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조현우 기자] 본보는 지난 호부터 서울시의 안일한 행정 처리 등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구역 등을 찾아 사업 진행상의 어려움을 전하고 있다(본보 2016년 6월 10일자 <`시장(市長) 리스크` 추가된 정비사업… "아닌 밤중에 홍두깨!"> 기사 등 참조).
이번 호에서는 그 연장선상에서 문화재 보존과 정비사업의 온전한 진행의 `갈림길`에 선 지자체와 조합의 견해차가 어느 정도인지, 그 간극을 좁힐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등에 대해 살펴봤다. - 편집자 주
보존만 하자니 사업이 안 되고, 사업하자니 `걸림돌` 되고
최대 도시재정비시장 서울의 `동상이몽`… 市長은 "유네스코" 市場은 "미치겠네"
정비구역 안에 문화재가 있거나 해당 구역에서 개발 도중 유적이 발견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업시행자 입장에서는 여간 골치 아픈 일이 아니다.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설계를 변경하거나 사업계획을 통째 바꾸는 일도 감수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사업이 추진되면 다행이지만 이를 이유로 관할관청이 인허가를 내주지 않아 사업이 중단되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낭패`이다.
이러한 일은 최대 도시재정비시장이라 할 수 있는 서울에서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특히 시가 관내 주요 문화재들의 유네스코(UNESCOㆍ국제연합 산하 교육ㆍ과학ㆍ문화 전문 기구) 지정 문화재로의 등재를 추진하면서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심지어 시장이 `직권해제`로 일정 단계 이상에 진입한 사업을 좌초시키는 일까지 벌어져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에 대해 시는 "절차에 따른 조치(직권 해제)이다", "문화재 보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지만, 해당 구역 주민들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있다.
한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 관계자는 "금전적인 손해를 떠나서 심적으로 너무 피폐해졌다"라며 "서울시가 문화재의 유네스코 등재를 위해 무조건 정지하라는 요구를 하는데 도대체 누굴 위한 전시행정(展示行政 : 실질적인 내용이 없이 전시효과만을 노리고 펼치는 행정)이거나 프로파간다(propagandaㆍ선전)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이 같은 서울시의 정책 기조가 박원순 시장의 재임 기간 내내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데 있다. `2030 서울 플랜`에 따르면 서울은 크게 3대 도심(한양도성, 영등포와 여의도, 강남)으로 나눠진다. 그중 한양도성은 역사ㆍ문화 중심지(ICC : International Cultural Center)이자 `역사 도심`으로서 국제적인 문화교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이는 시장(市長)의 소신과 무관치 않다. 박 시장은 취임 이후 "조선 600년의 역사를 간직한 한양도성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서울의 도시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며 자신의 소신을 밝힌바 있다.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하겠다며 그동안 조례 등을 통해 주변 지역의 난개발을 막기 위한 정책을 꾸준히 펼쳐 왔다. 한쪽에서는 박 시장의 `고도(古都) 서울`을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의지로 풀이하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일선 조합 관계자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한양도성이 문화재로서 보호되고 후손들에게도 물려줘야 한다는 데에 이견은 없지만 이로 인해 사업시행에 지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가 오랜 준비 과정을 거쳐 올 초 한양도성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세계유산 등재를 신청하면서 불안감은 더욱 커지는 형국이다. 지난달(5월) 기준 한양도성 내 정비예정구역 해제 지역은 ▲신문로2 ▲돈화문로 ▲종로2ㆍ3가 ▲종로5가 ▲인의동 ▲효제동구역(이상 종로구) ▲남대문로5가 ▲주교동 ▲오장동 ▲충무로5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일대(이상 중구) 총 110만 ㎡로 나타났다. 해제를 피한 지역이라도 안심할 순 없다. 각종 규제가 얽히고설켜 사업의 발목을 잡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악몽의 봄… `2030 서울 플랜` 이어 `2025 도시환경정비기본계획`으로 날벼락
사대문 안에선 "살려 달라" 밖에선 `전전긍긍`… "대체 누구를 위한 행정인가"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봄은 서울 지역 조합들에게 말 그대로 `악몽`이었다. 서울시는 지난 4월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2030 서울 플랜)`을 발표했다. 이는 한양도성 인근 지역을 역사 도심으로 조성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특히 서울 성곽 주변, 경복궁ㆍ북촌 일대 등 서울의 역사성을 인지할 수 있는 역사 문화재 주변 지역 또는 밀집 지역을 대상으로 ▲역사 자원을 배려하는 스카이라인 형성 ▲역사 자원과 조화를 이루는 건축 소재 사용 도모 등을 적용키로 했다.
