정의했다.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정부… 검찰, 유해 가능성 첫 인지 인물 포착
심상정 의원 "타 질환, 저농도ㆍ만성 노출에 대한 피해 조사 이뤄져야"
불매운동이 한창인 가운데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이번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사 측의 태도는 `사과 아닌 사과`를 한 시점 이전과 이후에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게 이를 바라보는 대다수 국민들의 공감대이다. 나아가 한국 정부 역시 이번 사건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 점점 분명해지는 모양새이다.
지난 26일 심상정 의원(정의당)은 환경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들을 통해 정부가 최소 2013년께 가습기 독성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 염화에톡시에틸구아디닌(PGH)이 동물실험을 통해서 폐뿐만 아니라 다른 기관에 치명적인 독성이 있음을 알았고 검찰이 조사에서 제외한 독성물질 클로로메틸이소치아졸리논(CMIT), 메틸이소티아졸린온(MIT)도 지난 1월 폐 이외 다른 기관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사실상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 범위를 축소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심 의원은 "이런 행위는 사 측이 조작된 보고서를 검찰에 제출한 것과 다를 바 없다"며 "동물실험을 통해 피해 가능성이 확인됐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타 질환에 대한 조사, 저농도ㆍ만성 노출에 대한 피해 조사를 의료 기록 등을 통해 진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 특별 수사팀`은 지난 26일 옥시레킷벤키저 신현우 전 대표를 소환 조사했다. 이날 신 전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가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점을 사전에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PHMG 인산염을 넣은 가습기 살균제를 최초로 개발한 사실은 인정했다.
같은 날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옥시레킷벤키저 현 연구부장 최모 씨가 수사 과정에서 PHMG 인산염이 함유된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 가능성을 처음 인지한 인물로 파악됐다. 최모 씨는 검찰 조사에서 "제품이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상급자에게 보고했으나 흡입 독성 실험 등 안전성 검사는 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에도 피해자들의 눈물이 늘어만 가는 가운데 옥시레킷벤키저가 전향적인 자세로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고 충분한 피해 보상과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내놓을지, 아니면 지금과 같은 행태를 반복하다 국내 시장에서 퇴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본보는 지난 26일 공문을 통해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한 사 측의 공식 입장을 요청했으나 옥시레킷벤키저 관계자는 "당사는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해 좀 더 일찍 소통하지 못해 피해자 여러분과 그 가족 분들께 실망과 고통을 안겨 드리게 된 점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라며 "2014년에 환경부 및 환경보전협회(KEPA)와의 협의를 통해 조건 없이 기탁한 50억 원에 추가한 50억 원은 순수한 인도적 차원의 기금이다"라는 이미 나온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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