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1.
시간은 오후 2시, 어느 재건축 구역의 추정 분담금 검증위원회 장면이다. 시에서 선임한 검증위원들이 시차를 두고 입장하기 시작한다. 해당 구역에서 나온 관계자와 추정 분담금 용역 수행을 맡은 업체에서는 마치 입사를 위한 면접시험을 앞 둔 사람처럼 서성거린다. 이윽고 구청의 담당 과장이 입장하면서 회의가 시작된다. 과장의 일성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회의가 시작된다. 용역을 맡은 업체 관계자가 해당 구역의 개요를 설명하고 소유자 분포 및 건축물 분포 상황 등을 설명한 후 추정 종전가와 종후가 그리고 각기 수입과 비용의 적정성을 말하면서 설명을 마친다. 이어 검증위원들의 검증이 시작된다.
다 아는 것처럼 정해진 절차 때문에 존재하지만 권한만 있고 책임은 하나 없는 자리가 참 좋은 자리이다. 추정 분담금 검증위원 자리도 그러한 자리 중의 하나인가 보다. 검증위원들이 봐야 한다면서 일주일 전에 이메일로 검증 자료를 보내 달라 더니만, 지적을 하는 검증위원들 중 공신력 있는 부동산 통계를 대는 위원은 단 한 명도 없다.
그 자신이 보기에 분양가가 비싸다고 한다. 반경 1km 내에 소재한 6년 전에 지은 아파트와 동일하거나 3.3㎡당 50만 원 정도 높게 책정했을 뿐인데도 비싸다고 한다. 해당 구역은 구역 양측으로 지하철역이 있어 접근성이 양호하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자신이 보기에 원래 동네가 후지기 때문이란다. 머릿속으로 생각해 본다. 해당 구역의 일정은 바쁘게 돌아가야 한다. 분양가 수십만 원 차이 때문에 보고서 내용이 맞다고 우기면 어떻게 될까? 전체 수입액 차이는 세대수가 많으니 한 200억~300억 원 차이가 날 것이고 비례율의 차이는 한 약 2~3%포인트 차이일 거다. 그러니깐 그 정도의 차이로 재검증을 받게 되면 일정에 차질이 생기겠구나 하는 생각이 스친다. 검증위원의 의견에 마지못해 동의를 한다.
이제 비용의 적정성을 검증하는 시간이 되었다. 해당 구역은 암(岩)이 많은 지역이다. 흙을 걷어 낼 것도 없이 산등성이의 암반이 바로 보인다. 구역 한편에는 중층 아파트가, 다른 편에는 제척되는 구역이, 도로 건너에는 노선 상가와 이면의 주택 지대가 소재한다. 무진동 발파를 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민원이 발생할 것은 자명하다. 토목공사비는 인근의 다른 구역 대비 약 3배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데 검증위원들은 ㅇㅇ구의 공사비 수준에 맞추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식으로 일률적으로 추정을 할 거면 검증위원회가 무슨 소용이 있겠냐며 현실화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을 해 보지만 허공을 치는 메아리뿐, 검증위원들은 애당초 용역을 수행한 업체의 말을 들어줄 의사가 없는 것 같다.
장면2.
최근 한국 사람의 심리를 심층 분석하여 인기를 끌던 한 심리학자는 방송을 통해 2005년 세계 가치관 조사에서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은 믿을 만하다`는 문항에 대해 한국 사람은 약 30% 정도만 `그렇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이는 선진국인 스웨덴은 물론 중국, 베트남보다도 낮은 수치라고 했다. 또한 한국 사회는 공공기관에 대한 낮은 신뢰도를 보여주는데, 특히 국회와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훨씬 낮으며, 국가별 부패 지수는 OECD 회원국 최하위권을 기록한다고 한다. 사회적으로 신뢰도가 바닥인 상태인지라 어떤 객관성을 지닌 자료가 주어지지 않으면 그 사실을 믿지도 못하고 필요한 결정을 하지 못하게 되는데 그게 바로 한국 사회라고 한다. 따라서 적어도 형식적으로나마 정당화할 수 있는 요소를 통해 평가를 해야 결정을 내린다고 한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한국의 공직 사회의 문화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른바 `튀지` 않는 것의 편리함과 안전함을 현대사의 많은 굴곡들을 통해 체득하여 만성이 되어 버린 것 같다. 이렇게 보면 민원인을 의식하여 소신껏 업무를 진행하지 않고 적당히 주무르되 확실하게 이른바 포맷만을 맞추는 업무 진행을 하는 것이 이해된다.