여기에 지난 5월 시가 발표한 `2025 도시환경정비기본계획`이 하반기부터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하면 더 이상 사대문 안에서 높이 90m 이상의 새 건물을 지을 수 없다. 높이 기준이 90m인 것은 내사산(인왕산ㆍ북악산ㆍ남산ㆍ낙산) 중 높이가 가장 낮은 낙산(124m)의 경관을 해치지 않기 위해서라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서울시와 박원순 시장의 한양도성 유네스코 등재 프로젝트와 맞닿아 있다는 게 도시계획 전문가들을 비롯한 유관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이다. 하지만 정작 그러한 시(장)의 구상에 가장 중요한 `지역 주민과 조합원`은 빠져 있다는 지적이 높다.
실제로 해당 역사 도심 경관 관리 구역들은 시내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업장으로 꼽힌다. ▲사직2구역 ▲옥인1구역 ▲충신1구역(이상 종로구)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옥인1구역과 충신1구역 등은 역사 자원의 형태ㆍ경관ㆍ특성을 고려해 최대한 지역을 보존하고 그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건축물을 배치해야 한다는 시의 입장과 충돌하며 사실상 사업이 중단 위기에 놓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권해제 대상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는 게 이를 방증한다.
이와 관련해 시 관계자는 "충신1구역은 2011년에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했으나 조합원 동의율 미달로 취하한 바 있고, 그 밖의 구역은 반대자들의 지정 해제 요구가 다수 있는 구역"이라며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 개정에 따라 직권해제가 가능해 짐에 따라 시에서는 한양도성의 역사성과 세계유산 등재 등의 보존ㆍ관리, 현재의 지형 조건 등을 고려해 정비사업을 포함한 다양한 관리 방안에 대해 검토 중에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에 사직2구역 조합 등은 `역사ㆍ문화적 가치 보전`을 직권해제 기준으로 제시한 것이 사실상 한양도성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인근에서 진행 중인 정비사업을 강제로 중지한 사전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일례로 사직2구역은 2009년부터 정비사업이 추진됐고 2012년 9월 사업시행인가까지 받았지만 서울시가 서울 성곽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면서 사업이 정지됐다.
지난 21일 사직2구역 조합 관계자는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같은 해 한양도성 유네스코 등재 사업이 추진된 이후 관련 인허가(사업시행 변경인가)가 나지 않고 있다"면서 "문화재청의 허가도 받았고 지난해 감사원ㆍ국민권익위원회 등도 `시가 개발을 지연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결론을 냈는데도 시는 사업계획을 보완하라며 발목을 잡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러는 사이 사직2구역 조합원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사업이 2년 넘게 지체되면서 금융비용으로만 매월 수천만 원이 그들의 주머니에서 새 나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사업시행자 측 피해에 대해서도 고려하고 있다"는 정도의 입장을 밝혀 비난을 사고 있다.
자연경관지구이자 한양도성 근처에 위치한 성북구 성북2구역 재개발 조합도 앞선 구역들과 사정은 비슷하다. 성북2구역 조합 관계자는 "우리 구역은 한옥과 테라스 하우스로 잘 진행되고 있었는데, 지역구 의원과 일부 반대파 주민들이 이견을 냈고 서울시가 한양도성 유네스코 등재 등의 이유로 `수복형`이냐 `부분형`이냐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며 "서울시에서 분담금이라든지 세입자 문제 등에 대해선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그저 사업만 지연시키는 바람에 손실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원래 계획대로 진행됐다면 2015년 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을 텐데, 현재 성북2구역-신월곡1구역 결합 개발은 아직도 정비계획 변경 단계에 머물고 있다"라며 "전면 철거 후 환골탈태를 바라는 조합원들의 목소리는 무시한 채 시 입맛대로 우리 사업을 쥐락펴락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유관 업계 "`한양도성`에 매몰된 서울시의 `나 홀로` 정책, 결국 부메랑 될 것"
이대로 가면 내년 7월까지 갈등 지속… `시민이 먼저` 행정으로 궤도 수정 절실
이처럼 서울 성곽, 사대문 주변에 살고 있는 `사람`이 빠진 서울시의 `나 홀로 행정`은 많은 이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그런데도 시가 눈과 귀를 닫은 채 시장의 치적 쌓기에 몰두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러한 인식은 시가 미래 도시 계획의 밑그림을 그리는 도구로 정한 `도시재생사업`의 취지마저 의심케 하고 있다.
