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민수진 기자] 분양시장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수요가 지역별ㆍ단지별로 `돈 되는 곳`에만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원인으로 분양시장에 만연한 `허상`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이달 7일 부동산부테크연구소 김부성 대표에 따르면 분양시장 양극화로 근래 청약 돌풍을 몰고 왔던 지방은 거품이 꺼져 암묵적 투기ㆍ전매가 활개 치고 있으며, 신규 분양 물량이 쏟아지면서 미분양 우려로 적체된 물량을 해소하거나 미분양을 피하기 위한 건설사ㆍ시행사 측의 `꼼수`는 나날이 교묘해지고 다양해지고 있다.
이에 부동산업계는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조기에 해결책을 찾지 않는다면 금리 인상이나 추가적인 경기 악화 등 악재를 만날 경우 투자수요를 중심으로 거품이 꺼지면서 깊은 시장 침체가 올 것이라며 경고하고 있다.
청약 경쟁률 고공 행진하던 지방, 거품 빠지며 `휘청`
부산까지 투기ㆍ전매 확산… "강화된 제도 개선" 촉구
수도권 비(非)인기 지역과 지방의 경우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고도 정작 계약률에 있어서는 저조한 성적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되는 단지가 늘고 있다. 특히 공급 물량, 입주 물량, 매매가 등 다른 지표들을 고려해 봤을 때 지방 분양시장의 리스크는 현실화 가능성이 크다는 게 유관 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무엇보다 청약 `핫플레이스`로 꼽히던 부산, 대구, 광주 등을 중심으로 거품이 빠지고 있는 정황이 포착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들 지역의 청약 경쟁률은 여전히 상위권에 머물고 있으나, 지난달(5월) 2일 정부가 `여신 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비수도권까지 확대 적용하면서 투기ㆍ전매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서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아파트 월별 거래 원인별 거래` 자료를 활용해 영산대학교 주택ㆍ도시연구소가 전국적으로 가장 높은 청약 경쟁률을 보이고 있는 부산의 아파트 거래 원인별 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평균 청약 경쟁률 12.7:1, 서울이 7.3:1인데 비해 부산은 149.2:1로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달 25일 영산대학교 주택ㆍ도시연구소가 발표한 보도 자료 등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4월까지의 국내 아파트 거래량은 총 31만5746건이며, 실 입주 수요라고 볼 수 없는 분양권 전매는 4만6294건(전국 평균 14.7%)으로 집계됐다. 이 중 부산은 18.1%로 서울의 5.7%, 경기의 9.4%에 비해 약 2~3배 높은 수준으로 파악됐다.
분양권 전매 비율이 높다는 것은 이 지역 분양시장에 그만큼 투자수요, 나쁘게 표현하면 `투기`적 수요가 서울ㆍ경기 지역에 비해 많이 몰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높은 청약 경쟁률이 실수요에 의한 호성적이라기보다는 주택 담보대출 규제를 받지 않는 아파트 분양시장의 호조에 따른 분양권 프리미엄을 노린 투기적 수요에 기인한 것이라는 얘기이다.
