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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참에 바꿔 봅시다(5) 학교, 너 어쩌다 이렇게 됐니… 달라는 자와 됐다는 자의 끝없는 ‘줄다리기’
repoter : 민수진 기자 ( vkdnejekdl@naver.com ) 등록일 : 2016-05-13 14:41:31 · 공유일 : 2016-05-13 20:02:02


[아유경제=민수진 기자] <아유경제>는 우리의 주거 문화가 급변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 달라진 주거환경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들을 짚어 보기 위해 `이참에 바꿔 봅시다!` 시리즈를 기획ㆍ보도하고 있다.
그 다섯 번째 주제는 지난 호에 이은 학교 문제로, 이번에는 시ㆍ도교육청과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 그리고 시공자가 겪고 있는 학교 신설ㆍ증축 문제 등에 따른 갈등에 대해 심층적으로 다뤄 보았다. - 편집자 주
학령인구 감소에 교육 당국은 신설에 `신중 모드`
최근 시ㆍ도교육청-재개발ㆍ재건축 조합-시공자 간 갈등을 유발하는 학교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감소 추세에 있는 `학령인구`이다. 학교 신설은 억제되고 그 대안으로 학교를 증축하고 있으나 학교 기피 현상, 과소ㆍ과밀 현상 등이 발생하고 있다. 통계청의 전국 학령인구 변동 추계에 따르면 ▲2014년 7735명 ▲2015년 7524명 ▲2016년 7335명 ▲2017년 7164명 ▲2018년 7004명 ▲2019년 6864명 등으로 점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일 통계청 관계자는 "향후 학령인구(유치원, 초ㆍ중ㆍ고교 포함)를 조사한 결과, 2030년까지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유치원과 초등학교 학령인구는 낮은 합계출산율로 2005년 이후 빠르게 줄어들고 있으며, 중학교, 고등학교 학령인구는 각각 2010년과 2015년부터 줄어드는 속도가 증가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당국 입장에 편승하는 재개발ㆍ재건축 조합… `에듀 님비` 증가 추세
학교를 신설하기보다 기존 학교를 증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학령인구가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과거와는 달리 학교 신설 자체를 기피하는 현상마저 목격되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정비사업 현장에서 학교시설 신설을 기피하는 현상인 이른바 `에듀 님비[교육을 뜻하는 `에듀케이션(education)`과 지역 이기주의를 뜻한 `님비(NIMBYㆍNot In My Backyard의 줄임말로, 내 뒷마당에는 안 된다는 의미)`를 결합한 신조어]`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은평구 응암2구역(재개발)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최근 은평구의회 임시회에서 `응암2구역 재개발 정비계획 변경 의견 청취(안)`이 의결됐는데, 해당 안건에는 중학교 신설을 위한 용지를 폐지하고 그 자리에 아파트 2개동을 짓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의회 벽을 넘은 학교 용지 폐지(안)은 곧 서울시 건축위원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10일 응암2구역 재개발 조합 공장현 조합장은 "학교 용지 해제 절차를 진행 중이다"면서 "지난해 교육청의 재검토 이후 정해진 사안이고, 학교 신설에 대한 예산 지원도 어려울 뿐더러 학생 수요도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의는 없다"고 밝혔다.
같은 날 관할 교육청인 서부교육지원청 행정지원과 서장혁 담당자는 "학교를 신설하려면 총 21개 학급 규모가 계획돼야 하지만 응암2구역은 3~4개 학급으로 조사돼, 학급 수가 충당되지 않아 중학교 설립 취소를 추진 중이다. 재개발사업으로 학생 수는 증가하지만 학교를 신설할 정도는 아니다"면서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고 인근 학교들의 학급도 아직까지 학생 포용이 가능해 학생들을 분산 배치한다면 학교를 굳이 신설하지 않아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학교가 신설되지 않아도 충분한 곳에 주민 개인들의 이기심으로 학교가 신설된다면 이는 `예산 낭비`라 생각한다. 또한 심의에서도 통과가 불가능할 것이다"라며 "현재 서부교육지원청은 응암2구역과 7억 원 규모의 교육환경 개선 협약을 맺고 인근 학급 증설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로 인해 아이들의 교육환경이 저하된다는 점을 조합 측도 인지하고 있지만 딱히 이를 막을 명분도 부족하거니와 무작정 이를 비판할 수만은 없다는 데 있다.
