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유준상 기자] 2009년 1월 6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참사`는 정비사업 내 상가 문제를 수면 위로 노출시킨 사건이었다. 하지만 이 사건이 일어난 지 7년이 지났지만 사업시행자-상가 간 갈등의 빈도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참사 이후 마련된 관련 법제도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빛 좋은 개살구`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본보는 정비사업 상가 분쟁의 본질을 다뤄 보고, 문제의 해법이 무엇인지 찾아봤다. - 편집자 주
평상시엔 `이웃`, 개발 시작되면 `적`… 지역 구분 없이 곳곳서 `갈등`
한 손엔 `빵`, 다른 한 손엔 `칼`… 이촌한강맨션 강온 전략에 `눈길`
다수의 정비사업 현장들이 구역 내 상가와의 갈등으로 사업시행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소식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구역 내 상가는 평상시에는 주민들과 공생 관계를 유지하지만 개발이 시작되면 적대 관계로 변하기 일쑤이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해법도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다. 사업시행자 입장에서 상가는 무척이나 다루기 힘든 `애물단지`인 셈이다. 더욱이 이 문제는 지역을 가리지 않고 곳곳에서 나타나는 공통 현상이다. 사회문제가 됐는데도 잠시 매스컴에 등장했을 때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지자체 및 행정ㆍ입법부가 수수방관하고 있는 사이 해당 사업시행자가 홀로 고군분투하는 형국이다.
서울 용산구 이촌한강맨션(재건축)이 이에 속하는 대표 사례이다. 이곳은 2003년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 설립추진위원회(위원장 송업용ㆍ이하 추진위) 승인을 받고, 조합 설립을 위해 고군분투해 왔다. 그러나 전체 717명의 토지등소유자 중 57명에 불과한 상가 소유자들의 반대로 사업 추진이 10여 년간 정체된 상태이다.
이에 추진위는 최근 강온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개정으로 재건축 동별 동의 요건이 완화(2/3 이상→과반수)됨에 따라 `과반수`까지 8명의 동의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합 설립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한 추진위는 이들에게 높은 사업 조건을 제시하며 설득 작업에 나섰다. 반대로 추진위는 동의율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별도로 상가 분리를 위한 행정절차도 진행 중이다. 상가 측이 ▲기부채납 부담에서 상가 소유자 제외 ▲인테리어비용 지급 ▲권리금 인상 등 무리한 요구를 하며 협상을 지연시키고 있어서다
지난 9일 추진위 관계자는 "다음 달(6월) 10일께 상가 분리를 골자로 한 정비계획 변경(안)의 주민 공람을 마치면 구의회 의견 청취, 서울시 관계 부서 검토 등을 거쳐 오는 7월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전에 상가 동의 과반수 동의를 받을 경우 분리 계획을 취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1구역(재개발)도 상가 문제로 오랫동안 속병을 앓고 있는 대표 사업지로 꼽힌다. 한남재정비촉진지구 5개 구역(한남1~5구역) 중에서 일찍부터 높은 사업성으로 주목 받던 이곳은 2009년 10월 재정비촉진지구 변경지정을 받은 것이 `화근`이 됐다. 서울시가 이태원 상권의 확장 추세에 맞춰 이곳을 관광특구로 지정, 구역 서측 경계에 위치한 녹사평대로 일대에 상가 20여 채가 편입됐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시작된 상가 측의 반대는 이 사업에 `독`이 됐다. 7년이 지난 지금까지 조합 설립을 못 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이유이다.
활로를 찾기 위해 추진위가 `상가 분할`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시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이마저 가로막혔다. 최근에는 시가 한남뉴타운 전체에 대한 재정비촉진계획을 다시 수립 중이어서 사업 재개 시점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추진위 관계자는 전했다.