이 같은 분양시장의 `거품`은 향후 언제든지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요구된다. 무엇보다 주택 가격 조정 시 지역 주택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부산발(發) 시장 침체가 확산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지난 3일 영산대학교 부동산학과 서정렬 교수는 "최근 청약 경쟁률에 비해 실제 계약률이 낮게 추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주택 가격이 조정될 경우 `내 집 마련`을 위한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이어 "부산의 경우 분양 과열 양상을 막기 위해 `3개월 청약 거주지 제한` 등을 통해 실수요자들이 청약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주택 담보대출 규제 실시로 규제가 있는 기존 주택보다는 담보대출 규제가 없는 아파트 분양시장에서의 분양권 전매를 통한 투기적 수요가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따라서 지역 실수요자들에 의한 청약이 이뤄질 수 있도록 거주지 제한 기간을 늘리거나 지역 거주자 청약가점제 등 이에 대한 보다 강화된 제도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계약률이 낮아지고 있다는 업계의 지적은 분양시장의 고질병이라 불리는 `청약 경쟁률 부풀리기`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이다. 이른바 `청약 알바`를 이용해 다수 실수요자들이 아파트 수요ㆍ인기의 지표로 활용하는 청약 경쟁률을 크게 부풀리고, 본보기 집을 방문한 실수요자들을 일부러 줄 세워 청약 열기를 과장하는 등의 행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어서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청약 경쟁률이 높은 아파트는 일부 저층 가구를 제외하고 대부분 단기간에 계약이 완료됐다"면서도 "하지만 올해는 높은 청약 경쟁률에 비해 초기 계약률이 다소 저조한 성적을 띠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 소식을 접한 다수 업계 전문가들은 과거와 달리 실제 아파트 단지의 수요와 인기를 가늠하는 지표로서 청약 경쟁률은 더 이상 안전하지도, 신뢰할 수도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양극화 심화→비인기 지역 미분양 증가→소비자 눈속임 급증→리스크의 전가` 악순환 형성
과자 봉지만도 못한 본보기 집… 실제보다 `넓게ㆍ높게ㆍ화려하게` 보이기 위한 꼼수 `수두룩`
떴다방 피해도 속출… 업계 "官이 나설 차례… 처벌 수위 높이고 관련 법제 개선해야"
이처럼 청약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면서 수도권 비인기 지역과 지방의 미분양 리스크도 점점 커지는 형국이다.
지난달 26일 국토교통부(장관 강호인)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이 전월(5만3845가구) 대비 0.1%(29가구) 감소한 총 5만3816가구로 집계됐으며, 준공 후 미분양은 전월(1만518가구)과 비교해 0.1%(7가구) 증가한 1만525가구로 분석됐다.
지역별 전체 미분양을 살펴보면 수도권은 전월(2만3300가구) 대비 4.1%(955가구) 감소한 2만2345가구로 집계된 반면 지방은 3만1471가구로, 전월(3만545가구)에 비해 3%(926가구)가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방권 중 전월 대비 미분양이 증가한 곳은 전남(637가구 ↑), 충북(500가구 ↑), 전북(475가구 ↑), 강원(234가구 ↑), 제주(86가구 ↑), 부산(64가구 ↑), 광주(48가구 ↑) 등이다.
미분양 위협에 건설사ㆍ시행사들이 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꼼수`를 동원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사업자가 져야 할 리스크를 소비자가 떠안게 되는 것으로, 청약을 염두에 두고 있는 실수요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꼼수가 가장 많이 구현되는 곳은 본보기 집(=견본주택, 모델하우스)이다. 아파트 분양사업의 특성상 아파트가 준공되기 전 건설사 측이 마련한 사전 홍보관, 본보기 집 등을 방문해 계약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본보기 집에서는 `정확한 정보 제공ㆍ전달`이 필수인데 이 같은 `기본`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소식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본보기 집은 계약 전 고가의 아파트를 미리 보여주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설계로 지어져 있는 곳은 드물다"면서 "1000~2000원짜리 과자 봉지에도 ▲제품명 ▲식품의 유형 ▲원재료명 및 함량 ▲영양성분 ▲제조일 ▲유통기한 ▲제조원 ▲판매원 ▲보관 방법 ▲주의 사항 등이 상세히 기록돼 있는데, 수억 원에서 많게는 10억 원이 훌쩍 넘는 `초고가의 소비재`를 사기 전에 그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거의 유일하게 제공 받을 수 있는 본보기 집에 각종 눈속임과 꼼수가 숨어 있다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보다 강도 높은 제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다수 건설사 및 시행사들은 자사 제품의 고품격 가치 등을 강조하기 위해 본보기 집을 실제보다 화려하고 넓게 보이도록 하는 데 치중한다고 유관 업계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이들의 제보 등에 따르면 본보기 집에는 내부가 넓고 화려하게 보일 수 있도록 고가의 전시품과 본보기 집 크기에 맞춘(실제보다 작은) 가구가 배치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콘크리트로 시공될 벽을 유리로 대체하는 방식까지 등장했다. 