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정훈 기자] `현대건설`이란 이름 넉 자가 건설업계, 나아가 도시정비업계에서 가지는 무게감은 남다르다. 단순한 건설사 그 이상이다. 적어도 수년 전만 해도 그랬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 무게감은 `참을 수 없는 가벼움`으로 변해 버린 지 오래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최근 들어 연일 보도되고 있는 현대건설의 눈부신 실적도 정비사업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는 점에서 일선 현장들은 허탈감마저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감정은 갈등으로 자라나 사 측의 지속 가능 경영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민심 이반`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본보는 현대건설이 도시정비업계에서 보여 주고 있는 민낯에 대해 속속 파헤쳐 보고 확산 중인 `현대건설 주의보`의 실체와 민심 이반의 정도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 편집자 주
`내실 경영`의 어두운 그림자… 정비사업 다 죽인다
업계 "수주할 적 마음은 어디로?"… 툭하면 발 빼 피해 속출
건설업계의 `맏형`인 현대건설이 최근 부쩍 좋아진 실적으로 금융업계의 칭송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주당 2만7000원대까지 떨어지며 맥을 못 추던 주가는 지난 4일 종가 기준 3만6600원까지 회복됐다.
유가증권시장에서의 선전은 실적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사 측이 지난 3월 30일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대건설의 매출은 2014년 12월 31일 17조3869억5900만 원에서 2015년 12월 31일 19조1220억5300만 원으로 1조7350억9400만 원(9.98%) 증가했다. 업계 전반이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와중에도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9589억300만 원에서 9865억6000만 원으로 276억5700만 원 늘었다. 지난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순익도 5840억2700만 원에 달했다. 삼성물산과 함께 업계 `쌍벽`을 이루는 현대건설의 이 같은 성과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 이후 극도의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것과 대조를 이루며 더욱 돋보인다.
하지만 이같이 빛나는 성과에 대한 칭찬은 금융시장을 벗어나면 온데간데없다. 특히 도시정비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의 눈부신 실적과 상반되게 사 측에서 비롯된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의 실적이 좋다고 매일같이 보도되고 있지만 그러한 성과의 대부분이 비(非)정비사업 부문에서 거둬들인 것이라 씁쓸한 맛을 남긴다"면서 "현대건설의 `짠물 경영`으로 사 측이 수주한 일선 현장들은 줄줄이 직격탄을 맞았고, 일부는 지정 해제 또는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 해산과 같은 사업 포기 수순을 밟는 등 그 폐해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대건설이 수주했다가 발을 빼면서 멈춰선 사업장은 부지기수이다. 가장 큰 피해 지역으로 꼽히는 인천만 해도 ▲백운2구역 ▲산곡6구역 ▲부개5구역 ▲작전현대아파트 ▲숭의1구역 ▲숭의4구역 ▲숭의5구역 ▲서림구역 ▲부평2구역 ▲부평4구역 ▲산곡2-1구역 등 양손으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다른 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작년에 새 시공자를 선정한 ▲부산 동대신2구역 ▲대구 봉덕신촌8지구를 비롯해 현대건설의 시공권을 박탈하거나 계약해제가 기정사실화한 ▲수원 팔달8구역 ▲서울 신길3구역 ▲서울 대조1구역 ▲서울 충신1구역 등이 현대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했다가 사업이 공전(空轉ㆍ일이나 행동이 헛되이 진행됨)하는 바람에 상당한 유ㆍ무형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매몰비용 놓고 조합과 갈등… 사 측 `딴지`에 잃어버린 수십억
