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뉴스

경제 > 부동산
기사원문 바로가기
이참에 바꿔 봅시다(4) 아파트에 포위된 학교, 아이들이 위험하다!
repoter : 민수진 기자 ( vkdnejekdl@naver.com ) 등록일 : 2016-04-29 16:12:24 · 공유일 : 2016-04-29 20:02:26


[아유경제=민수진 기자] <아유경제>는 우리의 주거 문화가 급변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 달라진 주거환경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들을 짚어 보기 위해 `이참에 바꿔 봅시다!` 시리즈를 기획ㆍ보도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재개발ㆍ재건축 아파트 신축 공사장 인근에서 벌어지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위험천만하고 열악한 학습ㆍ통학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통학로 안전 문제 ▲소음ㆍ먼지 등으로 인한 학습 환경상의 문제 ▲소음 등에서 비롯된 학습권 침해 ▲일조권 피해 ▲사생활 침해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를 완화 또는 해결하는 데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으로 취재한 내용을 구성해 보았다. 들리는가, 학생들의 외침이! - 편집자 주
중장비ㆍ소음ㆍ진동ㆍ먼지 넘치는 학교… 너무 무섭다!
트럭은 `쌩쌩` 창문 닫아 환기 못 하니 매일 `콜록콜록`
"학교에 가기 싫어요!"
재개발ㆍ재건축 공사장 인근에 위치한 학교 재학생들의 솔직한 심정을 요약한 말이다.
재개발ㆍ재건축이 활성화함에 따라 착공에 들어가는 현장이 늘면서 학생들이 권리를 빼앗기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이에 아이들의 정신적ㆍ신체적 건강과 통학로 안전, 학습권 침해 등에 대한 학부모 및 학교 측의 우려는 나날이 깊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대구 A초등학교는 모두 3개의 재개발ㆍ재건축 공사장에 둘러싸여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왕복 6차로를 사이에 둔 두 공사장에선 터파기(기초공사를 위해 건물 지을 자리 등을 파는 일) 공사를, 한 공사장은 학교 담장과 불과 4m 거리를 두고 아파트 철거 작업을 시작했다.
학교 측 관계자는 "공사장 소음과 먼지 때문에 창문을 닫고 지내다 보니 환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호흡기 질환을 앓는 아이들이 많아져 보건실 침대가 모자랄 정도"라며 "큰길과 접해 있는 한 공사장의 경우 출입구로 하루에도 쉴 새 없이 대형 차량들이 오가는 바람에 이곳을 지나는 아이들이 늘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울 B초등학교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 학교 앞에서는 철거 공사가 한창이다. 매일 474명의 초등학생들과 82명의 유치원생들이 이곳을 등하굣길로 이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의 민원이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B초등학교 한 학부모는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섞인 것으로 의심되는 폐건축자재에서 나오는 먼지가 아이들의 몸속에 고스란히 쌓이고 있는 상황인데도 사업시행자 측이나 시교육청, 구청과 시청 등으로부터 안전 조치에 대한 이렇다 할 설명을 듣지 못했다"면서 "수업을 방해하는 소음과 진동도 모자라 삶의 질을 하락시키는 지금의 상황은 심각하다 못해 가혹하다고 할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학부모 역시 학교 측과의 상담 결과, 속 시원한 해결책을 듣지 못해 답답하다는 심경과 함께 아이들의 건강을 해치지는 않을지 걱정된다는 우려를 전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침묵의 살인자`라 불리는 석면은 악성중피종(mesothelioma) 등 인체에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키는 1급 발암물질로 긴 잠복기(15~40년)를 거쳐 최근 그 피해가 증가하고 있으며, 석면은 함유량이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노출 자체만으로 발암 가능성이 높다.
한 유관 업계 전문가는 "어른보다 면역력이 낮은 어린이와 청소년 등 환경에 민감한 취약 계층에게 석면이 포함된 먼지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욱 큰 사회문제로 번지기 전에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제대로 된 대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학교엔 학습권ㆍ일조권ㆍ사생활이 없다?!