이 경우 착시 효과로 인해 소비자가 집의 크기를 착각할 수 있으며, 이로부터 느끼게 되는 개방감 차이는 입주 후 분쟁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지난달 새 아파트에 입주한 주민 A는 "넓은 본보기 집을 보고 탁 트인 느낌이 좋아서 이 집을 선택했다. 하지만 새 아파트에 들어와 보니 본보기 집 방문 당시 느꼈던 개방감은 온데간데없다. 당시에 볼 수 없었던 벽이 생긴 공간도 있다"면서 "시행자 측에 항의를 하니 되레 주의 사항을 전달했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억울하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본보기 집 꼼수로 A와 같은 피해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아직까지 본보기 집과 실제 아파트가 얼마나 일치해야 하는지를 규정한 기준은 명확히 정해지지 않고 있다. 사실상 본보기 집 내부나 책자 등에 주의 사항만 있다면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부동산부테크연구소 김부성 대표는 "시행자 측이 법적으로 책임이 없고, 주의 사항을 알렸다 하더라도 수요자가 본보기 집을 방문해 실제보다 넓다고 착각하게 만들었다면 결과적으로는 문제가 있다"면서 "앞으로 본보기 집 설치 기준도 마련돼야겠지만 당장 중요한 것은 최대한 많은 실수요자들이 시행자 측 꼼수에 놀아나지 않도록 스스로 꼼꼼히 확인한 후에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생활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떴다방`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프리미엄 착시 현상을 조장해 시장 질서를 교란시키는 등 분양가 인상에 한몫하고 있으며, 그 부담은 고스란히 실수요자에게 떠넘겨지고 있다. 업계 한쪽에서는 시행자 측 태도가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떴다방이 본보기 집 바로 앞에서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지만 시행자 측은 이를 본체만체하며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 대표는 "떴다방과 건설사의 관계는 일종의 악어와 악어새 같은 것이다. 일일이 단속하기가 어렵고 일회성, 전시성 단속으로 임시방편적인 단속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 문제를 뿌리 뽑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에서 건설사들에게 수요자들을 대상으로 안내문을 발송할 때 불법 거래 시 발생하는 피해에 대해 숙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의무적으로 게재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소비자가 경각심을 갖도록 하는 등의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면서 "미분양 물량을 웃돈 받고 계약할 경우 처벌을 강화하는 방법과 시행사 또는 분양 대행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이를 해당 업체들에 주지시키는 등의 제도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분양시장의 양극화는 비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미분양 증대, 그에 따른 건설사ㆍ시행사 측의 소비자 기만행위 증가 및 리스크의 전가 등 각종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를 규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다. 현재로서는 소비자의 `경각심`과 건설사ㆍ시행사 측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그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이제는 정부와 국회, 지자체가 앞장서야 할 때라는 게 시장의 전반적인 목소리이다. 건설사들이 앞 다퉈 공급에 돌입한 데에는 부동산 경기 부양을 통해 경제를 활성하려는 정부의 정책도 한몫했다는 게 유관 업계 중론이다. 정부부터 이러한 인식을 바꾸고,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분양시장의 열기를 식힐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는 게 이들의 공통된 주문이다. 아울러 사 측이 책임져야 할 경영상의 위험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기만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 이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데 이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소비자들이 정확한 청약 정보를 제공 받고 불법행위에 가담하지 않도록 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제 개선이 이뤄지고, 분양 계약서상의 독소 조항 등에 대해서도 손질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관(官)이 이러한 시장의 목소리를 얼마나 수용해 균형을 잃은 분양시장의 폐해를 바로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아유경제=민수진 기자] 분양시장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수요가 지역별ㆍ단지별로 `돈 되는 곳`에만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원인으로 분양시장에 만연한 `허상`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이달 7일 부동산부테크연구소 김부성 대표에 따르면 분양시장 양극화로 근래 청약 돌풍을 몰고 왔던 지방은 거품이 꺼져 암묵적 투기ㆍ전매가 활개 치고 있으며, 신규 분양 물량이 쏟아지면서 미분양 우려로 적체된 물량을 해소하거나 미분양을 피하기 위한 건설사ㆍ시행사 측의 `꼼수`는 나날이 교묘해지고 다양해지고 있다.