시공자로서 사업시행에 있어 책임이 막중한데도 불구하고 매몰비용을 놓고 조합과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는 구역도 눈에 띈다. ▲신림4구역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는 사 측이 자발적으로 매몰비용을 포기한 일부 현장(면목3-1구역, 구포6구역, 당감3구역, 당감8구역)과 비교되며 해당 지역 토지등소유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마저 안겨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이 수주할 것처럼 하다가 변죽만 울리면서 해당 사업에 피해를 끼친 사례도 있다. ▲인천 청천2구역(재개발)이 그 주인공. 이곳은 지난 3월 27일 시공자 선정에 성공했다. 하지만 현대건설만 아니었다면 청천2구역이 이보다 훨씬 빨리 시공자 선정을 마무리 짓고 사업에 박차를 가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비사업에서 시간은 곧 돈이다. 이는 거의 진리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청천2구역은 현대건설의 오락가락 행보로 사업 기간이 2개월 이상 지연되고, 그로 인해 조합원들이 누릴 수 있었던 경제적 이익의 상당 부분이 훼손됐다"면서 "수주전 초반만 해도 D사의 수주가 유력시되던 상황이었는데 현대건설이 조합의 입찰 변경을 문제 삼으면서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무엇보다 사 측이 법원에 시공자선정총회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고 법원이 이 가운데 일부를 인용하면서 당초 올해 1월 17일로 예정됐던 청천2구역의 시공자 선정은 무산됐다. 이에 청천2구역 재개발 조합은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재입찰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는데, 지난 2월 1일 다시 열린 현장설명회에서 이해하기 힘든 장면이 연출됐다. 조합을 상대로 법적 다툼을 벌였던 현대건설이 설명회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그달 24일 마감된 이곳 입찰에 현대건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지난 3월 우여곡절 끝에 시공자를 선정했지만 당초 계획보다 무려 70일가량 늦어진 시점이었고, 그 사이 사업 제안 조건이 최초 입찰 때보다 낮아지면서 청천2구역 조합원들은 상당한 피해를 입게 됐다"고 말했다.
일례로 3.3㎡당 공사비만 하더라도 당초 D사가 제시한 금액은 348만 원이었지만 그 다음 입찰 때 제안한 금액은 354만9000원으로 6만9000원 높아졌다. 청천2구역의 면적이 22만 ㎡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공사비가 최초 입찰 때보다 수십억 원 늘어났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미약해지는 존재감… 신규 수주, 갈수록 `보릿고개`
사라진 `현대정신` 현장 `파열음`과 맞물려 `보이콧`으로 확대
업계 "변화 없으면 `100년 현대`도 없다"며 전향적 자세 주문
기존에 수주한 사업장에서 `깽판`을 놓아 속된 말로 `말아먹은` 것도 모자라 신규 수주 측면에서도 현대건설의 존재감은 점점 미약해지는 형국이다. `맏형`으로서의 역할을 전혀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본보가 조사한 결과 도시정비업계의 `큰손`으로 꼽히던 현대건설의 영향력은 예전만 못하다. 이는 신규 수주 부문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2013년 서울 고덕주공2단지와 대구 우방타운 등 2곳을 수주하는 데 그쳤던 현대건설은 3년 만에 `2조 클럽`에 가입한 건설사가 2곳(대림산업ㆍGS건설)이나 탄생한 2014년에는 단 한 개의 시공권도 가져가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서울 삼호가든3차, 전주 효자구역, 광주 누문구역 등 3곳을 수주했지만 과거와 같은 위용은 찾을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진단이다.
