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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市長) 리스크’ 추가된 정비사업… “아닌 밤중에 홍두깨!”
repoter : 조현우 기자 ( escudo83@naver.com ) 등록일 : 2016-06-10 16:04:21 · 공유일 : 2016-06-10 20:02:32


[아유경제=조현우 기자] 서울 종로구 무악2구역 재개발사업이 서울시의 안일한 행정 처리와 시장(市長)의 강제 중지 명령으로 조합원들의 금전적ㆍ정신적 피해가 불가피해졌다.
특히 업계는 박원순 시장의 이번 사업 중단 조치를 두고 연일 맹비난을 쏟아 내고 있다. 박 시장의 처분이 법적 근거가 없는 데다 그가 그러한 조치를 내린 주된 이유 중 하나인 `옥바라지 골목`의 보존 주장 역시 명분이 약하기 때문이다.
이에 시는 부랴부랴 시장과 무악2구역 재개발 정비사업조합(조합장 양성규ㆍ이하 조합), 옥바라지 골목 보존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등이 함께하는 공개 토론회를 마련하고자 했지만 번번이 무산돼 `출구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박원순 시장 "합의 없는 공사 진행은 불가"
조합 "이럴 거면 인허가 절차와 법은 왜 있나"
무악2구역 재개발사업은 서대문형무소 인근에 위치한 노후 저층 주택과 여관 등이 밀집된 낡은 골목을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곳은 2000년대 초반부터 정비사업을 추진해 왔고 2010년 조합 설립과 2013년 11월 사업시행인가를 거쳐 지난해 7월에 관리처분인가를 받았다. 2014년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맞이한 뒤에는 사업에 한층 탄력이 붙었다는 평을 받아 왔다.
그런데 법정 절차에 따른 철거가 진행되는 도중에 불쑥 `옥바라지 골목` 문제가 수면 위로 고개를 내민 이후 이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재개발 반대 주민들과 그들의 요청으로 모인 시민 단체는 "이 골목은 길 건너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된 독립운동가와 민주화 투사들을 옥바라지한 가족들의 애환이 묻은 곳이다"며 보존을 주장했다.
조합 관계자 등에 따르면 조합은 지난해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강제 철거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반대하는 주민들을 회유하며 보상을 통해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또 6년에 걸친 진행 과정에서 철거에 반대하는 세입자들을 대상으로 조합원들이 지난 4월 명도 소송에서 승소, 법적으로도 전혀 문제가 없다. 법원이 대책위가 제기한 관리처분계획 무효 확인의 소송 등에서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이라고 볼 자료가 없다"고 판결해 조합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335가구 중 333가구 이주 또는 현금청산 등을 통해 후속 사업 진행에 사실상 동의를 표시했다. 나머지 2가구가 현재 대책위 구성원으로, 그중 한 곳은 올해 5억8000만 원의 토지 보상을 받았고 영업 보상 3590만 원을 추가로 제안했다고 조합 측은 전했다.
조합 관계자는 "사실상 이들의 목적은 보존이 아닌 보상이라고 해석된다"라며 "반대 주민 중 한 사람은 2014년 건물을 5억4000만 원에 매입해 시세 차익을 얻었고, 영업손실금까지 추가로 준다고 하는데도 총 12억 원의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5월) 17일 박 시장은 이곳을 방문, 조합의 정당한 퇴거 조치를 전면 중지시키기에 이르렀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박 시장은 무악2구역의 강제집행 과정에서 일부 주민들과의 마찰 등 불상사가 있었다는 보고를 받은 후 현장을 방문했다. 이어 그는 비대위 관계자 및 주민들과 면담 후 "서울시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서 이 공사는 없도록 하겠다. 제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당해도 좋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사업 자체를 중단한다는 것이 아닌, 당장 철거를 중단하고 합의 없이는 더 이상의 절차가 진행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며, 7년 전 강제 철거로 인해 희생자가 발생한 용산참사가 되풀이되면 안 된다는 박원순 시장의 철학과 일관된 도시재생 원칙"이라고 해명했다.