도정법 제16조제6항과 동법 시행령 제27조의2 그리고 제47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제16조제6항과 도정법 시행령 제27조의2는 추정 분담금 산정을 강제화하는 규정이다. 시행령 제47조는 사업시행인가를 득한 뒤 분양신청을 하고자 할 때 갖추어야 할 자료들이다. 특히 시행령 제47조 중 `개략적인 부담금`을 알려 주라는 내용은 현장에서 `이현령비현령(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뜻으로, 어떤 사실이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됨을 이르는 말)`의 대표적인 법 문구로 자리 잡고 있다.
어떤 분들은 옷을 사도, 식당에서 밥을 한 끼 먹어도 제값을 알고 입거나, 먹는데 재산 중의 재산인 부동산을 사기 위해 분양신청을 하는데 내 집값도 모르는 채 분양을 하는 게 맞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제도가 그렇게 되어 있어 그럴 뿐 필자도 일정 부분 동의한다. 그러면 동일한 논리로, 이런 식으로 개략적으로 추정 분담금을 산정하게 된다면 굳이 바쁜 시간과 비용을 들여 검증을 하여야 맞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강행규정 성격인 추정 분담금을 통지하지 않으면 조합 설립이 무효화하기 때문에 절차로서 거칠 뿐 현실과 거리가 있는 추정 작업을 전치해서 시간과 노력, 비용을 낭비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거기에 한 구내에 공사비마저도 획일화하여 통제하는 것이 현실에 부합하는 것인지도 의문이 든다.
시간을 거슬러보면 이미 추정분담금 공개 제도는 그 시초부터 전문가들도 많은 의구심을 표명한 제도이다. 긍정적으로만 보면 조합원의 `알 권리` 차원에서 정보 제공이 그 본질이라 할 것이지만, 현실과 괴리되어 발생하는 차이점을 보정해야 하도록 강제하지 않으므로 존재 가치가 뚜렷하지 못하다. 특히 사업시행인가를 앞둔 시점에서의 추정 분담금 공개는 종전자산평가의 공개를 목적에 둔 상태에서 과연 현실적이고 필수적인 것인지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장면 1.
시간은 오후 2시, 어느 재건축 구역의 추정 분담금 검증위원회 장면이다. 시에서 선임한 검증위원들이 시차를 두고 입장하기 시작한다. 해당 구역에서 나온 관계자와 추정 분담금 용역 수행을 맡은 업체에서는 마치 입사를 위한 면접시험을 앞 둔 사람처럼 서성거린다. 이윽고 구청의 담당 과장이 입장하면서 회의가 시작된다. 과장의 일성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회의가 시작된다. 용역을 맡은 업체 관계자가 해당 구역의 개요를 설명하고 소유자 분포 및 건축물 분포 상황 등을 설명한 후 추정 종전가와 종후가 그리고 각기 수입과 비용의 적정성을 말하면서 설명을 마친다. 이어 검증위원들의 검증이 시작된다.
다 아는 것처럼 정해진 절차 때문에 존재하지만 권한만 있고 책임은 하나 없는 자리가 참 좋은 자리이다. 추정 분담금 검증위원 자리도 그러한 자리 중의 하나인가 보다. 검증위원들이 봐야 한다면서 일주일 전에 이메일로 검증 자료를 보내 달라 더니만, 지적을 하는 검증위원들 중 공신력 있는 부동산 통계를 대는 위원은 단 한 명도 없다.
그 자신이 보기에 분양가가 비싸다고 한다. 반경 1km 내에 소재한 6년 전에 지은 아파트와 동일하거나 3.3㎡당 50만 원 정도 높게 책정했을 뿐인데도 비싸다고 한다. 해당 구역은 구역 양측으로 지하철역이 있어 접근성이 양호하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자신이 보기에 원래 동네가 후지기 때문이란다. 머릿속으로 생각해 본다. 해당 구역의 일정은 바쁘게 돌아가야 한다. 분양가 수십만 원 차이 때문에 보고서 내용이 맞다고 우기면 어떻게 될까? 전체 수입액 차이는 세대수가 많으니 한 200억~300억 원 차이가 날 것이고 비례율의 차이는 한 약 2~3%포인트 차이일 거다. 그러니깐 그 정도의 차이로 재검증을 받게 되면 일정에 차질이 생기겠구나 하는 생각이 스친다. 검증위원의 의견에 마지못해 동의를 한다.