한 유관 업계 전문가는 "서울시가 중점 과제로 내세운 도시재생사업은 전면 철거 중심의 기존 도시재정비 방식이 수많은 갈등을 야기하고 사회적 비용을 초래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면서 "하지만 정비사업의 대안 사업으로 추진 중인 가로주택정비사업과 주거환경관리사업 등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시의 궁극적 이정표로 간주되던 도시재생사업은 그 실체조차 모호한 상황이 조성되면서 시가 `박 시장의 임기 내 세계문화유산 등재`에만 혈안이 돼 다른 현안들은 등한시하고 있다는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발의 중심에 `한양도성`만 두고 있는 시의 정책이 낳을 부작용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또 다른 유관 업계 전문가는 "한양도성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면 뛰어난 관광 자원이 될 수도 있고 박 시장의 치적이 될 수도 있지만 그것만 갖고는 한양도성을 서울의 상징으로 만들 수 없으며, 전체 도시의 개발이라는 큰 그림을 좌지우지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양도성을 중심으로 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소외된 해당 지역 주민들과 조합원들의 피해, 이를 메우기 위해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 등도 고려해야 하며, 가뜩이나 낙후돼 있는 사대문 안팎의 노후화가 심화될 경우 박 시장이 중시해 왔던 것으로 알려진 지역 간 균형 발전도 헛구호가 될 공산이 커진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강남ㆍ여의도ㆍ잠실 등으로 치우친 시의 개발 청사진은 이미 부작용을 낳고 있다. 사대문 주변의 슬럼화가 대표적인 예이다.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 도심 속 폐가만 1만여 가구에 달한다. 수백 개에 달하는 뉴타운ㆍ재개발사업은 구체적 대안도 없이 `이명박ㆍ오세훈 지우기` 차원에서 나온 `뉴타운 죽이기`로 사실상 좌초됐다.
이에 따른 일선 현장의 불만도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특히 민관 갈등은 내년 7월 유네스코의 결정 때까지 평행선을 그릴 가능성이 높다는 게 유관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이에 유관 업계 관계자들은 박원순 시장이 자신이 줄곧 강조해 온 `시민이 시장`이라는 구호의 의미를 되짚어 보고 시의 `일방통행`식 행정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을 어루만질 수 있는 법제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한국주택문화연구원 노우창 기획1실장은 "한양도성과 사대문 주변에 있는 정비구역 등이 서울의 중요한 역사ㆍ문화자원이 될 수 있다는 시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는 된다. 그러나 지난 무악2구역(재개발) 철거 중지와 마찬가지로 `소수ㆍ약자를 대변하는 것만이 정의`라는 편향된 시선으로 `인구 1000만 서울`의 행정을 펼쳐 나가기에는 역부족"이라며 "특히 한양도성 인근 구역들이 입고 있는 손실에 대해서 합당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개발 억제 정책으로 인한 사업성 저하를 보상키 위한 법제 정비 ▲신속한 개발 방식 결정 및 주민 부담 경감 등을 위한 민관 소통이 절실하다"며 "문화재의 경우 그것을 보존해야 한다는 `총론`에서는 이견이 있을 수 없지만,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각론`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시장(市長)의 소신이 먼저`라는 발상에서 벗어나 `시민이 먼저`인 더 큰 원칙에 대해 생각해 볼 시점이다. 이러한 작업이 이뤄져야 문화재로 인해 기로에 선 수많은 정비사업의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유경제=조현우 기자] 본보는 지난 호부터 서울시의 안일한 행정 처리 등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구역 등을 찾아 사업 진행상의 어려움을 전하고 있다(본보 2016년 6월 10일자 <`시장(市長) 리스크` 추가된 정비사업… "아닌 밤중에 홍두깨!"> 기사 등 참조).