시끄럽고 어둡고 너무 가까워서 다 보여
공사 차량과 공사장에서 배출되는 소음과 먼지, 진동이 난무하면서 우리 아이들의 학습권과 일조권, 사생활이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특히 과밀 개발로 빌딩 및 아파트를 더 높이 짓는 게 당연시되고 토지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최대한 학교와 가깝게 짓다 보니 관련 분쟁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소음ㆍ진동 때문에 시끄럽고 스트레스를 받아 학습권이 침해되는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쓰는 게 일상이 돼 버린 요즘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 늘어난 것도 별로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게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부쩍 문제시되고 있는 일조권 분쟁과 사생활 침해는 가뜩이나 학교 가기 무서운 아이들에게 부담을 지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사춘기에 접어들수록 사생활을 중요시하는 학생들에게 촘촘히 들어서 있는 아파트는 `눈엣가시`이다.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안에 위치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김모 군은 "우리는 사생활이 없는 것 같다"면서 "학교에서 창밖을 바라볼 때면 아파트가 우리들을 감시하는 느낌이 든다. 우리 반 여학생은 체육 시간에 옷을 갈아입을 때마다 커튼을 쳐도 창밖에서 누가 훔쳐보는 느낌이 들어 매우 불쾌하다고 말한 적이 있을 정도"라고 호소했다.
사생활 문제뿐만 아니라 햇볕까지 가려 버린 `병풍 같은` 아파트에 둘러싸인 학교는 학생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의미를 담은 이른바 `다보여 학교`, `CCTV 학교`, `암흑 학교`, `반쪽 학교` 등으로 불리고 있다.
전교생 700여 명이 재학 중인 경남 창원시 C중학교의 운동장 바로 앞에는 지상 최고 26층짜리 고층 아파트가 숲처럼 학교를 둘러쌌다. 특히 겨울만 되면 학교 측의 고민은 깊어진다. 비가 온 뒤 운동장이나 통학로가 금세 얼어붙어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하다 보니 염화칼슘을 늘 챙겨 놓고 있다고 한다.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 햇볕이 잘 들 때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성장기의 아이들이 햇볕을 필요한 만큼 쬐지 못할 경우 비타민 D 부족 등으로 인한 골다공증 및 성장 장애 등을 겪을 수 있다는 게 의학계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C중학교 한 학부모는 "주변에 저층 건물만 있을 때에는 적당한 거리도 유지되면서 햇볕이 잘 들어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나 재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 25층이 넘는 아파트가 줄줄이 들어서면서 학교는 낮인데도 어두침침한 을씨년스러운 장소가 돼 버렸다. 그런 곳에서 공부하고 뛰놀 아이들을 생각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어디 가서 하소연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부산의 학교 일조권 침해 소송에서는 아파트를 지상 최고 20층을 초과해 지어서는 안 된다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면서 "일조권 침해가 심각한 상황인데도 건축허가를 내준 이유를 모르겠다. 시간대별 일조권 관련 시뮬레이션 상황을 면밀히 살펴봤는지 의문스럽다"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비상등` 켜진 학교 문제… 해법은?