덧붙여 "2013년 정한 재개발ㆍ재건축ㆍ뉴타운 정비사업 강제 철거 예방 대책에 따라 사전협의체를 5번 개최해야 하고, 도시분쟁위원회를 열어 합의점을 찾을 때까지는 철거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퇴거 집행은 조합이 명도 소송에서 승소한 후 해당 주민들에게 2016년 5월 11일까지 자진 퇴거를 요청하는 강제집행 예고장을 보낸 후 이뤄졌으나, 주민들과 시민 단체 50여 명이 이에 불응하고 집단행동에 나서면서 분쟁화했다.
조합원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 가는데 해결책은 공개 토론? 그마저도 `난항`
조합 "99% 동의와 법제 준수로 일궈 온 사업이 시장 한마디에 `와르르`"
인허권자의 일방적인 공사 중지 선언 이후 후폭풍이 거세지자 시가 앞장서 진화에 나섰지만 뾰족한 해법은 없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유관 업계 관계자들은 `일단 벌이고 보자`식으로 말부터 앞세운 결과가 이 같은 참담한 사태를 불렀다고 입을 모은다.
시는 지난달 30일 박원순 시장과 김영종 종로구청장, 조합, 대책위, 일반 시민 등 약 250여명이 참여하는 공개 토론 자리를 마련했으나 조합과 재개발 반대 주민 양측의 참여 거부로 무산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합 측과 시공자 측에서 토론회 참석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며 "그들이 참석하지 않으면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어려워 토론회를 연기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합 관계자는 "재개발사업은 조합원들이 재산권을 행사하는 일인데 왜 관계도 없는 시민 단체가 토론회에 참석하는지 모르겠다"라며 "아무런 근거도 없는 옥바라지 골목을 보존해야 한다면서 사업을 방해하는 상황에서 토론이 성사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반대 주민과 대책위 또한 이날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옥바라지 골목의 역사성과 자료를 충분히 연구해 역사가 살아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골목과 건물을 보존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해 실마리 찾기가 요원하다는 점을 확인시켰다.
이같이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형평성을 유지해야 할 시장이 편향적 자세를 취하면서 도마에 오른 형국이다. 소식통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오전 서울시청 신청사 6층 시장실에서 박 시장은 대책위 관계자들을 만나 "옥바라지 골목 문제는 제가 시장으로 부임한 이래 구체적으로 진행된 사안으로서 제 책임임을 통감하며, 사실을 제대로 몰랐다는 점 역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또 "진작 알았다면 대책위의 주장처럼 전면 재검토 했을 것이다. 방법이 찾아질 때까지 이곳에서 더 이상의 강제집행은 없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고 한다. 이날 박 시장과 대책위 관계자들의 만남은 대책위의 제안으로 이뤄진 것으로 담당 국장을 비롯한 간부와 자문관 등이 참석했고, 대책위 측은 이전 반대 주민 2명과 옥바라지 골목 보존 운동을 벌이고 있는 시민ㆍ사회ㆍ역사 단체 회원들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 도시정비업계 전문가는 "박 시장이 무악2구역의 강제 퇴거 및 공사를 중지시킨 이후 월권행위로서 `무법 행정`을 폈다는 등 비판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사업 반대 측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주장에 동조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으로, 정해진 법과 절차에 따라 사업을 진행하던 무악2구역 조합과 조합원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이어 "재개발사업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에 따라 해당 정비구역 내 토지등소유자 75% 이상(토지 면적의 50% 이상)이 찬성해야 조합이 설립되고, 구분소유자의 2/3 이상이 동의한 사업시행계획에 따라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사업이 본격화한다"면서 "이후 관계 법령과 조례 등에 따라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이주ㆍ철거ㆍ착공 등의 순으로 사업이 이뤄지는데, 이번 무악2구역 사태는 이 같은 테두리 안에서 적법하게 이뤄지던 사업을 인허권자인 시장이 말 한마디로 중지시켜 버린 초유의 사태로서, 사업 안정성은 물론 법적 안정성까지 해친 `나쁜`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 업계 관계자 또한 비슷한 맥락에서 "박 시장은 자신이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다는 생각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큰 착각"이라면서 "박원순이라는 사람이 소수 약자를 대변해야 하는 한 사람의 시민ㆍ사회운동가 혹은 인권 변호사라면 이번 결정은 `따뜻한 가슴`에서 나온 항거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박원순이란 사람은 법과 다수가 공감하는 원칙을 준수해야 하는 1000만 시민의 장(長)으로서 스스로 법질서를 수호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행정가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결정은 편향적 시각에서 비롯된 `폭거`"라고 맹비난했다.
