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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기획원 원장]삐뚤어진 회의 문화
repoter : 육근호 원장 ( koreaareyou@naver.com ) 등록일 : 2013-08-12 18:57:29 · 공유일 : 2014-06-10 10:21:17


삐뚤어진 회의 문화




땅, 땅, 땅
의장이 개회선언에 이어 의사봉을 두드리니 일순간 연줄이 끊어지듯 팽팽하던 긴장감이 풀리며 박수가 터져 나온다.
회의가 시작되기 전부터 홍역처럼 겪어야 하는 혼란의 원인은 무엇일까?
회의장 가는 길목에는 거칠게 휘갈겨 쓴 원색적인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조합원으로 보이는 일단의 무리가 붉은색 머리띠를 두르고 유인물을 나누어주려 하자 이를 만류하는 조합집행부측과의 다툼으로 몸싸움이 일어난다.
벌써부터 주눅이 든 대다수의 조합원들은 참석자 확인을 하고 경호요원이 도열해 있는 회의장에 들어서며 다소 안도의 빛을 보이지만 총회가 쉽지 않을 것을 예감한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24조제5항이 신설되어 조합 총회의 경우 조합원의 100분의 10 이상이 직접 출석하여야 하는 개의요건에 따라 대부분 개회시간을 지키지 못하게 되며, 지루하고 불안한 기다림 끝에 가까스로 성원보고를 하려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조합원 하나가 소리를 지르며 손을 들고 나선다.
물론 사회자가 아직 개회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회순에 따라 의안심의 시 의견을 제출해 달라고 주문을 하지만 막무가내 식으로 마이크를 뺏으려 달려든다.
발언내용은 뻔하다.
우선 경호요원을 폭력배라 비하하며 회의분위기가 살벌하여 발언을 하지 못하겠다. 억지를 쓰면서도 말로만 두렵다 할 뿐 오히려 할 말을 다한다.
그리고 뒤 이어 사회자가 조합원이냐 묻고 조합원이 아니면 퇴장하라고 윽박지른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의장을 대신하여 사회자는 경호요원의 역할과 함께 사회자는 정관규정에 따라 의장이 총회운영을 위하여 필요한 자로 참여하게 되었다는 설명을 해 보지만 몇몇 조합원의 선동과 이에 동조하는 세력의 아우성으로 회의장은 난장판이다.
보다 못한 조합원이 그들의 무분별함을 탓하는 등 분위기를 잡아 침묵하는 조합원의 박수로 힘을 얻게 되면 대부분 개회선언에 이어 회의가 진행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회의가 무산되어 사업지연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고대하는 대다수의 조합원들은 회의 시작 전부터 이것저것 트집을 잡는 조합원들 때문에 회의가 무산될 것을 걱정하게 되며, 일단 개회선언이 되면 어려운 고비를 넘긴 안도감에 박수를 치는 것이다.
회의 초기에 집단화 된 일부조합원의 무분별한 행위가 극성을 부릴수록 개회선언에 이은 박수소리는 상대적으로 요란하다.
의회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린 나라는 물론이고 수렵이나 방목을 위하여 이동을 하며 살아야 했던 소수민족들도 외세에 대응하기 위하여 서로의 의견을 확인하고 중지를 모아 결집된 힘으로 삶을 영위하여 왔으나, 우리 한민족은 장구한 세월동안 왕권아래 순종하며 살아왔기 때문인지 의사표시가 불분명하다.
한 곳에 정착하여 농토를 일구는 농경민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서로 모여 의견을 나눌 일도 없었으며, 당쟁을 일삼아 색깔을 보이면 화를 당하게 되는 사회구조 속에서 어느 한편에 가담하려 하지 않고 중립을 지키며 의사표시를 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삼국시대에 접경 지역이었던 지방의 소도시에서 조합 총회가 개최되었다.
1호의 안에 대한 제안 설명과 함께 조합원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세부적인 부연설명을 한 다음 의견을 내 달라 하니 단 한명의 조합원도 손을 들지 않는다.
마냥 기다릴 수 없어 의견이 없는지 두세 차례 확인을 한 다음 거수표결방법으로 찬성에 손을 들라 하니 손이 올라가는 것이 영 시원치가 않다.
얼른 손을 내려달라 한 다음 반대를 묻는다.
이번에는 단 한 조합원도 손을 들지 않는다.
결국 기권하고자 하는 조합원의 수를 확인하고 난 다음 반대와 기권의사를 제외한 절대다수의 찬성으로 가결선포를 하게 된다.
그 회의에 상정된 4개 의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제안 설명 후 의견을 내 달라 할 때에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침묵을 지키다가 가결선포를 하고 난 다음 이미 가결된 의안에 대하여 의견을 내는 납득할 수 없는 일이 번번이 되풀이 된다.
발언을 하고는 싶으나 공연히 망설이게 되는 지방색으로부터 기인된 것이라 생각되지만 장구한 세월동안 자유의사에 따라 그 어느 쪽에도 가담하지 못하고 눈치를 보며 억눌려 살았던 우리민족의 역사가 안타깝고 슬프다.
그러나 찬·반 어느 쪽에도 가담하려 하지 않고 의사표시를 꺼리는 소극적인 조합원들로 구성된 회의에서 개회 전부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경호요원을 내치려 하거나 준비된 사회자에게 시비를 걸며 몸싸움까지도 불사하는 비뚤어진 회의문화가 자리잡아가고 있으며, 치밀한 사전 계획으로 세력화 된 일단의 조합원을 등에 업고 조합원의 권익을 위한다는 상투적인 명분을 내세우며 거리낌 없이 근거 없는 논리로 고성을 질러대는 일부가 박수를 받는 일이 잦아지는 작금의 사태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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