이러한 문제는 강북만의 문제가 아니다. 송파구 신천동 장미아파트(1~3차) 재건축은 지난해 12월 예비 추진위 구성을 마치고 사업 추진에 시동을 걸었지만 상가 측 `훼방`에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곳은 상가 번영회 격인 상가 협동조합이 아파트와 분리 재건축을 추진하겠다며 상가 재건축 추진위구성동의서를 소유자들로부터 징구하고 있는 상황으로 파악됐다. 재건축 조합이 설립되면 소수인 상가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을 여지가 높고 여러모로 불이익을 볼 것이라는 우려가 상가 소유자들 사이에 팽배해 있기 때문이라고 상가 측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에 반해 예비 추진위 측은 상가와 아파트가 공유하고 있는 지분이 크고, 구역 면적과 기반시설 등에 있어 손해를 보기 때문에 통합 재건축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파트-상가의 입장 차이로 인해 장기간 사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나 한때 비슷한 이유로 사업 추진에 애를 먹었던 강동구 고덕지구 몇몇 현장의 모습이 이곳에서도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이기심`… 포기 강제할 수 없는데 법제마저 `미흡`
낮은 영업손실 보상금,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정비사업 상가 권리금 등 곳곳에 `구멍`
이같이 아파트-상가 간 갈등이 끊이질 않고 있는 가운데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정비구역 내 상가 문제를 다루기 이전에 정비사업의 정의를 짚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비사업은 `정비구역 내 정비기반시설을 정비하고 주택 등 건축물을 개량 및 건설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특정 집단이 아닌 전체 구성원들의 이익 제고와 공익성이 이 사업의 목적이라는 이야기다. 이 같은 관점에서 바라보면 정비사업 현장에서 벌이지고 있는 상가 문제는 이에 반하는 경우가 많다. 상가에 대한 적정 수준의 보상도 지급하지 않으면서 이들을 사업에 동참시키려는 추진위와 조합, 무턱대고 높은 보상을 요구하며 사업에 반대하는 상가 등 양쪽 모두에게서 `이기심`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강북의 한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이권과 지나친 보상을 바라는 상가 측의 요구는 들어줄 용의가 없다. 우리 구역의 경우 비례율 192%, 전용면적 확장(161%) 등을 상가 측에 제시해 분담금은커녕 추가 이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도 반대하고 있다. 이는 재건축을 통해 상가 규모가 커지면 경쟁 가게의 입점으로 독점 운영권과 단골 등을 빼앗길 것이란 극도의 이기주의에 기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해당 아파트 상가 측 관계자는 "우리는 지나친 요구를 하는 게 아니다. 당장 생계 수단이 사라지는 마당에 최소한의 영업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다. 영업손실 보상금은 보상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인테리어비용, 권리금 등의 요구는 상가 생존권을 위한 최소한의 요구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이해관계인 간 주장이 팽팽한 가운데 이를 해소할 수 있는 관련 법제의 미흡함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는 게 유관 업계 중론이다. 특히 본능과도 같은 이기심을 이해관계인 스스로 포기하라고 강제하기에 무리가 있는 상황에서 양측의 협의와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도구인 `법제`의 미비는 더욱 크게 느껴진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우선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47조에 따르면 정비구역 내 소상공인들은 영업손실 보상금 4개월치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정비사업으로 인한 철거로부터 입주까지의 기간이 평균 3년 이내인 점을 고려할 때 이는 터무니없이 낮은 보상 수준이라는 지적이 많다.
공사로 인한 휴업 기간에 「근로기준법」에 따른 휴업보상도 한정된 직종에만 적용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로 `용산참사`가 발생한 국제빌딩주변4구역(도시환경정비)의 철거민 23명 중 장사를 재개한 주민이 10명 수준에 불과한 점은 이 같은 법제 미비 실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유일하게 받을 수 있는 영업손실 보상금도 정비사업 종전 감정평가 지분이 절하되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인테리어비용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권리금 문제는 사태의 심각성을 더욱 키운다. 지난해 5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상거래의 관례로 자리 잡은 권리금에 대해 최초 법적 근거가 마련됐지만 입법 과정 중 정비사업 내 상가의 경우 수혜 대상에서 제외돼 법의 사각지대에 놓였다.