한국주택문화연구원 관계자는 "2011년까지만 해도 현대건설은 `2조 클럽`에 이름을 올리고 해마다 주요 수주 현장에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지난 3년간 사 측이 보여 준 모습은 이전과는 분명히 달랐다"면서 "강남 재건축 등 극소수 현장을 제외하면 공동 수주가 부쩍 늘었고, 입찰에서도 경쟁사에 밀리는 경우도 과거에 비해 늘어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서울 영등포구 상아ㆍ현대아파트가 그러했고, SK건설과 짝을 이루고도 포스코건설에 대패한 광주 염주주공이 그러했다. 이 같은 `무력감`은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는데, 1년의 1/3이 훌쩍 지난 현재까지 수주한 곳이 달랑 한 곳에 그치고 있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본보가 집계한 결과, 현대건설은 올해 현재까지 창원 대원3구역만 수주했다. 그것도 SK건설-한화건설과 공동 수주한 것으로, 이후 4개월 가까이 `개점휴업` 상태로 파악되고 있다. 인천 청천2구역, 서울 천호1구역, 인천 삼산1구역, 울산 남구 B-14구역 등의 현장설명회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응찰까지 이뤄진 곳은 지난 9일 기준으로 한 곳도 없다. 이외에 부산 우동3구역, 고양 능곡2구역, 부산 시민공원주변4구역, 대전 와동2구역, 대구 신암10구역, 부산 우암2구역, 부산 삼익비치타운 등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나 이 역시 실제 수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한 강남 재건축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지난 3월 주택사업부에 수주 전담 태스크포스를 발족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 이렇다 할 수주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도전`보다는 `안정`에 무게중심을 둔 보수적인 경영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해도 창업주 고(故) 정주영 회장의 `하면 된다` 정신과는 거리가 먼 `보신주의`가 만연하면서 수주보다는 입찰 불참을, 수주하더라도 공동 수주를 선호하게 된 것 같다. 비슷한 맥락에서 경쟁보다 `담합`을 택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현대건설의 입찰 담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4년간 10대 건설사가 담합 과징금으로 낸 돈은 1조 원에 달하는데, 이 중 현대건설이 차지하는 비중이 2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4년만 해도 과징금 규모가 1100억 원을 넘었는데, 이는 그해 벌어들인 순익의 36%에 달했다. 이 때문에 유관 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이 담합으로 1년 농사를 망쳤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최근에는 한국가스공사가 발주한 액화천연가스 저장 탱크 공사 입찰에서의 담합이 적발돼 다른 12개 건설사와 함께 3500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 받고 검찰 수사 선상에까지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우여곡절 끝에 수주한 현장이 제대로 굴러가는 것도 아니다. 순탄하게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던 서울 둔촌주공만 해도 올 초 추가부담금 문제로 내홍을 겪었고, 그 중심에 현대건설을 포함한 시공자가 있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관리처분 단계에 들어선 삼호가든3차도 최근 평형 배정 등 권리 배분을 놓고 갈등이 빚어져 당초 계획보다 이주가 지연될 것으로 관측되는 등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려오는 형국이다.
이를 두고 한 업계 관계자는 "둔촌주공이나 삼호가든3차 등은 모두 강남권의 알짜 사업지로서 시공권 경쟁이 치열했는데, 그 치열했던 강도만큼이나 수주 과정에서의 잡음도 상당했다"면서 "그런데 그러한 경쟁을 뚫고 시공권을 가져간 현대건설이 `동반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기보다는 기업의 이윤 추구에만 몰두하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조합원들로부터 심각한 민심 이반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아쉬움이 크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깊어진 민심의 이반은 `현대건설 주의보`를 낳았고, 이는 `보이콧(Boycottㆍ집단적 거부 운동)`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라며 "이 같은 움직임은 분양을 앞두고 있는 현대건설의 야심작 `디에이치아너힐즈(서울 강남구 개포주공3단지 재건축)`의 청약 성적은 물론, 이곳을 강남 재건축 시장에서의 새로운 도약대로 삼으려는 사 측의 구상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경영진의 인식 개선과 전향적인 자세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현대건설의 프리미엄 브랜드 `디에이치`는 당초 삼호가든3차에만 적용하기로 했고 수주전 당시 사 측이 이를 집중 부각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많은데, 이를 삼호가든3차보다 먼저 분양하는 개포주공3단지에 선(先)적용함으로써 삼호가든3차 조합원 입장에선 `최초`라는 단어가 가져다주는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없게 됐다. 사 측의 입장 선회보다는 이 같은 실익의 감소가 일종의 불만의 씨앗이 됐고, 이게 자라나 관리처분 단계에서 싹을 틔운 꼴"이라고 삼호가든3차의 현주소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근 도시정비업계의 어려움은 건설업계의 `쌍두마차`인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의 보수적인 행보에서 비롯된 측면도 없지 않다. 특히 과감한 도전 정신을 바탕으로 시장 개척에 앞장섰던 현대건설의 빈자리가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느껴지는 시기"라며 "현대건설이 보다 적극적으로 시장 활성화에 나서고, 이미 수주한 현장들에 대해 동반자적 태도를 취해야 시장도 살고 `100년 역사`를 바라보는 현대건설의 지속 성장에도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사 측의 변화를 주문했다.