무악2구역 조합 역시 이 같은 의견에 공감하는 분위기이다. 당장은 사업 중단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걱정이고, 장기적으로는 언제 또 이런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 관계자는 "공사 중지로 550억 원에 달하는 사업비 대출금에 대한 한 달 이자비용만 2억 원씩 발생하고 있다"며 "매월 가구당 250만 원가량의 부담이 생기는 꼴인데, 평생 모은 돈으로 아파트 한 채 구입하고자 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손실은 조합원들을 거리로 내모는 폭력 행위와 다름없다"고 하소연했다.
도시재정비업계 "사업 불확실성 높인 최악의 리스크"
정부 차원의 해결 촉구… "법제 정비 통해 재발 방지해야"
당장 도시재정비업계는 최근 박 시장이 보여 준 언행을 놓고 재개발사업의 절차를 무시한, 인허가권자의 월권행위라고 입을 모은다. 나아가 합의 없는 강제 철거를 방지하는 서울시와 시장의 입장에 앞서 관계 법령에서 정한 절차를 위반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자체 및 지자체장은 「지방자치법」 제8조 등에 의해 법령이나 상급 지자체의 조례를 위반해 그 사무를 처리할 수 없다.
이에 대해 한 유관 업계 전문가는 "서울시의 이번 조치는 그동안 도시정비법 등에 따른 적법한 절차에 의거해 지난해 7월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이주와 철거를 시작한 조합의 사업시행을 가로막는 것이며, 이 같은 일은 시장의 권한을 넘어서는 권한 남용이자 법적 구속력이 없는 행위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서울시는 지금까지 조합설립인가, 건축심의,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등 행정절차를 거치는 도중에 합법적으로 철거 및 착공 시기 등을 조정하고 관련 분쟁을 중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경우처럼 시가 법을 뛰어넘어, 특정 집단의 손을 들어주는 행위는 유사 분쟁 지역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으로, 일선 현장들의 사업 불확실성을 높인 최악의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 역시 "박 시장의 자신에 대한 `손해배상` 발언은 무책임의 극치이거나 치밀하게 계획된 포퓰리즘적 행태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지방자치법」 제18조에 따라 손해배상금이나 부당이득 반환금을 지불해야 할 당사자가 지자체장이면 지방의회 의장이 지불을 청구하도록 해 그 금액의 부담은 곧 서울 시민의 몫이 된다. 한 명의 시민운동가가 아닌 대한민국 수도의 수장으로서 올바른 결정을 내린 것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박 시장에 대한 비판과 해당 사업에 대한 우려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업계에는 이번 갈등이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이란 부정적 전망이 만연한 상태이다. 이에 결국에는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국주택문화연구원 노우창 기획1실장은 "재개발ㆍ재건축 현장에서 일어나는 분쟁을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도시정비법을 검토하고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그것이 선행 중인 정비사업 업무에 차질을 빚는다면 정부 차원의 추가 중재가 있어야 한다"면서 "더불어 ▲도시정비법 제38조에 따른 수용권 행사에 대한 제도적 정비 ▲사전협의체 및 도시분쟁위원회 개최의 강제성 여부 결정 등을 통해 더 이상 사업시행자가 어느 장단에 맞춰 사업을 진행할지 모를 난관에 부딪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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