이번 호에서는 그 연장선상에서 문화재 보존과 정비사업의 온전한 진행의 `갈림길`에 선 지자체와 조합의 견해차가 어느 정도인지, 그 간극을 좁힐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등에 대해 살펴봤다. - 편집자 주
보존만 하자니 사업이 안 되고, 사업하자니 `걸림돌` 되고
최대 도시재정비시장 서울의 `동상이몽`… 市長은 "유네스코" 市場은 "미치겠네"
정비구역 안에 문화재가 있거나 해당 구역에서 개발 도중 유적이 발견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업시행자 입장에서는 여간 골치 아픈 일이 아니다.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설계를 변경하거나 사업계획을 통째 바꾸는 일도 감수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사업이 추진되면 다행이지만 이를 이유로 관할관청이 인허가를 내주지 않아 사업이 중단되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낭패`이다.
이러한 일은 최대 도시재정비시장이라 할 수 있는 서울에서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특히 시가 관내 주요 문화재들의 유네스코(UNESCOㆍ국제연합 산하 교육ㆍ과학ㆍ문화 전문 기구) 지정 문화재로의 등재를 추진하면서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심지어 시장이 `직권해제`로 일정 단계 이상에 진입한 사업을 좌초시키는 일까지 벌어져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에 대해 시는 "절차에 따른 조치(직권 해제)이다", "문화재 보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지만, 해당 구역 주민들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있다.
한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 관계자는 "금전적인 손해를 떠나서 심적으로 너무 피폐해졌다"라며 "서울시가 문화재의 유네스코 등재를 위해 무조건 정지하라는 요구를 하는데 도대체 누굴 위한 전시행정(展示行政 : 실질적인 내용이 없이 전시효과만을 노리고 펼치는 행정)이거나 프로파간다(propagandaㆍ선전)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이 같은 서울시의 정책 기조가 박원순 시장의 재임 기간 내내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데 있다. `2030 서울 플랜`에 따르면 서울은 크게 3대 도심(한양도성, 영등포와 여의도, 강남)으로 나눠진다. 그중 한양도성은 역사ㆍ문화 중심지(ICC : International Cultural Center)이자 `역사 도심`으로서 국제적인 문화교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이는 시장(市長)의 소신과 무관치 않다. 박 시장은 취임 이후 "조선 600년의 역사를 간직한 한양도성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서울의 도시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며 자신의 소신을 밝힌바 있다.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하겠다며 그동안 조례 등을 통해 주변 지역의 난개발을 막기 위한 정책을 꾸준히 펼쳐 왔다. 한쪽에서는 박 시장의 `고도(古都) 서울`을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의지로 풀이하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일선 조합 관계자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한양도성이 문화재로서 보호되고 후손들에게도 물려줘야 한다는 데에 이견은 없지만 이로 인해 사업시행에 지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가 오랜 준비 과정을 거쳐 올 초 한양도성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세계유산 등재를 신청하면서 불안감은 더욱 커지는 형국이다. 지난달(5월) 기준 한양도성 내 정비예정구역 해제 지역은 ▲신문로2 ▲돈화문로 ▲종로2ㆍ3가 ▲종로5가 ▲인의동 ▲효제동구역(이상 종로구) ▲남대문로5가 ▲주교동 ▲오장동 ▲충무로5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일대(이상 중구) 총 110만 ㎡로 나타났다. 해제를 피한 지역이라도 안심할 순 없다. 각종 규제가 얽히고설켜 사업의 발목을 잡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악몽의 봄… `2030 서울 플랜` 이어 `2025 도시환경정비기본계획`으로 날벼락
사대문 안에선 "살려 달라" 밖에선 `전전긍긍`… "대체 누구를 위한 행정인가"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봄은 서울 지역 조합들에게 말 그대로 `악몽`이었다. 서울시는 지난 4월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2030 서울 플랜)`을 발표했다. 이는 한양도성 인근 지역을 역사 도심으로 조성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특히 서울 성곽 주변, 경복궁ㆍ북촌 일대 등 서울의 역사성을 인지할 수 있는 역사 문화재 주변 지역 또는 밀집 지역을 대상으로 ▲역사 자원을 배려하는 스카이라인 형성 ▲역사 자원과 조화를 이루는 건축 소재 사용 도모 등을 적용키로 했다.