이에 부동산업계는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조기에 해결책을 찾지 않는다면 금리 인상이나 추가적인 경기 악화 등 악재를 만날 경우 투자수요를 중심으로 거품이 꺼지면서 깊은 시장 침체가 올 것이라며 경고하고 있다.
청약 경쟁률 고공 행진하던 지방, 거품 빠지며 `휘청`
부산까지 투기ㆍ전매 확산… "강화된 제도 개선" 촉구
수도권 비(非)인기 지역과 지방의 경우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고도 정작 계약률에 있어서는 저조한 성적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되는 단지가 늘고 있다. 특히 공급 물량, 입주 물량, 매매가 등 다른 지표들을 고려해 봤을 때 지방 분양시장의 리스크는 현실화 가능성이 크다는 게 유관 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무엇보다 청약 `핫플레이스`로 꼽히던 부산, 대구, 광주 등을 중심으로 거품이 빠지고 있는 정황이 포착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들 지역의 청약 경쟁률은 여전히 상위권에 머물고 있으나, 지난달(5월) 2일 정부가 `여신 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비수도권까지 확대 적용하면서 투기ㆍ전매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서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아파트 월별 거래 원인별 거래` 자료를 활용해 영산대학교 주택ㆍ도시연구소가 전국적으로 가장 높은 청약 경쟁률을 보이고 있는 부산의 아파트 거래 원인별 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평균 청약 경쟁률 12.7:1, 서울이 7.3:1인데 비해 부산은 149.2:1로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달 25일 영산대학교 주택ㆍ도시연구소가 발표한 보도 자료 등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4월까지의 국내 아파트 거래량은 총 31만5746건이며, 실 입주 수요라고 볼 수 없는 분양권 전매는 4만6294건(전국 평균 14.7%)으로 집계됐다. 이 중 부산은 18.1%로 서울의 5.7%, 경기의 9.4%에 비해 약 2~3배 높은 수준으로 파악됐다.
분양권 전매 비율이 높다는 것은 이 지역 분양시장에 그만큼 투자수요, 나쁘게 표현하면 `투기`적 수요가 서울ㆍ경기 지역에 비해 많이 몰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높은 청약 경쟁률이 실수요에 의한 호성적이라기보다는 주택 담보대출 규제를 받지 않는 아파트 분양시장의 호조에 따른 분양권 프리미엄을 노린 투기적 수요에 기인한 것이라는 얘기이다.