`용산참사` 진상 규명 및 재개발 제도 개선 위원회 이원호 사무국장은 "시는 참사 당시 유가족들에게 보상금과 위로금 등을 지불했고,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문화 공원 설치, 구역 내 상가 세입자들의 상가 우선 분양권 제공 등도 약속했다. 하지만 시가 주장하는 합리적인 보상에는 알맹이가 빠졌다. 일시적인 보상 차원을 넘어 생계 수단을 잃어버린 상가 세입자의 안정된 재정착을 도모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관련 법제가 마련돼 있지만 현실에서 이들이 맞닥뜨리는 고충을 덜어 주기에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해결 열쇠 쥔 官에게 바란다… "간섭ㆍ부담은 줄이고, 자율ㆍ이익은 늘려라"
그렇다면 상가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은 무엇이며 그 `열쇠`는 누가 쥐고 있을까?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제척`이다. 이를 통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외치며 사업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는 상가를 분리시킬 수 있다. 여기에는 추구하는 이익이 각자 다르니 아파트와 상가가 서로 별도로 사업을 추진하자는 의도가 담겨 있다. 그런데 이 역시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은 오래전부터 업계를 떠돌고 있다.
이에 업계 한쪽에서는 다소 독특한 제안을 하기에 이르렀다. 정비사업 활성화에 민관이 혼연일체가 돼 나서자는 게 그것이다. 이는 기존의 한정된 개발 이익을 두고 아파트와 상가가 으르렁거릴 게 아니라 개발 이익의 `크기`를 키워 양측의 불만을 최소화하자는 게 핵심이다. 크기가 작은 빵을 어떻게 나누느냐를 놓고 싸울 게 아니라 빵을 크게 혹은 여러 개 만들어 싸움의 여지를 줄이자는 이야기이다. 즉, 사업시행자의 수익성과 분양성을 제고하면 자연스럽게 상가 보상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어 아파트-상가 간 협상에서 양측이 접점을 찾기가 보다 수월해진다는 논리이다. 이 같은 제안이 나온 배경에는 지자체가 규제일변도의 정비사업 정책 기조를 고수하면서 사업시행자의 부담을 높이는 바람에 상가 측 보상분으로 돌아갈 `파이`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 자리하고 있다.
사업성을 높이려면 기본적으로 용적률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자체가 기부채납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특히 각 지자체가 도시계획조례 등을 통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서 명시한 용적률보다 대폭 낮춘 뒤 기부채납을 조건으로 이를 올려주는 오랜 `관행`부터 손봐야 한다는 의견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학교용지부담금, 지장물 이전비 설치비용 등 각종 부담금으로부터 사업시행자 측을 자유롭게 해 줘야 한다는 주장도 눈에 띈다.
이에 따라 다수 정비사업 전문가들은 이같이 열악한 구조가 얼마만큼 개선되느냐에 상가 문제 해결의 열쇠가 달려 있다고 보고 구조 개선의 `열쇠`를 쥐고 있는 지자체에 이를 주문하고 나섰다.
한국주택문화연구원 노우창 기획1실장은 "각 지자체, 특히 최대 도시재정비시장이 형성돼 있는 서울시의 인식 전환과 역할 변화가 특히 중요하다"면서 "서울시는 그동안 사업시행자를 `갑`, 상가 세입자를 `을`로 규정하고 을을 돕기 위한 법제 마련에 치중해 왔다. 하지만 그 효과를 체감하기 힘들다는 게 상가 세입자들의 전반적인 평가이다. 아파트 중심의 사업시행자 측 불만도 여전하다. 무언가 잘못됐다는 방증이며 변화가 필요하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상가 문제는 조합ㆍ추진위-상가 세입자, 강자 대 약자의 문제가 아니라 조합ㆍ추진위-상가 소유자ㆍ세입자, `갑` 대 `갑` 혹은 `을` 대 `을`의 문제이며, 이해 당사자인 이들의 자율적인 협의만으로는 그 해결이 요원하다는 점을 인정하는 데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면서 "해법의 열쇠를 쥐고 있는 당국이 특정 집단에 편향적인 정책을 펴는 것부터 개선하고 이들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정비사업이 공익사업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버려야 한다. 정비사업은 민간이 시행하는, 민간이 주도해야 하는 이윤 추구 행위이다. 이를 인허권자라고 해서 마음대로 주무르려 하고 공공이 책임져야 하는 주거 복지 문제를 민간에 떠넘기려 해선 안 된다. 이러한 인식 전환과 그에 바탕을 둔 사업시행자 우선의 정책이 마련될 때 정비사업의 고질병인 아파트-상가 갈등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 문제는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지속적으로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고 조언했다.