조합 관계자는 "솔직히 조합원들이 원해서 추진된 것이고, 그러한 민심을 읽고 구의회도 해당 안건을 처리한 측면이 없지 않다"면서 "다만 인근 학교들이 학급 과밀화 문제로 학생 수용을 꺼리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용지 해제가) 굳이 더 먼 그곳까지 아이들을 통학시켜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양측(기존 학교 재학생과 응암2구역 측 학생)의 아이들 모두 악화된 교육환경에서 공부해야 하므로 비판을 피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과소ㆍ과밀화 학급의 주원인인 `에듀 님비`는 주민 분쟁으로까지 확산되는 형국이다. 지난해 10월 입주가 이뤄진 `DMC파크뷰자이(가재울4구역 재개발)`의 학생 수 증가에 대비해 신설된 서울가재울초등학교(지난 3월 개교)를 둘러싼 갈등이 대표적이다. 이 학교 주변에는 `DME파크뷰자이1ㆍ2단지`와 다른 두 개의 대단지 아파트가 자리 잡고 있다.
이들 4개 단지 주민들은 `도보로 훨씬 가까운 학교를 두고 다른 학교에 다니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쪽과 `과밀 학교라 포용 학생 수가 넘쳐 다른 아파트 단지는 원래 배정하던 학교로 가라`는 쪽으로 나뉘어 첨예하게 대립했다.
입주를 앞둔 시점에 `남가좌현대아이파크`와 `남가좌삼성래미안1차` 주민들은 서부교육지원청 등에 "새 초등학교가 있는데 먼 학교로 배정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내용의 민원을, `DME파크뷰자이` 주민들은 학교 과밀 현상을 우려해 "아이파크와 래미안 아파트를 통학 구역에서 제외해 달라"는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대단지 아파트 공급으로 인한 `학교 배정 문제`가 당연시되던 상황에서 학교 계획 수립 시 관할 구청이나 교육청이 학생 및 학급 수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 갈등의 제1원인"이라면서 "유사한 문제가 언제든지, 어느 지역에서나 발생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를 공론화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분양할 땐 `학교` 앞세우는 건설사-시행사… 입주 후엔 `나 몰라라`
법원 "학교 신설 안 돼도 허위ㆍ과장 광고 아니다"… 보상 길 `막막`



학교 문제를 둘러싼 조합(원)-건설사ㆍ시행사 간 갈등은 법정 다툼으로까지 번진 상태이다. 분양 광고ㆍ계약서에는 `학교 신설`이 명시돼 있으나 정작 입주 후에는 신설 계획이 변경되거나 없던 일이 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양측의 갈등이 빈번해지는 상황에서 사법부가 건설사-시행사에 유리한 쪽으로 판단을 내리면서 수분양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신규 분양 시 학교 신설을 부각한 광고대로 이뤄지지 않더라도 허위ㆍ과장 광고가 아니라는 게 법원 판단의 요지라 소송을 걸더라도 보상 받을 길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지난 1월 대법원은 손해배상을 다투는 소송의 선고에서 ▲경기도동두천양주교육청(이하 양주교육청)이 학교 대지를 그대로 확보하고 있는 등 초등학교의 설립 가능성이 현저히 불투명해졌다고 보기 어려운 점 ▲학교가 광고된 분양 안내 책자와 분양 광고지의 도면은 도시 계획상의 토지이용계획도를 거의 그대로 옮긴 것이며, 토지 이용에 대한 계획도 이상의 인상을 주지 않고 본보기 집 모형 역시 투명 아크릴 판으로 제작돼 위치 표시에 불과한 점 ▲광고지 등에 표기된 `아파트 옆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위치한다`는 표현은 양주 개발 계획에 의하면 개발 지구 내 초ㆍ중ㆍ고교를 다수 신설할 예정인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며, 설립 시기가 특정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법원은 "이 사건 광고가 「표시ㆍ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상의 허위ㆍ과장 광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의 판단에는 오해가 있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단한 뒤 "사업시행자인 피고의 나머지 상고 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고, 원심 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게 하기 위해 원심 법원에 환송한다"며 원고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 같은 분쟁은 인천 영종하늘도시에서도 벌어진바 있다. 지난해 5월 아파트 수분양자들과 각 분양 건설사들의 소송에서 대법원은 건설사들이 아파트를 공급하면서 허위ㆍ과장 광고한 사실을 일부 인정했으나 ▲학교의 설립 및 개교 시기를 구체적으로 명기해 광고하지 않은 점 ▲주의 사항을 굵은 글씨로 표기해 변경 가능성을 충분히 고지한 점 등을 이유로 학교 신설 광고는 허위ㆍ과장 광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한 주민은 "눈 뜨고 코 베이는 세상이다. 