이 같은 분양시장의 `거품`은 향후 언제든지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요구된다. 무엇보다 주택 가격 조정 시 지역 주택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부산발(發) 시장 침체가 확산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지난 3일 영산대학교 부동산학과 서정렬 교수는 "최근 청약 경쟁률에 비해 실제 계약률이 낮게 추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주택 가격이 조정될 경우 `내 집 마련`을 위한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이어 "부산의 경우 분양 과열 양상을 막기 위해 `3개월 청약 거주지 제한` 등을 통해 실수요자들이 청약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주택 담보대출 규제 실시로 규제가 있는 기존 주택보다는 담보대출 규제가 없는 아파트 분양시장에서의 분양권 전매를 통한 투기적 수요가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따라서 지역 실수요자들에 의한 청약이 이뤄질 수 있도록 거주지 제한 기간을 늘리거나 지역 거주자 청약가점제 등 이에 대한 보다 강화된 제도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계약률이 낮아지고 있다는 업계의 지적은 분양시장의 고질병이라 불리는 `청약 경쟁률 부풀리기`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이다. 이른바 `청약 알바`를 이용해 다수 실수요자들이 아파트 수요ㆍ인기의 지표로 활용하는 청약 경쟁률을 크게 부풀리고, 본보기 집을 방문한 실수요자들을 일부러 줄 세워 청약 열기를 과장하는 등의 행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어서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청약 경쟁률이 높은 아파트는 일부 저층 가구를 제외하고 대부분 단기간에 계약이 완료됐다"면서도 "하지만 올해는 높은 청약 경쟁률에 비해 초기 계약률이 다소 저조한 성적을 띠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 소식을 접한 다수 업계 전문가들은 과거와 달리 실제 아파트 단지의 수요와 인기를 가늠하는 지표로서 청약 경쟁률은 더 이상 안전하지도, 신뢰할 수도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양극화 심화→비인기 지역 미분양 증가→소비자 눈속임 급증→리스크의 전가` 악순환 형성
과자 봉지만도 못한 본보기 집… 실제보다 `넓게ㆍ높게ㆍ화려하게` 보이기 위한 꼼수 `수두룩`
떴다방 피해도 속출… 업계 "官이 나설 차례… 처벌 수위 높이고 관련 법제 개선해야"
이처럼 청약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면서 수도권 비인기 지역과 지방의 미분양 리스크도 점점 커지는 형국이다.
지난달 26일 국토교통부(장관 강호인)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이 전월(5만3845가구) 대비 0.1%(29가구) 감소한 총 5만3816가구로 집계됐으며, 준공 후 미분양은 전월(1만518가구)과 비교해 0.1%(7가구) 증가한 1만525가구로 분석됐다.
지역별 전체 미분양을 살펴보면 수도권은 전월(2만3300가구) 대비 4.1%(955가구) 감소한 2만2345가구로 집계된 반면 지방은 3만1471가구로, 전월(3만545가구)에 비해 3%(926가구)가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방권 중 전월 대비 미분양이 증가한 곳은 전남(637가구 ↑), 충북(500가구 ↑), 전북(475가구 ↑), 강원(234가구 ↑), 제주(86가구 ↑), 부산(64가구 ↑), 광주(48가구 ↑) 등이다.
미분양 위협에 건설사ㆍ시행사들이 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꼼수`를 동원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사업자가 져야 할 리스크를 소비자가 떠안게 되는 것으로, 청약을 염두에 두고 있는 실수요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꼼수가 가장 많이 구현되는 곳은 본보기 집(=견본주택, 모델하우스)이다. 아파트 분양사업의 특성상 아파트가 준공되기 전 건설사 측이 마련한 사전 홍보관, 본보기 집 등을 방문해 계약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본보기 집에서는 `정확한 정보 제공ㆍ전달`이 필수인데 이 같은 `기본`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소식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본보기 집은 계약 전 고가의 아파트를 미리 보여주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설계로 지어져 있는 곳은 드물다"면서 "1000~2000원짜리 과자 봉지에도 ▲제품명 ▲식품의 유형 ▲원재료명 및 함량 ▲영양성분 ▲제조일 ▲유통기한 ▲제조원 ▲판매원 ▲보관 방법 ▲주의 사항 등이 상세히 기록돼 있는데, 수억 원에서 많게는 10억 원이 훌쩍 넘는 `초고가의 소비재`를 사기 전에 그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거의 유일하게 제공 받을 수 있는 본보기 집에 각종 눈속임과 꼼수가 숨어 있다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보다 강도 높은 제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다수 건설사 및 시행사들은 자사 제품의 고품격 가치 등을 강조하기 위해 본보기 집을 실제보다 화려하고 넓게 보이도록 하는 데 치중한다고 유관 업계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이들의 제보 등에 따르면 본보기 집에는 내부가 넓고 화려하게 보일 수 있도록 고가의 전시품과 본보기 집 크기에 맞춘(실제보다 작은) 가구가 배치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콘크리트로 시공될 벽을 유리로 대체하는 방식까지 등장했다. 