[아유경제=유준상 기자] 2009년 1월 6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참사`는 정비사업 내 상가 문제를 수면 위로 노출시킨 사건이었다. 하지만 이 사건이 일어난 지 7년이 지났지만 사업시행자-상가 간 갈등의 빈도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참사 이후 마련된 관련 법제도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빛 좋은 개살구`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본보는 정비사업 상가 분쟁의 본질을 다뤄 보고, 문제의 해법이 무엇인지 찾아봤다. - 편집자 주
평상시엔 `이웃`, 개발 시작되면 `적`… 지역 구분 없이 곳곳서 `갈등`
한 손엔 `빵`, 다른 한 손엔 `칼`… 이촌한강맨션 강온 전략에 `눈길`
다수의 정비사업 현장들이 구역 내 상가와의 갈등으로 사업시행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소식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구역 내 상가는 평상시에는 주민들과 공생 관계를 유지하지만 개발이 시작되면 적대 관계로 변하기 일쑤이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해법도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다. 사업시행자 입장에서 상가는 무척이나 다루기 힘든 `애물단지`인 셈이다. 더욱이 이 문제는 지역을 가리지 않고 곳곳에서 나타나는 공통 현상이다. 사회문제가 됐는데도 잠시 매스컴에 등장했을 때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지자체 및 행정ㆍ입법부가 수수방관하고 있는 사이 해당 사업시행자가 홀로 고군분투하는 형국이다.
서울 용산구 이촌한강맨션(재건축)이 이에 속하는 대표 사례이다. 이곳은 2003년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 설립추진위원회(위원장 송업용ㆍ이하 추진위) 승인을 받고, 조합 설립을 위해 고군분투해 왔다. 그러나 전체 717명의 토지등소유자 중 57명에 불과한 상가 소유자들의 반대로 사업 추진이 10여 년간 정체된 상태이다.
이에 추진위는 최근 강온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개정으로 재건축 동별 동의 요건이 완화(2/3 이상→과반수)됨에 따라 `과반수`까지 8명의 동의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합 설립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한 추진위는 이들에게 높은 사업 조건을 제시하며 설득 작업에 나섰다. 반대로 추진위는 동의율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별도로 상가 분리를 위한 행정절차도 진행 중이다. 상가 측이 ▲기부채납 부담에서 상가 소유자 제외 ▲인테리어비용 지급 ▲권리금 인상 등 무리한 요구를 하며 협상을 지연시키고 있어서다
지난 9일 추진위 관계자는 "다음 달(6월) 10일께 상가 분리를 골자로 한 정비계획 변경(안)의 주민 공람을 마치면 구의회 의견 청취, 서울시 관계 부서 검토 등을 거쳐 오는 7월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전에 상가 동의 과반수 동의를 받을 경우 분리 계획을 취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1구역(재개발)도 상가 문제로 오랫동안 속병을 앓고 있는 대표 사업지로 꼽힌다. 한남재정비촉진지구 5개 구역(한남1~5구역) 중에서 일찍부터 높은 사업성으로 주목 받던 이곳은 2009년 10월 재정비촉진지구 변경지정을 받은 것이 `화근`이 됐다. 서울시가 이태원 상권의 확장 추세에 맞춰 이곳을 관광특구로 지정, 구역 서측 경계에 위치한 녹사평대로 일대에 상가 20여 채가 편입됐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시작된 상가 측의 반대는 이 사업에 `독`이 됐다. 7년이 지난 지금까지 조합 설립을 못 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이유이다.
활로를 찾기 위해 추진위가 `상가 분할`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시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이마저 가로막혔다. 최근에는 시가 한남뉴타운 전체에 대한 재정비촉진계획을 다시 수립 중이어서 사업 재개 시점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추진위 관계자는 전했다.