[아유경제=정훈 기자] `현대건설`이란 이름 넉 자가 건설업계, 나아가 도시정비업계에서 가지는 무게감은 남다르다. 단순한 건설사 그 이상이다. 적어도 수년 전만 해도 그랬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 무게감은 `참을 수 없는 가벼움`으로 변해 버린 지 오래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최근 들어 연일 보도되고 있는 현대건설의 눈부신 실적도 정비사업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는 점에서 일선 현장들은 허탈감마저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감정은 갈등으로 자라나 사 측의 지속 가능 경영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민심 이반`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본보는 현대건설이 도시정비업계에서 보여 주고 있는 민낯에 대해 속속 파헤쳐 보고 확산 중인 `현대건설 주의보`의 실체와 민심 이반의 정도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 편집자 주
`내실 경영`의 어두운 그림자… 정비사업 다 죽인다
업계 "수주할 적 마음은 어디로?"… 툭하면 발 빼 피해 속출
건설업계의 `맏형`인 현대건설이 최근 부쩍 좋아진 실적으로 금융업계의 칭송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주당 2만7000원대까지 떨어지며 맥을 못 추던 주가는 지난 4일 종가 기준 3만6600원까지 회복됐다.
유가증권시장에서의 선전은 실적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사 측이 지난 3월 30일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대건설의 매출은 2014년 12월 31일 17조3869억5900만 원에서 2015년 12월 31일 19조1220억5300만 원으로 1조7350억9400만 원(9.98%) 증가했다. 업계 전반이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와중에도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9589억300만 원에서 9865억6000만 원으로 276억5700만 원 늘었다. 지난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순익도 5840억2700만 원에 달했다. 삼성물산과 함께 업계 `쌍벽`을 이루는 현대건설의 이 같은 성과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 이후 극도의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것과 대조를 이루며 더욱 돋보인다.
하지만 이같이 빛나는 성과에 대한 칭찬은 금융시장을 벗어나면 온데간데없다. 특히 도시정비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의 눈부신 실적과 상반되게 사 측에서 비롯된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의 실적이 좋다고 매일같이 보도되고 있지만 그러한 성과의 대부분이 비(非)정비사업 부문에서 거둬들인 것이라 씁쓸한 맛을 남긴다"면서 "현대건설의 `짠물 경영`으로 사 측이 수주한 일선 현장들은 줄줄이 직격탄을 맞았고, 일부는 지정 해제 또는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 해산과 같은 사업 포기 수순을 밟는 등 그 폐해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대건설이 수주했다가 발을 빼면서 멈춰선 사업장은 부지기수이다. 가장 큰 피해 지역으로 꼽히는 인천만 해도 ▲백운2구역 ▲산곡6구역 ▲부개5구역 ▲작전현대아파트 ▲숭의1구역 ▲숭의4구역 ▲숭의5구역 ▲서림구역 ▲부평2구역 ▲부평4구역 ▲산곡2-1구역 등 양손으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다른 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작년에 새 시공자를 선정한 ▲부산 동대신2구역 ▲대구 봉덕신촌8지구를 비롯해 현대건설의 시공권을 박탈하거나 계약해제가 기정사실화한 ▲수원 팔달8구역 ▲서울 신길3구역 ▲서울 대조1구역 ▲서울 충신1구역 등이 현대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했다가 사업이 공전(空轉ㆍ일이나 행동이 헛되이 진행됨)하는 바람에 상당한 유ㆍ무형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매몰비용 놓고 조합과 갈등… 사 측 `딴지`에 잃어버린 수십억