이 경우 착시 효과로 인해 소비자가 집의 크기를 착각할 수 있으며, 이로부터 느끼게 되는 개방감 차이는 입주 후 분쟁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지난달 새 아파트에 입주한 주민 A는 "넓은 본보기 집을 보고 탁 트인 느낌이 좋아서 이 집을 선택했다. 하지만 새 아파트에 들어와 보니 본보기 집 방문 당시 느꼈던 개방감은 온데간데없다. 당시에 볼 수 없었던 벽이 생긴 공간도 있다"면서 "시행자 측에 항의를 하니 되레 주의 사항을 전달했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억울하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본보기 집 꼼수로 A와 같은 피해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아직까지 본보기 집과 실제 아파트가 얼마나 일치해야 하는지를 규정한 기준은 명확히 정해지지 않고 있다. 사실상 본보기 집 내부나 책자 등에 주의 사항만 있다면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부동산부테크연구소 김부성 대표는 "시행자 측이 법적으로 책임이 없고, 주의 사항을 알렸다 하더라도 수요자가 본보기 집을 방문해 실제보다 넓다고 착각하게 만들었다면 결과적으로는 문제가 있다"면서 "앞으로 본보기 집 설치 기준도 마련돼야겠지만 당장 중요한 것은 최대한 많은 실수요자들이 시행자 측 꼼수에 놀아나지 않도록 스스로 꼼꼼히 확인한 후에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생활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떴다방`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프리미엄 착시 현상을 조장해 시장 질서를 교란시키는 등 분양가 인상에 한몫하고 있으며, 그 부담은 고스란히 실수요자에게 떠넘겨지고 있다. 업계 한쪽에서는 시행자 측 태도가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떴다방이 본보기 집 바로 앞에서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지만 시행자 측은 이를 본체만체하며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 대표는 "떴다방과 건설사의 관계는 일종의 악어와 악어새 같은 것이다. 일일이 단속하기가 어렵고 일회성, 전시성 단속으로 임시방편적인 단속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 문제를 뿌리 뽑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에서 건설사들에게 수요자들을 대상으로 안내문을 발송할 때 불법 거래 시 발생하는 피해에 대해 숙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의무적으로 게재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소비자가 경각심을 갖도록 하는 등의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면서 "미분양 물량을 웃돈 받고 계약할 경우 처벌을 강화하는 방법과 시행사 또는 분양 대행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이를 해당 업체들에 주지시키는 등의 제도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분양시장의 양극화는 비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미분양 증대, 그에 따른 건설사ㆍ시행사 측의 소비자 기만행위 증가 및 리스크의 전가 등 각종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를 규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다. 현재로서는 소비자의 `경각심`과 건설사ㆍ시행사 측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그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이제는 정부와 국회, 지자체가 앞장서야 할 때라는 게 시장의 전반적인 목소리이다. 건설사들이 앞 다퉈 공급에 돌입한 데에는 부동산 경기 부양을 통해 경제를 활성하려는 정부의 정책도 한몫했다는 게 유관 업계 중론이다. 정부부터 이러한 인식을 바꾸고,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분양시장의 열기를 식힐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는 게 이들의 공통된 주문이다. 아울러 사 측이 책임져야 할 경영상의 위험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기만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 이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데 이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소비자들이 정확한 청약 정보를 제공 받고 불법행위에 가담하지 않도록 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제 개선이 이뤄지고, 분양 계약서상의 독소 조항 등에 대해서도 손질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관(官)이 이러한 시장의 목소리를 얼마나 수용해 균형을 잃은 분양시장의 폐해를 바로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AU경제(http://www.areyou.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