본보기 집에 가면 학교 신설에 대해 은근슬쩍 홍보를 하고 이를 부각해 분양 받으라 권유도 하는데, 막상 분양 받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려고 하면 `신설이 취소됐다`고 딴말을 한다"면서 "솔직히 학교 신설을 계약 체결의 중요 잣대로 보고 이를 이행한 수분양자 입장에서 이 같은 말 바꾸기는 사기나 다름없다"고 절규했다. 이 주민은 이어 "하지만 법원에서까지 허위ㆍ과장 광고가 아니라고 판결이 나 앞으로 나 같은 피해자가 더욱 늘어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와 다른 시각에서 소비자의 책임을 지적하며 주의를 당부하는 목소리도 감지됐다. 또 다른 주민은 "법원에서 사업시행자 측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판단만 내리니 수분양자의 주의가 요구된다"면서 "건설사들의 말 바꾸기도 문제이고 사 측이 자신들의 약속 불이행을 정당화하는 근거인 주의 사항의 `깨알만한 크기`도 문제이지만 아무리 깨알 같은 크기라 해도 이를 주의 깊게 보지 못한 수분양자에게도 잘못은 있다. 몇 천 원짜리 물건을 살 때에도 성분 표시나 유통기한 등을 꼼꼼히 따지는 판국에 수억 원이 오가는 계약을 체결할 때 이런 부분을 무심히 본다는 것을 현명한 소비자의 태도로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무작정 학교 신설을 요구하는 입주민들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개발이 이뤄지더라도 전반적인 학령인구 감소 추세에서 이를 고려치 않고 무조건 학교를 신설하라고 요구하는 수분양자들도 문제"라며 "학교 신설은 중ㆍ장기적 관점에서 수요를 결정해야 하는 문제인데 아파트 신규 분양이 이뤄질 때마다 관련 문제로 민원을 넣고 집단행동에 돌입하는 것은 재개발ㆍ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낳은 또 하나의 어두운 단면"이라고 꼬집었다.
`고르디우스의 매듭` 풀기 위한 해법은?
당국이 뒷짐만 지고 있는 사이 `탁상행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거세지고 있다. `고르디우스의 매듭(대담한 방법을 써야만 풀 수 있는 문제라는 뜻)`과 같은 시ㆍ도교육청과 조합 그리고 시공자 사이의 갈등을 풀 수 있는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당국의 적극적인 검토와 논의, 이해관계인 간 적극적인 의견 교환, 이를 아우르는 법제 개선 등이 시급하단 게 업계 중론이다.
현 법제가 미비하다는 점은 당국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학교 신설 및 증축 문제, 학교 배정을 둘러싼 갈등 등에 대해 지난 10일 한 교육부 관계자는 "여기저기서 조합원들의 민원이 쏟아지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해결 방안이 아직까지 마련되지 않아 민원이 들어와도 `서로 대화를 통해 타협하고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일관되고 원론적인 답변만 할 수밖에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날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전반적인 학령인구 감소, 보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달라진 눈높이, 재개발ㆍ재건축 활성화로 인한 수요 변화 등 과거와는 확연히 차이 나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현행 학교 공급 체계를 개편하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한 도시정비업계 전문가는 "학교 공급 체계는 교육 당국이 주도해야 하지만 최근 확산 중인 `에듀 님비` 현상은 일선 재개발ㆍ재건축 조합과 기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이하 입대회) 등 민간 차원에서 다뤄져야 할 문제"라며 "조합-입대회가 주축이 된 협의체를 만들고 여기에 관할 교육청 및 구청 또는 시청 등의 담당자가 참석하는 형태의 `소통 창구`를 만들면 보다 효율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민간에서 절충점을 찾고 당국이 여기에 강제성(법제적 효력)을 부여하는 식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면서 "더불어 건설사나 시행사 측도 분양에만 혈안이 될 게 아니라 아파트 공급을 교육 복지 차원에서 바라보고 이에 기여한다는 마음으로 분양 공고나 계약 체결 시에 보다 명확하고 정직하게 고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전문가는 "소비자더러 분양 공고나 계약서를 꼼꼼히 확인하라는 것은 너무 진부한 충고일 수 있으나 누차 강조해도 될 만큼 중요한 사항이다. 나아가 분양 공고나 계약서의 글씨 크기 등을 일정한 크기 이상으로 하도록 하고 애매한 내용을 명확하게 바꾸는 등 공급자의 자정 노력을 유도하되, 이러한 조치가 자율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행정청이나 입법부가 나서 관련 법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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