이제 비용의 적정성을 검증하는 시간이 되었다. 해당 구역은 암(岩)이 많은 지역이다. 흙을 걷어 낼 것도 없이 산등성이의 암반이 바로 보인다. 구역 한편에는 중층 아파트가, 다른 편에는 제척되는 구역이, 도로 건너에는 노선 상가와 이면의 주택 지대가 소재한다. 무진동 발파를 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민원이 발생할 것은 자명하다. 토목공사비는 인근의 다른 구역 대비 약 3배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데 검증위원들은 ㅇㅇ구의 공사비 수준에 맞추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식으로 일률적으로 추정을 할 거면 검증위원회가 무슨 소용이 있겠냐며 현실화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을 해 보지만 허공을 치는 메아리뿐, 검증위원들은 애당초 용역을 수행한 업체의 말을 들어줄 의사가 없는 것 같다.
장면2.
최근 한국 사람의 심리를 심층 분석하여 인기를 끌던 한 심리학자는 방송을 통해 2005년 세계 가치관 조사에서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은 믿을 만하다`는 문항에 대해 한국 사람은 약 30% 정도만 `그렇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이는 선진국인 스웨덴은 물론 중국, 베트남보다도 낮은 수치라고 했다. 또한 한국 사회는 공공기관에 대한 낮은 신뢰도를 보여주는데, 특히 국회와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훨씬 낮으며, 국가별 부패 지수는 OECD 회원국 최하위권을 기록한다고 한다. 사회적으로 신뢰도가 바닥인 상태인지라 어떤 객관성을 지닌 자료가 주어지지 않으면 그 사실을 믿지도 못하고 필요한 결정을 하지 못하게 되는데 그게 바로 한국 사회라고 한다. 따라서 적어도 형식적으로나마 정당화할 수 있는 요소를 통해 평가를 해야 결정을 내린다고 한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한국의 공직 사회의 문화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른바 `튀지` 않는 것의 편리함과 안전함을 현대사의 많은 굴곡들을 통해 체득하여 만성이 되어 버린 것 같다. 이렇게 보면 민원인을 의식하여 소신껏 업무를 진행하지 않고 적당히 주무르되 확실하게 이른바 포맷만을 맞추는 업무 진행을 하는 것이 이해된다.
도정법 제16조제6항과 동법 시행령 제27조의2 그리고 제47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제16조제6항과 도정법 시행령 제27조의2는 추정 분담금 산정을 강제화하는 규정이다. 시행령 제47조는 사업시행인가를 득한 뒤 분양신청을 하고자 할 때 갖추어야 할 자료들이다. 특히 시행령 제47조 중 `개략적인 부담금`을 알려 주라는 내용은 현장에서 `이현령비현령(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뜻으로, 어떤 사실이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됨을 이르는 말)`의 대표적인 법 문구로 자리 잡고 있다.
어떤 분들은 옷을 사도, 식당에서 밥을 한 끼 먹어도 제값을 알고 입거나, 먹는데 재산 중의 재산인 부동산을 사기 위해 분양신청을 하는데 내 집값도 모르는 채 분양을 하는 게 맞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제도가 그렇게 되어 있어 그럴 뿐 필자도 일정 부분 동의한다. 그러면 동일한 논리로, 이런 식으로 개략적으로 추정 분담금을 산정하게 된다면 굳이 바쁜 시간과 비용을 들여 검증을 하여야 맞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강행규정 성격인 추정 분담금을 통지하지 않으면 조합 설립이 무효화하기 때문에 절차로서 거칠 뿐 현실과 거리가 있는 추정 작업을 전치해서 시간과 노력, 비용을 낭비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거기에 한 구내에 공사비마저도 획일화하여 통제하는 것이 현실에 부합하는 것인지도 의문이 든다.
시간을 거슬러보면 이미 추정분담금 공개 제도는 그 시초부터 전문가들도 많은 의구심을 표명한 제도이다. 긍정적으로만 보면 조합원의 `알 권리` 차원에서 정보 제공이 그 본질이라 할 것이지만, 현실과 괴리되어 발생하는 차이점을 보정해야 하도록 강제하지 않으므로 존재 가치가 뚜렷하지 못하다. 특히 사업시행인가를 앞둔 시점에서의 추정 분담금 공개는 종전자산평가의 공개를 목적에 둔 상태에서 과연 현실적이고 필수적인 것인지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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