시공자로서 사업시행에 있어 책임이 막중한데도 불구하고 매몰비용을 놓고 조합과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는 구역도 눈에 띈다. ▲신림4구역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는 사 측이 자발적으로 매몰비용을 포기한 일부 현장(면목3-1구역, 구포6구역, 당감3구역, 당감8구역)과 비교되며 해당 지역 토지등소유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마저 안겨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이 수주할 것처럼 하다가 변죽만 울리면서 해당 사업에 피해를 끼친 사례도 있다. ▲인천 청천2구역(재개발)이 그 주인공. 이곳은 지난 3월 27일 시공자 선정에 성공했다. 하지만 현대건설만 아니었다면 청천2구역이 이보다 훨씬 빨리 시공자 선정을 마무리 짓고 사업에 박차를 가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비사업에서 시간은 곧 돈이다. 이는 거의 진리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청천2구역은 현대건설의 오락가락 행보로 사업 기간이 2개월 이상 지연되고, 그로 인해 조합원들이 누릴 수 있었던 경제적 이익의 상당 부분이 훼손됐다"면서 "수주전 초반만 해도 D사의 수주가 유력시되던 상황이었는데 현대건설이 조합의 입찰 변경을 문제 삼으면서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무엇보다 사 측이 법원에 시공자선정총회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고 법원이 이 가운데 일부를 인용하면서 당초 올해 1월 17일로 예정됐던 청천2구역의 시공자 선정은 무산됐다. 이에 청천2구역 재개발 조합은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재입찰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는데, 지난 2월 1일 다시 열린 현장설명회에서 이해하기 힘든 장면이 연출됐다. 조합을 상대로 법적 다툼을 벌였던 현대건설이 설명회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그달 24일 마감된 이곳 입찰에 현대건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지난 3월 우여곡절 끝에 시공자를 선정했지만 당초 계획보다 무려 70일가량 늦어진 시점이었고, 그 사이 사업 제안 조건이 최초 입찰 때보다 낮아지면서 청천2구역 조합원들은 상당한 피해를 입게 됐다"고 말했다.
일례로 3.3㎡당 공사비만 하더라도 당초 D사가 제시한 금액은 348만 원이었지만 그 다음 입찰 때 제안한 금액은 354만9000원으로 6만9000원 높아졌다. 청천2구역의 면적이 22만 ㎡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공사비가 최초 입찰 때보다 수십억 원 늘어났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미약해지는 존재감… 신규 수주, 갈수록 `보릿고개`
사라진 `현대정신` 현장 `파열음`과 맞물려 `보이콧`으로 확대
업계 "변화 없으면 `100년 현대`도 없다"며 전향적 자세 주문
기존에 수주한 사업장에서 `깽판`을 놓아 속된 말로 `말아먹은` 것도 모자라 신규 수주 측면에서도 현대건설의 존재감은 점점 미약해지는 형국이다. `맏형`으로서의 역할을 전혀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본보가 조사한 결과 도시정비업계의 `큰손`으로 꼽히던 현대건설의 영향력은 예전만 못하다. 이는 신규 수주 부문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2013년 서울 고덕주공2단지와 대구 우방타운 등 2곳을 수주하는 데 그쳤던 현대건설은 3년 만에 `2조 클럽`에 가입한 건설사가 2곳(대림산업ㆍGS건설)이나 탄생한 2014년에는 단 한 개의 시공권도 가져가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서울 삼호가든3차, 전주 효자구역, 광주 누문구역 등 3곳을 수주했지만 과거와 같은 위용은 찾을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진단이다.