법제 정비는 `당연` 어른들의 의식 개선ㆍ양보도 `절실`
업계 "경제적으로만 보지 말고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라고 생각하자"
이처럼 재개발ㆍ재건축 공사장 주변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건강과 삶에는 `비상등`이 켜진 지 오래이다. 이에 학교 측과 학부모들은 교육ㆍ행정 당국에 아이들의 학습 환경 보호를 위한 실효성 있는 법제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현재 「학교보건법 시행령」 제20조제1항에 따르면 재개발ㆍ재건축 등 정비구역 지정ㆍ고시가 이뤄질 경우 학생들의 보건ㆍ위생 및 학습 환경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는지 검토 및 조사를 해야 한다. 하지만 조사 이후에도 여전히 관련 피해와 분쟁은 줄지 않는 탓에 학교 측과 업계 한쪽에서는 조사의 `실효성` 문제까지 제기하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26일 교육부 학생건강안전과 김태환 주무관은 "교육부는 조사 이후 조치에 대한 별도의 기준을 제시한바 없다. 이미 공사장 소음이나 진동, 비산먼지, 교통안전, 일조량 등과 같은 조사 항목은 모두 「대기환경보전법」 등 관련 법령에 의해 규제되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초과하더라도 직접 행정처분을 내릴 수 없다"면서 "다만 이 경우 교육부에서는 해당 분쟁ㆍ민원 구역의 시장ㆍ군수ㆍ구청장 등에게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행정명령을 내려 달라는 요청만 가능할 뿐이다. 이를 통해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이 현장 검증 등을 거쳐 시정 명령을 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주무관은 이어 "조사 기준은 환경 관련 법령에 따른 기준을 준수하도록 했고, 그 기준을 준수하는지 여부는 교육감(敎育監, 시ㆍ도의 교육ㆍ학예에 관한 사무를 통할하는 시ㆍ도교육청의 수장) 스스로가 해당 구역의 문제 발생 여부에 따라 적합한 방법을 제시하는 쪽으로 규정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학습 환경 조사의 실효성 논란과 더불어 지난 2월 3일 정비구역 내 학교의 교육환경 보호와 관련된 「학교보건법」 제6조의3이 삭제됨으로써 그동안 업계로부터 사실상 사문화했다는 지적을 받아 온 `정비구역학습환경보호위원회`가 사라질 예정이라 눈길을 끈다. 시행일은 삭제 1년 뒤인 2017년 2월 4일이다.
이에 대해 김 주무관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아 온 `정비구역학습환경보호위원회`는 없어지지만 학습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2017년 2월 4일부터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로서 이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라며 "교육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교육ㆍ행정기관과 학교 및 지자체, 국가가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학생의 건강권과 학습권 등을 보호하기 위한 교육환경 평가,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등에 관한 내용이 「학교보건법」에 학교보건과 관련된 사항과 함께 규정돼 있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높았다. 이에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법률을 제정함으로써 안전한 교육환경을 조성해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은 지난 2월 3일 제정됐으며, 학교의 교육환경 보호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해 학생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교육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 교육부 장관은 교육환경 보호를 위해 `교육환경보호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고, 교육감은 기본계획에 따라 `시도교육환경보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연도별 시행 계획을 수립ㆍ시행하도록 규정했다(제4조). 또한 교육감의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시책 등을 심의하기 위해 교육감 소속으로 `시도교육환경보호위원회`를 두도록 했으며(제5조), 교육부 장관 및 교육감이 교육환경보호구역에 관한 정보의 수집ㆍ활용과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국민의 참여를 확보하기 위해 교육환경정보시스템을 구축ㆍ운영(제12조)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아무리 강화된 법률이라도 아이들을 위한 `학습 환경 조사` 및 `정비구역학습환경보호위원회`와 같이 실효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이 역시 무용지물이 될 것이란 견해가 많다. 차제에 실효성 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문제 발견 시 신속하게 개선하는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는 게 유관 업계의 주문이다.
한 도시정비업계 전문가는 "재개발ㆍ재건축의 특성상 사업이 지연되면 그만큼의 추가부담금이 발생한다. 이는 고스란히 조합원들의 몫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사업 지연과 관련해서는 신중할 수밖에 없는 게 사업시행자 측의 입장이다"면서도 "하지만 이 문제를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다루려고 하면 우리의 아이들은 앞으로도 `위험한 학교`에 다닐 수밖에 없다. 아이들을 위한 어른들의 양보와 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이 전문가는 이어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역지사지(易地思之ㆍ처지를 바꿔서 생각해 봄)`의 정신이 아닌가 싶다. `그 학교`가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라고 한 번쯤 생각해 보길 바란다. 아마 하루도 편히 잠을 잘 수 없을 것"이라며 "규제만 갖고도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당국과 정비사업조합, 학교, 학부모 등이 머리를 맞대 모두가 `윈윈(win-win)` 할 수 있는 절충안을 찾아내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 AU경제(http://www.areyou.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무료유료
스크랩하기 공유받기O 신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