여기에 지난 5월 시가 발표한 `2025 도시환경정비기본계획`이 하반기부터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하면 더 이상 사대문 안에서 높이 90m 이상의 새 건물을 지을 수 없다. 높이 기준이 90m인 것은 내사산(인왕산ㆍ북악산ㆍ남산ㆍ낙산) 중 높이가 가장 낮은 낙산(124m)의 경관을 해치지 않기 위해서라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서울시와 박원순 시장의 한양도성 유네스코 등재 프로젝트와 맞닿아 있다는 게 도시계획 전문가들을 비롯한 유관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이다. 하지만 정작 그러한 시(장)의 구상에 가장 중요한 `지역 주민과 조합원`은 빠져 있다는 지적이 높다.
실제로 해당 역사 도심 경관 관리 구역들은 시내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업장으로 꼽힌다. ▲사직2구역 ▲옥인1구역 ▲충신1구역(이상 종로구)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옥인1구역과 충신1구역 등은 역사 자원의 형태ㆍ경관ㆍ특성을 고려해 최대한 지역을 보존하고 그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건축물을 배치해야 한다는 시의 입장과 충돌하며 사실상 사업이 중단 위기에 놓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권해제 대상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는 게 이를 방증한다.
이와 관련해 시 관계자는 "충신1구역은 2011년에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했으나 조합원 동의율 미달로 취하한 바 있고, 그 밖의 구역은 반대자들의 지정 해제 요구가 다수 있는 구역"이라며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 개정에 따라 직권해제가 가능해 짐에 따라 시에서는 한양도성의 역사성과 세계유산 등재 등의 보존ㆍ관리, 현재의 지형 조건 등을 고려해 정비사업을 포함한 다양한 관리 방안에 대해 검토 중에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에 사직2구역 조합 등은 `역사ㆍ문화적 가치 보전`을 직권해제 기준으로 제시한 것이 사실상 한양도성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인근에서 진행 중인 정비사업을 강제로 중지한 사전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일례로 사직2구역은 2009년부터 정비사업이 추진됐고 2012년 9월 사업시행인가까지 받았지만 서울시가 서울 성곽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면서 사업이 정지됐다.
지난 21일 사직2구역 조합 관계자는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같은 해 한양도성 유네스코 등재 사업이 추진된 이후 관련 인허가(사업시행 변경인가)가 나지 않고 있다"면서 "문화재청의 허가도 받았고 지난해 감사원ㆍ국민권익위원회 등도 `시가 개발을 지연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결론을 냈는데도 시는 사업계획을 보완하라며 발목을 잡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러는 사이 사직2구역 조합원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사업이 2년 넘게 지체되면서 금융비용으로만 매월 수천만 원이 그들의 주머니에서 새 나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사업시행자 측 피해에 대해서도 고려하고 있다"는 정도의 입장을 밝혀 비난을 사고 있다.
자연경관지구이자 한양도성 근처에 위치한 성북구 성북2구역 재개발 조합도 앞선 구역들과 사정은 비슷하다. 성북2구역 조합 관계자는 "우리 구역은 한옥과 테라스 하우스로 잘 진행되고 있었는데, 지역구 의원과 일부 반대파 주민들이 이견을 냈고 서울시가 한양도성 유네스코 등재 등의 이유로 `수복형`이냐 `부분형`이냐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며 "서울시에서 분담금이라든지 세입자 문제 등에 대해선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그저 사업만 지연시키는 바람에 손실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원래 계획대로 진행됐다면 2015년 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을 텐데, 현재 성북2구역-신월곡1구역 결합 개발은 아직도 정비계획 변경 단계에 머물고 있다"라며 "전면 철거 후 환골탈태를 바라는 조합원들의 목소리는 무시한 채 시 입맛대로 우리 사업을 쥐락펴락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유관 업계 "`한양도성`에 매몰된 서울시의 `나 홀로` 정책, 결국 부메랑 될 것"
이대로 가면 내년 7월까지 갈등 지속… `시민이 먼저` 행정으로 궤도 수정 절실
이처럼 서울 성곽, 사대문 주변에 살고 있는 `사람`이 빠진 서울시의 `나 홀로 행정`은 많은 이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그런데도 시가 눈과 귀를 닫은 채 시장의 치적 쌓기에 몰두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러한 인식은 시가 미래 도시 계획의 밑그림을 그리는 도구로 정한 `도시재생사업`의 취지마저 의심케 하고 있다.