한국주택문화연구원 관계자는 "2011년까지만 해도 현대건설은 `2조 클럽`에 이름을 올리고 해마다 주요 수주 현장에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지난 3년간 사 측이 보여 준 모습은 이전과는 분명히 달랐다"면서 "강남 재건축 등 극소수 현장을 제외하면 공동 수주가 부쩍 늘었고, 입찰에서도 경쟁사에 밀리는 경우도 과거에 비해 늘어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서울 영등포구 상아ㆍ현대아파트가 그러했고, SK건설과 짝을 이루고도 포스코건설에 대패한 광주 염주주공이 그러했다. 이 같은 `무력감`은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는데, 1년의 1/3이 훌쩍 지난 현재까지 수주한 곳이 달랑 한 곳에 그치고 있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본보가 집계한 결과, 현대건설은 올해 현재까지 창원 대원3구역만 수주했다. 그것도 SK건설-한화건설과 공동 수주한 것으로, 이후 4개월 가까이 `개점휴업` 상태로 파악되고 있다. 인천 청천2구역, 서울 천호1구역, 인천 삼산1구역, 울산 남구 B-14구역 등의 현장설명회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응찰까지 이뤄진 곳은 지난 9일 기준으로 한 곳도 없다. 이외에 부산 우동3구역, 고양 능곡2구역, 부산 시민공원주변4구역, 대전 와동2구역, 대구 신암10구역, 부산 우암2구역, 부산 삼익비치타운 등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나 이 역시 실제 수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한 강남 재건축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지난 3월 주택사업부에 수주 전담 태스크포스를 발족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 이렇다 할 수주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도전`보다는 `안정`에 무게중심을 둔 보수적인 경영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해도 창업주 고(故) 정주영 회장의 `하면 된다` 정신과는 거리가 먼 `보신주의`가 만연하면서 수주보다는 입찰 불참을, 수주하더라도 공동 수주를 선호하게 된 것 같다. 비슷한 맥락에서 경쟁보다 `담합`을 택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현대건설의 입찰 담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4년간 10대 건설사가 담합 과징금으로 낸 돈은 1조 원에 달하는데, 이 중 현대건설이 차지하는 비중이 2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4년만 해도 과징금 규모가 1100억 원을 넘었는데, 이는 그해 벌어들인 순익의 36%에 달했다. 이 때문에 유관 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이 담합으로 1년 농사를 망쳤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최근에는 한국가스공사가 발주한 액화천연가스 저장 탱크 공사 입찰에서의 담합이 적발돼 다른 12개 건설사와 함께 3500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 받고 검찰 수사 선상에까지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우여곡절 끝에 수주한 현장이 제대로 굴러가는 것도 아니다. 순탄하게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던 서울 둔촌주공만 해도 올 초 추가부담금 문제로 내홍을 겪었고, 그 중심에 현대건설을 포함한 시공자가 있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관리처분 단계에 들어선 삼호가든3차도 최근 평형 배정 등 권리 배분을 놓고 갈등이 빚어져 당초 계획보다 이주가 지연될 것으로 관측되는 등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려오는 형국이다.
이를 두고 한 업계 관계자는 "둔촌주공이나 삼호가든3차 등은 모두 강남권의 알짜 사업지로서 시공권 경쟁이 치열했는데, 그 치열했던 강도만큼이나 수주 과정에서의 잡음도 상당했다"면서 "그런데 그러한 경쟁을 뚫고 시공권을 가져간 현대건설이 `동반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기보다는 기업의 이윤 추구에만 몰두하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조합원들로부터 심각한 민심 이반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아쉬움이 크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깊어진 민심의 이반은 `현대건설 주의보`를 낳았고, 이는 `보이콧(Boycottㆍ집단적 거부 운동)`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라며 "이 같은 움직임은 분양을 앞두고 있는 현대건설의 야심작 `디에이치아너힐즈(서울 강남구 개포주공3단지 재건축)`의 청약 성적은 물론, 이곳을 강남 재건축 시장에서의 새로운 도약대로 삼으려는 사 측의 구상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경영진의 인식 개선과 전향적인 자세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현대건설의 프리미엄 브랜드 `디에이치`는 당초 삼호가든3차에만 적용하기로 했고 수주전 당시 사 측이 이를 집중 부각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많은데, 이를 삼호가든3차보다 먼저 분양하는 개포주공3단지에 선(先)적용함으로써 삼호가든3차 조합원 입장에선 `최초`라는 단어가 가져다주는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없게 됐다. 사 측의 입장 선회보다는 이 같은 실익의 감소가 일종의 불만의 씨앗이 됐고, 이게 자라나 관리처분 단계에서 싹을 틔운 꼴"이라고 삼호가든3차의 현주소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근 도시정비업계의 어려움은 건설업계의 `쌍두마차`인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의 보수적인 행보에서 비롯된 측면도 없지 않다. 특히 과감한 도전 정신을 바탕으로 시장 개척에 앞장섰던 현대건설의 빈자리가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느껴지는 시기"라며 "현대건설이 보다 적극적으로 시장 활성화에 나서고, 이미 수주한 현장들에 대해 동반자적 태도를 취해야 시장도 살고 `100년 역사`를 바라보는 현대건설의 지속 성장에도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사 측의 변화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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