이러한 문제는 강북만의 문제가 아니다. 송파구 신천동 장미아파트(1~3차) 재건축은 지난해 12월 예비 추진위 구성을 마치고 사업 추진에 시동을 걸었지만 상가 측 `훼방`에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곳은 상가 번영회 격인 상가 협동조합이 아파트와 분리 재건축을 추진하겠다며 상가 재건축 추진위구성동의서를 소유자들로부터 징구하고 있는 상황으로 파악됐다. 재건축 조합이 설립되면 소수인 상가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을 여지가 높고 여러모로 불이익을 볼 것이라는 우려가 상가 소유자들 사이에 팽배해 있기 때문이라고 상가 측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에 반해 예비 추진위 측은 상가와 아파트가 공유하고 있는 지분이 크고, 구역 면적과 기반시설 등에 있어 손해를 보기 때문에 통합 재건축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파트-상가의 입장 차이로 인해 장기간 사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나 한때 비슷한 이유로 사업 추진에 애를 먹었던 강동구 고덕지구 몇몇 현장의 모습이 이곳에서도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이기심`… 포기 강제할 수 없는데 법제마저 `미흡`
낮은 영업손실 보상금,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정비사업 상가 권리금 등 곳곳에 `구멍`
이같이 아파트-상가 간 갈등이 끊이질 않고 있는 가운데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정비구역 내 상가 문제를 다루기 이전에 정비사업의 정의를 짚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비사업은 `정비구역 내 정비기반시설을 정비하고 주택 등 건축물을 개량 및 건설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특정 집단이 아닌 전체 구성원들의 이익 제고와 공익성이 이 사업의 목적이라는 이야기다. 이 같은 관점에서 바라보면 정비사업 현장에서 벌이지고 있는 상가 문제는 이에 반하는 경우가 많다. 상가에 대한 적정 수준의 보상도 지급하지 않으면서 이들을 사업에 동참시키려는 추진위와 조합, 무턱대고 높은 보상을 요구하며 사업에 반대하는 상가 등 양쪽 모두에게서 `이기심`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강북의 한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이권과 지나친 보상을 바라는 상가 측의 요구는 들어줄 용의가 없다. 우리 구역의 경우 비례율 192%, 전용면적 확장(161%) 등을 상가 측에 제시해 분담금은커녕 추가 이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도 반대하고 있다. 이는 재건축을 통해 상가 규모가 커지면 경쟁 가게의 입점으로 독점 운영권과 단골 등을 빼앗길 것이란 극도의 이기주의에 기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해당 아파트 상가 측 관계자는 "우리는 지나친 요구를 하는 게 아니다. 당장 생계 수단이 사라지는 마당에 최소한의 영업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다. 영업손실 보상금은 보상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인테리어비용, 권리금 등의 요구는 상가 생존권을 위한 최소한의 요구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이해관계인 간 주장이 팽팽한 가운데 이를 해소할 수 있는 관련 법제의 미흡함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는 게 유관 업계 중론이다. 특히 본능과도 같은 이기심을 이해관계인 스스로 포기하라고 강제하기에 무리가 있는 상황에서 양측의 협의와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도구인 `법제`의 미비는 더욱 크게 느껴진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우선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47조에 따르면 정비구역 내 소상공인들은 영업손실 보상금 4개월치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정비사업으로 인한 철거로부터 입주까지의 기간이 평균 3년 이내인 점을 고려할 때 이는 터무니없이 낮은 보상 수준이라는 지적이 많다.
공사로 인한 휴업 기간에 「근로기준법」에 따른 휴업보상도 한정된 직종에만 적용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로 `용산참사`가 발생한 국제빌딩주변4구역(도시환경정비)의 철거민 23명 중 장사를 재개한 주민이 10명 수준에 불과한 점은 이 같은 법제 미비 실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유일하게 받을 수 있는 영업손실 보상금도 정비사업 종전 감정평가 지분이 절하되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인테리어비용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권리금 문제는 사태의 심각성을 더욱 키운다. 지난해 5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상거래의 관례로 자리 잡은 권리금에 대해 최초 법적 근거가 마련됐지만 입법 과정 중 정비사업 내 상가의 경우 수혜 대상에서 제외돼 법의 사각지대에 놓였다.