한 유관 업계 전문가는 "서울시가 중점 과제로 내세운 도시재생사업은 전면 철거 중심의 기존 도시재정비 방식이 수많은 갈등을 야기하고 사회적 비용을 초래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면서 "하지만 정비사업의 대안 사업으로 추진 중인 가로주택정비사업과 주거환경관리사업 등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시의 궁극적 이정표로 간주되던 도시재생사업은 그 실체조차 모호한 상황이 조성되면서 시가 `박 시장의 임기 내 세계문화유산 등재`에만 혈안이 돼 다른 현안들은 등한시하고 있다는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발의 중심에 `한양도성`만 두고 있는 시의 정책이 낳을 부작용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또 다른 유관 업계 전문가는 "한양도성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면 뛰어난 관광 자원이 될 수도 있고 박 시장의 치적이 될 수도 있지만 그것만 갖고는 한양도성을 서울의 상징으로 만들 수 없으며, 전체 도시의 개발이라는 큰 그림을 좌지우지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양도성을 중심으로 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소외된 해당 지역 주민들과 조합원들의 피해, 이를 메우기 위해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 등도 고려해야 하며, 가뜩이나 낙후돼 있는 사대문 안팎의 노후화가 심화될 경우 박 시장이 중시해 왔던 것으로 알려진 지역 간 균형 발전도 헛구호가 될 공산이 커진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강남ㆍ여의도ㆍ잠실 등으로 치우친 시의 개발 청사진은 이미 부작용을 낳고 있다. 사대문 주변의 슬럼화가 대표적인 예이다.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 도심 속 폐가만 1만여 가구에 달한다. 수백 개에 달하는 뉴타운ㆍ재개발사업은 구체적 대안도 없이 `이명박ㆍ오세훈 지우기` 차원에서 나온 `뉴타운 죽이기`로 사실상 좌초됐다.
이에 따른 일선 현장의 불만도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특히 민관 갈등은 내년 7월 유네스코의 결정 때까지 평행선을 그릴 가능성이 높다는 게 유관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이에 유관 업계 관계자들은 박원순 시장이 자신이 줄곧 강조해 온 `시민이 시장`이라는 구호의 의미를 되짚어 보고 시의 `일방통행`식 행정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을 어루만질 수 있는 법제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한국주택문화연구원 노우창 기획1실장은 "한양도성과 사대문 주변에 있는 정비구역 등이 서울의 중요한 역사ㆍ문화자원이 될 수 있다는 시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는 된다. 그러나 지난 무악2구역(재개발) 철거 중지와 마찬가지로 `소수ㆍ약자를 대변하는 것만이 정의`라는 편향된 시선으로 `인구 1000만 서울`의 행정을 펼쳐 나가기에는 역부족"이라며 "특히 한양도성 인근 구역들이 입고 있는 손실에 대해서 합당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개발 억제 정책으로 인한 사업성 저하를 보상키 위한 법제 정비 ▲신속한 개발 방식 결정 및 주민 부담 경감 등을 위한 민관 소통이 절실하다"며 "문화재의 경우 그것을 보존해야 한다는 `총론`에서는 이견이 있을 수 없지만,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각론`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시장(市長)의 소신이 먼저`라는 발상에서 벗어나 `시민이 먼저`인 더 큰 원칙에 대해 생각해 볼 시점이다. 이러한 작업이 이뤄져야 문화재로 인해 기로에 선 수많은 정비사업의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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