`용산참사` 진상 규명 및 재개발 제도 개선 위원회 이원호 사무국장은 "시는 참사 당시 유가족들에게 보상금과 위로금 등을 지불했고,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문화 공원 설치, 구역 내 상가 세입자들의 상가 우선 분양권 제공 등도 약속했다. 하지만 시가 주장하는 합리적인 보상에는 알맹이가 빠졌다. 일시적인 보상 차원을 넘어 생계 수단을 잃어버린 상가 세입자의 안정된 재정착을 도모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관련 법제가 마련돼 있지만 현실에서 이들이 맞닥뜨리는 고충을 덜어 주기에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해결 열쇠 쥔 官에게 바란다… "간섭ㆍ부담은 줄이고, 자율ㆍ이익은 늘려라"
그렇다면 상가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은 무엇이며 그 `열쇠`는 누가 쥐고 있을까?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제척`이다. 이를 통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외치며 사업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는 상가를 분리시킬 수 있다. 여기에는 추구하는 이익이 각자 다르니 아파트와 상가가 서로 별도로 사업을 추진하자는 의도가 담겨 있다. 그런데 이 역시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은 오래전부터 업계를 떠돌고 있다.
이에 업계 한쪽에서는 다소 독특한 제안을 하기에 이르렀다. 정비사업 활성화에 민관이 혼연일체가 돼 나서자는 게 그것이다. 이는 기존의 한정된 개발 이익을 두고 아파트와 상가가 으르렁거릴 게 아니라 개발 이익의 `크기`를 키워 양측의 불만을 최소화하자는 게 핵심이다. 크기가 작은 빵을 어떻게 나누느냐를 놓고 싸울 게 아니라 빵을 크게 혹은 여러 개 만들어 싸움의 여지를 줄이자는 이야기이다. 즉, 사업시행자의 수익성과 분양성을 제고하면 자연스럽게 상가 보상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어 아파트-상가 간 협상에서 양측이 접점을 찾기가 보다 수월해진다는 논리이다. 이 같은 제안이 나온 배경에는 지자체가 규제일변도의 정비사업 정책 기조를 고수하면서 사업시행자의 부담을 높이는 바람에 상가 측 보상분으로 돌아갈 `파이`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 자리하고 있다.
사업성을 높이려면 기본적으로 용적률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자체가 기부채납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특히 각 지자체가 도시계획조례 등을 통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서 명시한 용적률보다 대폭 낮춘 뒤 기부채납을 조건으로 이를 올려주는 오랜 `관행`부터 손봐야 한다는 의견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학교용지부담금, 지장물 이전비 설치비용 등 각종 부담금으로부터 사업시행자 측을 자유롭게 해 줘야 한다는 주장도 눈에 띈다.
이에 따라 다수 정비사업 전문가들은 이같이 열악한 구조가 얼마만큼 개선되느냐에 상가 문제 해결의 열쇠가 달려 있다고 보고 구조 개선의 `열쇠`를 쥐고 있는 지자체에 이를 주문하고 나섰다.
한국주택문화연구원 노우창 기획1실장은 "각 지자체, 특히 최대 도시재정비시장이 형성돼 있는 서울시의 인식 전환과 역할 변화가 특히 중요하다"면서 "서울시는 그동안 사업시행자를 `갑`, 상가 세입자를 `을`로 규정하고 을을 돕기 위한 법제 마련에 치중해 왔다. 하지만 그 효과를 체감하기 힘들다는 게 상가 세입자들의 전반적인 평가이다. 아파트 중심의 사업시행자 측 불만도 여전하다. 무언가 잘못됐다는 방증이며 변화가 필요하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상가 문제는 조합ㆍ추진위-상가 세입자, 강자 대 약자의 문제가 아니라 조합ㆍ추진위-상가 소유자ㆍ세입자, `갑` 대 `갑` 혹은 `을` 대 `을`의 문제이며, 이해 당사자인 이들의 자율적인 협의만으로는 그 해결이 요원하다는 점을 인정하는 데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면서 "해법의 열쇠를 쥐고 있는 당국이 특정 집단에 편향적인 정책을 펴는 것부터 개선하고 이들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정비사업이 공익사업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버려야 한다. 정비사업은 민간이 시행하는, 민간이 주도해야 하는 이윤 추구 행위이다. 이를 인허권자라고 해서 마음대로 주무르려 하고 공공이 책임져야 하는 주거 복지 문제를 민간에 떠넘기려 해선 안 된다. 이러한 인식 전환과 그에 바탕을 둔 사업시행자 우선의 정책이 마련될 때 정비사업의 고질병인 아파트-상가 갈등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 문제는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지속적으로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고 조언했다.
ⓒ AU경제(http://www.areyou.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